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트펌프에 대한 인지도가 20% 미만으로 매우 낮은 반면 초기 투자비와 회수기간 부담은 70% 이상으로 매우 높게 나타나 보급 장애요인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향후 난방기기 교체 시 히트펌프설치에 긍정 의향을 보인 응답자는 50%로 집계돼 히트펌프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긍정 의향’으로 전환시키는 정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는 최근 그동안 ‘히트펌프 이슈브리프 시리즈’에서 확인한 보급 장애요인 중 시민 수용성 수준을 점검하기 위해 2,000명 규모의 전국 시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난방을 탈탄소화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보일러 중심의 난방을 점차 히트펌프와 같은 저탄소 난방기기로 전환해 나갈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히트펌프에 대한 시민들의 인지도가 아직 매우 낮고 정보도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번 조사는 시민들이 히트펌프를 얼마나 알고 있으며 기술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경제성은 어떻게 인식하는지, 그리고 향후 난방기기 교체 시 설치 의향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자 했다. 이와 함께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난방규제정책에 대해 시민들이 어느 정도 동의하는지, 도입시점은 언제가 적절하다고 보는지도 함께 조사했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의 관계자는 “이번 설문결과는 향후 난방부문 탄소감축정책과 지원제도 설계에서 시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우선 과제와 정책 방향을 도출하는 데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설문조사 문항은 사전 인식 수준(난방 만족도, 주택 탄소 감축 정책 인지도, 히트펌프 인지도), 히트펌프에 대한 인식 및 설치 의향(기술 신뢰성, 경제성 인식, 설치 의향) 및 난방 전환 정책 도입에 대한 의견 등 57개였다.
분석 방법은 주요 결과는 7점 리커트 척도 응답을 바탕으로 집단별 분포 및 평균 수준을 제시했다. ‘히트펌프 설치 의향’ 문항의 경우에는 권역(중부1/중부2/남부·제주) 및 주 난방방식(중앙·지역난방/개별가스보일러/기름보일러)별 평균 비교를 수행했다.

현재 주 난방방식 만족도 ‘70.5%’ 긍정적
시민들은 현재 거주주택에서 주로 사용하는 난방방식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한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온도·쾌적성 등 난방 요구사항을 잘 충족한다는 데에는 70.5%가 ‘그렇다’고 응답했으며 조작 및 관리 측면에서 편리하다는 응답도 74.7%로 나타났다.
반면 난방비가 가계가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는 응답은 57.7%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으며 난방 방식별로 보면 기름보일러 사용가구는 다른 난방방식대비 만족도가 낮은 경향을 보였다.
특히 난방비에 대해 기름보일러 사용가구의 45.3%는 ‘부담스럽다’고 응답했으며 ‘감당 가능하다’는 응답은 28%에 불과했다. 난방 요구사항 충족도(7점 척도) 역시 가스보일러(평균 5.32점)에 비해 기름보일러(평균 4.27점)가 낮게 나타났으며 편리성에서도 가스보일러(평균 5.47점)와 기름보일러(평균 4.29점)간 격차가 확인됐다.
주택 탄소감축정책 인지도 ‘낮음’
우리나라의 ‘2050 탄소중립’ 목표 및 주택에너지효율정책에 대한 인지도는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알고 있다는 응답은 38.7%, 제로에너지빌딩(ZEB)의무화 제도, 그린리모델링지원제도 등의 정책을 알고 있다는 응답은 32.9%로 낮게 나타났다. 평균점수도 4점 미만으로 나타났다.

반면 주택의 재생에너지 설치보조금지원제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인지도(51.8%, 평균 4.35점)가 높았다. 이러한 차이는 향후 지원제도 홍보 시 도입 목적과 추진 배경을 함께 전달하는 것이 정책 이해도 제고에 중요함을 시사한다.
