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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특별기고] 강용태 고려대 기계공학부 교수

흡수식냉동기 기술개발 현황
3중 효용, 기술·정책 보완 필요

흡수식냉동기는 열에너지를 사용해 고온·고압 냉매를 흡수액으로부터 재생시키는 열구동 시스템으로 1777년에 이론이 정립됐다.

1858년 프랑스의 과학자 Ferdinand Carre가 NH₃/H₂O 흡수식냉동기를 처음 개발한 후 스웨덴의 Electrolux사와 미국의 Servel사에서 처음 상용화했다. 1945년 미국의 Carrier사가 H₂O/LiBr 흡수식냉동기를 개발한 후 York, Trane, McQuay 등의 미국 공조기업들이 흡수식냉동기 기술개발에 참여했다.

하지만 1973년 제 1차 석유 파동 이후 미국의 흡수식 냉동기술에 대한 관심은 급격히 하락했다. 일본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전기를 생산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Ebara, Sanyo, Hitachi 등의 기업들이 흡수식 냉동기술 개발에 참여했다.

1964년 Kawasaki중공업에서 2중 효용 흡수식냉동기를 처음 개발해 흡수식냉동기시장의 주도권이 미국에서 일본으로 넘어왔으며 이후 1975년 일본 내 흡수식냉동기시장이 증기압축식 냉동기시장을 능가했다. 2006년 Kawasaki중공업에서 세계 최초의 3중 효용 흡수식냉동기를 개발해 시판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8년 현재 삼중테크가 3중 효용 가스직화식 흡수식냉동기 기술개발을 목표로 국책과제를 수행 중이다. 이 국책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한다면 현존 최고 성능을 갖는 흡수식냉동기(COP 1.70, 200RT급)를 개발하게 되며 이는 일본과 동등한 기술적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에서는 최근 메릴랜드대학교 연구팀이 마이크로 에멀젼을 흡수액으로 사용한 에너지절약형 흡수식냉동기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흡수식냉동기 분류
흡수식냉동기는 열원 공급방식에 따라 중온수흡수식과 직화식흡수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중온수 흡수식냉동기는 말 그대로 중온수를 열원으로 냉방을 위한 냉수만을 생성하지만 직화식 흡수식냉온수기는 난방을 위한 온수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으므로 국내에서는 주로 직화식 흡수식냉온수기의 수요가 크다. 우리나라에서는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가스직화식 흡수식냉온수기가 공항, 병원 등 중대형 건물들에 적용되고 있다.

또한 냉매를 재생하는 횟수에 따라 ‘1중 효용’, ‘2중 효용’, ‘3중 효용’으로 효용수를 분류할 수 있다. 1중 효용 흡수식냉동기는 약 95℃의 열원으로 COP(성적계수) 0.7을 얻을 수 있으나 150℃의 열원으로 약 COP 1.3을 얻을 수 있는 2중 효용 흡수식냉동기의 수요가 더 크다. 현재 Kawasaki중공업에서 개발한 3중 효용 흡수식냉온수기가 상용화됐으나 보편화되지는 않았다.



국내 시장형성 및 기술개발 동향
우리나라의 초기 흡수식냉동기는 일본기술을 도입해 생산했다. 1975년 현대양행은 일본 Sanyo의 흡수식냉동기 기술을 도입해 국내에 시판했으며 경원세기(현 센추리)는 일본 Hitachi로부터 1987년 1중 효용, 1992년 2중 효용 흡수식냉동기 기술을 도입해 국내에서 생산했다. 1984년 LG기계는 Sanyo로부터 가스직화식 흡수식냉온수기 기술을 도입해 국내에 시판했다. 이후 1980년대 후반 국내 LNG 도입과 건설경기 호황 및 정부의 에너지절약정책으로 가스냉방 권장에 힘입어 흡수식냉동기시장이 발전했다.

이에 따라 만도기계,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경동보일러, 대우캐리어 등 국내 기업들이 흡수식냉동시장에 참여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건설경기가 악화되며 흡수식냉동기시장도 침체됐다. 여러 기업들이 흡수식사업을 철수했으나 삼성중공업은 사업부를 분사해 삼중테크로 시장에 참여했다.

