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확산과 함께 냉각(쿨링)시장이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고발열·고집적 서버 환경이 일반화되면서 기존 공조 중심의 냉각 개념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전력과 냉각을 통합한 인프라 설계가 필수 요소로 부상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전통 HVAC기업과 UPS 기반 데이터센터 전력인프라기업간 경쟁이 본격화되며 산업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과거 데이터센터 인프라시장은 공조와 전력이 명확히 분리된 구조였다. HVAC기업은 냉동기, CRAH, 공조시스템을 중심으로 열관리를 담당했고 전력기업은 UPS, PDU 등 전원공급장비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최근 AI·HPC 데이터센터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랙당 발열량이 30kW를 넘어 100kW 이상으로 치솟으며 공랭 중심 냉각은 한계에 직면했고 수랭식 및 액침냉각 등 Liquid Cooling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력과 냉각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해야 하는 필요성이 커지면서 양 산업간 경계가 사실상 붕괴되고 있는 모습이 이번 DCW런던에서 보다 극명하게 보였다.
UPS·전력인프라기업, 쿨링시장 본격 침투
데이터센터 인프라기업들은 더 이상 전력공급에 머무르지 않고 냉각영역까지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Schneider Electric, Vertiv, 리탈, ABB, Eaton 등은 UPS, 배전, IT랙에 더해 냉각솔루션까지 통합 제공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은 단순 제품 확대가 아닌 M&A와 전략적 투자를 통한 냉각기술 내재화에 집중하고 있다.

Vertiv는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23년 CDU, 매니폴드 등 리퀴드쿨링 전문기업 쿨테라를 인수하며 Liquid Cooling시장에 본격 진입한 이후 CDU, In-row cooling 등 고밀도 냉각기술을 지속적으로 내재화했다. 이를 기반으로 전력, 냉각, IT랙을 아우르는 통합 인프라 공급체계를 구축하며 시장 지배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Schneider Electric 역시 DC쿨링사업 확대를 위해 전략적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EcoStruxure 플랫폼을 중심으로 전력·냉각·제어를 통합하는 전략을 추진하는 한편, 데이터센터 열관리 및 액체냉각 관련 기술기업인 Motivair 인수를 통해 Liquid Cooling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기반 에너지관리와 냉각제어를 결합한 통합 운영플랫폼 구축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Eaton은 데이터센터 전력사업을 기반으로 냉각영역 확장을 추진하며 열관리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와 파트너십 확대에 나서고 있다. 현재 리퀴드쿨링 전문기업 Boyd Thermal 인수를 통해 모듈형 데이터센터와 결합된 통합 인프라 솔루션을 중심으로 냉각기능을 점진적으로 내재화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ABB 또한 전력·자동화 기술을 기반으로 데이터센터 인프라 사업을 확대하며 냉각영역까지 사업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화·자동화 기술과 열관리 시스템을 결합한 통합 솔루션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산업용 인클로저, 배전 시스템, 공조 시스템, IT 인프라, 소프트웨어 및 전 세계 고객지원을 아우르는 글로벌 시스템 공급기업 리탈(Rittal)도 제조 현장의 공장 바닥부터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까지 폭넓은 고객층을 지원하고 있다. 리탈의 주력 IT 냉각 포트폴리오는 랙(Rack)단위, 인로우(In-row)단위, 룸(Room)단위 냉각전략을 모두 지원하고 있다. 특히 냉수방식(CW)과 직접팽창방식(DX) 등 다양한 냉각구성에 적용가능한 LCP(액체냉각패키지: Liquid Cooling Package) 기술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UPS 및 IT인프라기업들은 △Liquid Cooling 전문기업 인수 △CDU 및 열관리 기술 확보 △모듈형 데이터센터 통합 △소프트웨어 기반 운영플랫폼 구축 등을 통해 빠르게 DC 냉각사업을 내재화하고 있다. 이는 고객 요구 변화와 맞닿아 있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은 개별 장비가 아닌 ‘통합 인프라’ 도입을 선호하고 있으며 설계·시공·운영까지 포함한 턴키 솔루션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UPS 및 IT인프라기업들의 전략은 명확하다”라며 “전력에서 시작해 냉각까지 수직계열화함으로써 데이터센터 전체 인프라를 통합 공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전력기업은 프로젝트 주도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라며 “결국 기존 HVAC기업과 경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Liquid Cooling 영역 확장 HVAC기업 '반격'
전통 HVAC기업들도 시장 변화에 대응해 사업영역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이킨, 트레인, 캐리, LG전자, 삼성전자 등 글로벌 HVAC기업들도 기존 냉동공조기술을 기반으로 리퀴드쿨링, CDU, 열관리 솔루션을 강화하며 데이터센터시장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단순 제품개발을 넘어 M&A와 전략적 투자 중심의 ‘기술 내재화’ 전략을 본격화하며 UPS 및 IT인프라기업들과 결전을 벼르고 있다.


