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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권영철 한라대 건축학과 교수

“열교차단, 탄소감축 핵심
성능기반 승인체계 구축 시급”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의무화 확대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단열재 절단 및 임의 시공, 현장 적용 인프라 부족 등으로 인해 설계성능과 실제 운영성능 간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권영철 한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건축환경·설비 및 ZEB 전문가로서 특히 창호 주위 열교차단기술 개발과 실목업·현장 열화상 실증연구 등을 통해 단열선 연결에 따른 온도차이비율(TDR) 개선과 실내 표면온도 상승효과를 정량적으로 입증해 온 열교차단의 대표적인 연구자다.

 

권영철 교수를 만나 ZEB 의무화 확대에도 불구하고 열교차단업계가 주목받지 못하는 원인을 비롯해 열교차단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연구 및 국가표준 구축 필요성 등에 대해 들었다.

 

■ ZEB 및 열교 관련 주요 연구동향과 열교가 건물부문 탄소중립에 미치는 영향은
초기 ZEB연구는 △단열재 두께 확대 △고성능 창호 △고효율 설비 등과 태양광발전 중심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외피의 기본 열관류율이 낮아질수록 △창호 접합부 △슬래브 끝단 △발코니 △파라펫 등 단열선이 끊기는 부위의 영향이 커짐에 따라 최근 연구의 중심은 단열·기밀·방습선이 건축물 전체에서 얼마나 연속적으로 이어지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2D·3D 열전달 해석을 통해 선형열관류율을 정량화하고 표준 디테일과 간이산정체계를 활용하는 접근이 보편화됐다. 국내 역시 민간 ZEB 5등급 확대에 따라 열교 정량 반영의 필요성이 커졌으나 여전히 일부 표준상세에 집중돼 있어 향후 △기밀 △결로 △누수 △내화 △구조안전 △시공오차 등을 통합 평가하는 연구로 확장돼야 한다.

 

건물부문 탄소감축을 위해서는 냉난방에너지 수요 자체를 줄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고단열 건축물일수록 면적부 열손실이 감소해 전체 손실 중 열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열교차단을 통해 연간 에너지사용량뿐만 아니라 겨울·여름철 난방·냉방 피크를 함께 낮추면 열원설비 용량과 전력망 부담, 재생에너지설비규모를 최적화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열교차단은 단순한 결로대책이 아닌 재생에너지 설치 이전에 에너지수요를 최소화하는 탄소감축 핵심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건물 외피의 주요 열교발생 부위·차단솔루션 및 미차단 시 손실은
열교는 △재료열교(콘크리트 슬래브·금속 브라켓 등) △기하학적 열교(외벽 모서리·파라펫 등) △시공열교(단열재 틈새·충전 불량) △접합부 열교 등으로 나뉜다. 차단의 기본 원칙은 단열선을 끊지 않는 것이다. 외단열을 기본으로 하되 창호를 단열층 가까이에 배치하고 발코니·차양·외장재 브라켓 등에는 구조용 열교차단재를 적용하며 금속 고정부의 단면적과 관통 개수를 최소화해야 한다.

 

 

열교를 방치할 경우 냉난방에너지가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설계 시 열교를 누락하면 실제 운영성능이 ZEB인증 성능에 미달하게 될 수 있다. 실내 표면온도 저하도 발생할 수 있다. 창가나 외벽 모서리의 표면온도가 낮아지면 복사 불쾌감과 냉기류가 발생해 사용자가 설정온도를 무리하게 높이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결로·곰팡이·누수에 따른 하자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표면온도 저하로 인한 결로와 단열 결손부위를 통한 빗물 침투는 보수비는 물론 △민원 △소송 △입주자 건강문제 등과 자산가치 저하까지 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설비의 과대용량화로 열손실이 늘어나면 더 큰 냉난방설비와 전기 인입용량이 필요해져 초기 투자비가 상승한다는 문제가 있다.

 

실제 창호 주위 열교차단 실험을 진행한 결과 온도차이비율(TDR)이 0.175에서 0.078로 낮아졌으며 실내 표면온도는 13.2℃에서 15.7℃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경제성을 판단할 때는 단순 자재비 비교를 넘어 △초기 공사비 △운영비 △하자보수비 △설비 감소분 △탄소비용 등을 포함한 생애주기비용(LCC)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 열교의 현장 적용이 미진한 원인과 개선방안은
민간 ZEB 의무화정책 확대에도 현장 체감이 낮은 이유는 ‘인증 의무’와 ‘등급 수준 설계’가 혼용돼 규제 강도가 낮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한 현행 평가체계의 표준상세 범위가 제한적이기에 다양한 현장 접합부를 반영하지 못한다. 추가 공사비는 시행·시공사가 즉시 부담하는 반면 에너지절감 이익은 소유자에게 장기 귀속되는 비용·책임구조의 불일치도 원인으로 볼 수 있다. 표준 디테일 및 공인 선형열관류율값 DB 등 실무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단열선과 기밀성은 취약하게 둔 채 옥상 태양광설비로만 평가점수를 채우는 ‘꼼수형 ZEB’가 발생하게 된다. 이를 개선하려면 외피성능의 최소 기준을 단순 평균 열관류율이 아닌 면적부 손실과 모든 선형·점형 열교를 합산한 ‘총 열손실계수’로 관리해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 건축물은 주요 접합부의 선형열관류율값 계산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예비인증 외에 준공 시 시공상태 검증과 운영단계 에너지·하자데이터 환류체계 도입이 시급하다.

