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5 (월)

  • 흐림동두천 9.1℃
  • 흐림강릉 8.5℃
  • 서울 10.4℃
  • 대전 10.2℃
  • 대구 9.8℃
  • 울산 9.6℃
  • 광주 11.9℃
  • 부산 10.5℃
  • 흐림고창 12.0℃
  • 흐림제주 15.2℃
  • 흐림강화 10.6℃
  • 흐림보은 10.1℃
  • 흐림금산 9.5℃
  • 흐림강진군 11.3℃
  • 흐림경주시 9.8℃
  • 흐림거제 10.6℃
기상청 제공

더 뉴스

레지오넬라, 목욕시설 10곳 중 1곳 검출…관리 시급

설비공학회 건축환경委 학술강연회 개최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실시한 다중이용시설 레지오넬라균 검출 표본조사 결과 조사대상의 9.3%에서 균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6년 약 7%보다 높아진 수치다. 온천, 대형목욕장, 찜질방의 경우 10곳 중 1곳 꼴로 검출돼 오염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대한설비공학회 건축환경부문위원회(위원장 여명석)는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해 지난 6일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건축물의 레지오넬라 발생현황과 대책’을 주제로 학술강연회를 개최했다.

 

학술강연회는 △레지오넬라증의 역학적 특성(송정숙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 △레지오넬라의 국내외 검출과 관리지침의 비교(이기영 서울대학교 교수) △건축물 설비시스템의 레지오넬라 발생현황과 대처방안 (여명석 서울대학교 교수) △레지오넬라 대응 설비시스템 국내외 적용사례(정홍구 현대건설 부장) 등으로 구성됐다.

 

홍희기 설비공학회 회장은 축사를 통해 “싸고 좋은 것은 없다는 말이 있듯 안전 관련해서는 투자하지 않으면 혹독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라며 “1980년대 이후 레지오넬라에 대비를 해왔다고 하지만 사실상 설비시스템적으로는 논의가 미흡한 상황이어서 설비공학회의 역할이 크다”고 밝혔다.

 

박진철 설비공학회 총무부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레지오넬라가 건물관련 질병이고 특히 설비시스템과 관련된 질병이라는 사실을 1980년대 역학조사에서 밝혀낸 이후 설비시스템에서의 관리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라며 “국내 설비시스템의 기술·제도발전을 이끄는 설비공학회 차원에서 보다 깊이 연구할 필요성이 있으며 건축환경부문위원회의 이번 학술세미나를 통해 이와 같은 내용을 심도 깊게 토론하고 논의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여명석 설비공학회 건축환경부문위원장은 개회사에서 “레지오넬라는 급탕설비에서 많이 검출되며 목욕시설에서 해마다 검출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라며 “해외에는 ASHRAE 등에서 세밀하게 기술기준을 마련하고 있어 이번 학술강연회를 계기로 우리나라 건축설비인들도 이에 대해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밝혔다.

 

치사율 최대 30%…2016년 이후 발병사례 급증

첫 발표는 송정숙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의 ‘레지오넬라증의 역학적 특성’이었다. 레지오넬라증(Legionellosis)은 레지오넬라균(Legionella spp.)에 의해 발병하는 것으로 임상적 특성에 따라 △레지오넬라 폐렴 △폰티악 열로 구분된다.

 

폰티악열은 독감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며 특별한 치료 없이도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폐렴을 중점적으로 관리한다.

 

레지오넬라균은 호기성균으로 50여개 종이 알려져 있다. 최초로 발생한 것은 1976년 7월 미국 필라델피아의 호텔에서 개최된 재향군인회 참석자와 호텔출입자 182명에게 원인불명의 폐렴이 발생한 사건이다.

 

이 중 29명이 사망했는데 역학조사 결과 배관 등 유체에서 증식한 균이 공조기를 통해 호흡기로 침투, 폐렴을 발생시킨 사실이 밝혀졌으며 이에 따라 ‘재향군인병(Legionnaire`s disease)’로 명명됐다.

