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AI 데이터센터시장은 공사기간 단축과 안정적인 품질 확보를 둘러싼 속도전에 돌입했다. 그러나 국내는 여전히 현장 중심의 재래식 시공방식에 머물러 있으며 고밀도 열관리설계와 액체냉각·CDU·전원설비 등 핵심분야에서는 해외 기술과 장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전문인력과 트랙레코드 부족, 설계·시공기준의 공백도 국내기업의 시장진입을 가로막고 있다.
김채규 대한기계설비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AI 데이터센터 건설활성화포럼 민간위원장으로서 산업계의 현장 애로를 수렴하고 이를 기술개발과 기준·제도 개선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았다. 김채규 위원장을 통해 4개 분과 역할과 OSC·모듈러 전환, 액체냉각기술 국산화 등 포럼이 우선 추진해야 할 실행과제를 짚었다.
■ 민간위원장으로서 포럼을 맡게 된 소감과 역할은
AI 데이터센터는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으며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은 데이터센터 건설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데이터센터 특별법을 제정했으며 3대 메가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AI 데이터센터는 흔히 전력, 물 공급이 핵심 인프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고 하더라도 데이터센터 건설단계에서 얼마나 낮은 비용으로 빨리, 그리고 얼마나 안정적인 품질로 공급하느냐가 치열한 국제경쟁 환경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AI 데이터센터는 냉각·공조·배관·전원 등 기계설비가 매우 중요하며 시공 속도와 품질을 좌우하는 요소다. 이러한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포럼 출범은 매우 의미가 있으며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과 함께 책임감을 느낀다.
민간위원장으로서 산업계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수렴하는 창구역할을 하겠다. 대형 건설사부터 중소설비·장비기업, 설계·감리 전문기업까지 이해관계가 다른 주체들의 현장 애로를 균형 있게 담아내겠다. 또한 수렴된 의견을 통해 기준 제·개정, R&D기획, 제도 개선 등 정부가 구체적인 변화와 실천이 가능하도록 뒷받침해 가겠다.
■ 이번 포럼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포럼에서는 AI 데이터센터 제조 및 시공, 운영 및 유지관리, 제도 및 표준화, 해외진출 및 금융지원 등 4개 분과에서 다양한 개선과제를 도출하고 정부의 제도 개선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중에서도 보다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과제가 AI DC 건설 경쟁력 확보와 해외의존도가 높은 핵심기술의 국내기술 개발이다. 지금 세계 데이터센터시장의 경쟁은 공기단축 시공법이 무엇보다 중요한 속도전이다. 기계실이나 냉각설비를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OSC·모듈러방식의 시공법과 관련 기술을 서둘러 개발하고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
여기에 인허가와 같은 제도적 장애를 제거하는 등 시공기술 개발과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 그리고 고밀도 AI 데이터센터의 핵심인 액체냉각장비, 냉각분배장치(CDU), 전원설비 같은 분야는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다. 국내 기술개발을 위한 R&D확대, 설계·시공 기준 및 표준 정비, 국내 기업 실증기회 등의 방안을 마련하겠다.
■ 국내 데이터센터 건설산업이 현재 직면한 가장 큰 문제와 산업계가 가장 시급하게 요구하는 정책은
두 질문이 결국 같은 맥락에 있다고 본다. 지금 산업계가 겪고 있는 문제가 곧 산업계가 정부에 바라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먼저 기존 시공방식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글로벌시장이 모듈러·OSC 기반의 공장제작·현장조립방식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데 비해 국내는 여전히 재래식 현장 중심 시공이 주류다. 이 방식으로는 AI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공기와 품질을 동시에 맞추기 어렵다. 또한 전문인력 부족과 트랙레코드 문제다. 데이터센터 기계설비를 설계·시공·운영해 본 경험 있는 엔지니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중소·중견기업은 실적이 없어 입찰 자격조차 얻기 어려운 악순환에 놓여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기준의 공백’이라고 생각한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건물이나 기존 전산센터와는 다른 시설이다. 설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요구되는 안정성 수준도 전혀 다르다. 그런데 국내에는 이런 고밀도 AI 데이터센터의 기계설비의 설계, 시공에 대한 기준이 사실상 없다. 그러다 보니 발주처마다, 프로젝트마다 해외 장비의 사양서나 글로벌 인증기준을 제각각 달리 적용하고 있다. 이는 국내 기업에게 이중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산업계가 시급하게 바라는 정책도 이 문제들의 답이라고 생각한다. △모듈러방식 확산을 뒷받침할 기술개발과 제도 정비 △국내 장비와 기술이 실적을 쌓을 수 있는 공공 실증사업과 전문인력 양성 △AI 데이터센터 기계설비의 설계·시공기준을 서둘러 만드는 것이다. 포럼은 이 세 가지를 고려해 논의를 시작하려고 한다.
■ 4개 분과 역할과 향후 논의내용을 통합할 실행전략은
4개 분과는 데이터센터산업의 처음부터 끝까지, 즉 짓고, 운영하고, 제도로 뒷받침하고, 해외로 나가는 전 과정을 하나씩 분담하고 있다. 제조·시공분과는 모듈러방식 같은 새로운 구축기술과 핵심장비의 국산화를, 운영·유지관리분과는 데이터센터를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기술과 이를 산업으로 키우는 방안을, 제도·표준화분과는 설계·시공기준과 인증 체계를, 해외진출·금융지원분과는 우리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과 이를 뒷받침할 금융방안을 다룬다.