2000년대 초반 일본의 흡수식냉온수기 기업인 Sanyo, Hitachi, Kawasaki 등은 COP 1.3 이상의 고효율 2중 효용 흡수식 냉온수기를 상용화했으나 그 당시 국내에서는 대략 COP 1.0의 흡수식냉온수기 제품이 시장의 대부분을 형성했다. 이는 국내 흡수식업계에서 시스템의 고효율화보다는 높은 생산성을 위한 제조기술 향상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2006년 일본의 Kawasaki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COP 1.6의 3중 효용 흡수식냉온수기를 개발해 시판했으며 2007년 우리나라에서는 흡수식냉온수기 고효율인증 기준이 COP 1.0에서 COP 1.2로 상향됐다. 신성엔지니어링은 일본의 Hitachi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COP 1.35의 2중 효용 흡수식 냉온수기를 출시했다. 이후 LG전자와 삼중테크 등의 기업들도 COP 1.35의 고효율 흡수식냉온수기 제품을 개발해 국내 흡수식냉온수기시장은 COP 1.3 이상의 고효율 시장으로 변화했다.

이후 2016년 한국에너지공단은 ‘고효율에너지기자재 보급촉진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직화식 흡수식냉온수기의 고효율인증 기준으로 기존 COP 1.2와 통합성능계수(IPLV: Integrated Part Load Value) 1.41 이상의 기준을 공용했다. 2018년 1월1일부터는 IPLV 기준으로만 고효율에너지기자재를 인증하고 있다.

흡수식냉동기 성능향상 방안
2중 효용 이상의 흡수식 사이클과 같이 구성이 복잡한 시스템에서는 동일한 구성요소의 배열을 변경해 시스템효율이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사이클 시뮬레이션을 통해 열역학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여러 사이클을 비교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시스템의 구성이 간결할수록 실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유리하므로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며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

3중 효용 흡수식시스템은 열원을 공급받는 고온재생기의 온도가 대략 200℃에 근접하게 된다. H₂O/LiBr 용액은 온도가 상승할수록 부식의 위험이 커지며 이는 시스템 자체에 문제를 초래할 뿐 아니라 불응축 가스 생성으로 시스템 내에서 열전달을 방해한다.

이에 따라 고온 용액의 부식성을 억제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 흡수식시스템에서 사용하는 부식억제제는 대표적으로 Li₂CrO₄, Li₂MoO₄, LiNO₃ 등 3가지가 있으며 현재 국내에서 고온 용액용 부식억제제 선정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부식억제제와 더불어 강한 내식성을 가진 적절한 소재를 선정해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흡수식 냉동시스템에서 용액 계면활성제는 흡수기에서 용액의 표면장력을 감소시켜 전열관에 용액이 균일하게 분포하도록 해 용액의 냉매가스 흡수능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하는 용액 계면활성제는 노말옥틸알콜과 2-에틸헥실알콜이 대표적이나 두 물질 모두 200℃의 고온에서 열에 의해 분해, 손실돼 3중 효용 흡수식 시스템에는 적용할 수 없다. 이에 따라 3중 효용 흡수식시스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고온용 용액 계면활성제의 개발이 필요하다.

흡수식냉동기의 흡수기에서는 일반적인 평활관을 사용하는 대신에 여러 형상의 전열관을 사용해 용액이 전열관에 쉽게 퍼져 균일하게 젖을 수 있게 한다. 또한 전열관 형상을 최적화해 단관으로서의 성능이 높게 측정돼도 관군으로서의 성능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각각의 흡수식 시스템에 대한 고성능 전열관 연구가 필요하다.

