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5일 진행된 그린리모델링 성과공유회 Ⅱ세션에서는 △에너지 및 온실가스 시뮬레이터 공개발표회(박철수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GR의무화 추진체계 발표(조성흠 한국부동산원 박사) △GR성과평가 발표(윤영란 한국부동산원 박사) 등의 발표가 진행됐다.
박철수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자신의 연구팀과 국토교통부, 국토안전관리원이 추진 중인 ‘기존 건축물 에너지·온실가스 시뮬레이터(U-SEP) 프로토타입 개발’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해당 개발 과제를 18개월간 수행하며 그린리모델링(GR)사업을 위한 정밀해석 기반 시뮬레이션 도구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단순 냉난방부하 계산을 넘어 실제 건물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열·공기·설비 작동 특성을 고해상도(High-fidelity)로 모사해 GR사업의 전후효과를 정량적으로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다.
기존 창호·단열·설비·조명·신재생이 동시에 작동하는 건물 물리체계는 단순 수식으로 예측할 수 없었으며 국내 실무에서 정밀해석 기반 도구가 필요함에도 활용 장벽이 너무 높다는 한계가 존재했다.
입력은 단순하고 계산엔진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기존 EnergyPlus 같은 정밀엔진은 3D 모델링과 복잡한 HVAC모델 구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장실무자는 이를 수행할 시간·기술 역량이 부족해 활용이 거의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3D 모델을 요구하지 않고 △층 △실(존) △벽체 △창호 △바닥 △천장 등 정보를 2D 형식으로 입력하면 파이썬 패키지를 통해 자동으로 3D 형상과 시스템 모델을 생성하도록 구성했다. 사용자는 단순한 표 기반 입력만 하면 되며 내부에서는 이를 정교한 에너지 플러스 모델로 변환해 높은 정확도의 시뮬레이션을 가능케 했다.
특히 기계설비 모델링 자동화가 이번 프로젝트의 특징이다. 실무에서는 △공조기 △보일러 △냉동기 △펌프 △팬 △덕트 등의 실제 연결관계를 모델링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이번 시뮬레이터는 ‘이 공간은 어떤 장비를 사용한다’는 식의 최소 정보만 입력해도 전체 HVAC 연결 다이어그램을 자동생성하도록 설계됐다. 현장에서 확인이 어려운 △COP △효율 △용량 등은 기본값이나 오토사이징기능을 제공해 정보부족으로 인한 모델링 중단을 방지했다.
또한 국내 법규·기준을 반영하기 위해 시뮬레이터에는 △허가연도 △용도·지역별 외피 열관류율 DB △GR 가이드라인 설비성능 기준 △전국 기상데이터 △표준공간 용도 프로필 등이 내장돼 있다.
기축건물의 벽체구조를 모르는 경우에도 주소와 허가연도만 입력하면 ‘해당 연도 법규기반의 표준 벽체’를 자동지정할 수 있다. 이는 실무자들이 매번 외피성능을 추정해야 했던 기존 업무방식보다 높은 신뢰성과 편의성을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사용성 측면에서도 다양한 기능이 도입됐다. △층·실·면을 한 번에 생성하는 형상관리 기능 △반복적인 층·동구조 복사를 위한 ‘덮어쓰기 기능’ △다수 벽체에 구조체·창호를 일괄 배치하는 ‘배치 기능’ △엑셀로 작업한 재료·설비 정보를 그대로 가져오는 복사·붙여넣기 기능 등이다. 이로써 대형 병원·학교·사무용 건물처럼 다수의 실을 가진 건물도 빠른 시간 내 모델링할 수 있다. 추가로 입력 누락 여부를 자동 검수하는 기능도 탑재돼 해석오류를 사전방지한다.
시뮬레이션 결과 역시 GR사업의 요구사항에 맞게 구성됐다. 리모델링 전·후의 월별 에너지사용량과 1차 에너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표·그래프로 제공하며 요소기술별 성능개선효과도 수치로 제시한다. 이는 기존의 간이 계산방식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던 설계안의 객관적 효과 검증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또 다른 특징은 완전 공개(오픈소스)전략이다. 핵심 파이썬 코드와 도큐먼트는 GitHub에 공개되며 국내 연구자뿐만 아니라 해외 연구자들도 수정·확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형 생태계를 지향한다.
