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설비공학회(회장 송두삼) 하계학술발표대회가 지난 6월18일부터 20일까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가운데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하 에기평)이 ‘에너지 수요관리 핵심기술개발사업 기술공유회’ 세션을 마련했다. 임승빈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 수요관리실장이 좌장으로 참여했으며 한국에너지공단과 협력해 추진 중인 제도연계형 R&D 프로그램과 함께 다양한 혁신기술 개발사례가 소개됐다.
임승빈 에기평 수요관리실장은 “설비공학회는 산업과 건물분야에서 에너지기술이 실제 적용되는 중요한 장소”라며 “이번 기술공유회는 종료를 앞둔 과제들이 실제로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기술적 성과물을 공유하고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에너지 수요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산업계와 학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라며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가능한 기술들이 이번 공유회를 통해 폭넓게 보급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가변형 운전 중대형 펌프기술, 하수처리장 등 20% 에너지절감 기대
이주백 대진정공 대표는 ‘가변형 운전 중대형 펌프기술’을 소개한 발표에서 “이번 기술은 중대형 펌프를 가변운전하는 시스템으로 하수처리장과 같은 시설에서 전력소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라며 “가이드베인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IGV기술과 ICT 기반의 실시간 능동대응형 제어기술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 소개된 펌프시스템은 하수처리장 펌프운전에 소요되는 전력량을 연간 3~4억원 수준에서 약 10~20%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주백 대표는 “펌프시스템 단위에서의 효율뿐만 아니라 시스템 전체 효율화를 통해 탄소배출 저감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진정공은 생산기술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서울대학교 등과 협력해 펌프 최적설계와 실험, 현장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실물모델 제작을 완료하고 성능 테스트를 앞두고 있으며 오는 하반기 중 실증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대진정공은 이미 중대형 축류펌프 위험운전구간을 회피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도 성공했다. 특히 IGV 제어알고리즘을 통해 펌프운전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으며 IoT·ICT 기반의 실시간 능동 대응형 IGV 제어시스템을 통해 보다 안정적인 운전을 구현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대진정공은 해외 배수펌프장 납품 최다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제품 및 품질과 관련된 특허를 지속적으로 출원하고 있다. 특히 2021년에는 추가적인 냉각장치 없이 자체 냉각이 가능한 펌프를 개발해 신제품인증(NEP)을 획득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가변익 송풍기, 전기식 액추에이터 적용
양상호 삼원이앤비 연구소장은 ‘가변익 송풍기 기술개발’ 과제를 발표했다. 이번 과제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지원하는 에너지 수요관리 핵심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양상호 소장은 이번 기술에 대해 “송풍기 운전 중 날개각도를 제어할 수 있는 서보모터 기반 가변익 시스템을 통해 플랜트 등 다양한 환경에서 부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라며 “특히 기존 유압식 액추에이터 대신 전기식 서보모터를 적용해 제어응답성과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술은 축류팬 구조에 자동 가변익시스템을 접목한 것으로 시스템 부하변화에 따라 풍량을 정밀하게 조절함으로써 송풍기 운전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실물모델은 100마력 및 250마력급으로 제작됐으며 성능시험과 실증을 통해 효율성을 입증하고 있다.
삼원이앤비는 수원대학교, 한국기술교육대학교,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등과 협력해 인펠러 형상 설계, 가변링키지 시스템 개발, 전기식 액추에이터 제작 등 각 요소기술을 완성했다. 향후 이 기술은 고부하, 고변동 환경의 산업용 팬 시스템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서보모터 액추에이터의 정밀제어 기능은 기존 대비 약 16% 에너지부하 저감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분석됐으며 이로 인해 탄소배출 저감과 운전비용 절감효과도 기대된다. 삼원이앤비는 이 기술을 기반으로 향후 스마트 유지관리 기능까지 포함한 지능형 송풍기 시스템으로의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터보 공기압축기 개보수 기술로 고효율 실현
이동인 대주기계 회원은 ‘1,500HP급 터보 공기압축기 가변속 개보수(Retrofit) 효율향상기술’ 개발결과를 발표했다.
