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서 개최하는 반도체산업 대표 전시회 ‘세미콘 코리아 2026’이 2월11일부터 13일까지 개최됐다.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된 세미콘 코리아 2026에서는 국내·외 약 550개 반도체기업이 참여해 2,409개의 부스가 마련됐다.
이번 세미콘 코리아 2026은 ‘미래를 바꾸다(Transform Tomorrow)’를 주제로 AI가 촉발한 산업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미래 반도체기술 혁신방향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반도체산업 최신기술과 시장동향을 공유하며 반도체 생태계의 현재와 미래를 한눈에 조망했다.
첫 날 기조연설에서는 송재혁 삼성 CTO, Tien Wu ASE CEO, Boyd Phelps Cadence GM, Tim Archer Lam Research CEO, 이성훈 SK하이닉스 SVP, 정소영 엔비디아 코리아 대표가 순서대로 발표했다.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은 개회사를 통해 “현재 반도체산업은 ‘슈퍼 사이클’을 맞아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역대 최대 규모의 세미콘 코리아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라며 “결국 시장은 언젠가 하향곡선을 그리게 될텐데 이번 세미콘 코리아 2026을 통해 대한민국이 반도체 소재 부품 경쟁력을 갖춰 이러한 하향곡선에 대비하고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삼성 HBM4, ‘베라 루빈’ 탑재 등 고평가
송재혁 삼성 CTO는 ‘제타플롭스시대를 지나 다음 단계는’을 주제로 차세대 AI시스템 아키텍처에 대해 발표했다.
과거 세상을 바꿀 기술들은 수도 없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중에서도 AI의 보급속도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약 5,0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기까지 자동차는 62년, 인터넷은 4~7년 정도가 걸렸지만 AI는 두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미국에서 가장 높은 시가총액을 보유하고 있는 JP모건은 법률문서를 검토하는데 1년에 약 36만시간을 투자해왔다. 하지만 ‘코인’이라는 AI시스템을 이용해 수초만에 이러한 작업이 완료될 수 있게 됐다. 심지어는 유화복원이나 작곡 등 예술·인문학분야에서도 AI는 뛰어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송 CTO는 “현재 우리는 생성형 AI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조만간 에이전틱 AI를 거쳐 피지컬 AI의 시대로 접어들게 될 것”이라며 “피지컬 AI까지 가는 상황에서 워크로드의 증가가 폭발적일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메모리 수요의 폭증 역시 필연적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바이블처럼 믿고 따라왔던 ‘무어의 법칙’에 따른 피지컬스케일링은 2020년 이후 포화 상태에 따라 물리적 미세화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라며 “디바이스레벨을 3차원 구조로 확장하고 본딩과 적층을 거친 제품을 ‘칩렛’으로 만들어 고객이 요구하는 성능과 전력효율을 만족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HBM 시스템에서는 전력과 열 제어를 핵심 과제로 꼽고 있다. 삼성전자에서는 기존 TCB 대신 하이브리드 본딩기술을 통해 열저항을 약 20%, 베이스다이 온도는 약 12% 낮췄다.
또한 기존 표준 HBM구조에 새로운 인터페이스 IP를 도입해 더 높은 대역폭을 확보하는 삼성 커스텀 HBM에 대해서도 준비 중이다. 베이스다이에 일부 연산기능을 넣어 GPU가 담당하던 기능 일부를 분산시키는 방식이다.
송 CTO는 “삼성은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지를 다 완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피지컬 AI시대에 가장 최적화된 환경을 갖추고 있다”라며 “각 기술들의 시너지를 통해 차세대 HBM4E, HBM5에서도 업계 1위가 될 수 있도록 기술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산업, ‘2조달러 시대’ 목전
Tien Wu ASE CEO는 반도체가 단순히 칩을 만드는 단계를 넘어 시스템 최적화와 공급망협력을 핵심으로 하는 대전환기에 접어들었다는 내용으로 반도체 산업의 미래에 대해 발표했다.
