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6월25일 킨텍스 제1전시장 212호 및 213호에서 ‘KS M ISO 4898 단열재 표준설명회’를 개최했다. 최근 제도 및 규정과 현장적용 간 괴리가 업계 주요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건설연은 이번 설명회를 마련했다. 설명회에는 건설사 설계팀, 건축사사무소, 자재담당자, KS인증 및 시험기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강재식 건설연 박사가 강사로 나서 개정된 KS M 4898표준의 개정배경과 주요 변경사항을 설명했으며 발표는 △KS 표준통합의 배경 △주요 개정내용 △심사기준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번 개정은 최근 중시되는 건축물의 에너지효율, 화재안전, 친환경성 확보 등에서 단열재의 역할을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발표 이후에는 강재식 박사가 질의응답을 통해 현장의견을 수렴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KS M 4898, 성능·안전중심 통합·개편
과거에는 KSM 3808, 3809, 4808 등 여러 표준이 혼용돼 사용됐다. 1973년에 제정된 표준(KSM 3808, 4809)은 50년 이상 경과해 노후화됐고 변화된 기술수준과 시장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한 나라에 하나의 기준’이라는 원칙 아래 2001년부터 표준합리화 및 통합논의가 시작됐다. 특히 건축물의 제로에너지화, 화재안전, 친환경성 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단열재성능을 합리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표준통합이 추진됐다.
2023년에 통합기준 초안이 마련됐으며 6개 유관단체를 포함한 산업계와의 수많은 협의와 토론,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 이후 지난해 7월18일 개정이 최종 확정·시행됐다. 기존 표준의 유예기간은 2024년 12월30일로 종료돼 KSM 3809 등 과거의 표준은 완전히 폐지됐다.
KS M 4898 통합표준은 성능중심 분류체계를 도입했다. 기존 밀도중심 관리에서 벗어나 하중 등 건물의 용도에 따른 물리적 성질을 3개의 범주로 나누고 그 하위범주를 열전도율 성능으로 세분화했다. 이는 원료배합, 발포기술 등 제조사의 기술력이 발전함에 따라 밀도와 단열성능의 상관관계가 낮아진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단열성능을 평가하는 방식도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핵심지표로 ‘초기 열전도율’과 ‘장기 열전도율’이 구분됐다.
강재식 박사는 “초기 열전도율은 발포가스에 의한 경시변화가 발생하지 않는 단열재(EPS 등)에 장기 열전도율은 발포가스가 서서히 빠져나가 성능변화가 발생하는 단열재(XPS, PIR, PF 등)에 해당한다” 라며 “이러한 구분을 통해 단열재의 장기적인 성능저하를 설계단계부터 반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는 단열재의 경시변화 측정 시 KS M ISO 11561에 따라 장기 열전도율을 측정하고 있다. 표준에 의하면 초기 열전도율과 장기 열전도율 두가지 기준을 모두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특성에 맞게 하나를 선택해 적용할 수 있다.
또한 환경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표준에 화재안전성과 실내공기질 관련기준이 새로 추가됐다. 난연성은 총 방출열량과 가스유해성 평가를 통해 관리하며 친환경성은 포름알데히드, 톨루엔, TVOC 방출량을 소형챔버법으로 측정해 관리한다.
시험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제조자가 원판형태의 시료를 시험기관에 제출하도록 규정이 명확해졌다. 시료에는 제조일과 로트번호가 명기돼야 하며 시험기관은 이를 확인하고 모든 시험을 시작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시료의 추적성을 확보하고 시험항목별로 다른 시료를 사용하는 등의 부정한 행위를 방지할 수 있다.
기존의 고정된 밀도기준은 제조자 제시값(공시값)으로 변경됐다. 각 제조사가 자사제품의 특성에 맞는 밀도값을 스스로 제시하고 품질을 관리하도록 해 자율성이 높아졌다.
성능미달 시 ‘치명결함’ 해당… 인증·사후책임 강화
심사기준과 기타 주요사항에서도 변화가 있다. KS 사후관리에서 단열성능과 연소성능이 기준에 미달할 경우 ‘치명결함’으로 분류돼 엄격한 행정조치가 이뤄진다.