 

레지오넬라균이 몸에 침투하면 대식세포가 이를 잡아먹게 된다. 균은 대식세포 내에서 살균을 방해하는 보호막을 형성해 증식하고 충분히 증식되면 대식세포를 뚫고 나와 인체를 돌아다니며 각종 증상을 유발하게 된다.

 

잠복기는 2~10일이며 권태감, 피로감, 근육통 등 일반적인 임상특성을 보여 진단이 쉽지 않다. 또한 초기에는 대식세포 내에 균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폐렴 항생제는 듣지 않고 별개의 항생제를 처방해야 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설사·구토·오심 등 소화기계 증상, 착란·섬망·의식저하 등 신경계 증상과 함께 체내 나트륨 수치가 낮아지는 특성이 있어 이를 종합해서 진단하게 된다.

 

레지오넬라 폐렴은 다른 법정질병에 비해 신고건수가 많지는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 198건이 신고돼 10만명당 0.3~0.4명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법정감염병 3군으로 관리하는 것은 치명률 때문이다. 사망률이 일반환자에서는 5~10%이며 입원환자의 경우 30%까지 높아져 예방·관리가 필요한 질병이다.

 

레지오넬라균은 물이 있는 환경에서 자란다. 오염된 물이 감염원이며 일반적으로 사람 간 전파는 일어나지 않는다. 주로 인공수계시설에서 발생하는데 감염은 에어로졸(증기, 작은 물방울) 형태로 호흡기로 흡입됨으로써 이뤄진다.

 

감염원인 인공수계시설은 △냉각탑 △급수시설 △공중목욕장 △욕조 △호흡기 치료기 △가습기 △자연온천 등이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거나 유체가 정체된 구간에서 증식한다.

 

온도역시 레지오넬라균에 민감한 요소다 통상 20℃ 이하에서 휴면하며 20~45℃에서 가장 활발한 증식을 보인다. 50~55℃에서는 균의 90%가 80~124분 내에 사멸하며 70℃ 이상에서는 거의 즉시 사멸한다.

 

국내 레지오넬라 발생사례는 2015년까지 30~40건이 보고됐다. 그러나 2016년부터는 100건 이상 신고돼서 2017년에는 198건이 보고돼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는 이미 260건이 넘어 연말까지 300건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자는 남성(80%), 50세 이상(85%)에서 많았다.

 

감염사례를 토대로 역학조사를 실시해 의심되는 119개 시설에 대해 검사한 결과 39개 시설에서 균이 검출돼 32.8%의 검출률이 나타났다. 의심시설 외에 각 지자체에서 관할지역의 다중이용시설 대상으로 표본을 선정해 매년 실시하는 레지오넬라균 검사에서도 2016년 7%, 2017년 9.3%를 보여 적지 않은 시설에서 검출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역학조사에서 몇 가지 문제점들이 발견됐다. 대형건물이 급수를 중앙공급하는 경우 순환하고 돌아오는 물을 열교환기로 재공급할 때 온도가 충분히 높게 유지되지 않으면서 증식한 경우가 있었다. 또한 욕조는 30~40℃의 물이 고여있어 균에 유리한 조건이 조성돼 적절한 소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증식하기 쉽다.

 

송정숙 역학조사관은 “질병관리본부는 감시와 역학조사를 통해 예방활동을 하고 있지만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지침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설비공학회, 예방 위한 ‘기술지침’ 마련해야

이어 이기영 서울대 교수는 ‘레지오넬라의 국내외 검출과 관리지침의 비교’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 교수는 “질병관리체계에서 예방을 위한 지침은 ‘관리지침’과 ‘전문지침’으로 나뉘며 전문지침은 다시 ‘보건지침’과 ‘기술지침’으로 구분된다”라며 “우리나라는 레지오넬라증에 대해 2016년 관리지침을 마련했고 보건지침도 잘 돼있지만 기술지침은 마련되지 않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관리지침은 진단기준과 환경측정을 위한 기준을 마련한 가이드라인이다. 대상 시설의 환경샘플 채취방법, 채수방법, 검출지침, 진단기관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보건지침은 질병대응과 관련된 사항으로 질병관리본부 등 보건당국이 주관해 발행하며 의료진, 연구원 등 보건분야 전문인력에게 배포된다.