2026년 글로벌 AI산업은 ‘1조달러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현재 첨단기술과 통합시스템 성능이 성장의 상당 부분을 견인하고 있다. 2026년에는 메모리 가격 상승이 소비자 가전 물량을 크게 위축시킬 전망이나 AI분야에서는 끝없는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Tien Wu CEO는 “더 이상 우리는 칩 리소그래피, 패키징, EMS를 따로 떼어놓지 않고 전체적인 시스템 성능을 이야기 하고 있다”라며 “비용과 복잡성의 증가는 공급이 제한된 시장에서 기업 간 통합을 가속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AI 데이터센터(DC)에 대해 완벽히 준비되지 않았던 것처럼 앞으로 다가올 피지컬 AI시대에도 확실한 준비가 돼있지 않다”라며 “연간 수십억대의 로봇이 생산될 예정이며 그 안에 들어갈 메모리, 로직, 반도체 콘텐츠를 상상하면 2조달러 시대 역시 순식간에 다가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HBM이 계속 발전함에 따라 레티클 크기는 약 7.5배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7.5배 크기의 칩에서 대량 생산과 저비용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 웨이퍼방식 대신 600~620mm 패널 방식을 사용할 경우 처리량이 8배 증가한다. 현재 대량 생산중인 DC용 CoWoS(Chip on Wafer on Substrate) 공정은 60일에서 90일이 소요된다. 이는 파운드리 공정과 맞먹는 수준이다.
Tien Wu CEO는 “차세대 산업은 기술·시스템·생산량증대를 빠르게 발전해 나가면서 동시에 높은 수율을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협력하는지가 핵심”이라며 “지금은 비즈니스 협업과 통합을 위한 완벽한 시기로 그 과정에서 반드시 훌륭한 지원체계와 백업 플랜을 갖추고 넘어지지 않기 위해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피지컬 AI’ 넘어 ‘사이언스 AI’로
Boyd Phelps Cadence GM은 EDA혁신을 통해 차세대 AI팩토리 인프라와 반도체 자율설계시대를 선도하겠다고 발표했다.
Boyd Phelps GM은 “주요 기술의 전환점에 서 있을 때 우리는 단기적으로 그 기술의 영향을 과대평가 하면서 장기적으로는 훨씬 과소평가 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스마트폰과 AI, EUV가 그랬듯 AI 역시 단기적인 열풍을 이해하되 장기적인 전략수립과 기술트렌드를 끝까지 지켜보는 헌신적인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자율주행차량·드론·로봇 등 피지컬 AI 시대의 도래가 목전에 있다. 인프라시대가 생산성 향상을 돕는다면 피지컬 AI는 인류가 살아가는 방식을 전환한다. 더 나아가 ‘사이언스 AI’ 단계에 접어들면 분자 단위나 거대 생명과학 시스템을 직관적으로 설계해 반복적인 설계가 필요없는 시점에 도달할 것이다.
DC 역시 기술 발전에 따라 전례없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소비·생산하고 있다. 기존 DC가 다중사용자(Multi-tenant) 성격이었다면 미래의 AI팩토리는 학습 워크로드에서 DC 전체를 소모할 수도 있다.
Boyd Phelps GM은 “케이던스는 AI 팩토리를 위한 완벽한 IP 포트폴리오를 개발하기 위해 HBM, LPDDR, DDR, GDDR 등을 아우르는 모든 메모리 PHY 기술을 제공하는 거의 유일한 IP 제공업체”라며 “센싱과 자율성이 중요해 지며 케이던스는 텐실리카 DSP와 임베디드 아키텍처, 피지컬 AI 플랫폼 등을 통해 데이터센터부터 엣지까지 필요한 모든 IP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케이던스는 엔비디아와 파트너십을 맺고 AI칩, DC인프라, 분자설계 등 세계적 수준의 설계 및 공동 최적화 영향을 통합하고 있다”라며 “한국의 뛰어난 엔지니어들과 함께 케이던스의 에이전틱 AI 솔루션과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활용해 협력하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AI 팩토리를 넘어 피지컬 AI, 사이언스 AI의 시대로 빠르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속도·방향 고려한 대응 필요
Tim Archer Lam Research CEO는 AI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속도와 방향성을 결합한 ‘벨로시티 임퍼러티브’의 중요성에 대해 발표했다.
Tim Archer CEO는 “진보란 단순히 속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밀한 방향성, 힘과 목적의 조합,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감각 등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다”라며 “벨로시티란 속도와 방향을 모두 포함한 개념으로 램 리서치는 반도체산업을 위해 벨로시티 임퍼러티브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최근 산업의 발전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고 있다. 더 많은 장비·팹·인력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혁신의 가속도와 개발속도 역시 이전에 보지 못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 예시 중 하나인 GPU는 과거 2년 주기로 새로운 제품이 나왔지만 현재 2배 빠른 12개월 주기로 새로운 GPU가 출시되고 있다.
예측하지 못한 수요 급증은 오래전 일이 아니다. 2022년 팬데믹은 산업을 극한으로 몰아붙였으며 당시 뉴스에서는 “왜 산업은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을 더 많이 공급하지 못하는가?”라고 지적했다.
