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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인터뷰] 강금춘 농진청 농업과학원 에너지환경공학과장

온실특화 냉난방설비 개발
“농업부문 에너지활용, 韓 선두그룹”

국내 최대 R&D기관인 농촌진흥청은 작물재배부터 농기계까지 농업에 관한 모든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기계설비 및 에너지분야의 다른 뛰어난 연구기관은 있지만 작물재배라는 특수성이 붙어있는 한 최고 전문가들은 이곳에서 찾을 수 있다.


농촌진흥청 소속 국립농업과학원의 강금춘 농업공학부 에너지환경공학과장은 1993년 농업기계화연구소부터 현재까지 농업에너지분야에서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며 △2004년 직무발명 동상 △2008년 발명진흥 유공(장관상) △2014년 발명특허대전 금상(장관상) 등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강금춘 과장을 만나 국내 시설원예 온실 현황과 농촌진흥청의 연구성과를 들어봤다.


■ 건물과 온실의 냉난방 차이는


히트펌프라는 기술 자체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활용돼온 기술이다. 다만 일반 건축물은 사람이 생활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고 온실은 식물재배에 최적화된 장소이기 때문에 냉난방부하량과 에너지이용 패턴에 차이가 있다.


특히 지금까지 주로 히트펌프가 적용된 사회공공시설. 업무용 빌딩 등은 야간에 사람이 없어 냉난방부하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온실의 경우 야간에 주로 난방을 사용하고 한파가 있으면 주간에도 난방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난방부하와 패턴이 다르다.


지열히트펌프 설치비용 중 약 40%가 지중 열교환기를 설치하는 비용이다. 하지만 영세한 농가는 정부지원금을 받는다고 해도 비싼 자부담금을 감당하기 힘들다.


이를 줄이기 위해 농촌진흥청에서는 국내 최초로 수평형 열교환기를 개발해 농업시설에 접목하는 데 성공했다. 농업단지 특성 상 온실 근처는 논, 밭, 산 등 여유지가 많다. 3m정도 땅을 파고 지중 열교환용 배관을 코일처럼 만들어서 매설하면 천공비용도 많이 줄일 수 있어 농업에 특화된 지열히트펌프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수평형 축열식 지열히트펌프는 농촌진흥청에서 농업현장 여건에 적합하도록 개발해 농식품부의 정책사업에 반영될 수 있었다. 하지만 온실에서는 꼭 수평형만 사용하라는 규정은 없으며 지중 열교환기 설치면적 및 지질환경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 농진청의 연구성과는


제주도는 지하가 현무암 등 암석층이기 때문에 천공 후 열교환을 해도 열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제주도에 특화된 방식을 개발했는데 ‘지하공기열원 히트펌프’다. 땅속 50m 깊이의 지하공을 파서 흡입팬으로 뽑아내면 여름철에는 19℃ 이하의 냉풍이, 겨울철에는 14℃ 이상의 따뜻한 바람이 계속 올라온다. 땅속 현무암에는 불균일한 균열이 있어 흡입팬으로 바람을 뽑아내게 되면 지상위의 공기가 균열이 있는 암석층 사이를 통과해 땅속으로 들어갔다 나오면서 열교환 돼 바람으로 나오는 걸 히트펌프와 접목시켰다.


공기열의 일종으로 제주도에 국한됐지만 계절에 큰 영향을 받는 일반 공기열원 히트펌프의 단점을 없앴다.


난방효율 COP 3.0~4.0 일 때 경유온풍난방기 대비 난방비절감효과는 75%다. 지하공기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를 작물에 공급해 생육촉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강변여과수열원 히트펌프’는 하천 제방 주변의 지하에 깊이 20~30m 관정을 뚫어 토출되는 13~18℃의 강변여과수를 히트펌프 열원으로 사용한다. 취수된 지하수의 70%는 여과기를 거쳐 다시 지하수로 돌아옴으로써 물자원을 낭비하지 않는다. 천공비 절감으로 지열히트펌프대비 30%의 설치비 절감효과를 가져왔으며 경유온풍난방기 대비 80%의 난방비를 절감할 수 있다.