ZEB 의무화와 그린리모델링지원제도는 아직 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해 시민에게 전달되는 정보가 충분히 확산되지 못한 것으로 보이다. ‘2050 탄소중립’ 목표 자체의 인지도가 낮게 관측된 점은, 향후 국가 목표와 정책 간 연결고리를 함께 설명하는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히트펌프 인지도 ‘낮음’·초기투자비 ‘부담’
시민들은 대부분 히트펌프에 대해 들어본 경험이 적고 작동 원리에 대한 이해도 역시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히트펌프에 대해 ‘친숙하다’고 응답한 비중은 20% 미만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열 히트펌프(18.6%)보다 공기열 히트펌프(14.1%)의 인지도가 더 낮았으며 작동원리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12.9%에 그쳤다.
기름보일러 사용가구에서는 히트펌프에 대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경향이 관측됐다. 전체 응답자의 평균점수가 지열히트펌프(2.70점), 공기열히트펌프(2.53점), 히트펌프의 작동원리(2.48점)인데 반해 기름보일러 사용가구의 평균점수는 지열히트펌프(3.43점), 공기열히트펌프(2.96점), 히트펌프의 작동 원리(2.97점)으로 더 높게 나타났다.
히트펌프기술에 대한 신뢰도는 전반적으로 중립을 상회했으나 중립의견도 적지 않아 유보적 태도가 함께 나타났다. 기술 전반에 대한 신뢰(평균 4.72점)와 안정적 작동에 대한 신뢰(평균 4.68점) 모두 ‘그렇다’는 응답이 약 57%로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수리·보수(A/S) 제공에 대한 신뢰는 ‘그렇다’ 응답이 과반에 미치지 못했으며 평균점수도 4.46점으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 사후서비스에 대한 불확실성이 신뢰 형성의 취약 요인으로 해석된다. 또한 각 문항에 대해 ‘보통’ 응답 비중이 30% 내외로 나타난 점을 고려하면 히트펌프 기술에 대한 신뢰가 아직 견고하게 형성된 단계로 보기는 어려우며신중한 판단이 병존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시민들은 대체적으로 히트펌프의 초기 설치비 및 긴 투자 회수기간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설치비가 부담스럽다는 응답은 76.5%로, 초기 투자비 회수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응답은 73.6%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보통’ 응답자를 제외하면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각각 5.3%, 6.4%에 불과해 전반적으로 히트펌프설치에 따른 경제적 부담 인식이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었다.
전기보일러 사용가구는 초기 설치비 부담 평균 5.00점, 긴 투자 회수 기간 우려 평균 4.88점으로 조사돼 상대적으로 경제적 부담 인지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기보일러 이용 가구가 이미 전기를 기반으로 난방을 운영하면서 난방비 부담·효율 개선 필요성을 체감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히트펌프를 비용 증가로만 보기보다 대체·개선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반영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히트펌프 설치 의향 ‘과반 이상’
응답자의 과반 이상이 향후 난방기기 교체 시 히트펌프를 설치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향후 난방기기를 교체할 때 다른 난방기기보다 히트펌프를 설치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53.5%로 과반 이상으로 나타났다. ‘보통’ 응답은 29.4%로 적지 않은 반면 설치 의향이 없다는 응답은 17%에 그쳐 향후 중립층의 우려 요인을 해소해 긍정 의향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히트펌프 확산을 위한 정책적 과제로 보인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는 권역(중부1, 중부2, 남부·제주)에 따라 히트펌프 설치 의향에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일원분산분석(ANOVA)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권역별 평균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으며 사후검정 결과 남부·제주가 중부1 및 중부2보다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부1과 중부2 간 차이는 유의하지 않았다. 즉 남부·제주권역에 거주하는 가구의 히트펌프 설치 의향이 평균 4.75점으로, 중부1(4.49점)과 중부2(4.56점)대비 상대적으로 높았다.
