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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시헌 안양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탄소중립·에너지안보 실현
미활용에너지 활용 급선무”
에너지자립률 향상 위한 RHO·RHI 등 시행해야


김시헌 안양대 교수는 하수열, 유출지하수 등 양질의 에너지원임에도 불구하고 신재생에너지로 인정받지 못하는 미활용에너지 보급 활성화에 지속적인 관심과 제도 개선에 앞장서 왔다. 특히 설비공학회 미활용에너지 이용기술 전문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에너지부문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어느 누구보다 미활용에너지 보급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김시헌 교수를 만나봤다. 

■ 미활용에너지 활용기술은 어떤 기술인가?
미활용에너지 활용기술은 인간이 생활을 영위하거나 산업체의 생산활동을 위해 사용한 에너지 중 경제적 가치, 이용방법 한계 등의 이유로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고 자연계로 최종 배출되는 에너지와 자연에너지 중 신재생에너지이용보급확산 지원에 관한 법률(신재생에너지법)에서 제외된 에너지를 가용에너지로 변환시켜 유효하게 이용하기 위한 기술을 통칭한다. 주로 수열, 공기열, 공정폐열 등을 말한다. 
최근에는 에너지 섹터커플링(Energy Sector Coupling) 등 에너지순환 및 전환에 따른 에너지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섹터커플링은 초반에 난방, 수송 등 최종 사용부문에서의 전력화를 의미했는데 이는 발전부문이 아닌 최종 사용부문에서의 재생에너지이용 비중을 확대하고 전력 공급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후 섹터커플링의 개념이 점차 확대돼 현재는 에너지공급부문간 결합까지 포함하고 있다. 좋은 예로 풍력이나 태양광발전의 미활용된 저급전력을 이용,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P2G 시스템은 아주 좋은 사례다.

■ 미활용열에너지기술이 핵심기술에 선정된 배경은
한국은 광물자원이나 에너지자원이 다른 국가에 비해 빈약해 국가 에너지의 대부분인 93%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및 식량 등 공급망 단절로 인해 전 세계 여러 나라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올해 더 심화할 것이다. 한국도 수입에 의존하는 가스값이 전년에 비해 2배 이상 급등하고 모든 물가의 급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때 미활용에너지이용에 따른 실증시설과 연구개발을 늘려 에너지절약과 비용을 절감하는 미활용에너지 이용기술이 탄소중립 구현의 핵심기술로 선정된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 현재 국내 기술수준을 평가한다면
여러 분야에 따라 기술수준은 격차가 있지만 수열에너지 이용기술은 이미 성숙된 기술로, 전 세계 일류기술과 비교해도 격차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유사기술인 지열에서 많은 기술과 사례를 습득했기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계간축열 등 축열기술 개발여지가 많이 남아 있어 시급한 R&D가 필요하다. 섹터커플링에 필요한 기술들은 상용화한 기술도 있으나 연구개발이 매우 필요하고 막대한 에너지인 우주 복사냉방기술은 아직 시작도 못한 상태다. 

■ 미활용에너지 활용기술 보급에 따른 기대효과는 
미활용에너지 활용은 가장 가까이 있는 가장 경제적인 에너지이용으로 국민의 에너지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화석연료 수입을 억제해 한국의 국제수지를 개선할 수 있다. 수열에너지 관련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열교환기, 히트펌프, 냉난방시스템, 제어시스템 등 연관 산업 발달로 인해 기업의 매출 확대로 국민 총생산이 증가한다. 화석연료 사용을 억제해 국민건강에 기여하며 화석연료 사용을 수열에너지 기준으로 30% 이상 감축해 온실가스 저감에 의한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다. 




