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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업계, 전력난 대응방안 공유

전력계통영향평가·분산E특구 등 현행제도 검토

 

한국미래기술교육원은 지난 7월7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 2층 사파이어홀에서 ‘AI 데이터센터(DC) 전력난 대응을 위한 에너지수급 및 거래 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AI DC 전력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제도 현황 △지방분산을 위한 정책방향 △실무대응 전략 등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한전, 전력계통영향평가제도 소개

DC시장 활황에 따른 전력수요 급증이라는 새로운 현상에 대응책으로 제시된 전력계통영향평가가 진행 중이다. 계통 안정성과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두 가지 정책 목표를 하나의 평가 체계로 통합하려는 시도로서 향후 산업계의 입지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핵심 규제로 평가된다.

 

홍광희 한국전력 계통영향평가 부장은 ‘DC 계통 안정성을 위한 전력계통영향평가제도와 주요 대응 이슈’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AI와 반도체산업 성장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DC가 급증하면서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 ERCOT의 접속 대기 용량이 156GW에 달할 정도로 접속지연 문제는 해외에서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수요와 발전설비가 지역적으로 어긋나 있어 인구가 몰린 수도권에 전력수요가 집중되고 발전소는 비수도권에 편중돼 있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8년까지 설비규모가 약 28% 증가할 전망이며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이 증가분의 상당부분을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

 

송전선로 하나를 계획해 준공하기까지 평균 13년이 걸리고 실제로 12년 이상 지연된 경우도 있어 수요증가 속도를 전력망 건설이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DC 전력계통영향평가 신청의 68%가 수도권에 집중돼 공급여력이 부족한 수도권에 수요가 몰리는 지역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AI DC는 학습과 유휴 상태를 오가며 전력사용량이 초단기로 급변하기 때문에 기존 발전기 고장 대응 위주였던 계통안정화 체계와는 다른 해결점이 요구된다. 미국 버지니아주에서는 순간적 전압강하에 다수의 DC가 집단으로 부하를 차단하면서 약 1.5GW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에 대응해 해외에서는 △입지 규제(네덜란드·독일) △우선접속권제도(PJM) △자가발전 의무화 △유연성 자원제공 의무화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한국 전력계통영향평가제도 설계에도 참고가 되고 있다.

 

전력계통영향평가는 기술적 평가(45점), 비기술적 평가, 정책적 평가로 구성된 100점 만점 체계로 70점 이상을 얻어야 통과되며 전체 절차에는 약 150일이 소요된다. 제도는 전력시설의 지방분산을 유도하는 설계됐다. 수도권은 인구밀도·전력자립도·계통 부담 등에서 불리해 통과가 어려운 반면 비수도권은 통과율이 약 80%에 달한다. 

 

현재 DC가 전체 신청의 94%, 용량으로는 65~70GW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비중을 보이고 있다. 다만 계통 사전검토 문의 건수대비 실제 정식평가 신청 건수는 적어 평가 유료화 이후 신청행태가 변화했음이 확인됐다.

 

전력계통영향평가제도는 2024년 8월부터 시범운영 중이며 올해 안에 정식 고시제정을 목표로 행정예고와 규제심사 등 절차를 밟고 있다. ESS 설치에 따른 가점제도와 DC의 급격한 부하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별도의 ‘그리드 코드’도 연내 마련될 예정이다.

 

AI DC 특별법에 포함된 비수도권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조항은 약 150일의 평가절차 생략이 가능하나 AI DC의 정의 및 규모가 확정되지 않아 실효성은 향후 시행령에 달려 있다.

 

홍 부장은 “현재 전력계통영향평가 신청 업종의 94%가 데이터센터이며 총 용량은 60~70GW 정도”라며 “통과된 건수는 수도권에서 3건, 강원과 영남권 등 비수도권 통과 건수가 많은 편”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한전이 계통평가 결과를 회신하는 데 90일, 기후부에 제출 후 60일 정도로 총 150일 정도가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DC 전력조달, PPA 방식 소개

김승희 KEI컨설팅 매니저는 ‘DC 내에서 가능한 PPA 사업화 및 전력비 절감방안’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DC업계에서 전력조달 수단으로 전력구매계약(PPA)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지만 국내 PPA는 발전소 전기를 물리적으로 DC까지 끌어오는 방식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에 들어가는 경우를 제외하면 발전소와 DC 부지를 직접 전력선으로 연결하는 것은 현행 제도상 불가능하다.

