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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장서 보는 지열개발 애로와 개선방안

지열, 감독이 신경쓴 만큼 효율 오르는 에너지원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급촉진을 위한 정책에 힘입어 관련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특히 냉난방비용을 절감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지열에너지 활용이 조명되고 있다.


하지만 천공 등 대규모 공사가 수반되는 특성이 있어 도심지에서는 소음, 분진으로 인한 민원이 발생해 시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락시장은 지난 2015년 시설현대화사업 1단계를 완료해 서울 한복판에 천공수 320공, 1,180RT(4,144kW) 규모의 대규모 지열시스템을 적용했다. 가락시장은 공공기관 건물로는 전국 3위, 서울시 1위 지열현장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번 현장은 한일엠이씨가 설계하고 신성엔지니어링이 시공했다.


지열, 에너지효율 ‘우수’
2010년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 1단계 설계 당시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상 총 예상 에너지사용량의 5% 이상을 신재생에너지설비로 의무 도입해야 했다.


가락시장 1단계사업에 해당되는 4,194kW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감당해야 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신재생에너지원인 태양광은 녹색건축인증을 위한 옥상녹화면적을 제외하고 건물 전체를 태양광 모듈로 덮어도 기준에 한참 모자랐다.


태양열은 날씨와 외기온도, 계절에 따른 영향이 크고 집열량이 많은 여름철에도 급탕을 필요로하는 부분이 적어 효율성이 떨어지는 면이 있었다.


흡수식 온수기의 에너지사용량(1,124.8toe/년)과 지열 히트펌프 사용 시 에너지사용량(454.7toe/년)을 비교한 결과 연간 2억8,351만5,000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결국 사업비와 현장여건, 서울시 건물디자인심의 및 지역주민 민원을 고려해 에너지효율이 가장 높은 지열설비를 도입하게 된 것이다. 지열로 4,144kW를 설치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태양광 50kW를 설치했다.


천공부지 부족, 구경·심도 확대로 해결
지열을 사용하기로 결정했지만 도심지에서 하기 쉬운 공사는 아니었다. 특히 가락시장처럼 지상 주차장이나 녹지 전용공간이 없는 경우에는 천공을 한 후 그 위에 건물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건축공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일반 아파트나 도시외곽의 신축현장에서는 CRITICAL PATH(최단기간에 가장 적은 비용으로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한 절차)와는 상관없는 부지에 천공을 하면 되지만 가락시장의 경우 1단계 공사지역 모두가 주공정과 관련이 있었다. 결국 절대적인 천공부지 부족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모든 공사에서 그렇듯 공사기간을 넘기게 되면 막대한 비용이 지출되기 때문에 업무동 건설을 먼저 시작, 당초 계획했던 자리에 천공공사가 불가해 조정 필요성이 있었다.


공사를 맡은 김주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현대화사업본부 과장은 “전체 천공수를 432공에서 320공으로 줄이고 천공구경과 심도를 Ø32mm×150m에서 Ø40mm×200m로 증가시켰다”라며 “천공은 일반적으로 한쪽에서 쭉 시공을 진행하는데 가락시장 현대화 1단계 현장은 4개 구역으로 나누고 천공기 8대를 투입해 여건만 되면 바로 이동해서 작업을 시작하는 등 전쟁 같은 공사를 치렀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예비심사를 받은 1,140RT보다 1,180RT로 늘어나 본심사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소음민원 피해 동절기 공사 감행
김주원 과장은 “도심지 공사이기 때문에 생긴 또하나의 걸림돌은 소음으로 인한 인근 주거 및 오피스지역의 민원이었다”라며 “특히 천공작업은 소음이 굉장히 큰 문제를 가져오기 때문에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민원을 피하고자 창문을 닫는 겨울철에 공사를 진행했다. 2013년 11월부터 3월 말까지 진행된 천공공사는 또 다른 어려움을 낳았다. 일반적으로 토목공사는 동절기에 잘 하지 않는다. 먼지 비산을 막기 위해 땅을 뚫는 천공기에 물을 넣어야 하는데 하루 작업을 마치고 다음날 보면 구멍과 공사현장 바닥이 얼어있다.


동결심도 이하인 1.5m까지 물을 빼거나 부동액을 넣은 후 다음날엔 환경오염을 피하기 위해 물을 제거했다. 현장바닥에 고인 물은 모두 바로 없애줘야 했다. 작업 후 장비보수 등을 여름철보다 신경을 많이 써야 했다.


공사 후 유지보수 불가 ‘명심’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도입의무비율을 맞추기 위해 현재로서는 지열이 대안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초 시공 이후 매립된 천공, 배관은 유지보수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하고 철저한 공사감독이 필요하다.


특히 천공 깊이를 끝까지 파지 않거나 트렌치배관의 모래포설이 잘못돼 접촉부가 노출·탈락되면 당초 예상했던 용량이 나오지 않아 본인가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만약 건물을 다 올린 후 하자가 발견된다면 검사 자체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사 중에 파이프마다 철저한 테스트를 실시해야 한다. 발주처, CM 등이 이와 관련된 전문지식 습득 및 노하우 공유가 필요하다.


또한 가락시장 같은 대규모 부지는 최초 설계 시 기계실의 위치를 고려해 유지·보수를 줄일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해야야 한다. 천공으로부터 오는 배관길이가 길어지면 펌프동력이 상승해야 하고 운전비 상승을 가져온다.


김주원 과장은 “이번 현장에서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직접 관리해 문제되지는 않았지만 다른 현장은 기계설비가 건축·토목의 하도급을 받기 때문에 감독이 힘을 쓸 수가 없다”라며 “감독이 현장을 컨트롤하지 못하면 품질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에 지열은 감독이 신경을 쓴 만큼 효율이 나오는 에너지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향후 가락시장 현대화사업 2, 3단계에서는 이번에 얻은 경험을 토대로 철저한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락시장 지열시스템이 정식 가동한 시간은 1년가량이다. 김주원 과장은 “1년간 운영할 동안 지열설비가 고장난 사례는 아직 없지만 히트펌프 49.2RT 24대를 운영하기 때문에 혹시 1대가 고장나더라도 나머지 23대를 가동할 수 있어 응급상황 시 대처가 용이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