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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블랙홀’ 기계설비업계 준비됐나

융복합·초연결·초지능 ‘기본개념’
에너지·IT·건축업계 융복합 필요
담대한 ‘혁신노력’ 지속해야 ‘생존’



4차 산업혁명이 블랙홀처럼 모든 산업의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학자마다 구체적인 정의와 파급효과, 그에 따른 삶의 양상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달리 전망하고 있다.

다만 보편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부분은 ICBM(IoT, Cloud, Big data, Mobile)으로 대표되는 ICT의 기술혁신을 기초로 초연결·초지능사회가 도래할 것이라는 점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가장 근간이 경제활동 영역임을 비춰볼 때 초연결·초지능사회는 인류의 생산·소비활동에서 큰 변화를 야기할 것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방대한 논의영역 중 생산과 소비부문의 변화양상을 짚어보고 이러한 변화가 기계설비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점검한다.

4차 산업혁명이란
기계설비를 비롯한 모든 업계에서 우려하는 것과는 달리 4차 산업혁명의 실체는 모호하다. 일각에서는 정보화혁명인 3차 산업혁명의 고도화이며 연장선일 뿐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영향력은 인정하면서도 “논의과정에서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며 “무릇 산업혁명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 산업구조의 재편을 경험한 후 사람들이 이 격변을 일컫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는 주로 과학·기술·사회적 측면에서의 특징을 중심으로 개념적 정의를 만들어가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2016년 초 다보스포럼에서 개념을 제시한 클라우스 슈밥 박사는 “4차 산업혁명은 물리학, 디지털, 생물학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기술적 융합이 특징”이라며 “3차 산업혁명을 토대로 일어나고 있지만 속도, 범위, 충격 면에서 새로운 산업혁명으로 봐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0월 출범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로 촉발되는 초연결 기반의 지능화 혁명’이라고 의미를 규정했다.

산업키워드, ‘스마트공장·플랫폼’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되기 전 독일에서는 같은 맥락의 ‘인더스트리 4.0’이 제시된 바 있다. 독일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디지털기술에 위기의식을 갖고 우위를 점하던 제조업을 기반으로 산업을 진화시키려는 시도에 따라 이 개념을 제시했다.

스마트공장과 같이 사람이 필요없는 생산구조를 구성하고 빅데이터, IoT, AI 등 첨단기술영역을 융합한다는 것이다. 생산공장은 인터넷으로 정보를 받고 생산·공급활동을 자동으로 실시해 소비와 생산을 하나의 네트워크에 연결시키는 시스템을 갖춘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산업구조가 데이터를 중심으로 경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이터로 자가학습하는 알고리즘 성능이 강화돼 데이터가 경쟁원천으로 부각되는 것이다. 이미 글로벌 ICT기업들은 방대한 데이터가 생성되고 오가는 플랫폼을 매개로 제품·서비스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플랫폼 생태계를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재편된다고 봤다.

슈밥 박사도 그의 두 번째 저서에서 “핵심트렌드는 기술플랫폼들의 발전이고 기술플랫폼은 수요와 공급 둘 모두를 조합해 현재의 산업구조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제품·서비스제공 업체들은 플랫폼을 개발하거나 이에 속함으로써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고객의 요구사항파악과 판로확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고품질·저비용 소비
소비패턴도 변하고 있다. 에어비앤비(숙박공유 플랫폼), 우버(승객·운전기사 연결플랫폼) 등 소비자들은 직접 상품과 서비스를 디자인하고 거래하고 있다. 3D프린터가 대중화되면 이는 제조업영역도 침범할 수 있다.

슈밥 박사는 이와 같이 단순한 형태의 제품과 서비스를 스스로 거래하면서 소비자들은 업계에 품질향상, 커스터마이징의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시장에 출시한 IoT, AI, 빅데이터를 이용한 제품과 서비스는 소비자들의 의도와 패턴을 스스로 파악·예측해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향후 소비자로서 개인들은 더 나은 품질을 저렴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기계설비가 마주할 혁명
4차 산업혁명이 맞든 아니든 기계설비업계도 일련의 생산·소비구조의 변화와 기술발전 흐름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융합·초연결·초지능이 키워드인 시대에 기계설비업계도 대비해야 한다.

유사·이종산업들이 융합하는 상황에서 기계설비산업도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업종과의 융합·연계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시대 신산업 영역으로 주목되는 에너지절감 및 효율화, 녹색건축 등이 대상분야가 될 수 있다.