 

문제는 기술지침이다. 질병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 구성 등 기술적 조치사항에 대한 내용을 담는 지침이다. 우리나라는 외국 사례와의 비교 등으로 소개하는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이 교수는 “앞으로 설비공학회를 중심으로 기술적 지침을 만들어 실제 활용이 가능하도록 준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ASHRAE에서 전문기술지침을 만들어 관리지침과 통합해 관리하고 있다. 영국도 건축설비기술지회에서 기술지침을 만들어 보건당국인 HSE에 전달하고 관리지침에 포함하고 있다.

 

특징은 우리나라가 냉각탑·병원·호텔·수영장 등 용도별로 접근하는 반면 영미권은 식수시스템·용수·온수 등 관리대상보다 건물 내 시스템을 위주로 구분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작동원리, 예방시스템 구성 등을 제시한다.

 

예방 핵심요소는 ‘온도·소독·미생물·유량’

다음으로 여명석 서울대 교수는 ’건축물 설비시스템의 레지오넬라 발생현황과 대처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여 교수는 “레지오넬라는 미생물과 생물막(biofilm)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라며 “미생물은 레지오넬라의 먹이가 되고 생물막은 소독제나 유체흐름이 균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국내 발생현황은 △냉각탑 △공동주택 △목욕시설 △온천시설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먼저 냉각탑은 외부로부터 균의 유입이 쉽고 순환되는 냉각수의 온도특성이 25℃ 이상으로 균의 증식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또한 냉각효과를 위한 분무노즐, 송풍기 등의 장치는 에어로졸이 비산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광범위한 지역사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2011년 11월 발생한 공동주택의 사례는 중앙집중식 급탕설비가 문제가 됐다. 온도가 40℃로 낮게 유지되고 배관길이가 길어 유속이 느린 점이 균의 증식조건을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집중식 공동주택의 경우 관리비 문제로 공급온도를 낮추는 사례가 대부분이어서 관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목욕시설의 경우 가장 빈번한 발생사례를 보이고 있다. 목욕시설은 통상 욕조의 물을 순환하는 시스템을 갖춘 순환식과 물을 받아 사용하고 버리는 비순환식으로 나뉜다. 비순환식은 장시간 재사용할 경우 균이 증식하기 쉬우며 순환식도 제대로 필터링과 소독이 이뤄지지 않으면 균의 증식이 쉽다.

 

온천시설의 경우는 온천수를 끌어올려 목욕시설에 공급하거나 객실의 급탕용수로 사용하게 된다. 이 경우에도 적절한 소독이 이뤄지지 않으면 균이 증식하기 쉽다.

 


여 교수는 이에 대한 관리방안으로 △온도제어 △소독처리 △미생물제어 △유량제어 등 4가지를 제시했다.

 

온도제어의 경우 높은 온도를 사용해 계통의 세균을 사멸시키는 것으로 별도의 소독제 사용 없이도 가능해 유용한 방법으로 평가된다. 이 경우 고온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화상방지대책이 필요하며 에너지비용을 고려해 간헐적 열소독(Thermal Shock)을 시행할 수도 있다.

 

소독처리는 온도·유속·유량제어 등을 활용할 수 없을 경우 계통 내 미생물을 줄일 수 있는 효과적 대안으로 평가된다. 주로 염소·브롬·이산화염소·클로라민·오존·자외선 등이 사용된다. 다만 이 경우 소독제가 인체에 무해한 정도로 지속 잔류하도록 관리해야 하며 온수욕조의 경우 자동주입장치 등이 반드시 활용돼야 한다.

