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비분야는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정책목표와 AI혁신이라는 기술패러다임이라는 두 축 속에서 새로운 역할과 표준을 만들어가야 하는 중요한 전환기에 놓여 있습니다. 건축 전체 생애주기에서 △에너지효율 △안전 △탄소저감 등 핵심요소 모두 기계설비에서 결정됩니다. 건설경기 위축 속에서도 기계설비의 중요성과 비중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기계설비분야가 국가 에너지정책과 산업경쟁력을 지탱하는 핵심 축이 될 것입니다”
“대한설비공학회의 주요역할 중 하나는 국가에너지·기계설비정책을 제안하고 검증하는 싱크탱크입니다. 현장에서 축적된 기술과 학계의 연구역량을 바탕으로 정부가 필요로 하는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고 공공기관 및 산업계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정책실현 가능성과 현장적합성을 함께 점검하고자 합니다. 국가적인 탄소중립과 디지털전환정책에 과학적 근거와 기술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국가정책 싱크탱크’로서 역할을 강화하겠습니다”
대한설비공학회는 기계설비분야 기술 발전을 위해 1971년 설립돼 올해로 창립 55주년을 맞았다. 현재 학계·연구계·산업계·정부 및 공공기관 등 설비관련 전 분야 전문가 1만여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냉동공조와 위생, 환기, 자동제어를 비롯해 에너지·플랜트·콜드체인·건축환경·설비건설·소방방재 등 기계설비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정기 학술대회와 전문저널을 통해 최신 지식을 공유하며 표준제정과 기술인증, 실무교육을 통해 현장기술력을 높이는 산업플랫폼으로써 산·학·연을 잇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와 에너지전환에 대응해 AI와 디지털전환(DX) 기반 설비기술혁신을 주도하고있다. 장영수 2026년도 대한설비공학회 회장을 만나 설비업계 현황과 향후 학회운영 방향에 대해 들었다.
■ 2026년도 회장 취임 소감은
먼저 지난 한 해 동안 학회를 훌륭하게 이끌어 주신 송두삼 전임 회장과 임원진 여러분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역대 회장들께서 쌓아 올린 업적을 계승해 설비공학회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리더 학회로 도약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바치겠다.
2026년 ‘붉은 말의 해’에 회장을 맡게돼 큰 영광인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현재 기계설비산업은 대내·외 경제위기와 급변하는 기술환경 속에 있다. 강인한 힘과 추진력, 생명력을 상징하는 붉은 말처럼 역동적인 에너지로 위기를 돌파하고 학회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할 사명이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 지난 1년 동안 차기회장을 수행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기계설비산업을 둘러싼 거대한 변화를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차기회장으로서 여러 유관단체와 협의하고 정책간담회에 참석하며 기계설비산업이 국민의 안전과 건강, 국가 에너지관리 핵심산업임을 확인했다. 특히 국가 정책수립 과정에서 학회의 싱크탱크 역할이 절실히 필요하다고인식하게 됐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불안과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 회원사들이 겪는 어려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다. 한편으로 탄소중립과 AI기술에 대한 요구는 더욱 거세지며 고효율·저탄소 설비기술의 도약을 이뤄내야 할 시점임을 확신했다. 학회가 가진 전문가 네트워크를 활용해 회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강하게 느꼈다.
■ 회장 재직기간 중 꼭 이뤄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출마당시 기술혁신, 미래인재, 소통과 상생 등을 세 가지 키워드로 핵심공약을 제시했다. 우선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학술대회와 설비포럼, 강연회를 내실화해 학문적 성과가 산업현장에 실질적으로 도움될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강화하고자 한다. 에너지절약솔루션을 비롯한 신기술을 적극 홍보하며 이를 바탕으로 정책제언도 체계적으로 정리할 계획이다.
두 번째로 기후변화와 4차 산업혁명 속에서 성장동력을 발굴해 미래 설비산업을 이끌어갈 회원들을 위한 교육을 확대해 신진인력의 경쟁력을 높이겠다.