시스템의 구성이 복잡할수록 시스템 내부의 열역학적 손실이 커지게 된다. 흡수식 냉동시스템에서는 내부에서 손실되는 열에너지를 회수하기 위해 시스템 구성요소의 고효율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재생기와 흡수기 사이에 용액 열교환기를 배치해 재생기에 공급하는 열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또한 재생기에 배기가스 열교환기를 설치해 연소 후 배기가스의 열에너지를 회수, 시스템 전체의 열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흡수식시스템의 대표적인 성능향상 방안 외에도 기타 여러 방안이 있다. 흡수식시스템 내부의 용액 및 냉매펌프의 고효율화를 통해 시스템에 공급하는 전기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용액펌프의 인버터제어를 통해 용액의 유량을 조절해 부분부하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내부 열손실을 유발하는 불응축 가스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자동추기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또한 흡수식시스템에 더욱 적합한 새로운 냉매·흡수액 작동유체를 개발, 시스템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정부 지원 현황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건축물의 냉방설비에 대한 설치 및 설계기준’과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 등 법규를 통해 일정 규모 이상의 일반 건축물과 연면적 1,000m² 이상의 공공기관 건축물을 신축 증설하는 경우 냉방설비용량의 60% 이상을 가스·집단에너지·신재생에너지 등을 이용한 비전기식 냉방설비로 설치할 것을 의무화했다. 또한 정부는 흡수식냉온수기를 비롯한 가스냉방기기를 장려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에서는 냉난방공조용 하절기 도시가스의 도매요금을 할인하고 있다. 냉난방공조용 도시가스의 하절기 요금(8.964원/MJ)은 기타월 요금(13.2782원/MJ)보다 32% 할인된 가격이며 가스냉난방 공조기로 난방을 하는 경우에도 업무 난방용(보일러) 도시가스 요금보다 저렴하다.

또한 한국가스공사에서는 가스직화식 흡수식 냉온수기 설치 장려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의 경우 총 장려금 산정액(1억원 이하)의 5%를 추가 지급한다. 2018년 한국가스공사의 가스냉방 장려금은 약 70억원이 산정됐다.

한국에너지공단에서는 가스냉방기기 투자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융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에너지절약시설 설치사업’의 지원금은 총 150억원(3년 거치 5년 분할)이며 중견기업의 경우 1.75%, 중소기업의 경우 1.5%의 낮은 이율을 적용받는다. 또한 가스냉방기기인 흡수식냉동기를 구매하는 경우 조세특례제한법 ‘에너지절약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에 따라 대기업의 경우 1%, 중견기업의 경우 3%, 중소기업의 경우 6%의 법인세를 공제받을 수 있다.

이러한 정부지원이 있음에도 국내 가스냉방 비율은 일본(약 23.4%)의 절반도 안되는 9.3%다. 이는 흡수식냉방기기의 초기 투자 비용이 크지만 가스냉방 장려금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통합성적계수 (IPLV)

냉방용량

지원금액

1.41이상 1.71미만

200RT 이하

45 천원/RT

200RT ~ 500RT

35 천원/RT

500RT 초과

25 천원/RT

1.71 이상

200RT 이하

90 천원/RT

200RT ~ 500RT

70 천원/RT

500RT 초과

60 천원/RT

<가스직화식 흡수식 냉온수기 설치 장려금(출처: 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의 가스냉방 장려금의 경우 편성된 예산이 조기 소진되는 경우 장려금 지원사업이 종료된다. 이에 따라 가스냉방설비를 설치하고도 지급받지 못한 장려금이 약 15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려금이 부족한 경우 추경예산을 편성해 추가장려금을 지원하지만 추경예산은 임시방편일 뿐이며 정규편성 예산의 확대가 필요하다.

가스냉방기기의 전력대체효과는 0.95kW/RT이며 2015년 가스냉방의 대체전력은 2,272MW로 추산됐다. 1,000MW의 발전소 건설을 회피했을 때 연간 670억원의 국가적 비용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으므로 2015년 가스냉방은 약 1,520억원의 발전소 건설 회피효과에 기여한 것이다.

현재 연구개발 중인 3중 효용 흡수식냉온수기는 기존의 전기냉방보다 우수한 고효율 기기이며 개발완료 시 보급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책적, 제도적 지원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정책적 지원확대 필요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에 따른 급격한 국민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여름철 냉방 전력부하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흡수식냉온수기를 비롯한 가스냉방기기의 중요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 제작하는 흡수식냉동기는 세계 최고 수준인 2중 효용 COP 1.3 이상의 고효율 제품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으나 일본에 비해 가스냉방이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 미비한 실정이다. 흡수식냉방기기의 보급확대를 위한 관련기술 향상과 더불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의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며 또한 치열한 가격경쟁 안에서 고효율 친환경 냉방기기에 대한 소비자의 의식 전환이 요구된다.

고효율 흡수식냉동기의 보급은 국가적인 전력계통 안정화와 지구온난화 방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