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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브 의무화’…ZEB 무게중심 ‘설비로’

‘건축물 에너지절약 설계기준’ 공청회
단열기준 강화 및 총량제 대상 확대
방향타 쥔 설비업계…‘수동적’ 지적


내년부터 신축되는 건물은 패시브건축물 수준으로 지어야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는 지난 25일 ‘2017 건축물 에너지절약 설계기준 개정 공청회’를 열고 강화되는 규정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들었다. 지난 13일 입법예고된 이번 행정규칙은 내년 7월1일부로 시행될 예정이다.

 

공청회에서는 전반적으로 강화되는 기준은 시장에서 수용가능한 정도이며 이에 따라 국내 건축물의 성능이 향상되고 환경부하를 줄일 수 있다는 취지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다만 강화된 설계기준이 실제로 시공·운영은 물론 유지·관리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현재 기준도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강화될 경우 문제가 심각해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또한 열교부문을 규제하지 않는 만큼 실제 건축물의 에너지사용을 절감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를 놓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감리제도 개선, 시공디테일 확보 및 지원 등 대안이 나왔지만 정립하기 어려운 부분이어서 향후 과제로 남게 됐다.


특히 이번 개정에 따라 2018년 패시브건축이 의무화되면서 향후 정부는 국가 로드맵인 제로에너지건축물 구현을 위해 기계설비, 신재생에너지설비 등에 집중할 것으로 보여 업계의 참여가 촉구되기도 했다.


개정안, 패시브수준…추가 강화 ‘없다’

이번 개정안은 △주거·비주거 단열기준을 패시브건축물 수준으로 강화 △지역별 건축물 부위별 열관류율 기준지역 세분화 △건축물에너지소비총량제 적용대상 확대 △페놀폼 등 최신 KS단열재 등급기준 반영 △채택률이 낮은 전력저감 IT장비, 자동제어시스템 삭제 △LED 조명 배점기준 개정 등이 주요내용이다.

 

가장 큰 변화는 단열기준의 강화다. 기존에는 가장 강한 열관류율 기준이 0.21W/㎡K였지만 개정안은 이를 0.15W/㎡K로 강화했다. 이는 독일의 패시브하우스연구소(PHI)의 기준에 부합하는 수치다.

 

국토부를 비롯한 공청회 참석자들은 이번 강화된 성능이 패시브건축물 수준에 매우 근접하도록 규정이 강화됐다는 것에 동의했다.

 

패널토론에 참석한 김영주 한국판유리협회 본부장은 “현재 시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삼중유리 등 제품이 기준을 만족한다”라며 “문제는 비용이지 시장의 기술수준은 강화되는 기준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의 관계자는 “기준이 매우 강화되는 만큼 향후에도 급격한 수준의 성능강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기완 대한건축사협회 녹색에너지위원장도 “단열재 두께강화 등 단열성능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린다는 개념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이번 개정으로 일정수준 이상은 확보했다고 본다”라고 평가했다.



단열성능이 강화됨에 따라 일정성능 이상 건축물에 부여되던 인센티브 기준선도 상향됐다. 기존에는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1등급 이상에 에너지성능지표(EPI) 제출을 면제했지만 내년부터는 1+등급 이상이 돼야 한다. 공공건축물의 경우 기존에 없던 EPI제출 면제항목이 1++등급 이상이면 받을 수 있도록 개정됐다.

 

또한 지역별 건축물 부위별 열관류율의 기준이 되는 지역도 세분화됐다. 현재 건축물의 부위별 자재성능 하한선은 ‘중부·남부·제주도’ 등 지역구분에 따라 달리 규제되고 있다.

 

그러나 중부지역의 경우 충남부터 경기 북부까지, 남부지역의 경우 전남부터 강원 해안까지 묶여 있어 기후조건이 다른데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강원내륙, 경기북부 등을 ‘중부1’로, 서울부터 전라북도까지를 ‘중부2’로, 그보다 남쪽을 ‘남부’와 ‘제주도’로 나누는 등 기존 3분할 체계를 4분할로 세분화 했다.

 

이와 함께 최근 KS기준이 나온 단열재 몇 종이 등급분류표에 포함됐다. 이는 페놀폼, 분무식 중밀도 폴리우레탄폼, 폴리에스테르 흡음단열재 등이 성능을 인정받아 제도권으로 편입됐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페놀폼의 경우 국정감사에서 잘못 시공되는 문제에 따라 화재위험성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의 관계자는 “일부 현장에서는 이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밝히고 있어 정확한 상황파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건축물E총량제 대상·기준 확대

건축물 에너지소비 총량제 적용대상도 확대됐다. 현재 건축물 에너지소비 총량제의 적용대상은 3,000㎡ 이상 업무시설과 500㎡ 이상 공공건물이다. 개정안에서는 이를 3,000㎡ 이상의 교육연구시설로 확대했다.

 

또한 건축물 에너지소비 총량의 기준이 되는 1차 에너지소요량 기준도 강화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320kWh/㎡ 기준을 200kWh/㎡로 강화했고 공공건물의 경우에도 260kWh/㎡ 기준을 140kWh/㎡로 강화했다.

 

다만 공청회에서는 업무시설과 교육연구시설의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연구시설 중 학교 등의 건물은 통상 운영시간이 짧고 방학 등에 따라 기간도 짧은 만큼 보정계수를 적용해야 형평성에 맞는다는 것이다.