국내에서 만든 시뮬레이터가 한국에서만 쓰이는 도구가 아닌 글로벌 수준의 플랫폼이 되도록 설계됐으며 향후 국토교통부·국토안전관리원과 협력해 GR사업 현장에 안정적으로 도입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박 교수는 “이번 U-SEP 시뮬레이터는 정밀도, 실무성, 접근성, 개방성이라는 네 가지 요소를 결합한 최초의 국내형 동적 시뮬레이션 플랫폼”이라며 “연구팀은 향후 다중 리모델링 시나리오 비교, 경제성 분석, 탄소배출 인벤토리 연동 등 GR사업의 실무 활용도를 높이는 기능도 개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공건축물 대상 의무화 절차 마련
조성흠 한국부동산원 박사는 ‘그린리모델링 의무화 추진체계’에 대해 발표했다.
2021년부터 그린리모델링(GR)의무화를 위한 기초연구를 수행해 2023년부터 제도설계를 준비 중이다.
의무화 추진 절차에 따라 세부 추진체계 △사용량보고 △대상선정 △목표·계획수립 △이행·점검 △운영·평가 등을 수립했다.
공공기관 그린리모델링(GR)담당자 대상 모의시행을 통해 체계를 보완해 완성도를 높이며 의무화 세부 추진 체계·법령에 따른 행정규칙도 마련할 예정이다.
지난 8월 한준호 의원 대표발의로 법률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현재 법안소위에 상정돼 있다.
개정안 내용 중 공공건축물 에너지소비량에 대한 녹색건축물법 제13조를 정비해 에너지효율이 낮은 건축물은 국토부장관이 성능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새로 신설되는 의무화조항 제27조의2에 통합했다.
공공건축물범위는 △중앙행정기관·지자체 소유 △연면적 3,000m² 이상 △사용연한 10년 이상 등 기존법령 그대로 준용해 정책추진을 용이하게 했다.
조 박사는 “신설조항에서는 보안상 특별한 사유가 없는 건축물은 GR사업 추진계획을 수립해 국토부장관 승인을 받아 이행해야 한다”라며 “국토부장관이 성능개선효과, 에너지절감 등 전 과정을 관리·감독한다”고 말했다.
세부추진 절차를 구성할 때 EU사례와 함께 △공공건축에너지소비량·성능개선사업(국토안전관리원) △공공부문 온실가스 목표관리제(기후에너지환경부)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관리시스템(산업통상부) 등을 검토했다. 또한 예산확보까지 고려해 중앙·지방재정체계를 분석해 반영했다
전문가자문단 검토를 위해 △중앙행정기관 △광역·기초지자체공공기관 △국공립대학 등 GR담당자 20명이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의 의견을 수렴해 단계별 절차를 간소화했으며 계획 수립 후 예산확보 시점에 대한 의견도 받았다. 그러나 대상 기관들에 누락된 부분도 존재해 올해 4월에 27명으로 확장했다.
모의시행 전 각 기관이 관리 중인 실제건물을 임의로 선정해 서식작성·절차수행을 시험하며 업무적정성·현실성을 점검했다. 시행결과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에서 정의하는 공공건축업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다수의견이 있어 계획수립에 공공건축에 대한 기획업무를 포함했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열린 워크숍에서 △제도운영 △ 대상선정 △계획수립 △이행 △점검성과평가 등을 토의하며 절차가 보완됐다.
GR성과평가로 에너지사용량 증감사유가 분석되지 않는 대상은 집중관리대상으로 지정된다. GR창조센터가 대상을 선택하며 심의에서 확정 후 국토부에 통보한다. 국토부·창조센터가 설계·시공·점검 과정 전반을 지원할 수 있도록 역할을 명확히 했다.