 

PPA는 재생에너지PPA와 분산에너지특구에 해당하는 비재생에너지PPA로 구분된다. 선택기준은 경제성이 아닌 사용자 의도다. 재생에너지PPA는 일반 전기요금보다 비싸 경제성 면에서는 불리하지만 RE100 등 탄소감축 실적확보를 위해 도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에서 실행가능한 재생에너지PPA는 사실상 분산에너지특별법에 따른 특구PPA가 유일하며 당초 AI DC특별법에 포함될 예정이었던 LNG발전소 직접PPA 조항은 국회 논의과정에서 삭제됐다. 태양광PPA를 도입해도 손익분기에 17년이 걸리는 사례가 있을 정도로 순수 경제성만 보면 재생에너지PPA는 매력적이지 않다.

 

분산에너지특구PPA는 발전원 제한이 적고 전력선 직접설치가 가능해 부가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제도가 공급자원 중심으로 설계돼 수요자인 기업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현재 지정된 7개 특구 중 실제 정상운영되는 곳은 충남 서산과 울산 단 2곳에 불과하다.

 

특구에서 경제성 있는 공급이 가능한 발전원은 사실상 LNG 집단에너지 발전소뿐이다. 이는 기업 전기사용량의 70~130% 이내로 출력을 신속히 조정해야 하는 규정 때문이다. 재생에너지나 ESS는 이런 출력조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사실상 배제된다.

 

분산에너지특구PPA를 체결하면 한전과 전기사용계약이 완전히 해지되고 이후에는 부족전력 발생 시 요금구조까지 별도로 협의해야 하는 복잡한 계약구조가 뒤따른다. 또한 전용선로 설치는 사실상 장기종속계약을 의미하므로 발전사업자에 대한 AA- 이상의 신용등급 검증과 장기비용 구조설계가 중요한 리스크관리 요소로 지목됐다.

 

분산에너지특구PPA에는 제도적 한계도 뚜렷하다. 녹색프리미엄 구매가 불가능하고 특구PPA 체결 순간 재생에너지PPA로의 전환이 막힌다. 또한 특구 내 재생에너지 사용이 아직 RE100이나 탄소감축 실적으로 공식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관련 고시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시점에서 분산에너지특구PPA는 탄소감축이나 RE100 실적이 아니라 순수하게 전기 구매비용절감 목적이 강조됐다. 일반용 전기요금이 장기적으로 연평균 3% 내외로 계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돼 가격안정화 수단으로서의 실익에 집중할 필요성이 강조됐다.

 

자가발전설비를 임대형태로 우회해 전기를 공급받는 방식, 발전소 인근 DC의 송전제약 PPA 활용가능성 등 실무적으로 활용가능한 우회전략도 함께 소개되었으나 제도 및 정책 공백이 함께 지적됐다. 

 

김 매니저는 “현행 제도는 재생에너지를 구매한다 하더라도 탄소감축 실적으로 인정을 못 받는 상황이다”라며 “업계의 요구사항을 전달해 고시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DC 전력공급 구조적 한계 지적

박종배 건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AI DC 전력수요 확대에 따른 전력정책·제도 변화와 기업 대응방안’를 주제로 발표했다.

 

전력공급 방식은 유틸리티로부터의 공급, 인근 발전소 입지, 자가발전 등에서 선정된다. 한국은 세 가지 모두에서 구조적 제약에 부딪히고 있다. 유틸리티 공급은 수도권기준 신규 접속에 지연이 발생하고 발전소 인근 입지는 전기사업법상 재생에너지를 제외한 직접PPA가 금지돼 있다.

 

AI DC특별법 제정과정에서 비수도권 DC에 대한 LNG발전기 직접PPA 허용을 요구했으나 최종적으로 반영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남는 선택지는 사실상 온사이트 자가발전뿐인데 이마저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이유로 정부가 사실상 규제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LNG 자급도가 약 22%에 불과할 정도로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데도 최종에너지소비 중 전기비중이 장기적으로 40~50%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정책은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기후정책과 반도체 등 제조업을 뒷받침해야 하는 산업정책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위치에 놓여 있다.

 

국내 DC 전력계통영향평가 신청 전력총량이 65GW에 달하는 와중 최근 발표된 3대 메가프로젝트의 AI DC수요만 18GW에 이른다. 여기에 2040년 석탄발전폐지로 사라지는 약 20GW의 기저전원까지 더하면 향후 확보해야 할 신규전원 규모는 40GW 안팎에 달한다.

 

원전 건설에는 약 14년이 소요되는 반면 AI DC는 훨씬 빠른 속도로 지어져야 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ESS·태양광·가스엔진·가스터빈·연료전지 등이 대안이 되고 당분간 LNG를 전원구성요소로 인정할 것이 제안됐다. 