세 번째로 다양한 전문성을 지닌 회원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며 신진연구자부터 숙련전문가까지 학회활동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이와 함께 설비공학회 주요역할 중 하나인 국가에너지 및 기계설비정책을 제안·검증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강화해야한다. 현장에서 축적된 기술과 학계의 연구역량을 토대로 정부가 필요로 하는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며 공공기관·산업계와 협력해 정책실현 가능성과 현장적합성을 높이겠다. 특히 탄소중립과 DX라는 국가적 과제에 대해 기술적 방향성과 실행전략을 제시하는 국가정책 싱크탱크 역할을 분명히 하겠다.
미래 설비기술의 방향성, 보급전략, 실행로드맵을 담은 비전맵을 제시해 학회차원의 표준제정과 설비기술 인증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학회의 기술적 권위를 끌어올리고자 한다. 또한 국문저널의 SCOPUS 등재와 국제 학술단체와 협력을 통한 영문저널 SCI(E) 등재기반 마련으로 학술허브로써 위상도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RTS-SAREK, TAB, 커미셔닝교육 등을 내실화해 실무역량을 높이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AI설비융합 등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미래 설비전문가 양성에 힘쓰겠다.
■ 기계설비산업 동향을 평가한다면
현재 기계설비산업은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복합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우선 트럼프 2.0 시대 보호무역주의와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한 위기다. 국내 건설투자가 위축되면서 설비업계의 수주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원자재가격 상승과 인건비 부담 또한 기업의 경영환경을 압박하고 있다.
기회요인도 분명하게 존재한다.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은 고효율 설비에 대한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다. 특히 AI시대 도래로 데이터센터(DC) 급증, 반도체·배터리공장 수요, 노후건물 그린리모델링 등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건축 전체 생애주기에서 △에너지효율
△안전 △탄소저감의 핵심요소가 모두 기계설비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건설경기 위축에도 기계설비 중요성과 비중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기계설비분야가 국가 에너지정책과 산업경쟁력을 지탱하는 핵심축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 기계설비분야 최대 이슈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저탄소·고효율화와 인공지능·DX를 통한 기술혁신이다. 최근 정부가 COP30에서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대비 53~61% 감축하겠다는 NDC 목표를 제시했다. 2050탄소중립을 위한 최소한의 감축경로임에도 현재 기후변화 속도를 고려하면 쉽지 않다.
건물부문은 전 세계 탄소배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만큼 기계설비가 얼마나 탄소배출을 줄이냐는 국가 탄소중립 성패와 직결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탈석탄동맹(PPCA) 가입을 선언해 석탄발전의 단계적 폐지와 재생에너지 및 청정에너지 전환을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이는 기계설
비가 전력과 열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AI기반 자동설계, 시공단계의 디지털트윈, BIM기반 충돌검토, 운영단계 예측진단과 최적제어, 에너지관리 등은 설비운영체계를 데이터기반 지능형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다.
설비분야는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정책목표와 AI혁신이라는 기술패러다임 속에서 새로운 역할과 표준을 만들어가야하는 중요한 전환기에 놓여 있다.
■ 기계설비법 개정방향을 제안한다면
기계설비법은 기계설비산업이 독립적인 법적지위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설계·시공·유지관리 전 단계를 포괄하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서 기계설비에 대한 인식개선과 에너지절약, 쾌적한 건축환경 조성의 토대가 갖춰졌는데 의의가 있다.
다만 제도가 현장에 안착하는 과정에서 △현장혼선 △제도미흡 △전문인력 양성 부족 △기술변화대응 미흡 등 한계도 존재했다. 향후 개정방향은 효율화와 산업발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인허가 등 행정절차는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간소화하며 제조분야를 포함한 핵심부품·장비기업도 정책지원 대상에 편입할 필요가 있다.
기술기준은 신재생융합, AI적용 등 기술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 기계설비법은 현장성과 산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하며 이를 통해 기계설비분야의 발전과 건물부문 탄소중립을 뒷받침하는 국가적 기반제도로 발전할 수 있다.
