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경건축연구원(이사장 이경회)과 대한건축사협회(회장 석정훈)는 4월11일 서울 서초 소재 대한건축사협회 국제회의실에서 ‘주택 결로성능 향상을 위한 정책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석정훈 건축사협회 회장, 이경회 환경건축연구원 이사장 등을 비롯한 세미나 주관 및 후원 기관 관계자와 종합토론 좌장을 맡은 이윤규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선임연구원 등 약 40여명이 참석했다.
세미나는 △개회사 △환영사 △축사 △주제 발표 △종합 토론 △참석자 발언 △질의응답 등의 순으로 진행됐으며 주제는 ‘공동주택 결로방지 설계 현황 및 제도적 개선방안’을, 종합 토론에서는 ‘주거환경 향상과 거주자의 건강 및 쾌적성 향상을 위한 주택 결로성능 활성화 방안’을 화제로 다뤘다.
이경회 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공공주택 결로성능은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문제로 거주자들의 건강 등에 영향을 미치는 주거 환경문제로 인식돼 오고 있으나 이 문제의 심각성을 거주자들이 잘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실제 건축사들도 결로방지 설계기준을 맞추는데만 주력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공동주택에서 결로문제는 벽체 단열성능과 창문의 기밀성이 강화되면서 실내 습기가 상대적으로 많아지며 그것이 실외로 빠져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처럼 실외 미세먼지가 많을 때나 겨울철에 창문을 오랫동안 닫고 지내야 하는 상황에서는 자연스럽게 환기 부족으로 결로가 발생하게 되며 거주자들의 건강 등을 심하게 해치게 된다”라며 “일반적으로 공동주택 내부에서 발생하는 표면 결로는 쉽게 발견되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게 해결될 수 있지만 벽체 내부에서 발생하는 내부 결로는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구조체까지 손상시키게 돼 결로방지 문제는 여러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정훈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그간 국토교통부는 주택성능 향상을 위해 공동주택 성능등급표시제도 및 바닥충격음 차단구조 인정제도 등과 함께 세대 내 결로저감을 목적으로 500세대 이상 공공주택에 대해 2014년부터 공동주택 결로방지를 위한 설계기준을 운영하고 있다”라며 “주택결로는 하자분쟁을 유발하며 주거 환경의 질을 저하시키는 대표적인 생활 밀착형 문제로 지속적으로 거론돼 보다 효과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결로는 곰팡이를 유발해 실내 공기질을 악화시키며 심한 경우 외부 마감재 탈락 현상의 원인이 되기도 해 거주자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중요하다”라며 “일선에서 설계와 감리를 담당하는 우리 건축사 회원들은 결로 성능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며 구조적으로 취약한 부분에 결로 저감을 유도할 수 있는 설계를 적극 적용하며 시공이 올바르게 될 수 있도록 공사 방지를 철저히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민희 국토부 주택공급기획팀 팀장이 김효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을 대신해 축사를 대독했다.
김효정 주택정책관은 “포스트코로나 시대 주거공간은 숙식만을 해결하는 1차원적인 공간이 아니라 취미를 즐기며 문화를 향유하는 다목적 공간으로 탈바꿈했다”라며 “소득 수준 및 생활 수준 향상에 따라 쾌적한 주거환경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도 함께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결로는 주택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중요한 주거 문제 중 하나며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을 위해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라며 “국토부는 2013년 결로방지를 위한 설계기준을 개정해 운영해 왔으며 결로로 인한 하자분쟁비율이 약 60%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또한 “올해 제도 도입 10년을 맞아 현장 설계기준 적용 성과를 분석하는 한편 변화하는 환경에 맞춘 제도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것에 시의적절하다”라며 “국토부도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며 주택 결로성능 개선방안을 꼼꼼히 살펴 주거환경 제도가 한층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재록 서울특별시 건축사회 회장은 식사에서 “결로는 포화 수증기압보다 현재 수증기압이 높아질 때 물체 표면에 물이 응결되는 현상으로 실내외 온도차가 크면 실내 온도에 비해 내벽 온도가 낮아 내벽에 물방울이 생긴다”라며 “이로 인해 생긴 곰팡이가 발생해 삶의 질이 많이 떨어지고 있어 결로현상은 다세대주택이나 다중주택 등 소규모 주택현장에서 생기는 하자유형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국토교통위원회)은 국회 일정상 불참했으나 축사 메시지를 통해 “이번 세미나 개최는 서민 주거환경 개선과 주거복지 실현에도 중요한 의미”라며 “제도적 개선 방안에 대한 깊은 논의가 이뤄지길 바라며 세밀한 주택정책 수립을 통해 불편함을 느끼는 서민들의 고충이 신속하게 해결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김성우 환경건축연구원 공동주택결로성능평가실 이사가 주제발표를 통해 공동주택 결로성능 평가방식 및 주요 현황을 공유했다.
김 이사는 △결로 원인 및 방지 필요성 △결로 발생 유형 및 현황 △결로 하자 사례 △결로방지 설계기준 △결로방지 설계 현황 및 문제점 등을 분석했다.