대주기계는 고정형 설비인 터보 공기압축기의 에너지소비 효율을 높이기 위해 기존 압축기 케이싱 등 주요구조를 유지하면서도 공력부품(IGV, 임펠러, 디퓨저, 볼류트)을 맞춤 설계하고 가변제어 기술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성능향상을 구현했다.
이동인 회원은 “압축기의 설계점뿐만 아니라 부분부하 운전 시에도 고효율 운전이 가능하도록 구성함으로써 설비운용 효율을 극대화했다”라며 “특히 압축공기 사용량을 실시간 측정하고 이에 따라 부하를 조절하는 스마트 제어기술을 도입해 에너지절감 효과를 높였다”고 밝혔다.
이번 기술은 리트로핏 방식으로 적용 가능해 신규설비 도입없이도 기존 산업설비의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다양한 제조 및 공정 현장에서의 활용성이 높다. 또한 국산화 기술을 통해 핵심부품 자립화를 실현하고 상태 모니터링시스템을 기반으로 유지관리 효율성도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대주기계는 이번 과제 수행을 통해 기존 1,500HP급 터보 공기압축기의 등온효율과 운전안정성을 동시에 개선했으며 가변 드라이브시스템을 접목함으로써 다양한 부하조건에서도 최적운전이 가능하도록 했다. 향후에는 고압·대용량 설비로의 기술확장을 통해 국내·외 시장확대를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전기화학 압축기 기반 히트펌프 기술 선봬
김영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기화학적 압축기를 이용한 화학흡착식 히트펌프시스템 개발’ 과제성과를 발표했다.
김영 책임연구원은 이번 기술이 기존 증기압축식 히트펌프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라고 언급했다. 특히 기후위기 심화로 인해 혹한·혹서 조건에서 냉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낮은 온도에서도 작동 가능한 고효율 히트펌프기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화학흡착 반응기와 응축기 사이에 전기화학적 압축기를 도입해 시스템의 열원활용 범위를 대폭 확장시켰다.
전기화학 압축기는 수소 및 암모니아 기체를 전기화학적으로 이온화하고 막을 통과시켜 고압으로 전환하는 기술로 기존 기계식압축기 대비 에너지효율이 높고 저소음·무진동운전이 가능하다.
김영 책임연구원은 “전기화학 압축기를 통해 40℃ 이하의 저온에서도 냉매를 고압상태로 전환할 수 있어 여름철 외기수준의 열원을 사용하는 히트펌프 구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술은 고효율 흡착제와 함께 작동하며 유기금속골격체(MOF), 탄소기반 지지체 등 다양한 신소재를 기반으로 흡착성능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했다. 또한 전기화학 압축셀의 대면적화, 멀티스테이지 구성, 저압운전 최적화를 위한 스택설계기술도 함께 개발돼 시스템통합 완성도를 높였다.
기계연구원은 중앙대학교, 세종대학교,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등과 협력해 전기화학 압축기 개발 외에도 재생열원 기반 테스트베드 구축, 성능검증, 기술표준 수립을 수행했다. 향후 흡수식 및 흡착식 냉난방시스템과의 융합을 통해 고효율 통합열관리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고집적 데이터센터 냉각기술 실증 발표
고민건 삼화에이스 팀장은 ‘고집적 데이터센터 에너지효율 향상기술’에 대한 실증결과를 발표했다.