‘태양잉여열·외기열 축열식 히트펌프 온실냉난방 시스템’은 겨울철 환기로 버리는 온실 내부의 태양잉여열과 외부공기열을 히트펌프의 선택적 열원으로 이용해 난방온수를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주간 온실에서 재배되고 있는 작물의 생육에 적정온도 유지를 위해 겨울철에도 환기가 필요한데 이때 버려지는 태양잉여열은 계절별로 난방부하의 20~100%에 달하는 우수한 열원이다. 기존 공기열히트펌프 대비 성능을 32% 향상시키고 지열대비 설치비 40%를 절감할 수 있었다. 경유온풍난방기 대비 난방비 80% 절감이 가능하며 CO₂ 배출도 42% 절감했다.


이밖에도 히트펌프 기술을 이용해 충적대수층의 지하수에 계절간 축열하는 방식을 연구해서 성공했다. 충남 부여의 한 토마토농가에서 실증시험을 마쳤으며 지난달 현장시연회를 개최한 바 있다.


여름철에 온실 냉방을 하고 남은 뜨거운 열을 지하수층에 저장한다. 겨울철에 그 열을 다시 꺼내 사용하고 차가운 열은 100m 정도 떨어진 지하수층에 다시 저장, 여름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지하수는 자연상태에서 15℃ 정도인데 여름철 축열한 몇 개월 후에는 20℃, 겨울철 축냉한 후 몇 개월 후에는 10℃ 정도로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부여시설원예단지에는 공기열 히트펌프시스템이 많이 보급돼있는데 지하수 축열시스템에 대해 농업인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 향후 개발 계획은


고성능 다겹보온커튼의 재질을 개발하기 위해 보온력은 높으면서 부피는 작은 고밀도 보온재를 연구하는 중이다. 단열효과가 좋은 신소재인 에어로겔을 섬유에 접착시켜 효율을 향상시켰다.


또한 귀촌인구가 늘고 있는데 전문적 농사보다는 취미생활 등 작은 규모의 시설재배를 할 수 있도록 소형온실 모듈을 개발하고 있다. 폭 4m, 길이 7m 정도 온실에 보온커튼, 냉난방설비, 환경제어 등 세트를 구성해 선택 사용이 가능토록 할 계획이다.


농업공학부에는 신재생에너지연구실, 에너지융복합연구실, 시설환경공학연구실이 있다. 신재생연구실에서는 지열, 태양열, 미생물연료전지 등을 연구하고 에너지융복합연구실에서는 농업시설 냉난방기기의 효율향상, 농업시설 단열 및 보온기술 등 에너지절감 방안 등을 맡고 있다. 시설환경공학연구실에서는 온실이나 버섯재배사, 축사 등 농업시설 전반에 대한 구조·자재 및 공기유동 등 환경 최적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 해외의 온실 에너지이용 수준은


일반적으로 농업강국으로 알려진 네덜란드는 시설원예분야에서는 선진국이지만 농업에 이용되는 에너지절감분야에서는 큰 진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기후 상 온도변화가 심하지 않아 특별한 냉난방설비가 크게 요구되지 않으며 천연가스 이용 등 에너지사용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일본도 에너지절감분야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대등한 수준이거나 한 단계 낮은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일본은 농업분야에서는 아직 에너지절감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예전에 개발해 많은 농가에서 사용하고 있는 다겹보온 커튼을 수입해서 연구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는 계절마다 온도조건도 다르고 일교차도 크기 때문에 효율적인 온실운영을 위한 에너지절감에 대한 기술력이 더욱 높게 요구하는 상황이다. 농업기술이나 온실 자체에 대해서는 여타 선진국이 존재하지만 에너지절감기술분야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가 글로벌 선두수준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