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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상학 에너지기술평가원 스마트수요관리PD

“스마트연계제어, 건물E관리 최적화
국가 E정책방향 설정 핵심역할 기대”
전체 건물대상 실증 확보·히트펌프 기술력 확보 관건


이상학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스마트수요관리PD는 건물부문의 수요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데이터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양질의 데이터를 구축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술개발 과제를 기획하고 지원해 왔다. 이상학 PD를 만나 스마트연계 제어기술의 개념과 탄소중립 핵심기술 선정 배경에 대해 들었다. 

■ 건물에너지 스마트연계제어기술은 어떤 기술인가
건물의 에너지효율에 대한 최종 목표는 제로에너지건축물(ZEB)이라고 볼 수 있다. ZEB인증기준의 핵심은 에너지효율등급 1++ 이상, 에너지자립률 최소 20% 이상이다. 에너지자립률 20%가 ZEB 5등급이며 100% 이상이면 1등급이다. 건물에너지효율관리를 위한 제어기술은 건물자동제어(BAS: Building Automation System)로부터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으로 발전해 △냉방 △난방 △급탕 △조명 △환기 등 5대 핵심설비 위주의 자동제어기술을 고도화해 왔다. 

건물에너지 스마트연계제어기술은 빅데이터․AI기술을 건물에너지관리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거주자의 쾌적함을 보장하면서 에너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건물이 고효율로 설계되고 설비들이 구축돼도 사용단계에서 어떻게 운영되느냐가 사용량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가장 중요한 정보는 거주자의 재실여부와 주거환경에 대한 개인의 선호도다. 

지금까지의 에너지관리는 일정 기준을 가지고 냉난방온도 및 조도제어 등이 이뤄져 왔으나 미래에는 이 기준 외 개인화된 맞춤형제어를 해야한다. 이를 위해 상황인지를 할 수 있는 다양한 센서와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스마트기기의 정보수집이 필요하고 거주자의 생활습관에 맞춘 제어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에너지자립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건물 내 에너지생산설비와 저장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인근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구매하거나 판매할 수 있는 기능도 구축해야 한다. 

스마트연계제어는 이처럼 점점 복잡성이 높아지는 건물에너지관리에 대해 관리자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자동화할 수 있는 기술이다. 건물 유형에 따라 데이터를 구축하고 에너지프로파일을 만들어 보급 확산할 수 있어 건물부문의 탄소중립 이행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 현재 국내 기술 수준을 평가한다면
안타깝게도 스마트연계제어기술은 지멘스, GE, 슈나이더, 존슨컨트롤스 등 전통적인 자동제어 선도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계시별 요금제나 미래 실시간 요금제를 준비하는 수요유연화(demand flexibility)를 서비스하는 스타트업들이 나오고 있다. LogicalBuildings, Qcoefficient, Meteoviva, Community Energy Labs 등이 이 분야에 속하는 기업들이다. 자율주행과 전기차 연구가 시작되면서 자동차가 기계산업으로부터 ICT산업으로 무게 중심이 넘어간 것과 같이 건물 역시 에너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율운전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ICT 위주의 신기술 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연계제어기술에 관한 기술 수준을 매년 공식 조사하고 있지는 않지만 관련 기술에 대한 기획과정에서 파악한 바로는 우리나라는 선도국과 2년 정도의 기술격차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건물의 자동제어가 발전하면서 쌓은 수십년간의 운영경험은 디지털시대에도 주요한 자산이다.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매우 높은 나라로 건물이나 주택은 점점 고층화되고 제어에 대한 복잡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초고효율의 건물 구현을 위해서는 ICT에 대한 경쟁력을 지닌 우리나라가 기술경쟁력을 제고하고 세계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기대효과는 
우리나라는 전 세계 유일하게 ZEB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는 신축 공공건물만 의무화지만 점진적으로 민간건물로 확대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또한 대상 건물의 면적도 점진적으로 작은 규모로 확장하기 때문에 신축건물의 제로에너지화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노후화돼 효율이 떨어지고 그린리모델링이 필요한 기축 건물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데 건물의 패시브요소에 대한 리모델링과 동시에 스마트연계제어기술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다. 

특히 중소형 건물의 경우 시설관리 담당자를 두기 어려운 실정인데 스마트연계제어기술은 인력을 대체해 커버할 수 있다. 단순 에너지사용량을 낮추는 것뿐만 아니라 에너지효율에 대한 베이스라인을 도출하고 에너지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조건을 고려해 얼마나 효율적인지 판단할 수 있다. 이런 환경이 갖춰진 후에는 고효율 설비의 교체나 다양한 수요관리 프로그램 효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이는 나아가 에너지공급부문을 포함한 국가 에너지정책방향을 설정하는 데 핵심역할을 할 수 있다. 

■ 기술개발 시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스마트연계제어기술은 사용단계의 효율관리이기 때문에 실환경에서의 대규모 실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건물부문 R&D에서 어려운 점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실증이 어렵다는 것이다. 단순히 하나의 제품이나 설비에 대한 개발은 실험실에서의 검증과 시험기관에서의 성능평가를 수행하고 현장에 적용하면 되지만 제어기술은 현장에 따라 변수가 많고 거주자가 업무나 일상생활을 하는 환경에서 자칫 오류가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에 꺼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미국의 LBNL과 같은 연구소도 자체 연구원 건물을 활용하거나 아예 실증목적의 건물을 짓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국토부에서 제로에너지주택단지나 부산의 에코델타시티 스마트빌리지와 같이 입주자를 모집해서 수년간 실증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업무용 건물에서는 이같은 실증이 어렵기 때문에 주로 공공건물을 대상으로 하기도 한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또 언급되는데 자율주행 기술개발을 위해 지역별로 자율주행 실증도로가 있어 주행실증과 트랙레코드를 쌓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건물의 스마트연계제어기술도 이러한 전체 건물을 대상으로 한 실증을 쌓아야 하는 시점이 됐으며 이를 통해 국내기술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 보급활성화 방안은   
우선 ZEB인증에 대한 인센티브를 더 높일 필요가 있으며 현재 주로 5등급을 받는 추세인데 점진적으로 등급을 상향시킬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는 동일한 용도의 건물간 효율을 비교 평가할 수 있는 국가 건물에너지효율 플랫폼 구축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탄소세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ZEB의 탄소배출량 감축에 기여하는 부분을 정량적으로 수집해 이에 대해 객관적인 보상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효율에 대한 비교, 투자에 대한 보상, 운영단계의 비용효율화가 이뤄진다면 건물을 신축할 때부터 고효율설계가 이뤄질 것이다. 

■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무엇보다 스마트연계제어기술은 ICT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기업과 인력이 우수하다. 에너지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는 중소·중견기업들의 기술력도 우수하다. BEMS의 KS표준도 완성돼 데이터의 상호운용성이 가능하게 됐다. 이제 건물의 운영시스템도 빅데이터시스템 중 하나로 인식하면 될 것 같다. 다만 건물에너지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이 냉난방에너지다. 이와 관련 핵심설비에 대한 세계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특히 건물의 냉난방에서 히트펌프의 중요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스마트연계제어기술과 맞물려 건물용 히트펌프에 대한 기술경쟁력 확보가 매우 중요한 전략 중 하나다. 

또 다른 강점은 건축기술이 우수하다. 설계, 시공 등에서 우수하고 관련된 건축물데이터 또한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스마트연계제어기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센서나 스마트기기의 데이터뿐만 아니라 건축물 자체의 데이터 확보와 모델링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이같은 융합기술에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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