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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BIM, 건축·설비설계 ‘관통’…산업혁신 파괴력 주목

제도·기술·산업환경 등 ‘실타래’
건설산업 효율화·선진화 기대
ZEB 인프라 역할 잠재력 충분


BIM 활성화 정책이 기존 건축·설비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표면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은 건축설계도서 중 최소한 기본도면(평면, 입면, 단면도)을 3D모델에서 추출해 도서를 작성하는 설계방식을 말한다.


보다 크게는 계획한 건축물을 시공자나 발주자에게 오류 없는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디지털모델과 이를 작성하기 위한 업무절차를 포괄적으로 지칭한다.


여러 건설공정의 효율적인 정보교환을 통해 올바른 시공정보를 생성하고 설계품질, 나아가 건축물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즉 3D로 건축·설비를 설계하고 건축자재나 기계·전기·소방설비와 관련된 모든 정보가 입력돼 건축물의 겉과 속을 모두 살펴볼 수 있는 ‘설계패키지’다. 입력가능한 정보는 지형·일사 등 환경정보부터 대지·연면적 등 건축정보, 부속 자재·장비의 성능정보·시공방법 등 방대하다.


건축설계단계와 시공 전 단계에 BIM 적용 시 확보할 수 있는 효과는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BIM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건축·설비설계업계는 기존 산업환경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의무화에 따라 억지로 적용하면서 BIM 효과가 상쇄되고 추가적인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토로한다.


이번 기획에서는 BIM 효과와 국내 정책흐름을 살펴보고 BIM 보급확대를 위해 어떤 점들이 개선돼야 하는지를 짚어본다.




BIM 정책강화 추진
정부가 BIM 관련정책을 마련한 것은 10여년 전이지만 최근 4차 산업혁명이 이슈화되면서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인식에 따라 스마트 건설기술의 일환으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조달청은 2010년 BIM 도입계획을 수립하고 2011년 시범도입한 이후 2012년 맞춤형서비스* 500억원 이상 공사에 BIM적용을 의무화했다. 이어 2016년 3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했으며 올해는 모든 맞춤형서비스 공사에 BIM 의무화를 추진한다.


이를 위해 ‘시설사업 BIM 적용 기본지침서’를 배포하고 있으며 수차례 개정을 거쳐 2017년 말 1.32버전을 발표했다. 올해는 추가개정이 진행된다.


국토교통부는 ‘스마트컨스트럭션 2025’를 발표했다. 2020년까지 공공SOC사업의 20%에 BIM을 적용하고 2025년에는 AI를 이용한 BIM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건축인허가 행정시스템인 ‘세움터’에 BIM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검토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LH도 BIM 로드맵을 통해 2019년 설계공모의 50%, 2020년 100%를 BIM으로 발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BIM 활용가이드’ 및 ‘세부가이드’ 등을 배포하는 한편 실무에 활용할 수 있는 템플릿 등 데이터를 공개하기도 했다.


민간에서는 산업시설 중심으로 BIM이 도입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은 시설의 정밀성향상이 필수적인 반도체공장을 중심으로 대규모 BIM 프로젝트를 발주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부·발주자의 적극적인 행보는 BIM 도입확산을 어느 정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도입 자체에 의미를 뒀다면 이제는 구체적 효과를 검토할 시점이 됐다고 조언한다.


*맞춤형서비스: 시설분야 전문인력이 없거나 시설공사 수행경험이 없어 사업추진에 어려움이 있는 기관을 대상으로 수요기관 요청에 따라 건설사업 추진과정(기획, 설계관리, 심의대행, 공사관리, 사후관리 등) 전체 또는 일부를 대행하는 조달청의 전문 건설사업관리 서비스.




비용·설계오류·소통 개선효과
가장 체감도가 큰 효과는 비용효율화다. 현재 건설공사 전반에 걸친 정보오류로 약 5%의 공사비 추가투입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설계단계 정보생성의 오류가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설계대로 시공이 진행됐지만 간섭 등 오차에 따라 철거 후 재시공하는 사례도 있고 시공오류에 따라 추가공사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BIM기반 시공·설계는 데이터와 3D모델링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추가공사비 투입을 억제해 전체 프로젝트를 놓고 보면 비용의 효율화를 도출할 수 있다.


또한 3차원 시각화에 따른 의사소통 편의성 향상은 건축산업환경 측면에서 가장 의미있는 효과다. 발주자는 완성될 건축물을 쉽게 이해함으로써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고 정정·번복을 최소화할 수 있다.


시공사도 공종간 간섭체크, 발주재료 목록·수량·납품처·시공방법 등 정보가 BIM에 포함돼 있어 협의과정 단축에 따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미래 BIM, 녹색건축 연계가능성
BIM은 건축과 디지털·IT 융복합기술이다. 디지털화(Digitalization)가 모든 산업영역에 걸친 글로벌 추세임을 감안하면 국가적 관점에서 건설산업의 생산성향상과 혁신성장의 길을 여는 기술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BIM은 건설산업의 미래인 제로에너지빌딩(ZEB) 등 녹색건축을 앞당길 수 있는 건설프로세스·기술로도 여겨진다.