 

실제로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은 발표 후 불과 한두달만에 재추정 작업에 들어갈 정도로 AI수요 변화속도가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수도권 편중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지역별 SMP 분리,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등이 논의되고 있으며 이르면 올해 안에 호남·영남 등 비수도권에 신규 전력 수요를 유치하기 위한 요금 정책이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한국의 전력시장은 발전사업자가 전력거래소에만 전기를 판매하도록 원칙적으로 강제하고 있어 99% 이상의 소비자가 한전을 통해서만 전력을 공급받는 독점적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 AI DC를 포함한 대규모 수요자에게 직접 PPA 등 선택권을 확대하자는 의견이 제안됐다.

 

AI DC특별법에 담긴 비수도권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조항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전력조달항목에 재생에너지 외 LNG도 포함해야 한다는 제언이 함께 제시됐다.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보급 목표대비 실제 보급 속도가 크게 못 미치고 있다는 점도 향후 전력수급의 잠재적 리스크로 부각될 수 있다. 

 

박 교수는 “AI DC산업에 자율권을 줘야 한다”라며 “반도체산업단지와 같이 생산자와 소비자가 스스로 전력공급방식과 전기요금을 결정하도록 하는 자율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체발전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전략과 국내외 사례 소개

임일형 LS일렉트릭 DX사업개발 팀장은 ‘AI DC를 위한 On-site 마이크로그리드 구축전략’을 공유했다.

 

AI DC는 기존 DC대비 단위면적당 발열량과 전력소비량이 압도적으로 크다. 부속설비면적을 최소화해 서버실면적을 늘리는 것이 수익성과 직결된다.

 

DC는 1조원 이상의 초기 투자를 20년에 걸쳐 회수해야 하는 사업구조상 운영 신뢰도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로 인해 검증되지 않은 설비는 채택을 극히 꺼리는 보수적인 구매관행이 자리잡고 있다. 

 

또한 탄소배출규제로 인해 국내에서는 연료전지를 설치하고도 실제 가동하지 않는 사례가 있을 정도로 설비도입을 위축시키고 있다.

 

수도권 전력편중 규제로 인해 국내로 향하던 DC투자 수요가 일본·동남아 등으로 유출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일본은 오히려 도쿄 도심에 DC를 유치하는 특구정책을 펴고 있어 국내 상황과 대조된다.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 국내 AI 서버인프라 경쟁력이 점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마이크로그리드의 핵심은 계통과 명확히 분리되는 독립운전기능을 갖추는 데 있다. 필요 시 유틸리티망에서 분리됐다가 다시 무정전으로 재연계할 수 있는 유연성이야말로 진정한 마이크로그리드의 조건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여유부지가 있는 중국과 달리 한국은 재생에너지설비 부지확보 여건이 열악하다. 또한 미국처럼 계통기여에 따른 시간대별 요금·인센티브 제도도 부재해 마이크로그리드 활용도가 낮은 환경이다. 미국에서는 유틸리티와 DC사업자 간 접속을 지원하는 대신 계통문제 시 자체 백업으로 대응한다는 상호 조건부 협의를 통해 마이크로그리드 도입이 확산됐다. 

 

원자력은 현실적인 무탄소 대안으로 거론되나 소형원자로 SMR조차 건설기간이 길며 주민수용성 확보가 관건으로 남아 있다.

 

마이크로그리드 도입의 장점으로는 △탄력적 전력공급 △정밀제어 △효율증대 △운영비절감 △지역사회 에너지지원 등 다섯 가지가 제시됐다. 다만 국내에서는 관련 제도와 인센티브가 미비해 이런 장점이 충분히 발휘되기 어려운 여건이라는 한계도 함께 지적됐다.

 

국내에서는 교류(A/C)·직류(D/C) 하이브리드방식의 마이크로그리드가 당분간 현실적 대안으로 꼽히며 LS일렉트릭의 계통 분리·재연계기술과 천안 DC팩토리의 750V 직류배전 실증이 국내 유일 사례로 소개됐다. 의왕 분산에너지 특구 프로젝트에서는 ESS 연계 AC 마이크로그리드를 통해 전기차충전 부하대응과 심야 충전 및 주간 판매 방식의 실제 운영사례도 공개됐다. 

 

배전은 조명, 신재생에너지, 생산라인까지 직류화할 경우 효율이 개선된다는 분석을 바탕으로 실증이 진행되고 있으나 국내에는 아직 관련 표준규격이 없어 자체적으로 규격화 작업을 병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AC·DC를 혼합 적용하는 것이 현재의 현실적 접근법으로 제시되었다.

 

임 팀장은 “LS일렉트릭은 마이크로그리드를 통해 소규모 지역에 대한 도시단계 전력공급 등 구역단위 공급을 데이터센터 구역으로 확대한다”라며 “자사 PCS(전력변환장치) 및 ESS 제어기술은 마이크로그리드를 한전계통으로 연결해 정전 없이 분리 및 연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