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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곽종원 KICT 기획조정본부장

“항바이러스 공조필터 개발”
TiO₂·UV 광촉매 활용…다양한 기기적용 가능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원장 한승헌)은 최근 신종바이러스융합연구단에 참여해 감염원의 공기 중 확산을 저지하는 기능을 갖춘 ‘광촉매 항균·항바이러스 공조장치’를 개발했다.

지난 3월3일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경북지역 주민을 돕기 위해 임직원 성금모금을 통해 마련한 5,000여만원으로 항균·항바이러스 특수공기청정기(이하 특수공청기) 25대를 기부하기도 했다.

이번 개발사업을 총괄관리한 곽종원 KICT 기획조정본부장을 만나 특수공청기 개발과정과 기술에 대해 들었다.

■ 개발배경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최근 사회문제가 특정분야만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워짐에 따라 관리·감독하고 있는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전문성을 융복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취지로 다양한 프로젝트 중 하나인 감염병 해결솔루션이 한국화학연구원의 주도로 진행 중이다. 감염병은 보건, 건설, 화학, 예측 등 분야에서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밖에 없는 분야다. 2015년 국내에 확산한 메르스 이후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연구의 필요성이 증가하면서 △진단 △백신 △치료 △확산방지 등 4개 키워드로 과제가 구성됐다.

KICT는 확산방지부문에서 구현본 부연구위원의 책임하에 ‘감염병 확산방지를 위한 스마트 건설자재 및 터널개발’을 수행했다. 건설분야에서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병원공조시스템, 자재 등에 항균·항바이러스 기능을 갖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했고 이번에 특수공청기를 개발했다.

■ 광촉매기술이 적용됐는데
KICT는 이번 제품개발에 앞서 광촉매를 활용해 미세먼지 전구물질인 NOx, SOx를 제거하는 건설자재를 개발하고 있었다. 이산화티타늄(TiO₂) 광촉매는 광활성화 시 수산화이온(OH⁻)을 방출해 세포벽이나 단백질 구조를 파괴한다.

광활성화에는 UV를 활용한다. 자외선은 파장에 따라 A(320~380nm), B(280~320nm), C(100~280nm)로 나뉜다. 최근에는 UV램프기술이 상당히 발전해 파장대를 조절할 수 있으며 수중이나 기기 내부를 비롯해 시간과 공간에 제약없이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같은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광촉매를 필터화해 공조시스템에 적용한 것이다. 순수 광촉매 분체로 필터화시키는 기술을 개발하고 실증을 진행했다.

현재 공기청정기는 항균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는 인증체계가 있지만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없기 때문에 실험이 가능한 국내 4곳, 해외 2곳의 시험기관에서 성능을 검증했다. 시험대상을 UV에 의해 활성화된 광촉매에 노출시킨 결과 △대장균 △살모넬라균 △로타바이러스 △노로바이러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휴먼코로나 바이러스 △박테리오파지 등 세균·바이러스가 99~99.99% 제거·불활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 특수공청기의 특장점은
특수공청기의 항균·항바이러스 공조필터모듈은 UVA를 이용해 TiO₂ 광촉매를 활성화시킨다. 볼타입의 광촉매에 촘촘한 UV램프가 자외선을 조사하며 광촉매의 수명은 영구적이고 UV램프는 2만시간 사용할 수 있다. 매일 8시간 사용한다면 6.8년간 교체없이 사용할 수 있어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항균·항바이러스 제품들은 활성탄필터, 헤파필터 등을 통해 바이러스를 거르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물리적 방식은 바이러스를 걸러낼 수는 있으나 장시간 사용하면 성능이 저하될 수 있고 필터에 걸러진 바이러스가 사멸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필터에서 증식해 외부로 방출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번 특수공청기는 공기가 공조필터모듈을 통과하면서 접촉한 바이러스·세균을 사멸·불활화시키기 때문에 이와 같은 단점을 개선했다.


■ 대구·경북 선별진료소에 제품을 기증했는데
대구·경북지역에 코로나19 감염병이 확산하기 직전 상용화실증을 위해 50여개의 필터를 제작해두고 있었다. 실험실에서는 항균·항바이러스 성능을 검증했지만 실제 사용환경에서 부유세균에 대해서도 같은 성능을 발휘하는지 검증을 위해서였다.

마침 KICT에서도 임직원을 대상으로 성금을 모금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비용에 일부 금액을 보태 하반기로 계획했던 현장실험평가를 앞당겨 시행하는 차원에서 기부를 결정했다. 이번 특수공청기 제작·생산에 참여한 이지렌탈(대표 박관병)도 조달청 단가의 절반 이하로 공급하며 도움을 줬다.

■ 필터를 타 기기에도 적용할 수 있나
업체들과의 협의에 따라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 개발된 제품은 용량별로 3가지 모델이 있으며 가장 작은 모델에는 필터모듈 1개가 적용되며 크기에 따라 2~4개로 추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개인용·가정용 공기청정기는 물론 규모가 있는 병원, 다중이용시설 등에 활용되는 공조기,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다만 필터가 추가되는 만큼 정압이 높아지게 되므로 풍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팬을 더 가동해야할 수 있기 때문에 기기의 정압이나 공간풍량 설계에 대한 여유분을 확인해야 한다.

■ 향후 계획은
KICT는 광촉매를 활용한 다양한 연구를 계획하고 있으며 향후 수 년 내 건설·인프라분야에서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먼저 항바이러스 공조필터모듈을 병원, 다중이용시설뿐만 아니라 대중교통 등 차량에도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차량용 미세먼지 저감장치 연구가 진행되는 것이 있어 6개월 이내에는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에 개발된 필터와 함께 차량용 자재, 코팅재, 도장재에도 광촉매를 적용하면 공기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일반차량은 형식승인 절차 등을 거쳐야 하고 비용도 추가로 소요될 수 있어 시간이 필요하지만 대중교통에는 빠르게 적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또한 부족한 병상 확충을 쉽게 하고 진료소, 입원실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야외 음압독립병동 급속전환시설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모듈러 주택기술, 음압기술, 실내공기질기술과 항바이러스 광촉매 필터기술을 접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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