지난해를 돌아보면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우리에게 와 닿는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여파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중국발 펜데믹이 다시금 우려되는 현실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으며 기후변화로 인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기록적인 폭우, 폭설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지옥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수출로 먹고 산다는 우리나라의 수출은 급전직하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경제버팀목으로 역할을 했지만 수출금액지수가 2년6개월 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반면 유가 강세로 수입금액지수는 3.3% 오르는 등 24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각종 수출지표는 올 한해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건자재값 급등과 고금리로 인한 위기의 불씨는 부동산시장의 급격한 침체로 이어지고 있으며 강원도 레고랜드로 촉발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에 따른 자금경색은 풀릴 기미가 안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대출도 조기에 회수해 가기도 해 기업여건은 더욱 나빠지고 있으며 건설업계 줄도산 얘기마저 나오고 있는 현실입니다. 실제로 경남지역 중견건설사 부도를 넘어 종합건설사 하나가 부도나면 하도급업체, 협력업체까지 수천명이 일자리를 잃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기계설비산업은 건설산업의 후방산업으로 6개월에서 1년 정도 시간간격을 두고 파장이 몰려오는 산업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벌써부터 여기저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신년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으며 혹자는 ‘무계획이 계획’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만큼 올해 전망이 쉽지 않고 상황이 녹녹치 않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이런 와중에 기계설비산업 성장의 기여하고 있는 그린리모델링, 제로에너지빌딩 등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면이 있지만 2023년 예산에서 관련 예산이 대폭 축소된 것은 우려스럽습니다. 특히 그린리모델링의 민간시장 확대가 시급한 상황에서 이자지원 예산의 대폭 감소는 그린리모델링산업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계설비업계의 기대감도 있습니다. 낮은 설계비로 인해 수익성이나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설비업계에 단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바로 기계설비 표준품셈이 개정돼 시행되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쾌적하고 안전한 실내환경, 에너지절약, 저탄소 녹색성장,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시대적 요구에 적극 부응할 수 있는 기계설비설계를 기대합니다.
올해 계묘년은 육십간지의 40번째로 계(癸)는 흑색, 묘(卯)는 토끼를 의미하는 ‘검은 토끼의 해’입니다. 토끼의 속성은 만물의 성장과 번창을 상장하는 의미를 지녔다고 합니다. 올 한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힘내십시오. 강한 자가 살아남는 시대가 아닌 살아남은 자가 강한 시대입니다. 꼭 연말에는 보다 활짝 웃는 얼굴로 뵐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