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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와 진실] 지열냉난방시스템분야

포항지진 유발 지열발전
지열냉난방과 동일시스템 착각
지하수 오염·싱크홀 원인 등 대표적 오해 사례

기후변화가 나날이 심해지면서 화석연료 사용을 지양하고 제로에너지빌딩(ZEB) 의무화, 서울시 환경영향평가 등 신재생에너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등이 강화되면서 신재생에너지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중 지열은 ‘지하를 구성하는 토양, 암반, 그리고 지하수가 가지고 있는 열’을 말한다. 이 열을 활용하는 ‘지열냉난방시스템’은 우리나라의 기후환경에 적합한 시스템으로 평가받아 안정성과 효율성이 높다.

하지만 일반적인 소비자들에게는 ‘지열냉난방시스템’에 대해 ‘지열발전’으로 오해를 하거나 잘못된 정보로 시스템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또한 타열원대비 효율이 떨어진다거나 지하수를 오염시킨다는 등 다양한 오해가 존재하고 있는 만큼 이번 ‘오해와 진실’에서는 지열냉난방시스템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를 바로잡고자 한다.

지진 유발하는 지열냉난방시스템?
2017년 11월15일 경상북도 포항시에서 발생한 지진의 규모는 Mw(모멘트 규모(Moment magnitude scale)는 지진이 발생할 때 방출되는 에너지의 크기를 측정하기 위한 단위) 5.4로 2016년 경주지진에 이어 1978년 본격적인 지진관측 이래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지진이었지만 피해는 역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진으로 기록돼 있다.
포항지진의 원인을 조사해온 정부조사단은 2019년 3월20일 포항지진이 인근 지열발 전소의 실증연구에 따른 ‘촉발지진’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아래는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에 관한 정부조사연구단의 보고서의 일부 내용이다.

지열발전 실증연구 수행중 지열정 굴착과 두 지열정(PX-1, PX-2)을 이용한 수리자극이 시행됐으며 굴착 시 발생한 이수 누출과 PX-2를 통해 높은 압력으로 주입한 물에 의해 확산된 공극압이 포항지진 단층면 상에 남서방향으로 깊어지는 심도의 미소지진들을 순차적으로 유발시켰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결과적으로 그 영향이 본진의 진원 위치에 도달되고 누적돼 거의 임계응력상태에 있었던 단층에서 포항지진이 촉발됐다.

해당 보고서의 결론을 통해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에 의해 촉발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오해가 발생한다. 소비자는 일반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열원으로 건물에 적용되는 ‘지열냉난방시스템’과 포항에 설치됐던 ‘지열발전’이 동일한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국내 지열이용방식의 대부분은 천부지열을 이용하는 ‘지열냉난방시스템’으로 지표로부터 약 200m 깊이로 천공 후 삽입한 지중열교환기를 통해 물을 순환시켜 지중열과 열교환을 하는 방식이다. 연중 일정하게 유지되는 지중온도(15℃±3℃)를 이용해 히트펌프의 냉동사이클을 구성해 냉방, 난방 및 급탕에 적용되는 친환경적인 시스템이다.

국내에서는 업무용빌딩, 도서관, 주거시설 등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롯데월드타워다. 용량 3,000RT 지열냉난방시스템이 설치돼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지열프로젝트로 정평이 나 있다.

반면 포항지진을 유발한 ‘지열발전’은 이와 달리 지표로부터 약 4~5km 깊이까지 땅에 구멍을 뚫어 물을 주입해 땅속에서 가열된 증기를 끌어올린 뒤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지열냉난방시스템과 지열발전 원리, 이용온도, 굴착 깊이 등 전혀 다른 방식이다. 지열냉난방시스템은 국내에서 20년 이상 검증된 기술이며 이로 인한 지진유발 사례는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바가 없다.

하지만 여전히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라는 속담이 정부 에너지R&D정책에 적용되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최근 공고한 2020년 상반기 에너지기술개발사업 신규지원 대상과제 공모를 공고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핵심기술개발분야를 살펴보면 지열에너지분야는 제외돼 있다.

이에 대한 업계 한 관계자는 에너지기술평가원에 문의한 결과 “2017년 11월 포항지역에서 발생한 지진과 해당지역 지열발전사업의 연관성이 있다는 결론에 따라2020년에는 지열분야 기술개발사업의 예산 배정이 제외됐다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진발생 사고와 연관성이 없는 건축물의 냉난방을 위한 지열시스템 기술이 지열발전사업과 같은 위험성이 있는 기술로 인식되는 오해는 하루빨리 해소돼야 할 문제”라며 “건축물의 에너지소비효율이 높은 지열냉난방시스템의 연구개발과 기술발전을 위해 정부의 지속적인 기술개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열, 지하수오염·싱크홀 원인?
지열공법 중 밀폐형을 기준으로 지열냉난방시스템이 설치된 현장에 지하수 수위, 수온, 전기전도도 및 화학조성 등을 평가한 논문의 결론을 보면 지하수의 수질은 지열냉난방시스템의 영향을 거의 받지않고 다른 외부환경에 노출됐을 때 오염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지하수위도 자연변화량 이외에 영향을 주지 않았으며 지하수 수온은 시스템가동에 따라 변화가 있으며 경우에 따라 장기적으로 열이 축적되거나 온도가 낮아지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열이 지하수를 오염시킨다는 오해는 성립할 수 없다.

또 다른 오해 중 하나는 지열 천공을 건물하부에 다수 적용하면 건물하중지지에 문제가 생기고 싱크홀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지열냉난방시스템의 경우 깊이 200m 이내의 천공을 보통 6m 간격으로 다수 진행한다.

하지만 시스템시공 시 천공간 일정한 거리를 확보하고 구조적 안정성을 검토 후 시스템을 설치하기 때문에 건물하중지지와는 관련성이 떨어지는 오해다.

또한 지열 천공 전 건물의 구조적 안정성을 모두 검토한 후 시스템을 설치하기 때문에 주변 지반 침하 및 싱크홀과는 관련성이 떨어지며 현재까지 지열냉난방시스템으로 지반 침하 또는 싱크홀이 발생한 사례는 보고된 바가 없다.


지열, 공기열대비 성능 떨어지고 전기먹는 하마다?
지열히트펌프와 공기열히트펌프의 히트펌프 성능은 거의 비슷하며 열원에 따른 성능차이가 있다. 지열의 경우 열원을 지중의 온도로 쓰며 온도변화가 적고 열원 회복속도가 좋아 시스템을 돌리지 않으면 온도가 바로 회복된다.

하지만 공기열의 경우 외기를 열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15℃ 이하의 극한 조건으로 외기온도가 떨어지면 제상운전에 의한 성능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정설이다. 이에 따라 지열이 공기열보다 성능이 나쁘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문제다.

지열은 과연 전기먹는 하마인가도 대표적인 오해 중 하나다. 지열냉난방시스템은 히트펌프와 순환펌프를 통해 시스템을 가동하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전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건물 냉난방을 모두 지열시스템으로 공급할 경우 기존에 사용하는 타열원과 비교했을 때 기름이나 가스로 쓰이는 비용이 전기로 대체, 전기소비량이 증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연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비용측면에서 확인하면 비교적 저렴한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로 사용하는 전기는 일반전기와는 다르게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반면 기본요금이 일반전기요금보다 다소 높기 때문에 사용방법에 따라 전기요금이 달라질 수는 있다. 결론적으로 냉난방 공급량이 많은 건물에 지열냉난방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뚜렷한 비용절감효과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