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수도권을 넘어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데이터센터(DC) 유치경쟁이 치열하다. DC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고 많은 투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AI산업을 위한 안정적인 DC공급을 위해 넘어야할 벽도 많이 남아있다.
최근 AI·클라우드산업의 급속한 발전으로 데이터 처리 수요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DC는 단순한 건물을 넘어 AI시대를 움직이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 같은 관심은 연관기업들 뿐만 아니라 각 지자체에서도 확산되는 추세다. 많은 지자체들이 ‘AI인프라 특구’를 자처하며 DC 유치를 위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단순히 부지를 제공하는 단계를 넘어 유치를 위한 인허가 절차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며 대규모 DC 클러스터를 핵심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라남도 해남군에서는 태양광·풍력 등 전국 최고수준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내세우며 다양한 기업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블랙록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기업들과 △삼성SDS △SK △KT △카카오 등 국내 대기업들이 해남군의 ‘솔라시도 기업도시’에 DC를 구축할 예정이다.
울산시에서는 지리적 특성을 이용해 수심 20m 깊이에 설치하는 ‘수중 DC’ 로드맵을 내세웠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SK 등 다양한 대기업들과 AI DC 구축을 타진하며 ‘지속가능한 AI 수도’라는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
이외에도 강원도 춘천에서는 소양강을 이용한 수열에너지를, 경상북도 포항에서는 해저 광케이블이 육지와 연결되는 육양국 인프라를 앞세워 인프라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지자체별로 인프라와 입지조건을 최첨단 기술과 결합해 ‘최적의 DC 부지’임을 어필하고 있는 셈이다.
젠슨 황이 쏘아올린 ‘AI 골드러시’
DC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뜨거워진 데에는 글로벌 GPU시장을 독점한 엔비디아의 영향이 가장 크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 2025년 10월 경주에서 열린 APEC CEO 서밋을 통해 한국에 GPU 26만장을 공급하겠다는 파격적인 선언과 함께 한국 AI 산업혁신을 위한 대규모 협력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AI연산의 핵심인 GPU는 충분히 확보됐으나 이를 가동할 DC가 상대적으로 턱없이 부족해지는 인프라 병목현상이 발생하게 됐다. 과거의 DC가 단순한 데이터 저장소였던 것에 반해 현재 AI DC는 실시간 학습과 연산을 쉬지않고 진행하는 ‘AI 팩토리’에 가깝다.
이는 기존 센터보다 수십배 높은 전력밀도를 요구하며 이로 인해 큰 규모의 부지와 대량전력을 요구한다. 수용할 수 있는 부지와 전력량 수요가 폭증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빠른 통신속도보다 넓은 부지와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우선되는 하이퍼스케일 DC를 설계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수도권 외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기업들의 지방 이전을 가속화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정부의 지방분산전략도 있다. 그동안 DC는 네트워크 지연을 최소화하고 이용고객·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서울·경기권을 비롯한 수도권에 밀집해왔다.
그러나 현재 수도권 전력계통은 포화상태에 이른 상태다. ‘전력계통영향평가’ 등을 비롯해 수도권에서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는 시설을 추가 구축하는 것에 대한 애로사항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도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통해 전력망 분산에 나섰다. 전력 자립도가 높은 지역에 DC를 구축할 경우 송전망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정부는 DC를 ‘국가전략기술 사업화 시설’에 포함시키며 DC 지방분산을 위한 적극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지자체 역시 DC라는 초대형 앵커시설을 통한 연관 산업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DC는 한번 구축되면 장기간 운영되며 서버 유지보수·보안·네트워크 관리 등 전문 인력을 계속 필요로 한다. 또한 DC가 구축되기 위해 수도와 전력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다양한 부가시설들과 더불어 AI·소프트웨어 스타트업기업들 역시 모여드는 클러스터 효과가 발생한다.
이에 더해 지역대학과 산·학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으며 양질의 일자리 또한 제공함으로써 ‘지방소멸’이라는 거대한 파고를 넘는 방파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DC지방분산전략, 한계극복 필요
다만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DC 지방분산전략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대두된다. 국내에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코로케이션 DC의 경우 DC가 먼저 구축된 이후에 사용할 기업·기관이 입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코로케이션 DC는 통신속도와 고객사 확보를 위한 물리적 거리가 중요한 시설이기 때문에 수도권 밀집을 피할 수 없다. 자사에서 직접 사용할 하이퍼스케일 DC를 구축하는 대기업이나 글로벌 빅테크기업이 아니라면 지방 DC건립을 쉽사리 추진하기 어렵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력계통영향평가 역시 일단 DC를 구축한 이후에나 고객사와 협의를 통해 내부 설비를 확정짓는 코로케이션 DC에는 적합하지 않은 구조”라며 “전력계통영향평가 통과를 위해서 임의로 DC의 규모와 필요 전력량을 신고해 실제로 DC가 구축된 이후엔 사전 신고와는 전혀 다른 규모로 운영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라고 밝혔다.
차후 네트워킹기술 발달로 DC의 물리적 거리가 통신속도에 큰 영향을 주지 않게 되거나 각 지자체에서 추진 중인 AI 클러스터가 충분히 자리를 잡고 나면 코로케이션 DC의 지방 건축도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수도권에서 먼 지역에 코로케이션 DC가 건축되는 것에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이 뒤따른다.
이러한 정책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기요금 차등제와 같은 DC 지방구축 지원과 함께 지방에 위치한 DC를 이용하는 고객사들에 대한 직접적인 혜택이 추가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의 혜택이 DC건설·운영사에 집중돼있어 결국 고객을 구하지 못하는게 가장 큰 리스크인 코로케이션 DC에겐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 클라우드 전환사업의 물량을 지방 DC에 우선 배정하는 방향 역시 제시되고 있다. 이는 지방 코로케이션 DC의 고질적 문제인 공실리스크를 해소하고 초기 운영 안정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가장 핫한 글로벌 AI 허브 중 하나다. 정부에서 ‘AI 3대 강국’을 비전으로 제시하며 관련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각 지자체들 역시 AI산업 유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AI 기초 인프라인 DC산업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성장해나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