고민건 팀장은 이번 과제가 서버밀집도 증가와 AI기술 확산 등으로 인한 데이터센터 발열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실증연구임을 강조했다. 과제의 핵심은 독립운영형 냉각모듈을 기반으로 한 고집적 냉각시스템으로 단위 구역 내 랙당 최대 15kW 이상 발열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총 10개 랙을 수용하는 시스템 구성으로 냉각효율과 전력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 기술은 SK텔레콤 성수 4호 IDC에서 실증됐으며 1차 실증에서는 실제 SK서버를 이용해 CPU 및 통신카드 온도 안정성을 평가했다. 리어도어 냉각방식을 적용한 결과 CPU는 70℃ 이하, 통신카드는 80℃ 이하의 안정적인 온도유지가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존 대비 통신카드 온도가 약 10~20℃ 낮아졌으며 PUE는 1.2 이하를 목표로 운영효율성도 입증됐다.
또한 삼화에이스는 AI 기반 냉방제어기술과 스마트 분전반,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연계를 통해 운영데이터분석과 자동화 제어기능도 구현하고 있다. 실증에는 주관기관인 이온을 비롯해 삼화에이스, 어니언소프트, 한양대,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데이터센터효율협회 등이 기술검증과 홍보, 향후 확산기반 마련에 협력하고 있다.
삼화에이스는 이번 실증을 기반으로 고성능 서버의 증가에 따른 고발열 문제해결을 위한 통합형 냉각솔루션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고민건 팀장은 “데이터센터의 공간 효율성과 에너지절감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한 만큼 고집적·고효율 냉각기술 수요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실증 결과를 토대로 상용화 및 타 센터 확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용 보일러 최적운전 데이터 구축 성과 발표
신명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박사는 ‘산업용 보일러 운전데이터 구축 및 효율향상기술’ 과제성과를 발표했다. 이번 과제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추진하는 에너지 수요관리 핵심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산업현장의 보일러 에너지사용 효율을 높이기 위해 추진됐다.
신명철 박사는 “보일러는 에너지소비 비중이 큰 설비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여전히 경험에 의존한 운전이 일반적”이라며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운전 조건을 도출하는 것이 이번 과제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실시간 운전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학습한 AI 알고리즘을 적용해 효율향상을 도모했다.
과제는 크게 세 가지 단계로 진행됐다. 먼저 보일러의 주요 운전변수 및 센서정보를 정밀분석하고 이를 통해 데이터 기반의 운전조건 매핑을 수행했다. 이후 AI 기반 모델을 구축해 시간대별, 부하조건별 에너지소비 패턴을 예측하고 이를 활용한 실시간 제어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운전전략을 도출했다.
이번 기술은 실제 산업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모듈형 데이터 수집시스템과 보일러 제어인터페이스를 표준화했으며 일부 파일럿 플랜트에서는 연료사용량의 10% 이상 절감효과도 나타났다. 특히 노후보일러 설비에 대한 리트로핏 적용도 가능해 중소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높은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생산기술연구원은 향후 다양한 산업용 열원설비에 이번 기술을 확산 적용하고 데이터 기반 공정운전 최적화 솔루션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신명철 박사는 “정량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모델을 통해 최적의 운전조건을 도출할 수 있다”라며 “실제 산업현장에서 적용해본 결과 연료절감 효과가 확인됐고 현장에서도 반응이 긍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제도연계형 R&D, 전 산업분야 E혁신 이끌어
임승빈 KETEP 수요관리실장은 ‘에너지수요관리 제도연계형 R&D 소개’를 주제로 발표했다. KETEP에서 진행하는 수요관리 핵심기술 개발사업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산업, 건물, 수송 등 전 소비부문을 아우르는 에너지 R&D 지원사업이다. 이번 사업은 에너지소비를 체계적으로 감축하며 전력부하를 저감해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하기 위해 진행됐다.
