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박포장 무기단열재' 꼼수, 단열성능 신뢰성 논란

  • 등록 202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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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KOLAS 시험기관 열관류율시험 응시행태 지적



최근 무기단열재에 은박을 씌운 단열재가 실제보다 높은 단열성능을 가졌다며 시중에 유통되고 있어 소비자 피해 및 에너지손실이 우려된다. 국내에서 열관류율 시험을 치를 수 있는 KOLAS 시험기관들이 은박포장 무기단열재에 대한 단열성능을 일반적인 수치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어 논란이다.  
   
단열재업계에 따르면 국내 다수의 무기단열재 유통기업들은 최근까지 일부 KOLAS기관들로부터 무기단열재에 과거 저방사 단열재(열반사 단열재)와 유사한 형태로 은박(알루미늄 필름 등)을 씌운 단열재에 대해 단열성능시험(열관류율시험)을 의뢰해 우수한 성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기업들은 해당 단열재를 통해 무기소재가 갖는 불연성능과 저방사 단열재가 갖는 높은 단열성능을 획득하기 위해 저방사 단열재 형태의 자재를 시험 의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결국 무기소재에 은박을 씌운 상태로 시험을 통과함으로써 무기단열재 자체의 두께대비 실제 성능을 크게 웃도는 단열성능을 표기한 채 은박단열재를 유통하고 있다. 

단열재업계의 관계자는 “무기단열재에 은박을 씌워 유통하는 기업들은 그라스울 두께가 150mm 이상이어야 열관류율 0.17W/m²·K을 받을 수 있음에도 소재 외부에 은박을 씌워 두께 50mm 그라스울 단열재에도 높은 성적을 받고 있다”라며 ”실제 열관류율은 0.35W/m²·K에 불과함에도 0.17W/m²·K이 나온다고 속여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내 다수 KOLAS 시험기관의 관계자들도 “신생 KOLAS 시험기관들이 상식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열관류율 성적서를 내주는 경향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열관류율대비 과잉 성능인증 ‘우려’ 
최근 생겨난 신생 KOLAS 시험기관들은 이들 기업들이 열관류율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도록 큰 무리가 없는 한 원하는 수준으로 열관류율 성적서를 발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의혹을 받고 있는 KOLAS 시험기관들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의혹을 받고 있는 KOLAS 시험기관의 한 관계자는 “열관류율 시험기준인 KS F 2277: 2017에 따른 절차와 규정대로 시험을 치렀을 뿐 어떠한 오류도 없었다”고 항변했다. 

비교적 엄격한 시험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KCL 등 시험기관과 달리 비교적 최근 KOLAS 인증기관 자격을 얻은 신생 시험기관들은 단열재에 은박을 씌운 채로 열관류율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비교적 수월하게 실제 성능대비 과잉된 수준의 단열성능을 인증받고 있다. 
   
이는 KOLAS 시험기관이 공정성과 중립성 등을 훼손하는 행위이며 현재 정부의 화재안전강화 기조로 상대적으로 단열성능에 대한 관심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건물에너지성능을 저하시키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이 KOLAS 인증기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게되면서 기업에게 유리한 성적서를 발급해주는 일부 특정 시험기관에 시험의뢰 쏠림현상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축분야의 한 전문가는 “기업들 사이에서 시험기관에 대한 편향된 인식이 생겨나면서 기업들이 쉽게 단열성능시험 성적서를 획득하려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라며 “이로 인해 거짓된 제품유통, 건물에너지성능 저하, 성실한 시험기관에 대한 기피현상 등이 생겨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험과정 입증방안 마련 필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사실상 강력한 제재를 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며 불법 단열재 유통을 막기 위해서는 KOLAS 인증기관간 상호 신뢰성 테스트(RRT)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한 KOLAS 시험기관의 한 관계자는 “국내 KOLAS 시험기관들이 RRT를 시행하고 있으나 검증을 앞두고 시험기관들이 서로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검증결과를 왜곡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라며 “보다 실효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험기관, 자재‧유통사 등이 시험기준을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한편 국가 차원에서도 이를 철저하게 검증하는 절차적, 정책적 수단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현재 과잉 단열성능 발급의혹을 받고 있는 일부 KOLAS 시험기관들은 각 시험기관들이 동시에 동일조건의 시험을 치러 시험결과를 공정한 방법으로 상호 비교함으로써 향후 논란을 차단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동의하고 있다. 

정부가 KOLAS 인증기관에 대한 시험기준 관리항목을 추가 신설해 시험기관들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공특성 등 현실반영 기준마련 시급  
무기단열재에 은박을 씌운 단열재가 저방사 단열재의 성질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어 이를 정상적인 자재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인지도 의문이다.  

저방사 단열재는 표면재질에 따라 반사형 공기층이 단열성능을 높일 수 있다. 현재 열관류율시험기준인 KS F 2277: 2017에 따라 교정값을 EPS 단열재의 두께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단열재의 단열성능이 EPS단열재의 단열성능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 시행기준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열관류율시험 시 벽체를 매립함으로써 외벽과 단열재 사이에 생기는 공기층이 사방이 밀폐돼 단열성능이 실제보다 우수하게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열관류율시험과 달리 시공현장에서는 외벽과 단열재 사이 공기층이 사방으로 트여있어 밀폐환경을 조성하지 못한다. 즉 시험기준이 시공현실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저방사 단열재에 대한 기준마련과 사용조건 등을 설정함으로써 필요한 상황에만 저방사 단열재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건물 내부에 매립돼 겉으로 보이지 않는 단열재의 단열성능은 현재 열관류율값으로만 표시되고 있다. 열관류율값에 대한 정확성과 신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현재 유통되고 있는 은박단열재 성적서는 성능대비 과한 단열성능으로 표시돼 결국 건물 전체의 단열성능을 떨어트려 에너지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으며 국가 전체로 봐서도 건물에너지소비량이 증가하는 역효과가 나올 수밖에 없어 시급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이동규 기자 dklee@kharn.kr
저작권자 2015.10.01 ⓒ Kha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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