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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댐퍼 ‘시험성적서-실물 불일치’ 논란 확산

시험체와 다른 일체형 방화댐퍼시공 가능성 커
감리·시공단계 확인·불법 건축자재 모니터링 시급

 

방화댐퍼의 시험성적서와 실제 현장 납품·시공 제품이 다른 사례가 있다는 업계 지적이 제기되면서 불법 건축자재 모니터링 강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방화댐퍼는 환기·난방·냉방시설의 풍도가 방화구획을 관통하는 부위에 설치돼 화재 시 연기와 화염 확산을 차단하는 핵심 방화설비다.

 

그러나 시험성적서를 획득할 당시에는 댐퍼 본체와 구동부만으로 시험을 받고 실제 현장에서는 컨트롤러, 감지기, 통신모듈, 전원박스 등을 추가 설치해 납품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화댐퍼 제조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일부 업체들은 방화댐퍼 시험 시 댐퍼와 모터만 부착한 상태로 시험성적서를 받은 뒤 현장에는 외부 컨트롤러나 감지기 등을 댐퍼에 설치해 납품해 왔다”라며 “시험기관에 문의한 결과 일체형 구조로 납품하려면 시험 당시에도 컨트롤러와 감지기를 모두 설치한 상태로 시험을 받아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시험 당시 구성과 현장 설치 구성이 다를 경우 불법 건축자재에 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불법 건축자재 신고센터의 관계자도 “방화댐퍼는 과거에는 점검이 충분하지 않았지만 현재는 점검을 하고 있다”라며 “시험성적서와 다르게 현장에 설치되는 제품은 불법사항이며 해당 사례가 있다면 불법 건축자재 신고센터에 신고하면 현장 확인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 부착은 괜찮다”는 업계 관행… 시험조건 바뀌면 성능검증 무효

논란의 핵심은 방화댐퍼 외부에 설치되는 전기·전자 부속품을 단순 부가장치로 볼 수 있느냐에 있다. 일부 제조사들은 “덕트 내부를 관통하는 댐퍼 본체는 시험성적서와 동일하고 외부에 컨트롤러나 감지기를 추가로 설치했을 뿐”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험기관과 관련 전문가들은 시험체와 현장 설치품의 구조가 다르면 동일 제품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방화댐퍼 시험은 고온조건에서 댐퍼가 화염과 연기 확산을 차단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다. 컨트롤러, PCB, 플라스틱 부품, 전선 피복, 통신키트 등이 댐퍼 프레임 또는 구동부 주변에 부착될 경우 복사열에 의해 용융·착화되거나 화염 전파 경로가 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화댐퍼는 비차열 성능을 기준으로 시험하지만 외부 부속품이 고온에서 발화할 가능성은 별도로 검증돼야 한다”라며 “부속품을 일체형으로 구성하려면 해당 부속품까지 포함한 상태에서 시험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현장에서는 댐퍼 상단이나 프레임 일부를 절개·타공한 뒤 감지기와 컨트롤러 박스를 장착하는 방식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단순 부착을 넘어 시험성적서상 제품 구조 자체가 변경되는 것이어서 문제 소지가 더 커 보인다.

 

법적 근거는 ‘건축법 제52조의3·제52조의4’

방화댐퍼 현장 모니터링의 직접적인 법적 근거는 건축법 제52조의3과 제52조의4다. 건축법 제52조의3은 제조업자와 유통업자가 건축물의 안전과 기능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건축자재를 제조·보관·유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국토교통부장관,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이 점검을 통해 위법 사실을 확인한 경우 공사 중단, 사용 중단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건축법 제52조의4는 방화문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자재의 제조업자, 유통업자, 공사시공자 및 공사감리자가 품질관리서를 허가권자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같은 조항은 건축자재 제조업자와 유통업자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험기관에 성능시험을 의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건축법 시행령 제62조는 품질관리서 제출 대상 건축자재를 정하면서 방화와 관련된 건축자재로서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건축자재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제조업자는 품질관리서를 유통업자에게 제출해야 하며 유통업자는 품질관리서와 건축자재의 일치 여부를 확인해 시공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시공자 역시 품질관리서와 자재의 일치 여부를 확인한 뒤 감리자에게 제출해야 하며 감리자는 이를 공사감리완료보고서에 첨부해야 한다.

 

방화댐퍼, 품질관리서 작성 대상… 시험성적서 첨부 의무

방화댐퍼가 품질관리서 작성 대상이라는 점도 명확하다.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24조의3은 방화구획을 구성하는 내화구조, 자동방화셔터, 내화채움성능이 인정된 구조 및 방화댐퍼를 건축자재 품질관리서 작성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방화댐퍼의 경우 별지 제6호서식의 품질관리서를 작성해야 하며 한국산업규격에서 정하는 방화댐퍼 방연시험방법에 적합하다는 시험성적서 사본을 첨부해야 한다.

 

방화댐퍼 설치기준은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4조에 규정돼 있다. 이 규칙은 환기·난방·냉방시설의 풍도가 방화구획을 관통하는 경우 관통부분 또는 이에 근접한 부분에 댐퍼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으며 해당 댐퍼는 화재로 인한 연기 또는 불꽃을 감지해 자동으로 닫히는 구조여야 한다. 또한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비차열성능 및 방연성능 등의 기준에 적합해야 한다.