글로벌 HVAC 선도기업 중 하나인 다이킨의 데이터센터 진출 속도가 가장 빠르고 공격적이다. 2025년 8월 AI 데이터센터용 냉각시스템 전문기업 DDC Solutions과 11월 direct-to-chip 계열의 액체냉각기술 보유기업 Chilldyne 인수를 발표했다. DDC Solutions는 AI 데이터센터용 냉각시스템 전문기업으로, 서버랙 단위 개별공조와 장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다이킨은 이번 인수를 바탕으로 대형 상업용 공조장비·제어 포트폴리오에 랙 단위 AI 냉각기술을 결합하고 북미를 시작으로 글로벌 AI 데이터센터시장 리더십을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로써 다이킨은 대형 칠러·AHU·제어기술을 바탕으로, AI 데이터센터에서 요구되는 랙 단위 고밀도 냉각+액체냉각+통합제어를 모두 확보해 종합 공급자로 올라섰다.
트레인도 보다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Liquid Cooling 전문기업에 대한 지분투자했던 LiquidStack 인수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중앙 냉동플랜트부터 칩 단위 냉각까지 아우르는 ‘엔드투엔드 열관리 솔루션’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캐리어의 전략은 다소 차별화된다. 단일 기술 확보보다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데이터센터 특화 라인업 강화를 병행하는 방식이다. 캐리어는 2023년 상업·산업용 공조사업을 중심으로 기업구조를 재편한 이후 고부가가치 HVAC 영역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데이터센터 냉각을 핵심 성장축으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고효율 수냉식 칠러, 공랭식 프리쿨링 시스템, CRAH/CRAC 장비 등 기존 제품군을 고밀도 데이터센터 환경에 맞게 고도화하는 한편, Liquid Cooling 대응을 위한 CDU 및 수배관 기반 열관리 기술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글로벌 데이터센터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설계·엔지니어링 역량을 강화하며 단순 장비공급에서 벗어나 솔루션 사업자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특히 캐리어는 대규모 투자 여력을 기반으로 Liquid Cooling, 열관리 제어기술, 데이터센터 특화 엔지니어링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인수합병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존 공조 중심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데이터센터 및 고성장 산업 중심으로 사업축을 이동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관계사와 ‘원 LG’ 통합 솔루션을 사업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LG전자는 AI 데이터센터를 위한 고효율 냉각 솔루션을, LG CNS는 설계·구축·운영(DBO) 역량을, LG에너지솔루션은 첨단 전력시스템을 각각 선보이며 ‘원 LG’ 솔루션의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원 LG’ 통합 솔루션은 급증하는 AI 인프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그룹 내 핵심 역량을 결집해 만들어졌다. 특히 3사의 시너지로 탄생한 DC 솔루션은 최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구축하는 1,000억원 규모 하이퍼스케일급 AI 데이터센터에 공급되는 등 실질적인 사업 성과로 이어지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자·가전 기반 HVAC에서 유럽 미션크리티컬 공조·정밀냉각 전문기업 플랙트그룹을 인수하며 DC시장에 본격적으로 받을 내딛었다. 플랙트는 세계 각지의 신규 데이터센터 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며 AI·클라우드서비스 관련 프로젝트 현장에 HVAC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에어데일의 모기업인 모다인도 2024년 스콧 스프링필드 매뉴팩처링을 인수하며 데이터센터용 AHU(대량·고품질) 확보로 하이퍼스케일·코로케이션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문터스도 EDPAC와 Geoclima를 인수하며 공랭식 및 수랭식 쿨링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미쓰비시전기는 대형 M&A보다 서비스 네트워크 확대와 전략 제휴에 무게를 두고 있다. 2025년 10월 자회사 MEHITS(Mitsubishi Electric Hydronics & IT Cooling Systems)를 통해 두바이에 신규 법인을 설립했으며 applied HVAC와 IT cooling시스템에 대해 설계기술 지원부터 판매·설치·운영·유지보수까지 제공하는 원스톱서비스 거점으로 키울 계획이다.