수요관리는 크게 세가지 기술유형으로 나뉜다. 첫째로 기기나 설비·공정의 고도화를 통해 같은 일을 하더라도 에너지를 적게 쓰는 저감기술, 둘째로 설비나 건물의 통합제어 및 미활용에너지 활용 등으로 운영효율을 높이고 사용시간 내 에너지 추가 감축을 실현하는 절약기술, 셋째로 설비나 건물 간 에너지망 연계를 통한 에너지공유와 첨두부하 분산 등 에너지 부하 관리기술이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와 기술을 아우르는 수요관리사업은 산업 85개 업종, 건물 10개 유형, 수송 등 약 1,000여개의 기술을 지원하며 에너지의 생산·전달·소비 전주기를 포괄한다.
기술개발과 함께 ‘제도연계형 R&D’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기술이 시장에 빠르게 도입·확산되기 위해서는 R&D단계에서부터 제도와 연계가 필수다. 이를 위해 R&D와 인증·인센티브 등 제도적지원을 결합해 기술의 시장진입과 성장 기간을 단축하며 국내·외 적용사례를 조기에 확보하는 전략이 추진되고 있다.
기술도입 초기에는 인센티브 등 당근정책으로 시장진입을 유도하고 일정수준 이상 성숙하면 의무화 등 강제제도로 전환하는 방식이 활용된다. 이 과정에서 효율등급제, 인증제도, 대기전력프로그램 등 다양한 제도와 연계된 기술개발이 이뤄진다.
최근에는 제도연계형 R&D의 기획단계부터 제도·인증·시험기관 전문가가 필수적으로 참여해 과제 3년 이내에 새로운 인증 기준안을 도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사업화 매출목표도 명확히 설정해 실제 시장에서의 활용성과 성과창출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콜드체인분야 저온 냉동·냉장시스템 인증, 산업용 전동기·선풍기 기준 마련, 스마트조명 표준 인증 등 3개 과제가 신규로 추진됐다. 올해는 건물·수송분야로 확대해 Air-To-Water 히트펌프 효율 기준, 전기차충전기 대기전력 표준 인증, 수소분야 등으로 지원을 넓힐 계획이다.
임 실장은 “제도와 기술개발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제도연계형 R&D는 에너지 수요관리의 실질적 성과창출과 시장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산업, 건물, 수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효율·저탄소 기술개발과 제도적지원이 맞물려 국내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E효율관리정책, 소비자 중심 구조로 진화할 것
서민현 한국에너지공단 효율기술실 팀장은 ‘기기분야 에너지효율관리체계 고도화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에너지공단은 1980년 설립됐으며 에너지효율 향상, 기후변화 대응,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에 따라 다양한 제도를 도입해 업무영역을 넓히고 있으며 최근 정부의 에너지효율 혁신과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정책에 발맞춰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국내 기기분야에는 세가지 대표적인 에너지효율 관리제도가 적용되고 있다. 첫째는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표시제도로 1등급부터 5등급까지의 라벨을 의무적으로 부착해 소비자가 효율높은 제품을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저효율에 미달하는 제품은 생산과 판매가 금지된다. 이 제도는 1992년 가전제품을 시작으로 현재 40여개 품목에 적용 중이다.
둘째는 고효율에너지 기자재 인증제도로 우수 중소기업제품의 품질보증과 효율향상을 위해 자발적 인증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산업설비를 중심으로 23개 품목이 관리되고 있으며 시장변화에 맞춰 신규품목 지정도 추진 중이다.
셋째는 대기전력 저감프로그램이다. 주 기능을 사용하지 않을 때의 대기전력 최소화를 목표로 의무와 임의제도를 병행해 18개 품목을 관리하고 있다. 대기전력 경고표시가 의무화됐으며 우수제품에는 제조사나 수입사가 절전라벨을 부착할 수 있다.
서 팀장은 “3대 효율관리제도는 산업, 상업, 가정 등 모든 부문에서 증가하는 에너지소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라며 “특히 산업부문 에너지사용량이 타 부문보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기기별로도 냉·난방, 동력, 조명, 가전제품 등에서 소비가 늘어나고 있어 효율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으로 효율관리 체계를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다. 대기전력 저감 프로그램은 2027년까지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제도로 통합될 예정이며 2028년 이후에는 에너지등급표시제도와 고효율인증제도, 두축으로 효율관리가 이뤄진다. 시장에서 퇴출되는 품목은 폐지하고 에너지 주기능 사용량 관리가 필요한 품목은 등급 제도로 이관할 방침이다.