의무화 법률은 4개 조항으로 구성되며 시행령에서는 대상선정기준·의무이행 예외기준 등 항목을 규정한다. 이에 따라 시행규칙은 11개 조항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행정규칙은 총 7장 40개 조항으로 우선 정리했으며 기존 지원사업기준·의무화 관련 내용을 통합해 체계화하는 방향으로 정비 중이다.
조 박사는 “민간부문인증·확인제도도 포함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그린리모델링을 시행하는 모든 건축물에 대한 성과평가 기준으로 운영하는 방향도 검토 중”이라며 “현재 제시된 절차와 규정은 아직 확정은 아니며 계속 보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GR성과평가, 건물 운영특성 등 고려 필요
윤영란 한국부동산원 박사는 ‘그린리모델링 성과평가’에 대해 발표했다.
GR온실가스감축 효과분석·NDC이행 점검을 위해 사용량기반 성과평가 체계를 구축했다.
윤 박사는 “GR의무화를 앞두며 지원사업이 많이 시행됐지만 실제 절감량에 대한 부분은 아직 모호하다”라며 “기존에는 신축 건물용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인증평가프로그램(ECO2)을 그대로 활용해 기축건물에 대한 실제 절감량을 평가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한국부동산원은 국토부 지원을 받아 실제 GR에너지사용량을 기반으로 한 에너지 평가방법을 2022년부터 개발했다.
사용량평가 방법은 지역 내 비슷한 군에서 상대적인 성능을 비교하는 상대성능과 자신의 건물만으로 평가하는 절대성능으로 구분된다.
GR 후 사용량이 증가한 사례도 존재해 실제 에너지사용량에 대한 평가는 건물 운영특성·물리적성능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GR 후 실질적인 재실밀도·운영시간 △시스템에 대한 설정온도변화 등 현장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운영특성에 대한 결과를 정량화 하는 방법은 서울대에서 개발한 GR전환툴을 통해 절감영향을 분석할 예정이다.
GR성과평가에는 정량평가와 현장조사기관이 실시한 정성평가가 통합된다. 정량평가는 △실제 에너지절감량 △동종건물 대비 상대성능 △냉·난방성능향상 분석가능한 상세평가 등으로 구성된다.
정성평가는 △재실인원 △운영시간 △실내 설정온도 등 운영특성을 현장조사헤 시뮬레이션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기존에는 에너지소요량 평가까지만 GR평가로 나타났다. 평가방법에 대한 정합성검토를 위해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지원사업 대상 건축물 중 730동을 선정해 시범평가를 수행했다. 분석결과 전체 73% 이상에서 절감효과가 확인됐으며 평균 에너지절감률은 약 28%였다.
특히 소규모건물 25.4%·보건소 37% 정도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냉·난방 민감도분석에서는 대부분 냉·난방 기저성능이 향상됐다. 이러한 정량평가를 바탕으로 정성평가를 수행했다. 입력변수는 시뮬레이션을 위한 GR관련 데이터조사와 현장조사를 통해 이뤄졌다. 시뮬레이션은 원래 설계단계에서 GR 전후 요소기술 적용 후 2번 진행하며 추가로 2년 후 운영특성에 대한 영향도를 평가해 총 세 번 진행된다.
현장조사에서는 실질적인 GR담당자와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용도변경 △야간운영 증가 △냉방기간 확대 등 기후·운영상 변화가 영향을 주는 사례도 확인됐다. 시뮬레이션·현장조사는 각 입력값에 대한 정합성검토를 위해 피드백루트체계를 마련해 보완했다.
앞선 결과들은 현재 데이터로 구축했으며 서울대에서 개발한 GR전환툴을 통해 3번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GR의무화 시 사용량평가도 이뤄진다. 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며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알고리즘프로그램화 사업을 진행했다. 그래서 △데이터 전처리 △데이터분석알고리즘 △결과구현 △보고서자동생성 등 전용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프로그램은 창조센터에서 활용할 예정이며 개별건물을 평가할 수 있는 민간개방용도 공개할 예정이다.
윤 박사는 “실제 사용량을 기반으로 평가를 완료했다는 점이 가장 의미있다”라며 “앞으로 현장조사를 기반으로 실제 운영데이터 수집·관리 체계를 고도화해 GR의무화 정책이 더 안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