또한 표준의 각주에 명시된 흡수성 시험 등 선택적 시험항목은 제조사가 KS인증 신청 시 포함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단 해당항목을 제외하고 인증받은 제품은 그 성능이 요구되는 특정 조건(예시, 물과 직접 닿는 부위)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강재식 박사는 “시험성적서의 위·변조 및 부정한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적합성 평가 관리법’이 시행된다”라며 “이 법안에 따라 시험의뢰자나 시험기관이 부정하게 성적서를 발급받거나 사용할 경우 민·형사상의 처벌을 받을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개정된 KS M 4898 표준은 단열재시장의 기술발전과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합리적인 조치이며 표준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제조사, 시험기관, 설계 및 시공관계자 등 산업계전반의 정확한 이해와 준수가 필수적이다”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단열성능과 안전성 확보를 위해 개정된 내용을 명확히 숙지하고 현장에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정표준 해석 두고 업계논란… 시장안착은 과제
이번 표준개정으로 단열재 품질관리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지만 일부 조항의 해석과 적용범위를 두고 관련업계의 혼란이 예상된다.
가장 큰 쟁점은 ‘장기 열전도율’의 적용범위다.
이번 설명회에서 강재식 박사는 “경시변화가 발생하는 단열재임에도 초기 열전도율로 성적서를 발급받는 것은 현행 ‘적합성평가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저촉될 수 있는 위법행위”라며 “시험성적서의 부정한 행위를 방지하고자 2021년부터 본격 시행된 이 법은 허위성적서임을 알고도 사용한 의뢰자에게도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게 하는 매우 중요한 행동수칙”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표준이 ‘선택’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음에도 장기 열전도율 반영을 법적의무처럼 단정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표준을 관장하고 해석하는 권한을 가진 국가기술표준원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닌 개인의 해석이 업계에 전달돼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국가기술표준원은 이번 설명회를 통한 장기열전도율에 대한 해석 및 적용과 관련된 건설연의 해설내용이 국표원의 공식입장이 아니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의 관계자는 질의응답을 통해 “시험사 입장에서 단열재 발포제가 180일 후에 남아있는 지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다”라며 “시험기관이 EPS를 제외한 나머지 단열재에 대해 의무적으로 장기 열전도율 시험을 적용해야 하는 지 알고싶다”라는 의견을 남겼다.
이에 대해 강재식 박사는 “최종 판단의 책임은 시험을 의뢰하는 제조사에 있기에 제조사가 자신의 제품에 사용된 발포가스, 생산공정에 맞춘 시험을 신청해야 한다”라며 “다만 상식적으로 경시변화가 명확한 제품에 대해 의뢰가 들어올 경우 적합성 평가 관리법’에 따라 시험기관의 전문가로서 발포제 종류나 장기값 대상여부를 확인할 의무를 일부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강재식 박사는 “에너지절약계획서 등 관련 기준이 표준과 함께 개정되지 않아 현장실무자 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 공감한다”라며 “관련 기관에 조속히 안내서를 배포해 고시나 지침을 표준에 맞게 개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을 통해 새롭게 추가된 친환경성 기준의 적용범위를 두고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해당기준은 관련 법률의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물질 방출량을 관리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이 기준이 내·외부 단열재를 모두 포괄하는 KS M 4898 표준에 별도의 예외 규정없이 추가돼 건물외부에 사용하는 단열재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이 기준이 본래 실내공기질 규정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외부용 단열재에까지 실내공기질 규정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국제적 전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경시변화의 기준을 발포가스 유무로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업계의 관계자는 “비드법(EPS)이나 글라스울, 미네랄울 등도 시간이 지나면 노화하는데 이들에 대한 장기 열전도율 평가방법은 없다”라며 “평가기준의 형평성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개정된 KS M 4898 표준은 단열재의 장기적인 성능과 안전성을 확보하는 긍정적인 방향성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일부 핵심조항에 대한 해석과 적용범위를 두고 시각차가 커 성공적인 시장안착을 위해서는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