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4일 진행된 녹색건축한마당 오후 메인 세션Ⅱ에서는 △민간건축물 ZEB 의무화에 따른 '건축물의 에너지절약설계기준' 개정(안)(김성하 한국에너지공단 과장) △고층형 제로에너지 3등급 공동주택 핵심기술개발 및 실증연구(박시현 한국토지주택공사 박사) △공공건축의 목조건축 활성화(최삼영 대한건축사협회 대표) 등의 발표가 진행됐다.
에너지절약설계기준 개정(안) 방향 공유
김성하 한국에너지공단 과장은 지난 12월4일 진행된 ‘녹색건축한마당’에서 민간 ZEB 의무화에 따른 건축물의 에너지절약설계기준 개정(안)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2050 탄소중립과 제3차 녹색건축물 기본계획 수립 및 건물부문 32.8%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신축건축물 에너지정책의 방향을 설명했다. 제3차 녹색건축물 기본계획에 따라 공공·민간 신축건축물의 ‘전 과정 제로에너지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2020년 공공건축물은 1,000m² 이상 ZEB 5등급 의무화가 시작됐다.
2025년에는 공공·민간건축물 모두 1,000m² 이상, 오는 2030년에는 500m² 이상, 2050년에는 모든 신축건축물을 의무대상으로 확대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민간부문은 ZEB 인증을 강제로 부여하기보다 허가단계에서 적용되는 에너지절약설계기준을 ZEB 5등급 ‘수준’으로 강화해 ZEB를 유도하는 것이 기본방침이다.
‘에너지절약계획서’ 제도는 △건축 △기계 △전기 △신재생 등 각 부문의 성능항목을 선택해 점수를 쌓는 에너지성능지표(EPI) 시방기준과 ‘ECO2-OD프로그램’을 통해 연간 단위면적당 1차에너지 소요량을 산정하는 총량기준을 병행 운영하고 있다.
공공건축물은 74점, 민간건축물은 65점 이상 또는 총량기준 충족 시 적합판정을 받는다. 2010년 이후 업무시설 1만m² 이상에서 시작된 총량제는 단계적으로 강화돼 현재 공공은 130kWh/m²yr, 민간은 200kWh/m²yr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에너지절약계획서 제출·검토 절차와 6개 전문 검토기관 체계는 유지하되 민간 ZEB 의무화 일정에 맞춰 성능과 행정이 함께 업그레이드되는 구조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EPI(시방기준) 내 필수항목 신설과 총량기준 상향이다. 오는 2025년 12월31일 이후 허가되는 민간 비주거 1,000m² 이상 △신축 △재건축 △전부개축 △별동증축 건축물은 기존처럼 EPI 총점 65점 이상을 유지하되 건축·기계·전기·신재생 4개 부문에서 공통의무 항목을 일정 점수 이상 확보해야 한다.
건축분야에서는 거실 외피 면적당 평균 태양열취득률을 제한하는 항목을 의무화하고 조명분야에서는 거실 조명밀도 6~8W/m² 구간을 최소 기준으로 삼았다. 기계분야에서는 고효율 냉난방설비 채택을, 신재생분야에서는 난방·냉방·급탕·조명설비 용량대비 신재생 비율을 합산해 4점 이상 취득하도록 요구한다.
중앙식 공조방식을 사용하는 대형건물에는 △공조용 선풍기 효율 △전열회수형 환기장치 △팬 가변제어 적용 등 세 가지 항목이 추가 의무로 부과된다. 총량기준은 연면적 1,000m² 이상 민간 비주거 건축물에 한해 200kWh/m²yr에서 150kWh/m²yr로 강화된다. ZEB 5등급 수준으로 설계한 표준모델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대체로 150kWh/m²yr 범위 안쪽에 들어와 시장 현실을 크게 넘지 않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발표에 따르면 조명밀도·신재생 설치의무와 입주자 공사구간 처리 등에서 업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설계사 △시공사 △지자체 △검토기관 △협회 등과 5차례 간담회를 진행했다. 그 결과 외피 평균 태양열취득률에 대해 복잡한 계산을 대신할 수 있는 간이산정법을 추가하고 거실에 조명을 설치하지 않는 입주자 공사구간은 조명밀도 계산면적에서 제외하는 대신 신재생설비 용량산정 시에는 기본값으로 부하를 반영하도록 했다.
