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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민수 대한설비공학회 부회장(서울대 교수)

“전력수요 대응, 기계설비 몫”
공급·수요 동시 고려한 에너지정책 ‘관건’

에너지전환은 국가 에너지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변혁의 일환이다. 기존 원자력·화석연료를 줄이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물론 수요관리, 신산업 개발 등 에너지산업 전체가 움직여야 하고 기계설비는 이러한 영역의 대부분을 관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계설비산업이 에너지전환정책에 있어 어떤 의미와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대한설비공학회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민수 서울대 교수를 만났다.



■ 기계설비가 보는 에너지전환의 의미는
에너지전환은 우리나라의 발전용 에너지원으로 주로 사용되는 원자력, 석탄, 가스, 신재생에너지원 등의 비중을 조절하는 것으로 현 정부에서는 탈원전을 표방함으로써 원자력에너지의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기계설비분야에서 바라보는 에너지전환은 의미가 조금 다르다. 우리나라 전체의 전기공급을 어떠한 에너지원으로 할 것인가보다는 건물냉난방 등에 사용되는 에너지원으로써의 전기, 열 등을 어떻게 조합하는 것이 효율적일지, 그리고 이들의 비중을 변화시키기 위해 기존에 사용하던 에너지원을 어떻게 다른 에너지원으로 변환할 것인지를 의미한다.


■ 에너지전환을 위한 기계설비의 역할은
고급에너지인 전기를 이용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얻기 쉬운 열에너지를 이용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기계설비와 연관해서는 여름철 냉방 시 전기를 이용하지 않고 열을 이용하는 냉방방식인 흡수식 냉동, 흡착식 냉동, 제습냉방, 빙축열 등의 시스템을 보급하면 전기수요가 늘어나는 시점에 전력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겨울철에 난방을 할 때에도 전기를 직접 열로 바꾸는 전열기를 사용하는 것은 에너지의 이용 효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보일러나 히트펌프 같은 난방기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이러한 냉난방기기의 효율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와 같은 방안들을 마련하는 것이 에너지전환 성공을 위한 기계설비분야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에너지전환 추진현황을 평가한다면
현재 정부는 탈원전을 주장하면서 신재생에너지원을 이용한 발전의 확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원자력발전과 화력발전은 2018년 국내 총발전량의 39%, 41%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의 가장 주된 전력원이다. 하지만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한다는 문제가 있고 석탄화력발전소는 미세먼지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발전량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러한 에너지원들을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원으로 대체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 세계 전력소비 순위가 9위이고 지난 10년간 전력소비량이 31% 증가한 상황이다. 앞으로도 전기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래에는 전기자동차 보급이 확대되고 데이터센터 증설 등으로 추가 전력수요가 예상되기 때문에 충분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놔야 한다.


이러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원자력발전을 포함한 복합화력, 석탄화력, LNG발전, 신재생에너지 등의 모든 분야를 확충시킴으로써 미래의 전기수요에 대처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전기에너지 공급을 충분히 늘릴 수 있도록 준비하기보다는 수요증가를 억제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러한 수요관리는 전기수요가 집중되는 시점에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소비처들이 전기를 덜 사용하도록 유도하며 이에 따른 보상금을 지원하고 피크부하를 줄임으로써 수요와 공급을 맞춰야 한다.


전기자동차 보급과 데이터센터 등에 소요되는 전기만을 고려했을 때도 앞으로 수십GW의 전력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향후 전기수요량이 크게 증가할 것이 예측되는 상황에서는 전력수요를 조절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전기공급을 늘릴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공급관리 측면에서 정부정책은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태양광발전 효율은 기상조건에 따라 크게 좌우되며 국내 지형상 태양광패널 설치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또한 우리나라 지형은 바람의 강도가 약하고 지속성이 떨어져 풍력발전을 안정적인 에너지수단으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향후 전기수요의 증대가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에서는 기존 방식의 발전용량 증대뿐만 아니라 연료전지와 같은 신재생에너지수단을 이용해 추가적으로 발전하는 정책도 고려해야 한다.


열원구동 냉방 및 전열기를 사용하지 않는 난방방식을 채택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계설비분야에서는 고성능기기의 개발 및 효율향상에 중점을 둬야 하며 건물설계 시에도 열 및 전기에너지의 이용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기기의 구매, 입찰 등의 과정에 있어 고효율기자재 사용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 값이 싸다는 이유로 효율이 낮은 기기를 설치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에너지소비를 많이 하게 되므로 초기 설치비용이 다소 들더라도 효율이 높은 기기를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


■ 실현가능한 에너지믹스 모델은
주거용 및 상업용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는 주로 전기와 열이다. 전기는 대부분 전력회사로부터, 열·온수는 보일러 또는 지역난방을 통해서 공급받고 있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일본의 전기요금에 비해 약 1/3 수준이며 OECD 주요국 평균 전기요금의 60% 정도로 상당히 저렴하기 때문에 전력회사로부터 전기를 공급받고 열은 별도로 이용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국가적으로 봤을 때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이 전기와 열을 동시에 만들어 공급하는 열병합발전의 활용률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전력망에서 전기를 공급받는 것에 추가해 분산전원, 즉 소형 발전소들을 많이 만들어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일본에서는 도시가스를 이용한 주택용 연료전지 열병합발전시스템이 25만대(2018년 3월 기준) 이상 각 가정에 보급돼 있고 보급업체도 주택용 연료전지 이외에 공장 및 사업장용 연료전지시스템 보급에 힘쓰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시스템이 보급된다면 분산발전이 이뤄질 뿐만 아니라 에너지믹스도 구현 및 전력피크의 문제도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 해외사례에서 배워야 할 점은
독일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프랑스로부터 상당한 양의 전력을 공급받고 있다. 일본의 경우 후쿠시마 발전소 사고 이후 원자력발전소의 가동을 전부 멈췄으나 전기 부족현상으로 인한 생활수준 저하 등의 문제가 심각해지자 다시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에서는 원자력발전소 100기 정도를 해안가에 세울 예정이다.


에너지정책은 에너지원 보유여부나 해외에서의 에너지원 수입 정도에 따라 나라마다 상당히 다르게 추진되고 있다.


이렇게 각 나라마다 상황 및 수요현황에 따라 에너지정책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공급과 수요를 동시에 고려한 정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전기수요를 넉넉하게 예측하고 이에 맞는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석유, 석탄, 가스 등 에너지원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자원을 이용해 원자력발전을 하거나 수소나 알코올 등과 같이 상업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연료를 이용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