 

■ 창틀 주위 단열재 절단 등 잘못된 시공 관행의 근본 원인과 개선 과제는
창틀 주위 단열재를 잘라내는 관행은 작업자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설계·공종 간 분리에서 비롯된다. △창호 △외단열 △방수 △외장 마감 등이 독립적으로 설계돼 개구부 주위 공간이 부족해지자 현장 작업자가 공기를 맞추기 위해 단열재를 잘라내고 우레탄폼으로 메우는 임시방편을 택하는 것이다. 잘못된 시공에도 즉시 구조적 하자가 드러나지 않고 입주 후 결로·누수로 나타나 책임이 뒤로 미뤄지는 구조도 원인이다.

 

개선을 위해서는 창호 주위 열교상세를 필수 도면으로 지정하고 개구부용 열교차단재와 고정방식을 모듈화해 거푸집 단계부터 선시공이 가능하도록 공정을 조정해야 한다. 또한 도면에 열교차단재 위치·치수·허용오차를 명시하고 규격화된 코너·직선형 제품을 사용해 현장 임의 변형을 방지해야 한다. 감리 항목 역시 단순 자재 설치여부 확인에서 ‘단열·기밀·방수선의 실제 연속성’으로 전환하고 △사진 기록 △체크리스트 △열화상 촬영 △기밀시험 등을 결합하는 실무체계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다.

 

■ 보수적인 구조·시공업계와 시각 차이 해소방안 및 자재기업의 비즈니스 설득논리는
구조기술사와 감리단의 보수적 접근은 정상적인 안전관리 원칙이다. 열교차단재 적용 시 △강성 △처짐 △좌굴 △내진 △내화 거동 등이 검증되지 않았다면 난색을 표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를 해소하려면 단열성능과 구조성능을 결합해 △구조계산서 △허용하중표 △내진·내화시험결과 등을 담은 ‘성능기반 승인 패키지’를 제공해야 한다. 설계 초기부터 구조·외피 전문가와 시공사가 공동으로 검토하고 실증 목업시험을 거쳐 표준시방서에 반영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자재기업이 시행사와 건설사를 설득하기 위해 제시해야 할 논리도 명확하다. 우선 △결로 △곰팡이 △누수 등으로 인한 민원과 소송, 브랜드 손실을 방지하는 ‘하자 리스크 예방 보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한 냉난방부하 감소에 따라 열원·배관·전기설비용량을 최적화함으로써 다른 공종의 비용을 줄이는 통합 원가절감 효과를 보여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창가 냉기와 결로를 제거해 실질적인 분양·임대가치를 높이고 ZEB 연계 건축기준 완화나 세제·금융 혜택을 반영해 ‘초기 추가비용 대비 에너지절감 및 하자 감소’를 종합한 생애주기 경제성(LCC) 데이터를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 결로방지기준(TDR)의 한계 극복·그린리모델링 대응 및 여름철 역열교 방지기술은


현행 TDR기준은 특정 지점에 보조단열재만 덧대어도 기준을 통과하는 한계가 있다. TDR 지표 자체는 유지하되 센서가 놓이는 특정 점 단위판정에서 벗어나 △선형열관류율값 △최저표면온도 △습열거동 등 단열선 전체의 연속성을 함께 평가하는 면·선단위 종합평가로 전환해야 한다.

 

기존 건물 리모델링 시 부분단열은 표면온도 불균형과 내부 수분 축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건물유형별 진단·설계·시공패키지를 도입하고 창호교체 시 단열·기밀·방수를 함께 개선해야 한다. 정책적으로는 단순 자재교체를 넘어 성능개선 폭이 큰 ‘딥 리노베이션’에 보조금과 금융 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여름철 역열교는 고열전도 경로를 따라 외부열기가 실내로 유입되는 현상이다. 외단열 연속성 확보와 관통부 열적분리를 기본으로 하되 외부차양·깊은 처마·저일사취득 유리 등 일사제어기술을 통합해야 한다. 금속 외장재 뒤 공기층의 열전달을 검토하고 폭염과 열대야를 반영한 동적 습열해석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 국가 공인 ‘표준 열교 디테일 카탈로그(아틀라스)’ 구축 및 자발적 참여를 위한 인센티브 설계방안은
개별 접합부마다 해석과 시험성적서를 마련하기 어려운 중소 자재기업과 설계사무소를 위해 ‘국가 열교 아틀라스’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아틀라스에는 △접합부 형상 △재료 열전도율 △단열재 위치 △선형열관류율값 △최저표면온도 △시공 유의사항 등이 체계적으로 수록돼야 한다. 이를 통해 설계·인증기간과 비용을 단축하고 신기술 입증 시 DB에 추가하는 개방형 표준체계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건설사와 자재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인센티브는 세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단순 설계점수가 아닌 준공 후 △외피 총 열손실계수 △기밀시험 △실제 에너지사용량 목표 충족 시 혜택 등을 확정하는 ‘검증 성능 연동방식이어야 한다. 또한 고성능 외피 추가비용에 대한 저리융자나 보증 등 녹색금융모델로 초기 투자 장벽을 낮추고 실제 에너지사용량과 하자 발생률이 우수한 사업자에게 차기 공공입찰 가점이나 세제혜택 등 장기성과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ZEB의 성패는 화려한 설비가 아닌 보이지 않는 접합부에서 결정된다. 단열재 두께만을 다투는 단계에서 벗어나 완성된 건물에서 열·공기·수분의 이동이 완벽히 통제되는가를 평가해야 한다.

 

설계사는 초기단계부터 단열선을 명확히 정의하고 자재기업은 선형열관류율값·구조하중·내화성능 등 표준화된 속성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시공·감리자는 열교상세를 공정 품질관리 항목으로 편입하고 3D BIM 속성 기반의 데이터생태계를 활용해야 한다. △표준상세 △국가 DB △설계도서 △시공검사 △에너지 평가프로그램 등이 하나로 연동될 때 진정한 의미의 ZEB와 건물부문 탄소중립이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