신재생 설치의무로 인해 실제 공급비율은 사용량 대비 약 3~13% 수준으로 추산되며 이는 지자체가 운영 중인 녹색건축 기준 범위 안에 있어 민간이 수용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표준모델을 기준으로 추산한 추가 투자비는 소형 개별공조 건물에서 약 3.8만원/m2, 대형 중앙공조 건물에서 4.5만~5만원/m2 수준이며 절감되는 에너지비용을 감안한 회수기간은 약 6년으로 나타났다.
에너지소비 총량 평가도구인 ‘ECO2-OD’프로그램 개선방향도 공유됐다. 개정된 설계기준을 반영해 △전산실 △식당 △병실 △객실 △교실 △강의실 △운동시설 등 용도를 구분 모델링한다. 이에 더해 펌프제어 분석기능을 새로 추가해 용도 프로필과 기상데이터를 상위 프로그램인 ECO2와 일관되게 갱신됐다.
김 과장은 “해당 프로그램은 개정 기준 시행일에 맞춰 공단 홈페이지에 최신 버전을 공개할 예정”이라며 “민간 설계·시공 주체들이 새로운 설계기준과 도구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해설서를 병행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고층형 ZEB 3등급 공동주택 기술기반 마련
박시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수석연구원은 ‘고층형 제로에너지 3등급 공동주택 핵심기술 개발 및 실증연구’를 발표했다.
정부의 에너지정책방향은 △기후에너지부 신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생산량 2배 이상 확대 △분산형에너지시스템 등을 통해 에너지자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택정책은 △제로에너지 기술을 적용한 취약계층 주거비절감 △노후건축물 그린리모델링(GR) △민간부문 인센티브·세제혜택 등을 통해 보급확대를 추진 중이다.
제로에너지건축물(ZEB)는 5등급부터 +등급까지 총 6등급으로 구분된다. 주거용건물은 에너지소비량이 크기 때문에 공동주택 ZEB화가 중요하지만 현재까지 실적이 많지 않으며 인증등급은 대부분 5등급이다.
특히 5등급은 에너지자립률 20% 수준으로 LH는 ZEB 3등급 에너지자립률 60% 이상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ZEB인증 건축물이 총 6,880개이며 이중 공동주택은 140개(2%)에 불과하다. 이중 105개가 5등급이며 대부분 소형세대 중심 공공 공동주택이다. 올해 2월 기준 ZEB인증실적 176건 중 주택·개발공사인증 실적이 98건이다. 이중 79건을 LH가 보유하고 있다.
ZEB연구개발 필요성은 20층 이상 고층 공동주택이 국내에서 일반적임에도 ZEB 3등급 이상 인증사례가 없으며 인증을 받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시장경험·노하우 부족으로 △최적설계 △설계비용 △효율분석 등 ZEB 연구개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또한 고층 공동주택에서 태양광(PV)시스템 설치가능 면적이 부족해 태양광만으로는 ZEB 3등급 이상을 충족하기 어려워 지열히트펌프·연료전지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설비 설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ZEB에 대한 △의무화 기술적대응 △신기술시장확산 지원 △고성능·고효율 ZEB성공적인 참조모델 △민간확산촉진 등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LH는 지난 4월부터 2029년 12월까지 전국적으로 활용 가능한 고층형 ZEB 3등급 공동주택단지를 구축하며 성능검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증대상은 에너지자립률 확보가 불리한 최고층수 27층인 도심고층단지로 선정됐으며 개별난방방식의 단지에 전체 인증을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에 따라 LH군포대야미 A-1BL 공공분양주택 건설공사 계획을 ZEB 3등급으로 변경했다. LH군포대야미는 총 378세대 개별난방 방식이다. 현재 건설공사 발주가 완료돼 시공사 선정단계에 있다.
ZEB 3등급 구현을 위해 LH군포대야미 단지에 △외단열 부대시설 적용 △난간형 BIPV 부대시설 적용 △입면 BIPV 전체 5개동에 적용 △ESS패키지 지하1개동 설치 등 기술을 적용했다.
단위세대용 지열히트펌프는 COP냉방 6.2·난방 4.5 이상 우물관정형 지중열교환기를 설계했다. 냉난방에너지 절약을 위해 차양일체화 성능가변창을 전체 단위세대에 적용해 SHGC값이 가변하도록 했다. 이후 에너지자립율 60% 이상 달성·추가공사비 10% 이상 절감을 목표로 검증할 예정이다.