또한 히트펌프 설치 시 수용 가능한 ‘적정 투자 회수기간’을 물어본 결과, 4~6년을 선택한 응답이 33.5%로 가장 많았으며 7~9년이 19.3%로 뒤를 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향후 정부 지원제도 설계 시 가구가 기대하는 회수기간을 고려해 적정 보조금 수준 및 지원조건을 설정하는 데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화석연료 보일러 금지 ‘과반 이상 동의’
탄소 감축을 위해 가정용 화석연료 보일러(가스·등유·연탄 등)의 신규 설치나 교체를 단계적으로 금지하는 정책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59.9%가 ‘동의한다’고 응답해 정책 지지도는 과반을 상회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4.1%에 그쳤다.
해당 정책의 도입 시점으로는 2031년~2035년을 선택한 응답이 37.9%로 가장 많았으며 2026년~2030년도 높은 비중(30.5%)을 차지했다. 이는 신규 설치금지정책을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 수용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신축 주택에 히트펌프 설치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정책에 대해서도 60.7%가 동의했으며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3.4% 수준에 머물렀다. 도입 시점 역시 화석연료 난방금지정책과 유사하게 2031년~2035년이 가장 많았으며(36.4%) 2026년~2030년도 높게(31.7%)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신축 주택 히트펌프 의무화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인식이 확인되며 2030년 전후로 단계적 도입하는 것을 현실적인 시점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HP 단계적 로드맵 수립·지원제도 정교화 시급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의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주택 난방 탈탄소 전환의 출발점이 되는 현행 난방 만족도, 정책 인지도, 히트펌프 인지도, 기술 신뢰성, 경제성 인식, 설치 의향, 그리고 난방전환정책 도입에 대한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했다”라며 “조사 결과, 전반적으로 시민들은 현재 난방의 편의성과 성능에는 비교적 만족하지만 난방비 부담을 체감하는 비중이 존재하며 히트펌프에 대한 인지·이해가 낮은 상태에서 초기비용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치 의향과 난방 전환 정책 도입에서 과반의 긍정이 확인돼 정보 제공과 비용·사후서비스 불확실성 해소가 병행된다면 난방전환의 사회적 기반을 확대할 여지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는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히트펌프 확산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신규 화석연료 보일러 설치 금지와 신축 주택 히트펌프 의무화제도 도입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 기반이 확인된 만큼 도입을 위한 단계적 로드맵을 수립하고 사전 준비를 본격화해야 한다. 해외에서 이미 도입·시행 사례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제도 설계, 시장 기반 구축, 취약계층 보호장치 마련 등을 포함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또한 경제성 확보를 위한 지원제도 다각화 및 정교화가 요구된다. 시민들은 초기 설치비 부담과 투자 회수기간 장기화를 크게 우려하는 동시에 장기 난방비 절감이나 자산가치 상승에 대해서는 긍정과 유보가 공존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소비자가 기대하는 적정 투자 회수기간(4~9년)을 고려해 향후 지원제도는 단순 보조금 제공을 넘어 요금제·구독제 등과 결합해 실질적인 체감 회수기간을 단축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이어 신뢰성 제고를 위해 사후서비스관리 체계를 선제적으로 강화할 것으로 제안했다. A/S 신뢰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 결과는 보급 확대의 핵심 제약이 기술자체보다 설치 품질·유지보수 등 서비스 인프라에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 과거 한전 심야전기 히트펌프 보급에서 A/S 문제가 설치 확산을 제약했던 경험을 고려할 때 초기부터 설치업체 품질관리와 유지관리 보장 등을 제도화해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품질보증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히트펌프의 인지도 향상을 위해 정보 제공 및 홍보·체험 프로그램 확대가 중요하다. 다수 시민이 히트펌프를 들어본 경험이 적고 작동원리에 대한 이해도도 낮아 기술에 대한 평가는 실제 사용경험보다 정보 부족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확산 초기에는 기술의 우수성만을 강조하기보다 가구가 체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작동 원리, 설치 가능 조건, 비용 구조와 절감 가능성, 환경적 이점 등을 쉽게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