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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패시브아파트 ‘개운산마을’ 탄소중립시대 신 건축패러다임

종암동 개운산마을 목조·패시브아파트 착공
BIM·라이노기반 설계·시공 통합관리시스템
활성화기반·인프라, 정부차원 로드맵 시급

 

최근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최종목표안이 확정돼 UN 제출을 앞두고 있다. 목표수립 과정에서 주요 부문별 공개토론회를 열어 기술적 감축 가능성과 현장의견을 폭넓게 수렴했는데 건물부문이 핵심 감축과제로 떠올랐다.


건물부문 온실가스 감축 해법으로 목조건축과 패시브공법이 주목받고 있다. 먼저 미국의 경우 이미 목재혁신법에 근거해 목조건축 활성화 연구 및 보급을 지원하고 있으며 일본은 공공건축물의 경우 목조건축물 시공이 원칙이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은 우리처럼 별도의 ‘패시브하우스’가 아닌 집의 기본요소 중 하나로 패시브가 포함돼 있다.


한국도 이런 국제적 흐름에 하루빨리 발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와중에 지난 9월 민간 중·고층 건축물에 목조건축과 패시브건축이 적용된 국내 최초사례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그간 개인주택이나 단독주택, 공공건물 중심으로 적용되던 목조와 패시브공법이 민간시장으로 확대된 것이다. 물론 전체 130세대 중 18세에 적용되는 것이지만 공공건축물에 목조나 패시브공법 설계기준이나 적용에 따른 혜택·제도 등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시장에서 첫 시도가 나왔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도심 속 산림, 목조건축

 

목조건축의 주요 구조부인 목재는 이미 제17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탄소저감효과를 인정받는 등 국제사회가 공인한 탄소저장고다. 나무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하는 과정에서 탄소를 내부에 저장한다.


나무의 생애주기를 보면 초기에는 생장이 왕성하고 이산화탄소 흡수능력이 좋지만 일정기간이 지나면 둔화되고 흡수능력도 떨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충분히 자란 나무는 수확해 목재로 이용하고 다시 나무를 심는 등 국가차원의 계획산림 조성이 필요하다.


나무는 벌채돼 목재로 이용되는 동안에도 내제된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계속 저장하고 있다. 대기 중에서 흡수한 탄소는 불에 타지 않는 한 대기 중으로 방출되지 않는 특성 때문에 탄소저장고라고 부른다.


목재를 활용한 목조주택도 숲과 마찬가지로 탄소를 저장하고 있어 도심의 산림이 될 수 있다. 산림청 분석에 따르면 목재기둥 1개의 탄소저장량은 50년된 소나무 1그루가 18개월간 흡수하는 탄소의 양과 같으며 목재를 사용해 목조주택을 건축할 경우 평균 목재사용량을 36m2로 가정했을 때 저장된 탄소량은 약 9톤에 달한다. 이는 400m2 규모의 소나무숲이 18개월간 흡수하는 탄소량과 맞먹는다.


또한 목재는 철이나 콘크리트에 비해 제조·가공과정에서 에너지소비가 적어 탄소배출을 저감하는데 유리하다. 철근·콘크리드방식으로 주택을 짓는 과정에서 약 80톤에 가까운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반면 목조주택은 약 19톤으로 철근·콘크리드주택 4분의 1 수준으로 친환경 건축방식으로 평가되고 있다.


강승희 목조건축협회 회장은 “목조건축은 탄소저장뿐만 아니라 구조·성능적 측면에서도 콘크리트대비 유연성이 커 지진발생 시 운동에너지를 흡수·분산해 급격한 붕괴를 방지할 수 있다”라며 “디자인·쾌적성 측면에서도 기둥보목구조나 대단면목구조(CLT)를 활용해 디자인 자유도를 높이고 목재의 습도조절 특성과 따뜻한 촉감은 심리적 안정감과 쾌적한 실내환경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건물E절감, 패시브공법

 

국내 주택의 에너지사용량 중 난방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60%를 상회한다. 건물부문 에너지절감을 위해서 주택의 에너지사용량 중 난방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절감할 수 있어야 실질적 탄소저감이 가능한 상황이다.


국내 건축에서 자주 사용하던 내단열은 구조상 △외벽 △슬라브 △창호 △옥상 등 특정부위 열교를 차단하기 어렵다. 표면온도가 불안정할 경우 곰팡이나 결로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건물에 발생하는 곰팡이는 어린이나 노인, 알레르기 환자의 호흡기 계통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며 결로발생은 수분흡수에 치명적인 단열재의 성능을 급격히 낮춰 건물의 냉난방에너지 비용을 상승시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열재가 연속돼야 하며 끊김없이 연속된 단열재는 여름철 열획득과 겨울철 외피를 통한 열손실을 최소화한다. 패시브공법은 외단열을 통해 열교로 인한 영향을 줄이고 건축구조상 내구성을 증가시키며 난방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도록 한다. 외단열은 국부적인 열손실 부위없이 외기로 전달되는 열을 최소화해 구조체의 표면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한국패시브건축협회에서 패시브건축인증을 받은 건축물과 비인증 건축물을 대상으로 1년 동안 실제 냉난방에너지사용량을 측정한 결과 패시브건축인증 건축물이 비인증 건축물과 비교했을 때 3~7.7배 가량 뛰어난 저감효과를 보였다.

 

국내 최초 탄소중립 패시브 나무아파트

 

올해 9월 서울 성복구 종암동 일대에 국내 최초 패시브공법과 목조건축이 적용된 민간아파트가 착공에 들어갔다. 이번 사업은 5,097m2의 사업면적과 지하 3층·지상 20층 규모의 총 130세대로 진행되며 130세대 중 18세대를 나무아파트로 짓는다.


