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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준불연EPS 개발 파급효과 ‘주목’

잇단 건축화재…EPS ‘뭇매’
준불연EPS, ‘PF독점’ 대안되나
KICT ‘비드코팅’·SH에너지화학 ‘원료코팅’ 기술개발

제로에너지빌딩 구현의 기본은 패시브건축이다. 그중에서도 단열은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다. 2018년 시행돼 ‘패시브건축 의무화’로 평가되는 건축물의 에너지절약 설계기준도 단열성능 강화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건축물의 단열성능을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외단열공법이 주목받았다. 단열재가 슬라브나 설비배관 등과 건물 내에서 간섭해 단열선이 끊어지는 내단열과 달리 건물외벽에 단열재를 붙여 보온병처럼 건물을 감싸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열교차단·기밀확보가 용이하며 결로·곰팡이 등 하자를 줄일 수 있어 건강·쾌적성 향상을 가져온다.


그러나 최근 건축물의 화재사고가 잇따르고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언론을 통해 단열재가 핵심원인인 것처럼 지목됐다. 특히 속칭 ‘드라이비트’라고 불리는 외단열미장마감공법(EIFS: Exterior Insulation Finishing Systems)이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단열재를 중심으로 준불연 건자재사용을 강화하는 법개정이 이어졌다.



강재식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박사는 “준공허가 시 소방점검 미흡, 형식적 감리제도, 소방설비 관리부실에 따른 오작동·미작동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음에도 단열재의 화재안전기준만 강화해 시장이 왜곡됐다”면서도 “이미 제도가 개정됐고 소비자들의 요구가 있는 만큼 체계적 연구를 통해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대응은 해야한다”고 밝혔다.


건축·소방관련 다양한 제도가 현실적으로 정비돼야할 필요는 있지만 현재 단열재가 화재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로에너지빌딩 확산을 위한 단열재업계, 외단열공법시장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당장은 단열재의 내화·난연성능의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EPS, 화재이슈 ‘직격탄’
단열재의 난연성 관련 이슈는 유기단열재, 그중에서도 EPS를 중심으로 불거졌다. 단열재는 크게 유기단열재와 무기단열재로 구분한다. 무기계는 유리, 암석 등이 원료여서 불에 강하다. 그러나 단가가 비싸고 단열성능이 떨어져 건축물에는 폭넓게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유기계는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스티렌을 원료로 하는 석유화학제품이다. 단열성능, 시공성, 단가에서 경쟁력이 있어 건축물에 폭넓게 활용돼 왔다. 다만 문제는 난연성 확보가 어렵고 불에 타면 유독가스를 내뿜는다는 것이다.


건축물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순식간에 불길이 치솟거나 연기로 질식·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자 이와 같은 성질에 따라 유기단열재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강재식 KICT 박사는 “내단열구조에서는 불연재인 석고보드 안에 묻혀 있는 단열재보다 화재에 먼저 노출되는 가전제품, 가구, 의류 등이 모두 석유화학제품이어서 유독가스 발생에 더욱 치명적”이라며 “외단열구조였던 의정부아파트의 화재사고는 시공이 잘못됐기 때문에 피해를 키운 것”이라고 반박했다.


단열재의 화재안전 기준강화는 2015년 발생한 의정부아파트 화재사고 이후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오는 11월부터는 3층 이상 건축물의 외단열재로 난연등급 이상을 활용해야 하며 필로티나 병원 등 피난약자 시설은 준불연 이상의 외장재를 사용해야 한다.


기존 대부분의 외단열재로 사용되던 EPS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EPS는 값이 싸고 단열성도 우수한 편이어서 국내 단열재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화재이슈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급격히 시장규모가 축소되자 업계에서는 시장의 존폐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단계라는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사실상 ‘PF독점’…성능논란 ‘파장’
준불연외단열재의 사용이 의무화되면서 최근 시장은 페놀폼(PF)이 독점적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페놀폼은 페놀수지 발포를 통해 단열재보드를 생산하고 한쪽 면에 알루미늄시트를 붙인 제품이다.


최정만 한국패시브건축협회 회장은 “현재 시험기관으로부터 준불연 인증을 받은 제품은 페놀폼과 저방사 박막복합단열재뿐”이라며 “저방사단열재는 성능에 대한 논란이 있어 사실상 페놀폼밖에 대안이 없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받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페놀폼은 많은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페놀폼은 흡수율이 매우 높다. 단열재가 물을 머금으면 단열성능이 급격히 저하된다. 외단열재로 사용할 경우 물과의 접촉을 피할 수 없는 만큼 표시성능을 그대로 발휘할 수 있는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지난 4월 대한건축학회에서 발표한 ‘페놀폼 단열재의 물성 특성 및 성능평가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유해화학물질 배출, 준불연 성능에서 기준치를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수의 시험결과 아토피·천식·암을 유발할 수 있는 화학물질인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이 국토교통부 고시기준인 0.015mg/㎡h를 적게는 1.5배에서 많게는 9배까지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준불연 성능역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건축물 마감재료의 난연성능 및 화재확산 방지구조’의 준불연 기준은 콘칼로리미터법 가열시험 개시 후 10분간 총방출열량이 8MJ/㎡ 이하여야 하며 최대열방출률은 연속 1초 이상 200kW/㎡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가열 후 시험체를 관통하는 유해한 균열·구멍·용융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4개 시료로 각각 3차례 실시한 실험에서 2개 시료가 총방출열량 8MJ/㎡를 1.7~2.2배 초과했다.


KICT가 지난 6월 발표한 ‘제로에너지빌딩 구현을 위한 발포 플라스틱 폼 단열재의 난연성에 관한 실험 연구’에서도 PF의 방출열량이 약 12MJ/㎡를 기록해 난연재료에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페놀폼은 90% 이상 외단열재로 이용돼 건물 밖에 위치하며 내단열로 이용돼도 석고보드·벽지로 마감하는 만큼 유해화학물질 위험이 적다”라며 “준불연시험도 페놀폼 구성품인 알루미늄시트를 제거하고 수행한 것이어서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KICT·SH에너지화학, 준불연EPS 개발
준불연단열재 의무화 기준은 강화되고 있지만 현재 활용할 수 있는 준불연 단열재에 대한 의구심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설기술분야 국책연구기관인 KICT와 국내 EPS원료시장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중견기업 SH에너지화학이 최근 준불연 EPS를 각각 개발해 경쟁적으로 출시를 계획하면서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단열재의 화재 이슈가 본격화된 2015년 이후부터 EPS업계에서 준불연 단열재를 개발했다는 중소기업이 다수 등장했지만 불량률이 높아 신뢰를 잃으면서 오히려 시장축소를 가속화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이에 따라 공공성과 공신력이 있는 KICT나 중소기업업종인 EPS단열재시장에서 비교적 규모를 갖춘 기업인 SH에너지화학에서 출시하는 준불연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KICT는 일반 원료를 발포시킨 발포립(비드)에 준불연코팅한 뒤 성형한 제품이다. SH에너지화학은 EPS원료에 준불연코팅한 뒤 발포·성형 시에도 이를 유지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했다.


최정만 패시브협회 회장은 “준불연 EPS기술은 세계적으로 드문 만큼 이번 기술개발은 글로벌 기술을 보유하게 된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라며 “국내시장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유기계를 많이 쓰는 해외시장 진출도 노려볼 수 있어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