 

또한 국토부는 대상·기준확대에 따른 충격을 방지하기 위해 총량제와 기존 에너지절약계획서 평가방식 중 신청인이 유리한 평가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했으며 향후 단계적으로 확대해 정책수용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EPI 내 ‘유명무실 항목’ 삭제…LED 장려

이번 개정안에서는 EPI 배점항목에서 ‘창문연계 냉난방설비 자동제어시스템’과 ‘대기전력 차단을 위한 홈게이트웨이’ 등이 삭제됐다. 국토부의 관계자는 “EPI 제도운영 과정에서 시장의 채택률이 낮아 유명무실하기 때문”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설계기준은 BEMS(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를 권장사항으로 담고 있는 만큼 시장이나 업계에서 기존보다 불리해지는 내용은 없다는 분석이다.


반면 LED조명은 EPI에서 기본배점이 높아졌고 추가배점 기준도 강화됐다. 기존에는 고효율에너지기자재 인증 LED제품을 적용하면 기본배점이 4점이었으나 개정안에서는 6점으로 높아져 사용자들에게 유리해진 측면이 있다.

 

이에 비해 LED 관련 추가배점을 얻기 위한 조건은 까다로워졌다. 기존에는 전체 조명설비 중 LED제품이 5~10%면 0.6점을, 30% 이상이면 1점을 받을 수 있었다. 개정안에서는 60~70%면 0.6점을 받을 수 있으며 1점을 받기 위해서는 100% LED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시공디테일·감리제도정비 '과제'

이번 공청회에서는 향후 방향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토론 참여자들은 기준강화는 환영하지만 사후검증, 관리 및 열교평가가 되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강화된 기준에 따른 에너지절감 설계를 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잘못 시공하거나 임의로 자재를 바꾸는 경우 이를 검증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례는 현재 제도에서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관계자의 지적이다.

 

또한 건물 사용승인 이후 10~20년 운영과정에서 열적성능을 확보한 부분이 파손·성능저하 되지 않고 제 기능을 하는지 검증하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이와 함께 설계기준의 지난번 개정 당시 선형열교개념이 반영돼 기대를 모았던 열교기준강화 및 규제는 이번 개정에서 고려되지 않아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다.

 

이에 대해 국토부의 관계자는 “정부는 큰 틀의 제도를 만드는 데 힘을 쏟겠지만 열교와 같이 시공디테일이 필요한 부분까지 규제하는 것은 시장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며 “협회, 학회, 기업 등에서 디테일을 만든다면 이를 장려하고 지원하는 정책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선진국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들이 제기돼 협회나 학회 차원에서 ‘스탠다드’, ‘코드’ 등의 이름으로 시공디테일을 보급하는 것으로 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연구개발을 통해 시공디테일이 확보되더라도 시공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감리제도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는 건축물 에너지성능을 다루는 이번 규정과 달리 감리에 관한 규정을 다루고 있는 또 다른 차원의 법 개정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향후 수만가지의 시공디테일 개발 등 지난한 연구와 함께 감리관련 법 개정과정에서 발생하는 저항과 행정절차 문제를 극복해야 하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ZEB 무게중심 ‘설비로’…업계는 ‘수동적’

이번 개정으로 녹색건축의 일선 목표인 제로에너지건축물 구현을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제로에너지건축에서는 패시브건축을 통해 부하를 최대로 낮추는 것이 전제조건이 돼야 하는 만큼 기초는 만들어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따라 향후 제로에너지건축물의 무게중심이 설비분야로 이동할 전망이다. 건축구조적으로 에너지 성능을 확보한 만큼 이후 제로에너지건물 구현을 위해서는 냉난방공조, 환기 등 기계설비의 효율화와 신재생에너지생산설비의 효율화가 중요한 과제로 남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설비업계에서는 냉난방공조, 환기 등 설비를 얼마나 효율화 할 수 있으며 콤팩트화 할 수 있는가와 신재생에너지설비의 비용과 성능면에서 얼마나 합리성을 달성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또한 건축차원에서도 건축주, 건축사, 기술사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함께 설계단계에 참여하는 '통합설계'개념이 제로에너지건축 추진의 중요한 열쇠로 여겨지고 있어 건축사를 중심으로 설비업계를 비롯한 다른 분야의 역할도 함께 커질 것으로 보인다.

 

패널토론 좌장을 맡은 여명석 서울대학교 교수도 “큰 틀에서 단열강화되는 것은 좋지만 지금 독일패시브하우스를 기준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기후조건이 다르다”고 지적하며 “독일은 난방부하가 크지만 우리나라는 냉방부하도 못지않게 크며 패시브건축기술이 기밀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부작용으로 재실자가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청회에서는 현재 설계기준이 난방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여름철‧중간기의 냉방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환기 등 통풍을 통해 기밀한 건축물의 부작용을 해소해야 한다는 논의도 있었다.

 

그러나 이날 공청회장에는 관련 분야 전문가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번 개정안에 담긴 환기관련 내용의 적절성 역시 이 자리에서는 논의되지 못했다.

 

현행 EPI에는 환기장치에 대해 ‘폐열회수 환기장치는 고효율에너지기자재 인증제품인 경우 배점’이라고 규정돼 있다. 개정안에서는 이 조문에 ‘에너지계수 값이 냉방시 8이상, 난방시 15이상, 유효전열교환효율이 냉방시 45%이상, 난방시 70% 이상일 경우 배점’이라는 단서가 추가됐다.



향후 제로에너지건축물이라는 국가목표 실현에서 방향타를 잡게 된 기계설비 및 신재생에너지설비업계가 녹색건축 분야에서 보다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정책수립 과정에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참여가 많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