또한 고효율 인증제도를 통해 시장에 빠르게 혁신기기를 보급하고 시장이 성숙하면 등급제도를 통해 지속적으로 소비량을 관리하는 등 단계별관리전략도 강화된다.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의 효율혁신 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고효율설비와 공정, 특화기술 개발을 위한 R&D실증사업과 연계해 혁신제품의 조기시장 진출과 사업화 지원에 나서고 있다.
고효율기기설비시장 확대를 위해 효율관리 제도도 지속적으로 강화 중이다. 중국산 저가제품의 국내 진입이 쉬워진 만큼 기술고도화와 시장적합성 확보를 위한 품목관리도 병행된다.
서 팀장은 “에너지효율관리정책은 제조사와 수입사 중심에서 소비자가 효율높은 제품을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시장중심 구조로 진화할 전망”이라며 “정부는 에너지효율 혁신 정책과 이행 체계 간의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기술동향이 반영된 정책 이행과 체계적인 관리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콜드체인 E효율관리 사각지대 해결 시급
김원욱 한국냉동공조시험연구원(K-HVAC) 책임연구원은 2024년 에너지 수요관리 핵심 기술개발 중 하나인 ‘냉매규제 대응 친환경 저온콜드체인 냉동시스템 기술개발 및 제도개발’의 연구 현황과 계획에 대해 발표했다.
2024년 4월부터 2028년 3월까지 4년간 진행되는 ‘냉매규제 대응 친환경 저온콜드체인 냉동시스템 기술개발 및 제도개발’ 사업은 CRK를 주관으로 국민대, 전북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한국냉동공조산업협회, 한국냉동공조시험연구원, 지속발전가능경영센터 등 산·학·연이 대거 참여한다. 총 사업비는 약 191억 원에 달하며 정부와 기관이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한다.
이번 과제의 핵심목표는 탄소중립사회 실현을 위한 Low GWP(지구온난화지수) 및 친환경 대체냉매 적용, 고효율 콜드체인 냉동시스템의 개발, 국내·외 시장에 부합하는 에너지효율 관리제도의 도입 및 고도화 등이다.
특히 콜드체인시스템은 생산, 저장, 유통, 소비 전 과정을 아우르며 그중에서도 ‘저장’단계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소비된다. 연중무휴로 가동되는 콜드체인설비는 에너지다소비형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상업용 냉동·냉장설비에 대한 효율관리제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저효율, 저가제품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연구개발은 크게 두 가지 트랙으로 나뉜다. 첫째는 F1급(-30℃), F2급(-40℃) 등 저온을 구현할 수 있는 친환경 고효율 냉동시스템의 실증 개발이다. 이 과정에서 CO₂ 등 친환경냉매를 적용한 초임계사이클, 고효율 인버터압축기, 고압·가연성냉매의 안전기술, 대용량 실증시스템 구축 등이 추진된다.
둘째는 쇼케이스, 유닛쿨러, 컨덴싱유닛 등 핵심품목을 대상으로 한 에너지효율 등급제와 고효율기자재 인증제 등 제도개발이다. 이를 위해 국내·외 시장 및 기술동향, 표준과 규제현황을 조사하고 실제 사용자 환경에서의 실증조사와 전력사용량 분석, 품목별 비교시험, 경제성 분석 등이 병행된다.