램 리서치는 당시 공급망에 과부하를 일으킨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했다. 품질유지와 일정 준수라는 과제는 어려웠지만 그 경험을 발판삼아 △장비개발·설치 △유지보수 △기술혁신 등 비즈니스의 모든 영역에서 운영 벨로시티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Tim Archer CEO는 “램 리서치가 미국 외 지역 중 가장 큰 규모의 기술개발시설인 ‘한국테크놀로지센터(KTC)’를 한국에 지은 이유는 혁신에서 ‘거리’가 큰 장벽이기 때문”이라며 “램 리서치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벨로시티 랩’을 KTC에 도입해 차세대 기술에 필요한 소재, 아키텍처, 하드웨어, 화학물질 등을 연구하고 생태계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강조했다.
기술변곡점 대응… 핵심은 ‘데이터 공유’
이성훈 SK하이닉스 SVP는 SK하이닉스가 지난 20년간 기술변곡점에 어떻게 대응해 왔으며 앞으로 다가올 미래 기술변곡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 발표했다.
2010년 초반까지만 해도 로직분야에서 검증된 기술들을 활용하며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에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10년은 기술 난이도가 급증하며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해졌다. SK하이닉스는 이를 위해 공정을 모듈화한 테크플랫폼과 기술난이도를 예측하는 ‘LoD(Level of Difficulty)’를 도입해 개발리듬인 ‘케이던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특히 파트너사와 협력방식을 단순한 기술 도입에서 로드맵 공유로 전환한 것이 주효했다. 앞으로의 미래 기술로드맵을 선제적으로 공유하며 장비·소재 업체들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준비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 10년은 3D DRAM·수직적층 등 기존 공식을 완전히 탈피한 구조적 변화와 신소재 도입이 예고돼 있다. 기존 인력 중심 R&D 방식으로는 개발기간이 5년 이상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는 메모리 반도체 케이던스 유지를 위협한다.
이성훈 SVP는 “AI 모델링을 통해 신소재 탐색 시간을 400분의 1로 단축하고 엔비디아와 협력해 레시피 개발 시간을 10분의 1로 단축하는 등 인력 투입 위주의 R&D에서 AI 기반 R&D로의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라며 “반도체 생태계 전체가 ‘데이터 공유의 금기’를 깨고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공유해 통합된 LLM을 활용해야 미래의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고 반도체산업 전체의 케이던스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C·피지컬AI, 산업변화 주도
정소영 엔비디아코리아 대표는 엔비디아가 반도체산업에서 맡은 역할과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발표했다.
현재 엔비디아를 비롯한 ‘가속컴퓨팅 플랫폼’ 기업들이 반도체산업 전체의 혁신을 이끄는 조력자로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와 전기를 통해 지능을 생산하는 DC와 이를 통해 물리적 개체를 움직이는 피지컬 AI라는 두가지 핵심 모멘텀이 산업의 거대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차세대 아키텍처인 ‘루빈’을 통해 엔비디아는 칩 단계 최적화를 넘어 시스템 전체 레벨에서의 혁신을 지향한다. 데이터와 모델의 크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상황에서 비용과 성능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개별 칩의 성능 고도화보다 ‘시스템 와이드’한 혁신이 필수적이다.
정소영 대표는 “엔비디아는 전통적인 HPC 방식 방정식을 대신해 AI 모델에 물리법칙을 학습시켜 결과를 도출하는 ‘AI Physics’를 반도체 공정에 도입하고 있다”라며 “SK하이닉스와의 ‘Physics-NIMO’ 플랫폼 협업, 삼성전자와의 TCAD 워크로드 가속화 등을 통해 설계, 리소그래피, EDA에 이르는 전 공정 리드타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제조현장에 혁신을 불러올 피지컬 AI를 구현하기 위해 시뮬레이션플랫폼인 ‘옴니버스’가 핵심이 될 것이다. 옴니버스는 가상 환경에서 물리적 공간을 모델링하고 휴머노이드나 로봇이 학습할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비전·언어·행동모델 등을 통해 실제 현장에서 발생할 액션의 결과를 예측하고 테스트한다.
정소영 대표는 “전 세계 제조 및 반도체산업의 선도국가인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매우 높다”라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주요 파트너들과 AI 팩토리 기반 혁신을 지속할 것이며 엔비디아는 단순한 플레이어를 넘어 반도체산업 전체를 혁신하는 이노베이터로서 한국기업들과 함께 성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