운영방식은 크게 3단계로 생각하고 있다. 먼저 각 분과에서 현장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논의한다. 실무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들이 모인 만큼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정리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다음으로 분과에서 올라온 안건을 포럼 전체 차원에서 검토하고 조율한다. 분과 간에 얽힌 사안을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합의된 내용을 실행방안으로 구체화하며 논의로 끝나지 않고 실행까지 이어지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과정을 거쳐 포럼의 논의가 조각조각 흩어지지 않고 데이터센터 건설산업의 발전 방향을 담은 하나의 종합적인 결과물로 모이게 된다. 그것이 정책으로, 제도로, 기술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포럼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국내 기계설비산업이 가장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할 기술은
AI 데이터센터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국내 기계설비산업이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할 기술로서 중요한 것이 액체냉각기술이다. 랙당 전력밀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공랭식만으로는 목표 PUE를 충족하기 어려워졌으며 직접액체냉각(DLC)과 액침냉각, 그리고 그 심장인 냉각분배장치(CDU)가 데이터센터 기계설비의 핵심장비로 부상했다. 이 분야는 글로벌 선도기업과의 격차가 아직 추격 가능한 범위에 있는 만큼 국내 기술개발과 실증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모듈러·OSC 기반 구축 기술이다. 기계실, 냉각설비, 전원모듈을 공장에서 제작·시험하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은 공기 단축과 품질 확보를 동시에 달성하는 수단이며 표준화될 경우 그 자체가 수출상품이 된다. 이는 국내 기계설비산업이 시공을 넘어 제품 수출산업으로 도약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셋째는 에너지효율화와 열활용기술이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동시에 대량의 열을 배출하는 시설이다. 고효율 열원시스템, 외기냉방, 폐열회수·재이용기술은 데이터센터의 운영비용과 환경부담을 동시에 낮추는 핵심기술이며 탄소중립이라는 시대 흐름과 맞물려 앞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운영단계의 지능화 기술이다. 기계설비의 상태 데이터를 분석해 고장을 미리 예측하고 디지털트윈으로 운영을 최적화하는 기술을 말하며 생애주기비용의 대부분이 운영단계에서 나오는 데이터센터의 특성상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 글로벌시장과 비교해 국내 기술수준과 가장 취약한 부분은
시공 역량, 특히 공기 준수와 시공품질 면에서 국내 건설산업은 세계적 수준이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문제는 시공의 전후다. 앞단인 설계를 보면 고밀도 AI 데이터센터의 핵심인 열관리설계, 즉 액체냉각과 공랭을 어떻게 조합해 가장 효율적으로 열을 처리할 것인지를 설계하는 엔지니어링 역량에서 해외 전문 설계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장비도 마찬가지다. 대용량 냉동기, 냉각분배장치(CDU), 전원설비 같은 핵심장비는 외산 비중이 높으며 국산장비는 성능이 있어도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대형 프로젝트에서 선택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시공은 세계적 수준인데 설계와 장비를 해외에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프로젝트를 수행할수록 부가가치의 상당 부분이 밖으로 흘러나간다. 운영단계 역시 글로벌 사업자들이 축적한 운영데이터와 자동화 수준에 비하면 격차가 있지만 이 분야는 아직 국내·외 모두 산업화 초기단계인 만큼 지금 투자하면 격차를 좁히는 것을 넘어 선점도 가능한 영역이라고 본다.
■ 커미셔닝과 통합성능시험을 제도화 필요성이 제기되는데
데이터센터는 짧은 냉각 중단도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고신뢰성 시설이기 때문에 설계성능이 실제로 구현됐는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중요하다는 점은 글로벌시장의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관건은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담아낼 것이냐다. 이는 기존 사례와 국내·외 동향을 충분히 살펴본 위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본다. 해외에서는 검증이 어떤 절차와 기준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그것이 제도로 뒷받침되는 것인지, 시장의 관행으로 정착된 것인지, 국내 프로젝트에서는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현장의 애로는 무엇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 토대 위에서 검토해야 국내 여건에 맞는 현실적인 방안이 나올 수 있다.
포럼에서도 이 주제는 그런 순서로 다루려 한다. 해외 사례와 국내·외 동향, 우수사례를 조사하고 공유하는 것에서 출발해 산업계의 의견을 폭넓게 듣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 시장에 맞는 방향을 찾아가겠다.
■ 중소·중견 기계설비기업이 단순 하도급을 벗어나기 위한 지원전략은
기계설비가 전체 공사에 묶여 통째로 발주되는 지금 구조에서는 기술이 좋아도 하도급을 벗어나기 어렵다. 계약방식에서 기계설비 분리발주를 넓히고 기술 중심 평가를 강화해 전문기업이 주계약자로 들어올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실적이 없어 계약이 어렵고 계약이 어려워 실적이 안 쌓이는 형태의 악순환이 이뤄지지 않도록 데이터센터사업에 국산 장비 실증 기회를 줘 검증된 장비에 초기 시장을 열어줘야 한다.
특히 대형 건설사가 해외 데이터센터를 수주할 때 국내 설비·장비기업이 한 팀으로 동반 진출하는 모델을 만들고 수출금융을 연결하면 하도급이 아닌 파트너로 세계시장에 설 수 있을 것이다.
■ 산업계에 가장 먼저 제시할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는
포럼은 무언가를 직접 집행하는 기구가 아니라 논의를 통해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산업계와 학계, 연구기관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듣는 것이 중요하다.
포럼은 시공경쟁력 강화, 기술개발, 표준화와 제도개선 같은 핵심과제들에 대해 우리 산업이 나아가야 할 구체적인 대안과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산·학·연의 의견이 응축된 방향성과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이 포럼이 할 수 있는 가장 의미있는 가시적인 성과라고 생각한다. 이 포럼은 정부도 함께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정책과 제도를 개선하고 연구기관은 기술개발 과제를 기획하고 기업은 투자를 판단할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