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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추소연 RE도시건축연구소 소장

“녹색건축정책, 현장 장벽 파악해야”
기기본 건물부문 연구…현장밀착형 정책제안

환경부가 발주하고 에너지전환포럼이 수행한 ‘기후변화 대응 기본계획(기기본) 수립을 위한 건물에너지 수요관리 정책수단 연구’가 지난 11월 종료됐다.


에너지전환을 위한 수요관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물부문의 에너지효율화 정책전반을 살펴보고 장애요인을 진단하는 연구가 환경부에서 수행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연구에 참여한 RE도시건축연구소의 추소연 소장을 만나 연구배경·내용과 의미를 들었다.

 

■ 에너지전환에서 건물부문의 중요성은

에너지전환을 논의하면서 태양광, 탈핵 등이 가장 큰 이슈지만 이를 가능케하는 기반은 에너지수요다. 지금 수준의 에너지소비를 유지해서는 에너지전환이 불가능하다.


에너지전환의 주요내용 중 하나는 중앙집중식 에너지생산이 아니라 분산으로 생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에너지사용량을 현재보다 굉장히 낮추는 효율화가 전제돼야 한다.


에너지소비가 가장 많은 것은 국가 전체 에너지소비량의 60%를 사용하는 산업부문이다. 감축잠재량이 있지만 산업사용량 자체는 생산성과 관련이 많아 조정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다른 부분은 건물·수송 등이 있다. 특히 건물부문은 소득수준과도 관계가 깊어 OECD국가를 중심으로 건물에너지사용량이 40% 이상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도 점차 건물의 에너지소비량이 커지고 있으며 서울의 경우 60%를 건물이 사용하고 있다.


건물부문의 획기적인 전환이 없으면 에너지전환이라는 콘셉트 자체가 어긋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분야다.

 

■ 이번 연구의 배경은

건물부문에서 어떤 정책을 활용해야 에너지를 줄일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 위해 진행됐다. 기존에도 에너지효율화 정책이 있었고 나름대로의 성과가 있었지만 획기적인 성과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잠재력이 있는 분야와 가능한 정책수단을 살펴보게 됐다.

 

■ 공공부문의 역할을 지적했는데

공공건물이 선도적으로 개선한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투자회수율 기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에너지절감 잠재력이 크지만 투자회수기간이 긴 기술을 고려할 수 없는 구조다.


공공건물은 조달청 입찰기준을 따라야하니 신기술이 먼저 적용되는 시험의 장 역할을 할 수 있는데도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이를 열어주는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다.


또한 물량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유럽은 매년 3%의 공공건물을 리모델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장조성, 사례확산, 교육·홍보효과를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정책적 의지를 갖고 리모델링 의무비율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 소규모건축물도 관리의 사각지대인데

법적으로 에너지효율화 의무를 부여받거나 관리기준을 적용받는 건물은 주로 에너지다소비건물이거나 대규모 건축물이다. 공동주택은 300세대 이상인데 면적으로 보면 1만㎡ 이상의 대단지다. 업무용도 3,000㎡ 이상으로 비교적 규모가 크다.


반면 에너지절약계획서 제출의무대상에서도 제외되는 500㎡ 이하 건축물이 전국 710만동 중 약 80%를 차지하는 실정이다. 건축물 대부분이 사실상 관리의 사각지대다.


신축건물의 단열기준이 많이 강화됐다고는 하지만 감리단계에서도 효율관리에 대한 인식이 깊지 않다. 지금도 단열효과가 제한적인 열반사단열재를 10개 붙이고 마감하는 건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소규모건축물에 효율화 의무를 도입하면서 지원도 같이 할 수 있는 제도마련이 필요하다.

 



■ 그린리모델링이 탄력받지 못하고 있는데

도시재생에서 화두가 삶의 질 개선인데 이는 에너지성능개선과 동의어다. 대상지역은 대부분 열악한 환경이어서 추워도 참고 난방을 제한적으로 하고 있다. 에너지성능개선은 쾌적도 향상 및 하자예방에 따라 전체 삶의 질이 높아지게 되니 도시재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를 위해 정부예산의 직접지원을 해서라도 빠르게 에너지효율화, 삶의 질 개선을 이뤄야 한다.


이때 마주하는 장벽은 전문인력이다. 동네 리모델링 시공기술인력은 고령자가 많고 전문적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이 많다. 그린리모델링을 교육하고자 해도 의지가 없다. 그렇다고 기술을 갖춘 기업이나 건축사, 기술사들을 동네 집수리에 투입하는 것도 비용면에서 맞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공급자 에너지효율향상 의무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영국도 해당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차이점은 저소득층 등 우선순위 그룹에서 50%를 달성토록 규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를 벤치마킹하면 자본과 기술을 갖춘 전문인력들이 투입될 수 있다. 제도가 지속된다면 시장이 형성돼 취업난에 시달리는 건축관련 학과 졸업생들의 유입도 기대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임대건물 최저성능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건물의 소유자와 거주자의 불일치 문제가 그린리모델링을 제한하는 실정이다. 소유자는 본인이 거주하지 않아서, 거주자는 자기 소유가 아니라서 성능개선을 외면하고 있다.


영국은 에너지소비증명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올해 8월부터는 E~G등급을 받은 건물은 임대·매매가 불가능하게 강화됐다.


우리나라도 과거 에너지소비증명제를 추진했지만 이해관계자의 반발에 부딪혀 에너지성능정보공개제도로 완화됐다. 임대·매매 시 공인중개사가 반드시 에너지성능을 안내토록 했던 것에서 건물대장에 기입만 하면 되도록 바뀐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아무도 확인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제도를 고려하되 은퇴 후 임대소득으로 생계를 꾸리는 고령자들은 리모델링 기간을 버틸 수 없는 경우도 있는 만큼 다양한 자금조달 지원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 환경부가 녹색건축에 관여하게 되나

그렇지 않다. 환경부는 목표관리제와 환경마크를 운용하고 있는데 그 외에는 타부처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환경부에 관련내용과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향후 전개될 다양한 정책들에서 부처간 공조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개별 부처에서 추진할 때 부딪혔던 장벽들도 부처이해관계를 떠나 거시적 목표로 함께 접근하면 쉽게 풀리는 일이 많다.


일례로 인센티브도 각 부처별로 산발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이를 일일이 탐색하며 혜택을 받기는 어렵다. 부처가 협력해 창구를 일원화해 건물에너지성능개선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면 이것만으로도 성과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