 

이에 따라 시험 당시에는 댐퍼 본체와 구동부만으로 성능을 검증받고 실제 현장에서는 컨트롤러, 감지기, 전원박스, 통신모듈 등을 부착하는 방식은 성적서와 현장 실물의 동일성을 훼손할 수 있다. 즉 방화댐퍼의 적법성 판단은 단순히 ‘시험성적서가 있느냐’가 아니라 ‘그 시험성적서가 현장에 설치된 제품 구성과 일치하느냐’로 옮겨가야 한다.

 

합법 제품이 가격경쟁서 불리… 시장 왜곡 우려

또 다른 문제는 정상적으로 시험조건을 준수하려는 업체가 오히려 가격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일체형 구조는 현장 결선과 설치 공수를 줄일 수 있어 건설사와 설비업체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그러나 해당 구조가 시험성적서에 포함되지 않은 채 납품된다면 시공 편의성과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불법 또는 위법 소지가 있는 제품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분리형 컨트롤러와 외부형 감지기방식은 현장 설치비가 추가로 발생해 가격경쟁에서 불리하다”라며 “반면 일부 일체형 제품은 현장에서 전원만 연결하면 된다는 점을 내세워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는 이 일체형 구조가 시험 당시 그대로 검증받은 제품인지 여부”라며 “합법과 불법이 같은 시장에서 가격으로 경쟁하는 구조는 정상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일부 업체들은 이 문제를 명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시험받은 댐퍼에 부품을 추가로 붙인 것으로 이해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인식이 방화문 인정 취소 사태와 같은 구조적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과거 방화문 역시 시험용 제품과 실제 납품 제품의 구조 차이, 현장 타공, 부속품 설치 등이 문제가 됐다. 방화댐퍼도 시험체와 실제 시공품의 불일치가 방치될 경우 대규모 현장 재시공, 사용승인 책임, 감리 책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감리·시공단계 확인 의무 강화 시급

이번 사안은 감리와 시공단계의 확인방식도 바뀌어야 함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현장에서는 제조사가 제출한 시험성적서와 품질관리서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방화댐퍼의 경우 성적서에 첨부된 도면, 시험체 사진, 구성 부품, 재원표, 부착 부품 목록과 실제 반입 제품을 대조해야 한다.

 

특히 컨트롤러, 감지기, 통신키트, 전원박스 등이 일체형으로 납품됐다면 해당 부속품이 시험성적서상 도면과 재원표에 포함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시험성적서에는 없지만 현장 제품에만 부착돼 있다면 시험 당시 검증받은 구조와 다른 제품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댐퍼 프레임 타공, 상부 절개, 박스 부착, 전선 피복 노출, 플라스틱 부품 노출 등은 현장 검수 과정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항목으로 지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감리자가 단순히 성적서가 제출됐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성적서가 현장 제품과 같은지 확인해야 한다”라며 “인증 유무가 아니라 인증 내용과 실물의 일치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FPC 개정도 변수…방화댐퍼 제어·감시 기능 중요성 커져

방화댐퍼의 제어·감시기능은 앞으로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제연설비의 화재안전성능기준인 NFPC 501은 제연설비 댐퍼의 설정된 개방 및 폐쇄 상태를 제어반에서 상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공기조화설비와 겸용으로 설치되는 경우 각 설비별 기능에 따른 풍량을 충족하는 개구율로 자동 조절될 수 있는 기능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방화댐퍼는 단순히 화재 시 닫히는 기계식 장치를 넘어 자동제어, 감시, 통신, 제연 연동 기능을 갖춘 시스템 부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기능 고도화가 시험성적서와 무관한 현장 부착방식으로 이뤄질 경우 오히려 화재안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 제어·통신기능을 강화하더라도 해당 기능이 포함된 완제품 상태로 내화·방연성능을 검증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방화댐퍼, ‘성능검증시스템’ 전환 필요

이번 논란의 의미는 방화댐퍼시장이 단순 자재 납품 중심에서 성능검증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데 있다. 방화댐퍼는 평상 시에는 덕트 내부나 천장 속에 숨어 있어 사용자가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화재 발생 시 방화구획의 성능을 유지하고 연기 확산을 막는 마지막 방어선 역할을 한다. 성능검증이 불완전한 제품이 설치될 경우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문제를 발견하기 어렵고 사고 이후에는 피해가 대형화될 수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 물류센터, 병원, 지하공간, 무인 운영시설 등 상주 인력이 적거나 설비 의존도가 높은 건물에서는 방화댐퍼의 신뢰성이 더욱 중요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람이 상주하지 않는 건물일수록 화재 초기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방화댐퍼와 제연설비의 정상 작동 여부가 중요하다”라며 “법령 개정 취지와 달리 현장에서는 비용 문제로 본질이 흐려지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사안은 특정 업체나 특정 제품의 문제가 아니라 방화댐퍼시장 전체의 기준 정립 문제로 봐야 한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관계기관이 시험성적서와 현장 설치품의 동일성 판단 기준을 명확히 공지하고 감리·시공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다만 방화댐퍼업계에서는 단속보다 먼저 기준 전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설치된 제품을 모두 문제 삼을 경우 건설사, 감리사, 시공사, 제조사, 건축주까지 책임 범위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설치될 현장에 대해서는 성적서와 실물 일치 여부를 엄격히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제조사, 시공사, 감리자가 무엇이 적법이고 무엇이 위법 소지가 있는지 정확히 아는 것”이라며 “관계기관이 홈페이지 공지나 공문을 통해 시험성적서와 현장 설치품의 동일성 기준을 명확히 안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컨트롤러나 감지기를 일체형으로 납품하려면 그 상태로 시험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이 시장에 정착돼야 한다”라며 “시험성적서대로 제조·유통·시공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