 

미생물제어는 미생물의 유입을 막는 것으로 필터를 이용하는 것이 대표적이지만 이상적인 방법은 아니다. 필터는 주기적으로 교체돼야하는 임시방편이며 근본적인 관리방안은 반드시 시스템의 설계와 운전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계통에 천연고무, 스케일, 녹에는 집락이 쉽게 형성되므로 재료선택 시 주의해야 하며 소독제가 각 재료에 미치는 영향에도 고려가 필요하다.

 

유량제어의 경우 유속이 느린 구간에서 온도 유지가 어렵기 때문에 일정 유속 이상으로 제한하는 방식이다. 설계 시 유체가 정체되는 말단(Dead End, Dead Leg)설계는 되도록 피하거나 특수자재를 이용해 길이를 줄여야 하며 상황에 따라 멸균이 용이하도록 설계돼야 한다. 혼합밸브 설치 시에는 권장규격에 맞춰 고임구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시공·운영관리 지침마련 필요

마지막 발표는 ‘레지오넬라 대응 설비시스템 국내외 적용사례’를 주제로 정홍구 현대건설 부장이 맡았다.

 

정 부장은 “현장에서는 사실 설계된 것을 그대로 구현하는 것에만 집중했고 레지오넬라 예방에 관련된 문제의식으로 접근한 적이 없었다”라며 “시공 후에 관리자들이 잘 운영할 수 있도록 지침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냉방시스템에서는 냉각수 계통에서 발생하는 레지오넬라, 미생물증식과 함께 스케일, 부식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외기에서 분진 등 각종 오염물이 냉각수의 증발·응축 과정에서 유입돼 농축되기 때문에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바이오필름은 미생물서식으로 시작해 군집화하면서 발생한다. 바이오필름 하부에는 박테리아가 생길 수 있으며 레지오넬라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부식은 산소와 결합하는 문제다. 약품처리를 위해 투입하는 염소나 미생물에 의해 발생하는 등 다양한 형태가 있으며 이를 제거하는 시스템을 포함해 설계해야만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냉각수 농도와 형태에 맞는 살균제를 선택하고 적절하게 주입관리·제어함으로써 살균능력을 유지해야 한다. 주요 시스템으로는 △수처리 자동화 유니트 △은동이온 살균장치 △약품투입장치 △여과살균장치 △이산화염소 살균장치 등이 있다.

 

수처리 자동화 유니트는 자동으로 약품을 투입하고 관리기준에 맞는 냉각수 농축배수를 자동으로 유지하게 하는 장치다. 은동이온 살균장치는 은·동이온이 단세포 병균류의 신진대사, 생식을 차단하는 효과를 이용한 살균처리 방식이다.

 

약품투입장치는 염소제가 세포막을 통과해 흡수계 효소를 저해해 세포 동화작용을 정지시키는 원리를 이용한다. 여과 살균장치는 10~20㎛의 부유성 고형물질을 90~95% 제거하는 장치로 은동이온 살균장치와 병행해 활용하기도 한다. 또한 이산화염소 살균장치는 이산화염소를 발생·저장시켜 필요 시 냉각수 순환라인에 자동으로 주입하는 장치다.

 

산화성 살균제는 염소, 이산화염소 등을 많이 사용하며 기타 살균으로는 UV를 사용하기도 한다. 건설현장에서는 비용과 적용용이성을 고려해 은동이온 살균을 주로 사용한다.

 

정 부장은 “병원 등 관리 필요성이 높은 곳은 모든 장치를 적용해 관리하기도 한다”라며 “예방을 위한 기술이나 장치는 이미 있지만 비용과 효과를 고려한 검토가 필요하며 이와 같은 내용이 시공단계나 운영단계에 잘 전달될 수 있는 지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