사용자 행태 분석을 통해 실사용 조건에서의 에너지사용 특성을 반영한 효율측정기준을 마련하며 워킹그룹 및 공청회를 거쳐 고시 기준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주요 선진국이 상업용 콜드체인제품에 대해 강력한 효율관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DOE의 MEPS(최저효율기준)와 에너지스타, 일본은 톱러너, 유럽은 에너지라벨, 중국은 CEL 등 각국의 제도가 ISO 23953 등 국제표준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연간 에너지소비량, 제품 유형별 용적, 온도조건 등 세부기준이 마련돼 있어 비효율제품의 시장 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일부 상업용 전기냉장고(음료용 진열장 등)만이 효율관리 대상에 포함돼 있어 쇼케이스, 유닛쿨러, 컨덴싱유닛 등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와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진은 쇼케이스, 유닛쿨러, 컨덴싱유닛의 효율 측정방법과 등급기준, 인증기준을 새롭게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쇼케이스의 경우 국내·외 시장조사, 사용자 행태 및 실증조사, 표준분석을 거쳐 실제 사용 환경을 반영한 효율 등급 고시안을 마련 중이다.
컨덴싱유닛과 유닛쿨러 역시 AHRI, EN 등 국제표준과 연계해 시험방법과 평가법을 개발하며 실증데이터를 바탕으로 고효율기자재 고시 기준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각 품목별로 연간 에너지사용량, 온실가스 감축효과,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제도도입의 타당성과 기대효과를 뒷받침할 계획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향후 2025년에는 쇼케이스 고시 기준안 공청회, 2026년에는 유닛쿨러·컨덴싱유닛 기준안 공청회 및 시행, 2027~2028년에는 중장기 효율고도화 프로그램 개발과 국제 네트워크 활동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최종적으로는 국내 콜드체인시장의 에너지효율 관리 사각지대를 해소하며 국제경쟁력을 갖춘 친환경 고효율시스템의 보급 확산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C팬, E손실 최소화·부하변동 대응 최적
강명원 대륜산업 책임연구원은 ‘국내 산업용 송풍기시스템의 에너지효율 혁신 R&D’ 프로젝트에 대해 발표했다. 대륜산업이 주관하고 다수의 전문기관이 참여하는 ‘에너지효율 규제 대응 고효율 산업용 송풍시스템 기술 개발’과제는 2024년 4월부터 2027년 12월까지 45개월간 진행된다. 이번 과제는 산업현장에서 에너지소비가 많은 송풍기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며 가변부하 조건에서도 고효율운전이 가능한 차세대 송풍기기술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현재 산업용 송풍기는 벨트 구동형 등 기존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부하 변동에 따른 효율저하와 제어의 어려움, 단일 운전점 기준의 시험방식 등으로 인해 실제 사용환경에서 에너지낭비가 심각한 것으로 지적돼 왔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전동기와 인버터가 일체화된 구조의 EC팬(전자식 제어팬) 시스템을 개발하고 가변속 제어를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며 부하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 특히 송풍기시스템의 전체 에너지 흐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손실(컨트롤, 드라이브, 모터 등)을 종합적으로 저감하는 것이 이번 과제의 핵심이다.
기존의 송풍기 성능 평가가 특정운전점(싱글 포인트)만을 기준으로 해왔던 것과 달리 이번 과제에서는 실제 산업현장의 다양한 부하조건을 반영한 멀티 포인트 평가 방식을 도입한다. 이를 통해 부분 부하조건에서도 효율을 평가하며 실사용 환경에 보다 적합한 인증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종적으로는 3~20kW급 EC팬시스템을 시리즈화해 다양한 풍량·저압 조건에서 고효율운전이 가능하도록 하며 송풍기 효율등급(FEG 71 이상)과 에너지지수(FEI 1.4 이상), 전동기-인버터시스템 효율(IES4 등급) 등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성능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기술 개발은 고효율팬 설계, 고효율전동기 및 인버터 일체형드라이브 개발, 임펠러(날개) 형상 최적화, 상세 모니터링 기능 탑재 등으로 구성된다. 또한 3차원 임펠러 설계와 다중목적 최적화, 출력밀도 향상과 방열성능 강화, 신뢰성 확보 등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3kW, 10kW급 모터 및 인버터의 2차 시제품 제작과 시험이 진행 중이며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성능검증도 병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가변속 송풍기시스템의 고효율 인증 기준 개발, 시험평가 방법 고도화, 부하별 성능 평가 및 인증안 도입 등 제도적 기반 마련도 함께 추진된다.
