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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시험규격 사각지대 악용 ‘단열재 발포제 리스크’

불량 중국산 PF·국내 일부 우레탄, 규제물질 몰래 혼합 유통
시험규격 사각지대 노린 성적서 편법, 사후관리로 적발·취소
사후검증체계 고도화 및 KS 표준항목 반영 등 제도 개선 시급

지구온난화와 오존층파괴의 주범으로 꼽히는 화학물질들이 국내 건축용 단열재시장에서 편법적으로 유통·사용되고 있어 제도적 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진행됐던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주영 더불어민주당(경기 김포시갑) 국회의원은 “몬트리올 의정서에 따라 CFC HCFC 사용이 제한되지만 제품에 해당 물질을 주입해 수입하면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라며 “중국산 PF보드 4개 중 3개에서 HCFC가 98% 검출됐는데도 친환경인증이 발급되고 있어 친환경인증 신뢰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개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한건축학회가 한국외단열건축협회에서 의뢰해 실시한 ‘국내 유통 단열재의 주요 성능 및 품질 실태조사 연구’와 관련 업계 리포트에 따르면 특정물질 관리체계(오존층보호법)가 완제품 수입에는 미치지 못하는 공백을 악용해 규제 대상 발포가스를 혼합 사용하는 사례가 다수 적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단열재 폐기 시 내부 가스를 분리 회수하기 어려워 결국 공기 중으로 모두 확산되는 만큼 온실가스 감축 및 오존층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사후관리체계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성능 높이려 친환경 가면에 숨은 ‘규제가스’
단열재는 내부에 형성된 독립된 기포(Cell) 안에 공기보다 열전도도가 우수한 발포가스를 가둬 단열성능을 높인다. 

 

문제는 4세대 탄화수소(Cyclopentane 등)나 CO2 같은 친환경 발포가스는 오존층파괴지수(ODP)가 0이고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낮지만 과거에 쓰이던 1~2세대 가스에 비해 단열성능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일부 단열재 제조업체와 수입사들이 단열성능을 높이기 위해 규제 물질인 2세대 HCFC 계열(HCFC-141b)이나 3세대 HFC 계열 발포가스를 몰래 혼합해 사용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는 기술적으로 충분히 극복 가능한 한계다. 최근 국내 단열재업계는 고분자 화학 배합기술을 고도화하고 폼 내부의 미세기포(Cell) 구조를 균일하게 최적화하는 등 적극적인 연구개발(R&D)을 진행해 왔다. 그 결과 4세대 HFO(수소불화올레핀)계열이나 고효율 탄화수소 등 100% 친환경 발포가스만을 사용하고도 기존 규제 물질 못지않은 우수한 단열성능(열전도율 0.020W/mK 이하 수준)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미 다수의 국내기업들은 친환경설비 투자와 기술개발을 거쳐 글로벌 환경규제에 부합하면서도 성능이 뛰어난 단열재를 건축현장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단열재 제조업체와 수입사들이 연구개발 및 설비교체에 수반되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아끼고 손쉽게 단열성능을 부풀리기 위해 규제물질인 2세대 HCFC 계열(HCFC-141b)이나 3세대 HFC 계열 발포가스를 몰래 혼합해 사용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

 

 

대한건축학회가 실시한 ‘시중 유통 준불연 단열재 성능 및 친환경 발포가스 사용 점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유통 단열재 중 중국산 PF 및 준불연 폴리우레탄(PUR) 제품군에서 규제가스인 HCFC-141b가 실제로 다수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국내 HCFC 계열 발포가스 사용량의 96%가 중국산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원료 자체는 쿼터 제한이 있으나 완제품이나 반제품 형태로 수입되는 단열재(중국산 불량 PF 보드 등)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다량의 HCFC-141b가 그대로 검출되고 있다. 발포제 글로벌 생산기지인 중국은 당초 국제협약보다 앞당겨 2026년까지 HCFC 생산량 '0'을 목표로 퇴출을 가속화하고 있으나 국내 유통시장의 빗장은 여전히 헐거운 상태다.

 

알맹이 빠진 성적서가 키운 '편법 가점'
이러한 규제물질이 버젓이 유통될 수 있는 배경에는 허술한 시험규격과 수입·시험 규격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현재 발포가스 시험은 전체 성분을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하는 규정이 없다. 이에 따라 혼합 발포가스를 사용하더라도 친환경 발포가스 성분만 골라 제출해 녹색건축인증 가점이나 환경성적표지인증을 확보하는 편법이 동원되고 있다. 또한 일부 수입·유통사가 제출한 성적서에는 제조사 정보가 없거나 시료명이 'PF 보드'와 같은 일반명사로만 표기돼 있어 타사 제품의 성적서를 도용해도 걸러내기 힘든 실정이다.

 

성분분석 전문연구소인 고분자연구소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분석과정 중 샘플링단계에서 완전 밀봉의 한계, 비점이 낮은 발포제의 손실(휘발성) 등으로 인해 혼합 발포제의 정확한 무게비율을 알아내기 어렵다는 기술적 맹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완제품 수입에 대한 특정물질 관리 공백으로 규제물질 사용 제품이 유입될 수 있으나 다행히 최근 인증기관의 사후관리 검증을 통해 위반 제품이 적발돼 인증이 취소되는 등 사후검증체계가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사후관리를 통한 적발 및 조치 실적은 최근 정부의 공고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2026년 6월25일 공고(제2026-617호)를 통해 주식회사 청우산업의 ‘PF보드 슈퍼론(PF)’의 환경성적표지 인증을 취소했다. 특히 불량 중국산 PF보드 유통사로 지목돼 온 하우테크의 ‘HT PF보드(준불연)’ 및 ‘HT PF보드 준불연CORE’ 제품 역시 ‘기존 인증내용과 다른 재료를 사용한 사실’이 사후관리에서 적발돼 관련 규정에 따라 환경성적표지 및 저탄소제품인증이 전격 취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후관리·KS규격 반영 등 로드맵 마련 시급 

단열재 내부에 트랩된 발포가스는 건물 사용기간뿐만 아니라 철거 및 폐기 시에도 분리 회수가 어려워 결국 공기 중으로 100% 방출돼 지구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제도의 취지를 감안해 혼합 발포가스 제품들의 편법 가점 취득을 막을 강도 높은 품질관리 로드맵이 가동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단열재업계의 한 관계자는 “환경부 주관의 표준 규격 도입과 함께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요청을 통해 KS M ISO 4898 단열재 표준항목으로 발포가스를 반영해 관리해야 한다”라며 “이미 폼알데하이드나 TVOC 등 실내공기질 관련 항목은 반영된 만큼 발포가스 역시 검증 기준 체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토교통부 등 관계 기관에서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시험규격, 성적서 작성 가이드라인, 위반 시 처벌 규정(사후관리) 등을 정립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라며 “지구온난화 발포가스를 사용한 중국산 단열재에 대한 직접적인 수입 규제방안을 마련하는 등 상시 모니터링체계 고도화 작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국제사회가 기후위기대응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의 고삐를 죄고 있는 상황에서 건축물의 뼈대를 이루는 단열재시장이 이대로 규제 사각지대에 방치된다면 정부의 탄소중립 로드맵 역시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불량자재와 편법인증이 시장을 교란하고 국내 제조 생태계를 본격적으로 위협하기 전에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등 관계 부처가 나서 철저한 사후검증체계를 가동하고 실효성 있는 차단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