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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인터뷰] 김도엽 KPX케미칼 상무

심재준불연 원료 특허출원…건축정책 단계적 강화 바람직
단열재업계, 영세기업 ‘다수’…품질·성능 기술가이드 필수

KPX케미칼(각자대표 양준영·김문영·최재호)은 1974년 국내 최초로 폴리우레탄의 주원료인 PPG(폴리프로필글리콘) 판매영업을 개시해 48년차를 맡은 코스피 상장사다.

현재 아시아 최대의 폴리에테르 폴리올 단일플랜트를 갖추고 국내 우레탄산업에 소요되는 일반 베이스 폴리올뿐만 아니라 특수제품인 폴리머 폴리올, PU시스템 등 세계적 수준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공급하고 있다.

자동차 내·외장재, LNG보냉재, 방수바닥재, 매트리스 등 산업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사용되는 폴리우레탄은 높은 단열성을 갖춰 건물에너지성능 강화정책에 따라 건축부문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최근 단열재산업을 대상으로 난연성능 기준강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김도엽 KPX케미칼 상무를 만나 이러한 정책흐름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 개정건축법이 곧 시행되는데
최근 잇단 단열재 난연성능기준 강화의 배경에는 대형 화재사고가 있다. 과거 다수의 건축물화재사고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이를 방지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자 정부가 정책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러 조사결과 근본적인 발화원인이 안전규정 미준수, 관리감독 부실 등이었음에도 단열을 주목적으로 하는 건축자재인 단열재에 책임을 물어 강력하게 규제하는 것이 유감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PX케미칼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다는 명분에는 공감하므로 지난해부터 자체적인 연구개발과 검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 6월 고객사 생산라인에서 우레탄 심재 단독으로 준불연성능을 확보해 국내공인기관 시험성적서를 획득했다. 이는 제품의 실제 양산성능을 확인했다는 의미다.


■ 우려사항이 있다면
문제는 원료사인 KPX케미칼이 성능을 확보했더라도 이를 현장에서 쓸 수 있을 정도로 양산성과 난연성능의 재연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역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품질인정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샌드위치패널 등 복합자재를 대상으로 연말부터 실시되며 내년에는 단열재에도 적용될 방침이다.

품질인정제는 제조, 유통, 성능평가 공정성 등 크게 3가지 틀에서 품질을 관리하게 된다. 즉 원료사가 개발에 성공했어도 실제 단열재 제조기업이 적합하게 생산해낼 수 없다면 문제가 된다. 이에 더해 기준에 적합한 성능으로 생산해 내더라도 공정변경에 따라 생산성 차질, 불균질한 외관 등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다.

또한 난연성 향상에 따라 단열성 하락이 불가피한 만큼 충분한 준불연 단열성능을 갖췄더라도 고유기능인 단열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도전이다.

KPX케미칼이 개발한 제품은 난연성 향상에도 불구하고 기존 단열성능을 유지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난연성능에 대해서 도 충분한 재연성을 확보한 상태다.

■ 개발한 심재준불연 원료는
현재 특허출원 중이어서 자세한 설명은 곤란하다. 콘셉트는 기존 고유기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개정 건축법을 만족하는 것이다. 지난해 개발에 착수해 지난 7월 특허출원했다.

원료사 입장에서는 가능한 한 빨리 출시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으나 단가인상이나 고객사 설비보완 등 시장·산업지형이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KPX케미칼은 기존 고객사들이 문제없이 강화된 규제를 잘 대응할 수 있도록 TF를 구성, 지원하고 있다. TF를 통해 생산설비 및 공정에 대한 기술적 가이드를 제공할 것이며 토탈솔루션기업이라는 이름에 걸맞도록 최종 완제품을 만들 때까지 필요한 역량을 제공하고자 한다.

■ 영세기업이 많아 역량이 제한되는데
이는 실제로 고객사들이 겪는 문제다. 48년간 사업해오며 국내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해 많은 고객사들을 상대하는 만큼 그들의 문제를 직접 느끼고 있다.

먼저 단열재 제조기업이 중소기업이어서 생산설비 투자를 충분히 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KPX와 같은 원료기업이 개발한 품질을 구현해 생산하려면 기존 설비로는 어렵고 충분한 설비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수십억원대의 투자를 하기도 어렵고 투자하더라도 이를 회수할 때까지 버티기가 불가능한 기업이 대다수다. 또한 투자비를 회수할 정도로 단가가 인상되기도 어려운 시장구조다. 그만큼 단가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원가는 설비투자, 품질관리, 성능향상 등에 따라 기존대비 30~40% 인상될 것으로 추정된다. 설령 이를 반영해 단가인상이 이뤄지더라도 이는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어서 업계가 원하는 바도 아니다.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오거나 타 단열재대비 가격경쟁력을 잃어 외면받는 등 상황이 우려된다.

또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점도 문제다. 이번 건축법에는 성능평가도 강화돼 실대형화재시험을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시험가능한 기관이 한정적인데 비해 신청하는 곳이 많아 평가가 지연되고 있다. 기준을 만족하는 단열재를 생산하는 기업도 적지만 이들 역시 새로운 제도에서 요구하는 성적서, 인정서 등을 확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오는 12월23일 이후 인허가하는 현장은 물론 법 시행이전 인허가를 받았더라도 납품기일이 시행일 이후라면 개정기준을 요구할 전망이어서 혼란이 예상된다.



■ 충분한 개발시간이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실제로 국내 단열재시장의 성장발판이 마련된 것은 2017년 패시브하우스 수준으로 건축물 단열기준이 강화되면서부터다. 이전까지는 수준미달의 기업이 난립하며 불량제품이 만연했다. 단열기준 강화 이후 건축모니터링 등을 통해 품질관리를 본격적으로 수행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시장이 정화되기도 전에 성능강화가 너무 빠르게 이뤄졌다.

품질인정제도 도입을 통해 단열재 제조기업 뒷단을 관리하겠다는 것은 업계에서도 환영하는 바다. 그러나 앞단의 패널티가 너무 강하다. 단열재산업이 10~20년간 개발을 안했다고 비판하지만 우리나라 기준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법이며 국제적 수준과 비교해 난연성능이 많이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방향이 지속되면 유기단열재가 설 곳을 잃을 우려가 있다. 무기단열재가 화재에 강점이 있듯 유기단열재는 무기단열재가 적용되기 어려운 부분에 활용될 수 있다. 냉동창고의 경우에도 그라스울패널 적용이 어려워 뿜칠시공을 통해 단열과 기밀을 확보해야 하는 부위가 있는 것과 같다.

화재성능을 만족하기 위해 단열성이 부족한 자재를 사용하면 그만큼 건축물 설계 시 용적율 증가에 따른 산업적 손실이 발생하며 에너지 유지비용이 증가하지만 이에 대한 검토도 부족하다.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이후인 지난해 6월 국토부가 발표한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에는 단열재업계의 반성을 포함하고 있다. 화재책임이 있는 모든 분야와 함께 단계를 탄탄하게 밟아 나가면서 수년 내에 안전한 건축현장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당시 취지와 같이 단열재의 특성을 살리면서 현장여건과 산업계 여건을 고려해 화재안전 성능을 강화하는 방안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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