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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기장치 조달 렌탈사업 ‘시간 두고 논의’

대기업·캐피탈 진입 따른 중소기업 경쟁제품 취지 퇴색 우려
환기업계, 현장 유지관리 어려움 ‘공감’…“중장기 추진해야”



교육시설을 중심으로 환기장치(공기순환기)의 유지·관리서비스가 포함된 렌탈서비스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이후 조달시장의 주요 수요처로 떠오른 학교 등 교육시설에서 교사, 시설관리자 등 근로자가 일일이 환기장치의 필터교체 등 유지·관리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요구가 이어지면서 조달청이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조달청은 지난 25일 일산 킨텍스에서 ‘공기순환기 임대서비스 상품개발 관련 업체간담회’를 개최하고 환기장치 제조기업이 현장 수요처의 유지관리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렌탈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의견을 수렴했다.


이 자리에서 다수의 환기장치 제조기업들은 몇 가지 우려사항을 밝히며 시간을 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렌탈사업에 대한 필요성과 수요처의 선호도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업계에서는 렌탈사업이 준비없이 시행되면 중소기업의 자금력 한계에 따른 대기업·캐피탈의 시장장악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통상적인 직접구매 시와 달리 렌탈사업은 제품의 가격을 할부와 같이 나눠 지급받게 되는데 이 경우 대량생산에 따르는 비용을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렵다. 이는 판매를 전담하는 대기업이 낙찰받고 중소기업에서 물건을 구매해 납품하거나 자금을 융통하는 캐피털사 등이 개입해 컨소시엄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공기순환기가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됐지만 이는 직접구매 시에만 적용할 수 있고 임대서비스는 적용받지 않는다.


업계의 관계자는 “공기순환기가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됐지만 아직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아직 계약까지 발생하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중소기업을 육성한다는 법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과실이 맺히기도 전에 나무를 베는 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달청의 관계자는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의 취지가 있기 때문에 만약 렌탈서비스를 조달청에서 운영하더라도 이를 저버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물품구매 시처럼 나라장터 장바구니를 이용하되 해당 물품에 옵션으로 ‘유지관리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대기업의 진입을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도 “자금문제에 따라 캐피탈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하게 되면 사실상 갑을관계가 형성돼 대기업이 참여하는 시장과 다를 바가 없다”라며 “추후 자금은 은행융자를 통해 진행하더라도 컨소시엄을 통한 동시참여는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만 자금조달에 대해서는 사회적협동조합 등을 제조기업과 매칭시키는 방법이나 선급금 지불, 분할납품 집행 등 자금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라며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취합해 불만이 없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문제는 전국에 산재한 설치현장을 유지·관리할 수 있도록 전국네트워크를 구축한 중소기업이 사실상 많지 않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한 관계자는 “전국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사무공간 임대비용, 인건비, 출장비 등 비용발생이 불가피하다”라며 “수주를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와 같은 초기투자비·고정비용 지출은 중소기업으로서 상당히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렌탈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밝힌 업계의 한 관계자는 “렌탈서비스는 전국 네트워크 구축에 더해 이를 관리하는 소프트웨어와 장비도 필요하다”라며 “이에 대한 비용도 중소기업으로서는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한 조달청이 공사 등의 이유로 신축이 아닌 기존 학교에는 설치가 어려운 천장형보다 바닥상치형 또는 스탠드형을 대상으로 렌탈서비스를 먼저 시작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에 대해 업계에서는 반대의견을 밝혔다.


시공의 정도차이만 있을 뿐 바닥상치형, 스탠드형도 타공 등의 과정이 필요하고 기존 학교 중 천장형에 대한 교체수요도 서서히 증가하고 있으니 소비자의 선택권과 업체별 형평성을 고려해 제품의 형태에 따라 차이를 두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타 의견으로는 △학교의 수요량과 기업별 생산량을 파악한 뒤 시범적으로 할당 운용 △렌탈서비스 시행 시 납품·시공기업 일치 △렌탈서비스 시행 시 유지관리·시공을 위한 기간부족 문제 등이 제기됐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렌탈서비스 도입에는 이견이 없었다. 유지관리 문제에 따라 현장에서 이를 대행하는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만큼 이에 충족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가 컸다. 한편으로는 이와 같은 유지관리 서비스 역시 환기업계에 새로운 서비스시장을 만드는 일이어서 기업에게 유리한 측면도 있다.


조달청을 비롯한 중기부·교육부 등 관계당국이 수요처의 요구와 업계의 현실을 적절히 조율하는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