건축물 자재·설비성능, 외부환경 데이터, 공법 등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BIM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면 설계·시공은 물론 에너지시뮬레이션 용이성과 유지관리·보수 효율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BIM 데이터베이스가 BEMS와 연동되면 최적제어는 물론 관리자가 3D모델을 기반으로 실수 없이 관리하는 이상적인 모델을 구현할 수 있다.


건물 생애주기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는 부위만 떼어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으며 수리·보수·교체비용을 즉시 판단할 수 있다. 리모델링 등 성능개선 시에는 설계사에서 이를 확인하고 쉽게 개선안을 도출할 수 있다.


결국 설계·시공·유지관리가 서로 순환하며 건축물 LCA(Life Cycle Assessment)관점에서 관리의 효율성이 향상돼 ZEB 국가목표와 건축물 온실가스 저감을 달성할 수 있는 기반으로 작동하게 된다.


현재까지는 BEMS와의 연동은 시도되지 않고 있지만 에너지시뮬레이션과 협업은 조금씩 시도되고 있다.


정림건축은 최근 설계기술연구인 플러스에너지하우스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설계팀과 친환경팀 협업으로 BIM설계 기반의 에너지시뮬레이션을 수행해 빌딩스마트협회가 시행한 BIM Award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이상적인 BIM 프로세스가 IPD(Integrated Project Delivery, 통합프로젝트수행방식)와 상통하는 측면도 긍정적인 요소다. 2000년대 초 미국건축가협회(AIA)에서 제시한 IPD는 사람·시스템·산업구조 전체를 통합하고 설계·조립·시공 전 단계에 걸쳐 건축·기계·전기·소방 등 모든 참여자의 재능과 통찰을 조화시키는 프로젝트 접근방식이다.


녹색건축분야도 건축물의 에너지·쾌적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와 같은 건축프로세스환경 조성필요성을 강조하는 상황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BIM 프로세스 역시 발주·설계·시공·협력사 등이 순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기존 프로세스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 수월하기 때문에 IPD와 BIM은 별개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BIM 도입취지와 효과를 확보하기 위해 건축프로세스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BIM과 ZEB의 동반확산·접목을 통해 선진 건축환경 조성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건설업계에서도 최근 프리콘(Pre-construction)에 대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문자 그대로 실제 건축물을 짓기 전에 BIM 기반의 가상건축물을 짓는 것이다. 프리콘은 설계도면 작성 전 시공사·협력사의 참여가 필수적이어서 IPD와 유사한 방식으로 평가된다.


국내에서는 GS건설·포스코A&C 등이 시도해 성과를 냈으며 발주자의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방위적 건축환경 개선 필요
BIM은 모든 분야에 걸쳐 효과가 기대되지만 현실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180° 달라진다. 제도·기술·관행 등 전방위적으로 장애물이 산적해 있다. 2000년대 후반 BIM 도입기에 너도나도 뛰어들어 관련 프로젝트가 급증했지만 이후 효과에 대한 의문이 생기면서 급감한 사례가 있다.


최근 정책에 따라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BIM회의론도 나오는 상황이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BIM 발전가능성은 있지만 현재 제시되는 장점들은 대부분 이론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제도적인 문제는 정확한 기준·가이드가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BIM 프로세스·기술이 업계 전반에 확산되지 못한 상황에서 의무화를 하다보니 업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달청 등에서 각 공정을 세부적으로 구분해 지침을 제시하고 있지만 ‘BIM을 적용한다’, ‘BIM 데이터를 확인한다’ 등 수준에 불과해 현업에서 실제 업무에 착수했을 때 참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BIM기반 직접설계보다는 기존 2D도면을 단순 입체화하는 전환설계에 눈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의미없이 의무규정만 만족시키는 것이어서 BIM 도입취지를 무색케하고 있다.


최근 LH에서 공개한 가이드와 데이터가 이와 같은 문제를 일정 부분 상쇄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의무화와 함께 정부지침 역시 개선될 필요가 있다.


기술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전문가가 보편화되지 않아 BIM 프로젝트를 수행할 인력이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내부인력을 수년에 걸쳐 재교육하면 임금수준이 높은 대기업 산업현장 프로젝트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인력양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발주처나 감독자도 BIM 대한 이해가 없어 납품해도 활용하지 못할 뿐 아니라 어설픈 결과물로도 제출인정을 받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빠듯한 일정에 어려움을 토로했더니 발주처에서 ‘검토할 수 있는 사람도, 활용할 사람도 없으니 대충하라’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라며 “BIM 수행인력도 확보돼야 하지만 프로젝트 기획·검토인원도 전문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장 근본적이고 고질적인 문제는 건축산업환경이다. BIM 설계 시 기본적으로 시간·인력·비용이 추가되지만 이에 따른 문제를 소통할 여건이 되지 않고 있다. 제한사항을 토론하고 대안을 함께 도출함으로써 프로젝트를 원만하게 끌어나갈 동력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적정 설계비를 지급하지 않는 현재 관행이 BIM프로젝트에도 적용되고 있다. 추가 비용을 인정받지 못하면서 건축·설비설계사의 어려움이 가중돼 확산을 가로막고 있다.


이밖에도 BIM 데이터베이스 인프라 구축, 자재·설비제조사의 지원·준비 등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어 이를 모두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