개운산마을 18가구를 철근·콘크리트구조로 지을 경우 이산화탄소가 총 5,130톤 발생하지만 목구조를 적용해 배출량을 1,062톤으로 79.3%가량 감소했다. 감소된 수치는 차량 2만여대가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며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과 맞먹는다. 국내 최초로 민간 다층·중고층 목구조를 적용한 아파트라는 점에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개운산마을 정비사업조합은 지난 2021년 4월 조합을 설립하고 2022년 7월 건축심의를 완료했으며 2023년 10월 사업시행 인가를 받았다. 이후 2024년 4월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보증심사를 받아 공사비와 이주비 등을 확보해 사업안정성을 담보한 상태다.

 


이번 재개발 정비사업은 기존 선 분양 후 시공 방식이 아닌 선 시공 후 분양으로 진행되며 일반분양은 오는 2027년 상반기에 진행될 예정이다. 준공예정일은 오는 2028년 6월이다. 개운산마을이 선 시공 후 분양 방식으로 진행 하는 이유는 철근·콘크리트구조와 목재구조가 하이브리드로 시공되는 국내 최초 사례이기에 공사과정을 일반분양 신청자들이 직접 확인 후 안심하고 청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개운산마을 탄소중립 패시브 나무아파트의 설계는 간삼건축이, 시공은 보미건설이 맡았으며 목재공급사는 핀란드의 세계적 공학목재기업 스토라 엔소(Stora Enso)가 선정됐다.


설계를 맡은 간삼건축은 별도의 목구조 설계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간삼건축의 목구조 설계팀은 건축물을 3차원으로 시각화하는 것을 넘어 △설계 △시공 △운영 등 전 과정을 하나의 정보모델로 통합해 프로젝트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획기적으로 상승시키는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와 라이노(Rhino)를 기반으로 이번 사업을 설계했다. 이에 더해 탄소배출량을 분석하고 계산하는 프로그램을 연계해 건축과정에서 발생할 탄소배출량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공을 맡은 보미건설도 자체 BIM팀을 구성해 BIM을 통한 설계·시공관리를 하고 있다. 패시브 공동주택의 경우 따로 패시브건축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 각 세대를 모두 단독주택기준의 패시브건축물로 설계·시공해야 한다. 이에 따라 보미건설은 개운산마을의 총 12가지 평형별 건축마감디테일을 설계·계획하고 있다.


한국패시브건축협회는 개운산마을이 패시브건축물인증인 PHIKO인증을 취득할 수 있게 사업 초기단계부터 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해당 건물이 △에너지효율성 △재실 △쾌적성 △건물 건정성 △경제성 △친환경성 등을 만족할 수 있게 설계단계부터 건축사사무소와 설계도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시공단계에서는 현장검증을 통해 기밀층 형성 여부를 면밀히 살필 예정이며 준공 후에는 건물의 기밀측정 등을 통해 시공의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다.


이원형 개운산마을 조합장은 “40여년 된 주택들로 이뤄진 개운산마을은 재개발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라며 “여러 공법을 검토하던 중 목재를 활용한 매스팀버(Mass Timber)방식이 여타 공법에 비해 단열, 정밀, 이산화탄소배출 감축 등 장점이 많아 적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 조합장은 “패시브건축이 국내에서는 특별할지 모르지만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주택건축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라며 “건강하고 건전한 집, 기본에 충실한 집을 짓고자 당연히 적용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목조건축·패시브공법 활성화기반·인프라 부족

 

국내 건축은 철근·콘크리트구조 중심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에 목조건축을 적용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


현재 실내공기질관리법상 표면가공 목질판상제품에 대해 TVOC기준으로 규제하고 있다. 이에 더해 목재 자체에서 발생하고 아직 유해성도 확인되지 않은 NVOC를 포함하고 있어 목조건축 활성화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산업계와 학계에서는 목재의 고유특성을 반영한 TVOC 관리방안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산림청에서는 지난 2024년 목재산업 규제개선으로 TVOC에서 NVOC 제외를 건의하고 2024년 정책과제로 국산 목재제품 이용확대를 위한 NVOC평가 및 관리체계 구축방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목조건축 활성화를 위해서는 단순한 개별 법령개정 수준을 초월한 종합적 정책로드맵 마련이 시급하다. 목조건축은 △건축법 △실내공기질관리법 △화재안전기준 △소방법 등 여러 법령에 분산돼 있으며 일부 규정은 시대에 맞지 않아 목조건축 확대와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패시브공법도 마찬가지다. 현재 패시브 공동주택의 경우 별도의 공동주택을 위한 패시브건축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 개운산마을 같은 공동주택에 패시브를 적용할 때는 각 평형·세대마다 건축마감디테일을 계획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와 관계부처를 비롯한 산·학·연이 합동해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 목재의 경우 국산 목재 자급률 확대를 위해 계획적인 조림을 조성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마련하고 목재가공 인프라를 확대하는 지원책도 필요하다. 국산 목재가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 가공 인프라가 확대돼 품질과 기술력이 강화된다면 제2의 개운산마을에서는 국산 목재사용이 가능할 것이다.


패시브공법도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고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전환해 가야 한다. 내단열만으로는 실질적인 건축물의 에너지비용 절감이 어려우며 나아가 NDC 목표달성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부동산거래시 에너지평가서뿐만 아니라 자재와 설비 등 건물성능정보를 표준·디지털화해 공개함으로써 시장이 성능가치를 가격에 반영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녹색금융과 연동해 에너지 실사용량 감축에 따른 상황지원금 차등지급이나 패시브 적용 건물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세 등 인센티브 및 세제혜택 마련한다면 패시브공법 활성화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