연구는 5개년 과제로 추진되며 ECO2에 반영되지 못한 기술을 동시에 개발·실증하고 있다. 국토부 주택건설공급과는 실증과제에 참여하며 ECO2 고도화과제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참여하고 있다.
ECO2프로그램 고도화 반영기술·방법 등 협의가 이뤄져 실시설계가 반영됐으며 실증준비가 마무리 돼 올해 4월부터 이어진 1차년도 연구가 마무리됐다.
내년부터 2028년 12월까지 개발기술을 적용하며 시공관리를 수행할 예정이다. △사업승인 △예비인증 △본인증 등은 공사일정에 맞출 예정이며 총괄관리는 LH가 진행한다. 2029년에는 입주 후 1년간 모니터링을 통해 수요자만족도와 실제성능을 평가할 예정이다.
박시현 LH 수석연구원은 “지금까지 ZEB만족도조사나 실제 성능구현 등에 관한 조사한 사례가 없었다”라며 “실증사례를 통해 전 과정 백서를 구축하며 설계자부터 수요자 입장까지 만족도를 장기적으로 모니터링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탄소중립의 출발점, ‘목조건축’
최우진 가와종합건축사사무소 부소장은 공공건축분야에서 목조건축이 갖는 탄소저감효과와 사회적 가치에 주목하며 국내 목조건축 활성화를 가로막는 구조적 문제와 향후 정책방향 등에 대해 발표했다.
먼저 목재의 순환구조와 건축적 잠재력이 강조됐다. 나무는 생장과정에서 탄소를 저장하며 제재·가공 후 구조재와 마감재, 에너지용 펠릿까지 버릴 것이 없는 자원이다. 실제 해외에서는 이미 이를 국가 탄소정책의 중요한 축으로 삼고 있다.
캐나다의 Wood First Act를 비롯해 △일본의 공공건축 목재 우선 사용 법 △프랑스의 공공건축 50% 이상 목재 의무화 등은 목구조 확산에 직접적인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사례다.
반면 국내 공공건축 실정은 이런 글로벌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 개정 이후 공공건축 발주가 늘었음에도 목조건축 비율은 전체의 0.5~1% 수준에 머무른다. 그 이유는 먼저 법·제도적 미비다. 국내 건축법 체계는 RC·철골 중심이라 목구조의 내화·구조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지자체별 허가 해석이 제각각이다.
다른 이유는 전문인력 부족이다. 중·대형 목구조를 설계·시공할 수 있는 기술사·시공사는 각각 10곳과 5곳 미만에 불과해 설계 난이도와 현장리스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에 더해 국내 목재조달 생태계의 한계도 존재한다. 국산 목자재 생산량은 연 1,800~2,000m²로 대형 건물 2~3동이면 연간공급이 소진된다.
국산 낙엽송은 변형문제가 있어 구조재 활용에 제약이 있다. 마감재 역시 국산은 편백 합판 등 극히 제한적이며 대부분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시민사회의 인식과 비용문제도 존재한다. ‘목재는 불에 잘 탄다’는 고정관념과 RC대비 최소 평당 200만원 이상 높은 초기 공사비는 지자체 발주단계에서 목구조가 배제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 속에서도 전국 지자체와 설계사무소들은 실험적이면서도 의미 있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발표에서는 진주시 사례를 중심으로 국내 목조 공공건축의 흐름이 소개됐다. △진주 진양호 우드랜드 △진주 가호동 돌봄꽃집 △진주 문산읍 복합문화센터 △진주 물빛나루 쉼터 등은 소규모 생활공간에서 목구조를 적극 활용해 지역의 인식개선과 기술축적을 병행한 사례다. 특히 서울 동대문 시립도서관처럼 RC·철골·목구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구조는 대형 공공건축에서 목재 적용의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최 부소장은 “목조건축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며 목조건축 기준과 내화기준의 명확화, 전문인력 양성, 국산 목재 생산·가공 기반 확충, 공공건축 일정비율 목재 사용을 의무화하는 법제화, 지자체 인센티브 부여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라며 “현재 국산 구조재 수급 한계를 고려해 대형 건물 몇 동보다 소규모 공공건축에서 저변을 확장하는 전략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어 “건축에서 구조체 자체가 탄소를 저장하는 재료는 목재가 유일하며 제로에너지나 녹색건축인증 등 기술적 접근만으로는 기후위기 대응이 완성되지 않는다”라며 “건축의 골격 자체를 목재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진정한 탄소중립 건축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