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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인터뷰] 강재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준불연EPS, 양산체계 구축”
국가R&D로 체계적 연구
단열재 시장정화 기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원장 한승헌)이 지난해 말 국내 최초로 준불연EPS(비드법보온판) 개발에 성공해 조만간 기술이전을 통한 제품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강재식 공공건축연구본부 그린빌딩연구실 박사 연구팀은 국가R&D의 일환으로 실시된 ‘고기능성 건물외피시스템 연구’를 통해 이번 준불연EPS를 개발했다.


강화일로를 걷고 있는 단열재의 난연성능 기준에 따라 준불연 단열재의 의무화 적용대상 건축물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페놀폼(PF) 독점구조가 형성되며 단열재시장 질서가 왜곡되고 제품 자체의 부작용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대체재의 등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번 KICT의 준불연EPS가 시장에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강재식 박사를 만나 최근 단열재시장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난연성능관련 이슈와 준불연EPS 제품의 성능에 대해 들었다.


■ 난연성이 단열재업계 핵심이슈로 떠올랐는데
단열재의 화재이슈는 20여년 전부터 꾸준히 발생했지만 최근 건축물의 에너지성능 강화와 맞물리면서 단열재 산업생태계가 교란되고 있다.


1999년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인천 인현동 호프집, 2015년 의정부아파트,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2018년 밀양 세종병원 등 화재사건을 거치면서 속칭 스티로폴, 즉 EPS단열재가 불타면서 발생한 유독가스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일었다.


그러나 이는 언론에 의해 확대·재생산된 측면이 크다. 씨랜드 사건은 애초에 불법건축물이었고 인천 호프집은 단열재가 아니라 실내장식에 사용됐던 폴리우레탄(PU)이 원인이었다. 의정부아파트 역시 단열재시공이 미흡했고 제천의 경우는 소방설비 미작동이 더 큰 원인이었다.


실제로 비슷한 화재사건에서 자재시공이 올바로 이뤄지거나 소방·방재시설 및 설비가 올바로 작동한 경우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2015년 분당의 12층 규모 학원이나 2017년 두바이 토치타워에서 발생한 화재가 그 예다.


문제는 여론에 따라 정부가 단열재의 화재기준을 매우 강화시켰다는 것이다. 정부입장에서 국민들의 안전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조치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국내 기준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강한 기준으로 상향되고 있다.


단열재 관련기준을 이 정도로 상향한다 하더라도 만약 자재·설비의 시공·점검 등 다른 부분의 조치가 없다면 과거 사례와 같은 참사가 반복될 수 있다.


특히 이와 같은 조치는 제로에너지빌딩을 강화하는 정책과 상충하는 부분이 있어 건물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속도를 더디게 만들 우려가 있다. 건물외피의 단열성능은 건물에너지 성능의 근간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현재 법적 기준은 외단열의 경우 준불연재료급 외피시스템과 시스템을 구성하는 각각의 재료에 대해 난연재료급 성능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KICT가 △EPS 1종 △EPS 2종 △XPS(압출법보온판) △PUR(경질우레탄폼단열재) △PF(페놀폼) 등을 대상으로 난연성·연소성을 시험한 결과 모두 난연재료에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 개발배경은
2015년 의정부 화재 이후 전국적으로 난연·준불연 EPS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 그러나 이후 출시된 여러 제품들은 안정적인 성능을 확보하지 못했다. 준불연 기준을 만족하는 시험결과가 나왔어도 이와 같은 성능을 거의 모든 생산품에서 균일하게 만족하지 못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시장에서는 EPS에 대한 불신이 확대되면서 한때는 단열재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관련산업을 이끌었던 EPS시장이 급격히 위축됐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한 자성의 일환으로 체계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KICT는 준불연 단열재의 필요성이 대두된 2015년부터 국가R&D를 토대로 난연성을 갖는 EPS를 4년째 연구해 왔으며 개발에 성공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제품은 양산체계를 구축한 상태로 중소기업에 기술이전 후 공급할 계획이다.




■ 준불연EPS를 소개하면
일반 EPS원료인 폴리스티렌수지(PS Resin)를 발포시켜 얻은 발포립에 준불연코팅을 한 뒤 성형기에서 완제품인 EPS보드를 생산한다.


석유화학제품의 부산물이며 유기체인 폴리스티렌을 원료로 사용하는 만큼 EPS는 화재에 취약하다. 이에 따라 원료자체의 불연성능을 강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준불연 단열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불에 강한 재료로 코팅하는 방법이 유효하다.


EPS 공정에서 준불연코팅을 할 수 있는 경우는 2가지다. 발포를 거치기 전 원료에 코팅하는 방법과 1차발포 후 발포립에 코팅하는 방법이다.


이중 KICT는 후자를 택했다. 일반적으로 원료회사에서 공급받는 직경 1mm 정도의 구체를 1차 발포하면 매우 큰 부피팽창을 하게 된다. 코팅한 무기질이 발포립에 그대로 확대돼 고르게 분포시키기가 어렵고 물리적으로 얇아지거나 벗겨져 빈틈이 생기기 쉽다.


발포립에 코팅하는 경우 균일한 도포가 가능하다. 성형기에서도 가스스팀에 의한 2차 발포가 이뤄지지만 팽창하는 부피가 크지 않다. 또한 성형기 내부에서 코팅재에 의해 입자 간 접착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EPS보드 내에서 다른 입자들 사이에 끼어있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단열재로서의 형상유지에 무리가 없다.




■ 성능검증 결과는
최근 연이은 대형 화재사고 이후 건축법 개정을 통해 외단열시스템에 대한 난연성 시험으로 콘칼로리미터 시험법이 도입됐다. KS F 5660-1(열방출률-콘칼로리미터법)에 따라 시험하며 원뿔모양의 히터에서 복사열을 50kW/㎡로 정해진 시간동안 가열해 최대열방출률, 방출량을 측정한다. 이는 백열등 1,000개를 1㎡에 가하는 것으로 상당히 가혹한 조건에서 테스트하는 것이다.


난연재료기준은 총방출열량이 5분간 8MJ/㎡ 이하, 최대열방출률이 5분간 200kW/㎡ 미만이어야 한다. 준불연재료는 총방출열량이 10분간 8MJ/㎡ 이하, 최대열방출률이 10분간 200kW/㎡ 미만이어야 한다.


준불연EPS의 총방출열량을 8차례 시험한 결과 4.7~8.0MJ/㎡를 기록해 기준을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이번 제품개발의 의미는
최근 준불연EPS를 개발했다는 기업이 우후죽순 등장했지만 성능이 미흡하고 품질편차도 커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었다. 만약 이 제품을 시공한 현장에서 하자나 화재가 발생할 경우 업계가 치명타를 맞을 수 있다.


준불연EPS기술이 세계적으로 흔한 기술이 아닌 만큼 체계적으로 연구해서 제대로 된 제품이 개발될 필요가 있었다. 이번 준불연EPS 제품개발을 통해 업계 전반의 제품품질이 향상되고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과거 시장질서를 회복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