파나소닉은 유럽을 거점으로 데이터센터 냉각사업을 단계적으로 키우고 있다. 전환점은 2023년 2월 완료한 Tecnair 인수다. 파나소닉은 Tecnair를 통해 데이터센터용 close control air-conditioning 역량을 확보한 이후 유럽 데이터센터 냉각사업 확대 기반으로 삼고 있다. 파나소닉은 400·800kW급 CDU 2종과 800·1,200kW급 free-cooling chiller 2종을 출시했다.
DCW런던 2026에서 플랙트, 캐리어, 다이킨, 미쓰비시전기, 파나소닉의 DC 쿨링솔루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HVAC기업들은 과거 자체 기술개발 중심에서 벗어나 △Liquid Cooling 전문기업 인수 △CDU 및 고밀도 냉각기술 확보 △데이터센터 특화 솔루션 기업과의 결합 등을 통해 빠르게 DC쿨링시장 대응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Liquid Cooling분야는 HVAC기업의 기술적 강점이 발휘될 수 있는 영역으로 평가된다. 열교환, 유체제어, 냉동사이클 최적화 등 핵심기술이 요구되는 만큼 HVAC기업이 주도권을 유지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과제도 명확하다. HVAC기업은 개별 냉각장비기술에서는 강점을 보이지만 전력·IT 인프라와의 통합 설계 경험에서는 상대적으로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제어플랫폼 및 통합운영 역량 확보를 위한 투자와 협력을 확대하며 ‘시스템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DC시장, 플랫폼 경쟁 전환
데이터센터 인프라시장은 빠르게 ‘장비 중심’에서 ‘플랫폼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과거에는 냉동기, UPS 등 개별 장비 판매가 주요 수익원이었으나 현재는 전력·냉각·제어·소프트웨어를 통합한 솔루션사업이 확대되고 있다. Rack, CDU, Cooling, Power, Monitoring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이며 기업간 경쟁구도도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UPS 및 전력인프라기업은 M&A와 전략적 투자를 통해 쿨링시장에 진입하고 있으며 정통 HVAC기업들도 액침냉각 및 CDU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과 협력 및 인수를 확대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향후 데이터센터 쿨링시장은 단순한 승자독식 구조보다는 ‘코피티션(Co-opetition)’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전력기업이 플랫폼과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HVAC기업이 냉각기술을 제공하는 협력 구조가 확산될 수 있으며 동시에 핵심 영역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냉각은 더 이상 공조설비가 아니라 데이터센터 성능과 직결되는 핵심 인프라”라며 “전력과 냉각이 통합되는 과정에서 산업간 경계가 사라지고 있어 향후 시장은 누가 더 효율적으로 전력과 열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느냐에 따라 주도권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AI시대 데이터센터 경쟁은 단순한 IT 인프라 경쟁을 넘어 에너지와 열관리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전력기업의 냉각시장 진입과 HVAC기업의 반격이 맞물리며 시장은 급격한 재편 국면에 진입했다. 결국 승부는 냉각과 전력을 통합한 시스템을 지배하는 기업이 데이터센터 시장의 주도권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