강 책임연구원은 “이번에 개발되는 고효율 송풍기시스템은 기존 수입품을 대체하며 국내 생산비중을 높여 시장확대에 기여할 것”이라며 “기술자료와 특허확보, 전시회참가 등을 통해 상용화 및 글로벌진출도 적극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초절전형 DC조명, E절감률 40% 이상
김만진 글로우원 팀장은 KETEP과 글로우원을 비롯한 13개 기업·기관이 참여하는 대규모 국책 과제인 ‘분산전원 연계 초절전형 공장조명 시스템 기술개발 및 실증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2024년 4월부터 2027년 12월까지 약 200억 원이 투입된 이번 연구는 기존 AC(교류)기반 LED조명 대비 35% 이상의 에너지절감 효과를 목표로 하며 분산전원 연계 DC(직류)배전 기술, 스마트 DC조명 제어시스템, 전기안전성 및 표준화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개발과 실증을 아우른다.
기존 AC-DC 변환과정을 반복하는 방식은 에너지손실이 크지만 DC전원을 직접 활용하는 시스템은 변환효율이 95% 이상에 달해 에너지절감 효과가 탁월하다. 공장, 사무실 등 다양한 환경에 맞춰 DC조명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전체 조명에너지 절감률은 40% 이상, DC배전망 컴포넌트 효율은 97% 이상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연구는 크게 네가지 기술트랙으로 진행된다. 첫째, 스마트 DC조명시스템 및 플랫폼 기술 개발로 조명 및 제어시스템의 효율과 안전성을 높인다. 둘째, 분산전원 연계 및 직류 배전 기술 개발로 DC기반 올인원 PCS, 스마트 분전반, PLC 통신 기반 DC LED제어시스템, DC/DC 통합 컨버터 기반 PoE(이더넷 전원공급) DC조명 등 핵심 요소기술을 확보한다. 셋째, 대규모 실증 및 리빙랩 구축을 통해 실제 공장과 사무실 등에서 시스템 성능과 에너지절감 효과를 검증한다. 넷째, 표준 및 인증체계 구축을 통해 DC조명시스템의 국제표준, KS표준, 효율관리제도 기술규격 및 인증기준을 마련한다.
특히 이번 과제는 기축건물에는 PLC기반 DC조명시스템, 신축건물에는 PoE기반 DC조명시스템을 각각 적용하는 이원화 전략을 통해 보급확산을 앞당긴다.
또한 클라우드기반 에너지관리시스템 연계, 인공지능(AI)기반 자율제어, 빅데이터 분석 등 첨단 ICT기술을 접목해 조명 에너지관리의 효율성과 지능화를 동시에 추구한다.
실증 사업은 서울벽지,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등에서 진행되며 기존 LED조명과 DC조명시스템의 에너지사용량을 비교·분석해 실질적인 절감효과와 시스템 신뢰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국내에 산업용 DC 누전차단기 등 핵심부품이 없는 상황에 맞춰 차단기 국산화와 성능검증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DC배전 핵심기기와 DC조명 등 관련부품의 국산화와 시장확대, 나아가 동남아 등 해외시장 진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김 팀장은 “이번 연구는 단순한 조명 교체를 넘어 분산전원과 DC배전, 스마트제어, 표준화까지 아우르는 종합적 에너지 혁신프로젝트”라며 “전력변환 효율을 5~10% 높이고 조명에너지 소비를 35~40% 이상 절감하는 한편 국내·외 표준화와 인증체계까지 마련해 산업용 DC조명시장의 글로벌경쟁력을 크게 높일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