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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위축·난방트렌드 변화 대비 보일러업계, 저탄소 HVAC기업 변신

보일러, 성장산업서 ‘교체 중심 관리시장’ 전환
수출·냉난방공조·주방가전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
정부 히트펌프 활성화 전략, 대응 준비 완료

 

국내 가정용 난방의 오랜 표준이었던 가스보일러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연간 110만~120만대 수준에서 장기간 정체된 가정용 보일러시장은 이미 ‘성장산업’이라기보다 ‘교체 중심의 관리시장’에 가깝게 전환됐다. 신축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시장을 떠받치는 것은 고장·노후보일러 교체 수요뿐이다.


국내 가스보일러시장은 지속적인 위축세를 보이고 있으며 현재 신규 설치 수요는 물론 기존 교체 수요조차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고금리, 자재비 인상, 미분양 증가, PF 유동성 위기까지 국내 건설산업은 회복의 기미없이 위기 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만 400곳이 넘는 종합건설사가 문을 닫았으며 건설 프로젝트 축소는 곧 신규 보일러수요의 감소로 직결되고 있다. 이렇다보니 고객들이 보일러를 교체해야 하는 이유가 사라진 지금 제품 고장이 아닌 이상 교체를 미루는 소비자심리가 고착화되고 있어 보일러업계 전반에 있어 근본적인 위기이며 새로운 해답을 찾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탄소중립, ESG경영의 물결은 보일러산업에도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고효율·저탄소·친환경기술을 갖춘 제품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일러사들은 ‘보일러기업’의 틀을 깨고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으며 해외 진출은 물론 냉난방공조, 주방가전까지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로 새로운 생존전략을 실행 중이다.

 

신규 시장 ‘위축’·교체시장 ‘증가’

 

보일러시장은 2025년 들어 주택 착공 물량이 감소세를 보이면서 신규 아파트 및 주택에 연동된 보일러 설치 수요 역시 위축되고 있다. 건설경기 둔화와 분양시장 침체가 이어지며 신규 수요는 시장 확대보다는 기존 물량 방어 및 선별 수주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일러업계에서는 신규 시장을 ‘성장동력’이라는 시전에 이미 접었으며 납기 안정성과 사양 표준화를 통해 수익성을 관리해야 하는 영역으로 인식하고 있다.


반면 교체시장은 여전히 보일러수요의 핵심 축으로 기능하고 있다. 다만 과거와 달리 정책·보조금 중심의 교체수요는 약화되고 고장·노후·에너지비용 부담과 같은 실질적 필요에 따른 교체수요는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친환경보일러 보급 정책이 2026년 전액 삭감되면서 일반 소비자시장에서는 보조금보다는 가스비절감 효과, 사용 편의성, 안전성 등이 교체 의사결정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체시장은 계절성(동절기 집중)과 지역·주거 형태에 따른 편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


결국 전체 시장규모는 전년도에 비해 큰 변동이 없는 약보합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며 친환경·고효율 콘덴싱보일러 판매비중은 지속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일반 가정에 보급될 콘덴싱보일러 보조금을 사실상 종료(10만원 지원 폐지)시키고 2025년까지 저소득층 중심으로 지원했던 보조금마저 올해부터는 진행하지 않는 만큼 친환경보일러 판매비중이 일부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도 예상된다.


보일러 유통 구조 역시 변화 중이다. 전통적인 대리점·설비업체 중심 구조는 유지되고 있으나 온라인 채널은 단순 판매를 넘어 상담·견적·방문설치를 연결하는 역할로 진화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가격보다 설치 신뢰성과 사후관리 품질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임에 따라 채널경쟁의 초점도 ‘저가 판매’에서 ‘신뢰 기반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일러 교체시장에서 점유율 확보를 위한 각 사별 브랜드, 제품, A/S, 서비스 등 전방위적 경쟁이 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가정용 보일러시장은 이미 성숙단계에 진입한 상태로, 2025년에도 연간 수요 규모 자체는 큰 변동없이 유지되는 대신 ‘구성’이 변화하는 흐름를 보이고 있다”라며 “특히 신규 주택 감소 영향으로, 시장의 무게중심은 신규 설치에서 기존 주택의 개보수(교체)수요로 더욱 명확히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도 건설경기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건설경기 회복시점을 명확히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라며 “이에 따라 올해도 신규 설치 시장 성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며 교체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형성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신규·교체시장 전략 달라야

 

