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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상민 기계연구원 청정연료발전연구실장

농업용 통합 GHP시스템 개발
유류 위주 에너지시장, 가스 전환 기대



유류 에너지가 주를 이루고 있는 농업용 난방시장에 가스를 이용해 온실 냉난방은 물론 배기가스로부터 CO₂를 작물에 공급,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GHP(Gas HeatPump, 가스히트펌프)가 개발됐다. 이번 농업용 GHP는 농가의 온실 난방비 부담을 크게 줄일 뿐 아니라 농업분야 온실가스저감 목표를 달성하고 사용 에너지원을 다양화해 국가 에너지안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한 ‘Tri-Gen(삼중발전)’ 시스템은 스마트 온실 에너지 통합시스템으로 GHP를 난방, 탄산시비, 냉방 3개 용도에 활용한다는 의미다.

이번 Tri-Gen 시스템을 개발한 이상민 기계연구원 청정연료발전연구실장을 만나 개발배경과 기대효과를 들었다.

■ 개발배경은
해외에서는 오래 전부터 보일러 배기가스로 나오는 CO₂를 온실작물에 시비하며 작물생육을 촉진시키는 방법을 사용해왔는데 우리나라에서도 20년 전 이와 같은 방법을 시도했다가 연소 배출물질로 인해 작물이 폐사, 농가피해가 발생해 기술도입이 중단된 바 있다.

2009년 기계연구원과 농촌진흥청이 MOU를 맺으면서 보일러 배기가스를 이용한 탄산시비 기술개발을 요청받았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농업용 기계 개발을 시작했다.

농업에서는 난방 에너지원을 대부분 면세유로 사용해왔는데 악용사례가 많아 2015년 경유에 대한 면세가 폐지, 열효율이 떨어지는 등유를 사용하거나 값싼 농업용 전기로 난방을 해결하는 농가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에너지효율 차원에서는 2차 에너지인 전기를 사용하는 난방이 가장 안 좋은데 이는 전력피크 조절이나 온실가스 배출 측면에서 국가적인 손해를 가져온다. 국가에서는 정책적으로 전력피크를 억제하기 위해 여러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농가에서는 농사용 전기요금을 이용해 가장 효율이 안 좋은 난방을 하는 것이다.

최근 기후변화에 따라 하절기 냉방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GHP에 관심을 갖게 됐고 GHP는 난방용으로도 보일러에 비해 효율이 높고 배출물을 저감시키면 탄산시비가 가능한 장점이 있고 연료수급도 안정적일 전망이어서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LPG를 농업용 연료로 사용할 경우 면세혜택이 주어지며 동일 열량 기준으로 면세유보다 가격이 낮고 전국적인 배달망도 잘 갖춰져있어 농가에서 대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적합하다. 



■ ‘Tri-Gen 시스템’ 장점은
Tri-Gen 시스템의 핵심인 GHP는 기존 보일러대비 효율이 높고 그동안 유류에 편중됐던 농업 에너지원을 다양화하고 난방은 물론 냉방, 제습, 탄산시비까지 가능한 이점이 있다.

Tri-Gen 시스템은 기존 등유를 이용한 난방 및 액화 탄산시비를 할 때보다 40~50% 비용절감이 가능하고 온실가스 배출도 유류대비 20%, 전기대비 50%가량 저감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온실에너지 통합제어로 인한 비용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GHP는 이미 일본에서 후쿠시마 지진 이후로 농가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어 GHP 자체의 실증사례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단순 냉난방용으로만 사용되고 탄산시비 기능은 없어 Tri-Gen 시스템이 한층 진보된 장치라고 볼 수 있다. EHP와 비교했을 때에도 외부기온에 따른 효율 저하와 겨울철 제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어 시설원예 에너지원으로 보다 적합하다.

현재 농진청 과제를 통해 2개 농가에서 실증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3개 농가를 추가로 선정해 농진청이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시범사업을 시작, 2019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초기 투자비용은 일반 보일러에 비해 높은데 COP가 높아 정부 지원을 받아 설치하면 2~3년 내에 회수가 가능하므로 농림축산식품부의 보급사업에 포함시키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농가가 얻는 이득은
농업생산성은 투입대비 산출이 높아야 한다. 이번 Tri-Gen은 투입을 줄이고 산출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온실에는 난방기, 냉방기, 탄산시비기 등 다양한 농업에너지설비가 개별적으로 사용돼왔다. 하지만 개별구동으로 인한 불편함과 정밀제어의 불가능에 따른 에너지손실 등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GHP는 냉난방, 제습, 탄산시비 등이 하나의 장치로 공급할 수 있어 제어가 편리하고 에너지손실을 줄여준다.

특히 작물생육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광합성 3대 요소인 온도, 빛, CO₂를 충분히 공급해줘야 한다. CO₂는 자연상태에서는 작물이 최대 생장률을 보이는 농도를 유지할 수 없기에 인위적인 공급이 필요한데 연소 후 외부로 배출됐던 CO₂를 식물에 공급함으로써 작물 생육촉진과 온실가스 저감문제를 동시에 잡았다.

또한 지구온난화로 열대화되고 있는 국내 기후에 대응해 온실원예에도 냉방 적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기·강원 등 중북부지방에서도 하절기 기온상승에 따른 피해가 생기고 있어 이에 따른 냉방수요가 늘고 있다.

실증시험을 진행한 강원도 춘천의 토마토 농가에서는 기존에 사용하던 유류보일러를 GHP로 교체해 동절기 난방은 물론 하절기 야간냉방도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 배출가스 저감이 필수적인데
상용 GHP는 배출가스에 대한 후처리 기준이 엄격하지 않다보니 CO나 NOx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러한 물질에 노출되면 작물이 괴사한다든지 낙화가 생길 수 있어 오염물질 저감기술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차량용에 쓰이는 디젤엔진이 베이스가 돼 가스용으로 개조하면서 CO, NOx를 잡았다. 원래 CO를 잡으면 NOx가 늘어나고 반대경우도 마찬가지여서 해결이 쉽지 않은데 ‘dual O2 센서를 이용한 CO, NOx 동시 제어기술’을 자체 개발해 오염물질을 상용엔진대비 90% 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다.

■ 공학한림원의 2025년 100대 기술주역에 선정됐는데
공학을 기반으로 농업기계를 개발한 사람은 많지 않았고 개발된 시스템을 진주, 함안, 파주, 춘천 등 전국의 온실 농가에 설치한 성과를 인정받아 선정된 것 같다. 

최근 농업분야에 이슈가 되고 있는 스마트팜은 3단계로 추진 중인데 1단계가 단순히 스마트폰으로 관리, 제어하는 기능이라면 2,3단계는 에너지효율을 추가적으로 높이고 통합제어하는 부분이 필요하다. 에너지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시작하다보니 높은 수준의 스마트팜 연구가 가능했다.

지금까지는 농가 소득 중심 접근이었다면 이제는 지속가능한 에너지가 중심이 되고 있다. 가스를 사용한다는 점은 농가에서도 이득이 되지만 국가 에너지·환경 차원에서도 이득이다. 온실가스나 미세먼지도 고체나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것보다 가스연료를 사용할 때 훨씬 적게 발생하고 사용 에너지원이 다양해지니 에너지안보차원에서도 더 좋은 기술이다.

국내 농가의 가스 사용 비중은 1%도 안된다. 하지만 셰일가스 개발 등 가스생산량이 늘고 있고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가스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공산이 크기 때문에 기름이나 전기에 편중된 에너지원을 가스로 돌리는 것을 우리 기술이 촉진시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