김 이사는 결로 자체적인 문제점과 곰팡이 발생에 따른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결로 문제점으로 △실내 거주 공간에 생기는 결로로 인해 벽체 표면 또는 내부 곰팡이 발생 △표면 결로 인해 미관적 문제 △내부 결로로 인한 구조체 탈락 등 구조적 문제 및 사회적 비용 발생 등을 언급했다. 곰팡이 발생에 따른 문제점으로 △천식, 아토피성 피부염, 기관지염 등 재실자의 건강악화 △유지관리 비용 증가 △하자분쟁 발생 유발로 인한 정신적 고통 증가 등을 지적했다.
특히 공동주택 결로 하자발생 현황과 관련 결로방지 설계기준 적용 전후 상황을 분석한 결과 결로방지 설계기준 적용 전인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결로로 인한 하자분쟁 조정 비율은 전체의 16%에 달했으나 설계기준을 적용한 이후인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결로로 인한 하자분쟁 조정비율은 이전 기간대비 5% 줄어든 11%로 나타났다. 하자분쟁 조정비율은 결로방지 설계기준 적용 이후에도 시행 초인 2015~2016년에는 전체의 15%였으나 설계기준이 시행 중인 2019~2020년에는 6%로 시간이 지날수록 유의미하게 줄어드는 경향이 짙어졌다.
이에 따라 공동주택 결로방지 설계기준 효과가 확인됐으며 적용 대상 확대로 거주자 환경 개선 및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2021년 서울시 기준 공동주택에 결로방지 설계기준이 약 33%가 적용됐다.
정책분야에서는 공동주택 결로방지 설계기준 효과가 확대되면서 적용 대상이 확대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이사는 “현행 500세대 이상에서 300세대, 100세대 이상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 연구분야와 관련 △결로방지 설계기준 비대상 주택 결로현상 조사 필요(소규모 주택 포함) △결로방지를 위한 상세도 가이드라인 개정 필요(2014년 재정 후 미개정) 등을 제시했다.
김 이사는 “가이드라인은 만족하나 실제 표면온도 기준 부적합 구간 발생으로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종합 토론에서는 좌장인 이윤규 KICT 선임연구원을 비롯해 김길태 LH 토지주택연구원 센터장, 박세희 지안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 건축사, 황주진 DL이앤씨 차장, 안재민 대한경제 건설산업부 기자, 문명희 에코맘코리아 본부장, 오윤택 국토부 주택건설공급과 사무관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김길태 LH 토지주택연구원 센터장은 “단열은 잘한다고 했지만 습기가 빈틈을 통해 들어가며 표면온도는 노점온도에 도달하지 않지만 내부온도는 노점온도에 도달하기 때문에 공기 중에 있는 습기가 다 그쪽으로 달라붙어서 물기가 된다”라며 “현재 열에 대한 흐름은 외부에서 단열재를 거쳐 내부까지 수직 형태로 들어가는 열에 대해서는 평가가 잘 이뤄지고 있으나 습기가 내부에서 이동하는 틈에 대한 부분은 평가에 반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세희 건축사는 “너무 기밀성있는 주택을 설계하다보니 결로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라며 “공동주택 500세대 이상이 30%라고 하는데 설계하는 설계사무실 비율로 보면 공동주택 500세대 이상 설계하는 사무실이 10%로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건축사들한테 결로방지에 대한 설계 기술이나 가이드라인 등이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다”라며 “결로방지를 위한 설계 기술적인 도입이 부족하며 설계가 돼 있다 하더라도 시공하는 건설사의 기술적인 측면이나 자율적 측면에서 따라오지 못하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황주진 차장은 “DL이앤씨는 실질적으로 500세대 이하가 아니더라도 모든 공동주택은 전부 단열 설계 및 결로방지 설계기준 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라며 “그러지 않으면 결로문제로 입주자의 불편이 생길 수 있으며 브랜드 인지도 하락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어 대응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공동주택뿐만 아니라 경로당이나 어린이집 등의 주거환경과 비슷한 시설에 대해 결로방지 설계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라며 “결로는 상당히 디테일한 작업으로 설계뿐만 아니라 시공적인 측면에서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호소하며 다양한 리스크를 전체적으로 검토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안재민 기자는 “주택협회 차원에서는 결로방지 설계가 500세대 미만으로 확대되는 것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고 있으며 이 부분과 관련해 시공비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며 “중소 규모 건설사는 확대 적용하는데 애로사항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사용자 측면에서 보면 생활습관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문명희 본부장은 “결로 문제로 사회취약계층인 어르신 등이 지내시는 생활환경을 방문하면 결로로 인한 곰팡이 문제가 심각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 같아 제도적으로 많이 아쉬운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다중이용시설 중 건강취약계층 대상으로 결로방지 관련 사전 검사받는 평가 인증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윤택 사무관은 “국토부 차원에서는 설계단계부터 결로가 잘 이뤄지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책임으로 생각한다”라며 “현재 500세대 이상에 대해서 결로방지 설계기준 의무화를 시행 중인데 향후 300세대, 100세대 등으로 확대 적용을 검토하는 한편 종합적인 고려해서 다각적으로 의견수렴을 거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