보일러업계는 올해 보일러시장 활성화를 위해 매출 성장이라는 단순한 출하량 확대보다는 교체 전환율을 높이고 고객경험을 개선하는 방향에서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신규 수요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매출 확대의 핵심은 교체수요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흡수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결국 보일러 고장, 잦은 에러, 난방비 부담, 안전 문제 등 교체를 촉발하는 순간을 선점하는 영업·서비스체계가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당일 방문’, ‘응급 조치 후 교체 제안’과 같은 신속 대응서비스는 교체 전환율을 높이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여기에 친환경·고효율 보일러의 가치는 기술적 설명보다 생활비 절감 관점에서 전달될 때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초기 구매 비용이 아닌 월 가스비 절감과 장기 유지비 감소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이 교체수요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신규 주택시장에서는 무리한 물량 확대보다는 사양 단순화와 표준화를 통해 원가·납기·클레임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이 요구된다. 업계에서는 신규시장을 브랜드 노출과 안정적 매출 기반 확보용 채널로 활용하되 과도한 가격경쟁은 지양해야 한다는 뜻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일러시장은 단순히 노후 교체수요에 의존하기보다 고효율·친환경·스마트기술을 중심으로 한 제품 가치를 높이면서 소비자에게 편리함이나 에너지절감과 같은 효용성을 추가적으로 제공해야 보일러시장이 유지될 수 있다”라며 “특히 소비자입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에너지절감 효과, 유지관리 편의성, 안전성 강화 등이 보다 명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제도적·마케팅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히트펌프 보급 활성화 방안, “영향 없어”

 

2025년을 기점으로 보일러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변수는 더 이상 수요가 아니라 정책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2월16일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대를 보급하며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에 박차를 가한다는 ‘히트펌프 보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대 보급, 온실가스 518만톤 감축’이라는 목표 아래 △부문별·단계별 보급확대 지원 △보급촉진 혜택 △보급활성화제도 개선 △산업생태계기반 구축·강화 등으로 구성됐다.


우선 도시가스가 보급되지 않은 지역과 양광이 설치된 단독주택에 히트펌프설치를 지원하고 마을회관 등 공동시설에 태양광+히트펌프 패키지로 보급을 추진할 방침이다.


그동안 활용 잠재력이 높은 공기열이 재생에너지로 인정되지 않아 공공기관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와 ZEB인증 등에 활용이 불가능했던 만큼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등을 개정하고 히트펌프 보급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고효율에너지기자재 보급촉진에 관한 규정’ 등 관련규정을 정비할 예정이다.


주택용 누진제 적용에 따른 요금급증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공기열 히트펌프도 지열히트펌프처럼 일반용 등 별도의 요금 선택을 허용하는 방안과 신축 ZEB인증 시 히트펌프로 생산하는 열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산정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에너지공급자효율향상제도와 연계해 히트펌프 보급 시 에너지절감실적에 가중치를 부여할 예정이다.


또한 공동주택(아파트)에 히트펌프 사용을 권장할 수 있도록 에너지절약형 친환경주택을 건설하는 기술로 공기열과 수열에너지를 포함할 예정이며 건축물에너지절약설계기준 상 난방설비에 히트펌프를 신설할 계획이다.


보일러업계의 한 관계자는 “히트펌프 보급 확대 정책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매우 의미있으며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며 “유럽 등 글로벌 각지에서도 히트펌프보급이 확대 추세이며 저탄소, 친환경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전기 기반 고효율 난방시스템 확대는 장기적으로 에너지구조전환에 기여할 수 있으며 국내 난방산업의 기술 고도화를 촉진하는 긍정적인 신호”라며 “다만 국내 주거환경 특성과 초기 설치비, 전력인프라 부담 등 현실적인 한계도 함께 고려한 단계적·혼합형 정책 접근이 병행돼야 시장의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히트펌프 확산의 최대 걸림돌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다. 겨울철 난방을 전기로 전환할 경우 가구의 전기요금 부담이 급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히트펌프 전용 요금제 도입을 검토 중이지만 실질적으로 보급돼야 할 공기열원은 재생에너지범주가 아니기 때문에 당장 전용요금제 적용이나 지열처럼 누진제 적용 대상이 아니다.


또 다른 난관은 아파트, 즉 공동주택이다. 국내 주거 형태의 다수를 차지하는 공동주택은 히트펌프설치에 있어 △실외기 설치 공간 부족 △소음·진동 문제 △전기설비 증설 필요 △난방 방식(개별/중앙) 차이 등 여러 제약이 상존한다. 공기열원 히트펌프의 효율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300~500리터급 축열조 공간도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 공동주택에서는 설치공간 부족과 하중 증가로 인해 공기열원 히트펌프보급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 결국 기존 공동주택은 노후보일러를 히트펌프로 교체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뜻이며 히트펌프는 당분간 단독주택과 비도시가스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보일러시장이 당장 히트펌프에 잠식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난방시장은 기술이 아니라 정책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히트펌프 전용요금제가 어떻게 설계되느냐, 아파트설계기준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가스보일러의 운명은 크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가스보일러는 더 이상 무조건적인 난방의 ‘표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히트펌프를 기준으로 난방에너지전환에 대해 보일러업계는 이미 준비를 마쳤다. 당장 글로벌 표준으로 잡히고 있는 친환경냉매를 적용한 R290 히트펌프를 도입할 수 있다. 이처럼 국내 출시 시점을 챙기며 정책·요금제 신호가 켜질 때 점프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


특히 보일러업계는 히트펌프뿐만 아니라 환기, 주방가전, 에어컨(창문형), 콘덴싱 하이드로 퍼네스 등 다양한 HVAC 제품을 출시하며 보일러 전문기업에서 HVAC 대표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오랫동안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