■ 기술수준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아쉽게도 유럽이나 일본은 40여년 전에 상용화한 기술을 우리는 연구개발단계에 머물러있어 안타까운 일이다. 빨리 전 세계 관련 기술을 분석해 필요한 기술을 정리하고 기술의 우선순위를 정해 바로 기술 이전으로 해결할 것과 단기적 R&D 실증기술, 장기적인 R&D기술 등 3단계로 분리해 실행해야 한다. 어느 특정 부처가 아닌 범부처 사업을 통한 기술개발로 화석연료 절감과 그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탄소중립 등을 분석하고 법·제도 개선 사항도 R&D 세부과제로 실행안을 만들어 동시에 시행돼야 한다. 이렇게 기술이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 전방위적인 노력이 있어야 기후지옥을 탈피하는 데 한국이 세계를 선도해 나갈 수 있다. 




■ 보급 활성화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는
가진 것도 없는데 그나마 있는 것도 안 쓰고 못 쓰게 하는 법·제도 규제는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이것은 새로운 법·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검토됐던 부분을 실행하면 된다. 
선진국의 많은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RHO(Renewable Heat Obligation: 정부가 지정한 보급목표에 따라 일정량의 신재생에너지에 의한 열생산량을 집단에너지사업자인 열공급업체에 의무화하는 제도)와 RHI(Renewable Heat Incentive: 민간이 생산한 일정 규모 이상 열에너지를 대상으로 정부가 열에너지 생산량에 대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제도)를 즉시 시행해야 한다. 에너지자원이 빈약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에너지비용이 증가하고 에너지자립률이 바닥이라 국민 생활의 안전과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2010년부터 수열에너지 관련 법안이 셀 수 없는 많은 기관과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상정했는데도 논의조차 되지 않고 폐기됐었다. 국민들에게 과중한 에너지부담을 요구하는 무책임한 법·제도는 탄소중립이 아니더라도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 우리나라의 핵심경쟁력은
우리는 많은 미활용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삼면이 바다로 막대한 양의 해수 수자원을 이용해 발전소의 터빈 냉각에 이용하고 있으며 계절에 관계없이 냉난방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하천 현황을 살펴보면 독일의 라인강은 강폭이 400여m, 프랑스의 세느강도 200m 남짓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한강은 폭이 2㎞가 넘는다. 도시는 강과 바다를 중심으로 형성돼 사람이 살고 있으며 그에 따른 에너지가 사용되고 있다. 가장 가까운 에너지를 우선 사용한다면 에너지 이송 및 전환에 다른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삼면이 바다이며 국토에 비해 넓은 강과 유역 면적을 가진 우리나라는 천혜의 자원인 물을 이용한 에너지를 활용해야 한다. 물의 열, 즉 수열에너지가 K-에너지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 유출지하수를 냉난방용으로 활용해 온실가스를 감축시켜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지하수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미활용에너지 활용에 대해 정부는 환경부나 국토교통부, 광역지자체인 서울시 등은 많은 관심과 노력으로 좋은 정책과 실행안을 발표하고 관련 R&D를 기획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에너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미활용에너지이용에는 지극히 소극적이다. 한국이 다른 나라들처럼 에너지부가 있는 다른 나라였다면 미활용에너지라는 용어조차 생소한 나라였을 것이다. 에너지트릴레마지수((Energy Trilemma Index)는 에너지안보, 에너지균형, 환경적 지속가능성은 서로 상충돼 셋 중 어떤 것을 택해도 다른 문제에 빠지게 되는 에너지 삼중고를 지수로 나타낸 것이다. 국가는 에너지정책을 결정할 때 세 가지 분야를 고려해 전체적으로 향상시켜야 하는데 한국의 에너지트릴레마지수는 전 세계에서 2016년 44위, 2017년 39위, 2018년 35위, 2019년 37위. 2020년 31위, 2021년 32위에 머물러 있다. 한국의 경제적인 위상이나 무역 규모 등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미활용에너지 활용은 그 자체가 화석연료 절감이며 온실가스를 감축해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에너지수입량을 절감해 에너지안보를 굳건히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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