이미 소비자·고객은 단순한 냉난방장치를 넘어 에너지효율적이고 보다 쾌적하며 더 건강한 냉난방설비를 요구하고 있다. 환기·공조 등 다른 분야의 상황도 같은 맥락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제품면에서는 에너지·ICT업계와의 융합, 성능면에서는 건축업계와의 융합이 필요하다.

제품생산과 서비스개발 측면에서는 스마트공장·빅데이터 기술이 유용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개념과 같이 빅데이터를 이용해 실체적 니즈를 파악하고 스마트공장을 통해 고객개인별 제품사양 맞춤제작, 자동생산, 제품자동개발 등도 현실이 될 수 있다.

또한 판로확보 측면에서는 전 세계와 연결된 플랫폼이 유용하다. 기계설비에서 플랫폼이 등장하게 되면 시장개척을 위한 노력은 덜할 수 있지만 제품의 기술·품질적 우수성에 따라 생존이 결정될 전망이다. 모든 소비자는 정보가 개방돼 있다면 플랫폼 안에서 모든 제품을 늘어놓고 비교해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경우 상호대체가 가능하도록 규격 호완이 완벽한 제품의 경우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통일된 규격으로 타사 제품을 완벽히 대체해 품질만을 고려한 선택을 할 수 있고 소비자 만족이 올라가기 때문에 시장에서 이와 같은 내용이 요구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계설비, 4차 산업혁명 ‘수혜’
기계설비는 기본적으로 도시의 기반이되는 인프라를 담당하고 있어 비중이 크다. 통상 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시모습을 스마트시티로 그리는 만큼 기계설비는 혁명적 변화 이후에도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스마트시티의 기본개념은 ICT를 이용해 기본생활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스마트화 함으로써 국민들이 편하고 안전하며 효율적으로 살 수 있는 도시를 의미한다. 진화된 과학·ICT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시대의 주요장면으로 그려지고 있다.

스마트시티의 △전력 △가스 △재생에너지 △친환경에너지 △수자원 △건물공조시스템 △냉난방시스템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 등이 모두 기계설비분야다.

궁극적으로 기계설비업계는 4차 산업혁명의 수혜를 받을 전망이다. 기계설비산업 선진화와 혁신을 통해 국가적으로 △CO₂배출감소 및 에너지절약 △전문인력 양성을 통한 일자리창출 △신재생에너지개발 및 대량도입 △안정적 에너지공급 및 비용절감 △주민생활수준의 향상 △시설물의 효율적 유지관리 등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 기계설비 핵심기술
기계설비산업분야에 적용가능한 4차 산업혁명관련 다양한 기술요소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IoT,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이다.

특히 IoT의 경우 가전제품·전기·냉난방시스템 등은 ICT와 융복합해 스스로 에너지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적용하는 등 기계설비업계에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미세먼지가 화두가 되면서 관련분야에서는 기술발전이 가속화됐다. 건설부문에서는 공동주택에 단지단위로 실외 미세먼지를 관리하는 공기정화 및 환기시스템을 적용했다.

또한 실내에는 스마트공기질관리 시스템을 적용하고 IoT홈큐브와 같이 실내미세먼지를 측정하는 장치를 설치해 외부 미세먼지농도에 따라 자동으로 실내환기가 가능한 시스템을 적용한 사례가 있다.

향후에는 미세먼지 감지시스템고도화, 통합센서 개발, 정보전달 시스템구축, 저감장치 자동화, 제거기술 강화 등을 IoT와 연동한 Hi-oT가 개발될 전망이다.

BIM, AR, VR도 해외 기술개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호주에서는 우드사이드(Woodside)에서 시행하는 대형 LNG프로젝트 ‘에코 컨스트럭션’에 이와 같은 기술이 적용됐다.

기계설비 관련 파이프조립에 해당 기술을 적용한 결과 기존방식보다 생산성이 개선됐다. 평균 파이프조립을 완료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설계 또는 시공간섭 등으로 인한 오류발생비율이 기존대비 약 50%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계설비, ‘혁명토대’ 닦아야
4차 산업혁명이 어떠한 형태로 언제 닥칠 것인지는 물론 4차 산업혁명이 맞는지조차 논란이 되는 상황이다. 다만 각 분야 기술의 혁신적 발전에 따라 산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부는 것은 분명하다.

기계설비업계에서도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융합·초연결·초지능 중심의 혁신을 위한 노력은 멈춰서는 안 된다.

박희택 대한기계설비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기계설비산업이 제기능을 하려면 법률 제·개정 등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히는 한편 “또한 업계에 종사하는 산·학·연 관계자들이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을 이해하고 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