■ DC산업 활성화를 위한 설비공학회만의 방안은
DC산업 활성화는 AI시대 국가경쟁력, 에너지전환, 기술혁신을 동시에 보여주는 구조적 변화다. 국내 DC 전력수요는 2023년 4,461MW에서 2028년 6,175MW로 연평균 11%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DC냉각부하가 전체 전력의 30~40%를 차지하므로 DC건립은 단순한 건축이 아닌 서버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열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냉각하느냐가 핵심이다.
또한 고밀도 AI서버 확산으로 발열량이 급증하면서 공랭식 냉각기술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어 수랭식이나 액침냉각 같은 고도의 설비기술이 요구된다.
특히 DC전력사용 신청의 67%가 수도권에 집중돼 전력계통 병목현상이 발생해 국가 전력계통 안정성과 탄소중립 대응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DC산업에는 고효율 냉각기술, 폐열활용, 수냉각, 분산형 전원, 재생에너지 연계 등 다양한 기술혁신이 필수이기 때문에 기계설비분야 역할과 기여가능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설비공학회는 DC기술위원회를 중심으로 차별화된 방안에 나서고 있다. DC전력소비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효율등급 기반 평가·인증제도를 마련하며 DC건립 시 발생하는 소음·전자파·열배출 등 사회적 갈등에 대한 객관적 과학기준을 확립해 국내실정에 맞는 환경영향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자 한다. 최신 냉각기술에 대한 검증과 인증을 지원해 국내기업의 기술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고자 한다.
■ 현 정부의 냉매전환정책을 평가한다면
키갈리 개정의정서에 따라 정부는 2045년까지 HFC소비량 80% 감축을 목표로 사용량 규제, 재생냉매 확대, 제조·사용·폐기 전주기 관리체계 구축과 제품군별 저GWP 냉매전환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방향은 적절하나 대체냉매로 거론되는 고가의 저GWP냉매를 현재 국내에서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를 고려할 때 환경친화적이면서 저가로 국내 생산이 가능한 자연냉매 활용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이미 이산화탄소·프로판을 적용한 상업용 냉동시스템, 소형 히트펌프가 활발히 보급되고 있다.
자연냉매 활성화를 위해 가연성·고압문제에 대한 안전기준 및 인증제도를 정비해야 하며 에너지효율 및 탄소배출 저감효과와 연계한 보조금 지급 등도 고려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내 산업구조와 설비특성을 고려한 재정, 세제혜택 및 R&D지원, 자연냉매 적용을 위한 정책수립 등을 보완해야 한다.
■ 현 정부의 히트펌프 보급 활성화를 평가한다면
건물부문 온실가스배출의 상당부분이 난방·급탕용 화석연료 사용에서 발생한다. 이를 전력기반 고효율 히트펌프로 전환하는 것이 2050 탄소중립 달성의 핵심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유럽은 REPowerEU 정책을 통해 화석연료보일러 사용금지 시기를 정하며 히트펌프 보급을 가속화하고 있다. 정부도 히트펌프 보급과 재생에너지연계를 포함한 열에너지 확대를 NDC달성의 주요 정책수단으로 추진 중이다. 그러나 좌식문화와 바닥난방, 공동주택 중심 주거구조 등 국내 특성을 고려할 때 단순한 물량 확대가 아닌 한국형 주거환경에 최적화된 고효율 히트펌프기술개발과 보급전략이 필요하다. 설비공학회는 실질적인 에너지절감과 탄소감축 효과를 검증해 한국형 히트펌프 표준모델을 정립하는 데 앞장서겠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트럼프 2.0과 건설경기 침체라는 복합위기 속에 있지만 혁신의 기회이기도 하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시대적 과제 앞에 AI와 DX를 접목한 고효율기술과 DC 등 하이테크시장 개척으로 이 위기를 슬기롭게 돌파해야 한다.
창립 55주년을 맞은 설비공학회는 미래기술 리더십 확보, AI융합 인재양성, 그리고 합리적 정책제안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든든한 파트너가 되겠다. 대한설비공학회가 설비분야 중심으로 글로벌 설비공학을 리드하는 모두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나아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