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APAC) 데이터센터시장이 단순한 고성장 부동산섹터를 넘어 장기적인 구조적 수요를 기반으로 한 ‘핵심 인프라 자산군’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특히 AI와 클라우드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개발규모가 급증하는 가운데 전력확보와 AI 대응 설계, 사전임대(Pre-leasing), 자금조달 역량이 데이터센터의 투자성과 자산가치를 결정하는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ushman & Wakefield)가 최근 발간한 ‘2026 Asia Pacific Data Centre Investment Landscape’에 따르면 APAC 데이터센터시장은 AI 도입과 클라우드 확대, 디지털주권 강화, 디지털인프라 부족을 기반으로 향후 수년간 대규모 투자사이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전력과 토지 부족은 공급확대를 제약하는 동시에 기존 데이터센터의 자산가치와 임대료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본토,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 호주 등 APAC 14개 시장을 분석했다.
APAC 데이터센터 2030년까지 2.7배 확대
APAC 데이터센터시장의 공급확대 속도는 세계 주요 권역 중 가장 빠른 수준이다. 현재 APAC의 운영 중 데이터센터 용량은 1만5,135MW로, 콜로케이션 1만3,078MW, 하이퍼스케일 자체 구축 2,057MW로 구성된다. 건설 중인 용량은 4,764MW, 계획된 용량은 2만1,691MW로 집계됐다. 현재 개발계획이 진행될 경우 2030년 총용량은 현재대비 약 2.7배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미주 2.6배, EMEA 2.3배보다 높은 증가폭이다.
APAC는 이미 북미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큰 데이터센터 설치용량을 보유한 시장으로 성장했다. 기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인도 등으로 신규 투자가 확산되고 있다. 사업자들은 전력·토지·통신망 확보와 함께 증가하는 국내 디지털수요를 겨냥해 새로운 입지를 찾고 있다.
특히 콜로케이션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최근 1년 동안 APAC지역에 2,200MW 이상의 신규 콜로케이션 용량이 공급됐음에도 공실률은 11.0%에서 10.3%로 오히려 하락했다. 동시에 콜로케이션 개발 파이프라인은 8,200MW 이상 증가하며 사상 최대인 2만2,745MW에 달했다.
계획용량 중 콜로케이션사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86%로 하이퍼스케일러 자체 구축 비중 14%를 크게 웃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이를 하이퍼스케일 클라우드사업자가 대규모 시설을 직접 건설하기보다 임대용량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했다.

공급부족 여전… 사전임대 115% 급증
대규모 개발에도 불구하고 APAC의 데이터센터 인프라 부족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APAC는 전 세계 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하지만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 용량 비중은 전 세계의 22%에 불과하다. 2026년 상반기 기준 APAC의 데이터센터 1MW당 인구는 약 24만7,700명으로 세계평균 10만6,800명의 2배 이상이다.
현재 개발 파이프라인이 모두 완성되더라도 2030년 APAC의 1MW당 인구는 약 9만1,000명 수준으로 예상된다. 공급부족은 베트남과 필리핀,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2026년 상반기 데이터센터 1MW당 인구는 베트남 약 140만명, 필리핀 110만명, 인도 82만5,000명, 인도네시아 61만6,000명, 태국 51만5,000명에 달한다.
공급제약이 심화되면서 데이터센터 사전임대는 단순한 용량예약을 넘어 개발사업 성립을 좌우하는 핵심조건으로 자리잡고 있다.
APAC에서 사전임대된 개발용량은 7.8GW를 넘어 전년대비 115% 증가했다. 14개 시장 중 9개 시장의 사전임대율이 이미 25%를 넘어섰다. 호주는 2.44GW가 사전임대돼 전체 개발 파이프라인의 61%를 차지했으며 인도네시아와 태국의 사전임대 활동은 각각 전년대비 5배, 9배 증가했다.
보고서는 특히 데이터센터 개발에서 ‘전력 확보’가 핵심 제약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많은 시장에서는 데이터센터 건물 자체를 확보하는 것보다 향후 사용할 수 있는 전력용량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토지와 전력, 인허가, 공급망 문제로 개발기간까지 길어지면서 하이퍼스케일러와 기업들이 수년 앞서 데이터센터 용량을 확보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AI·액체냉각 DC, CapEx 25~35% 더 든다
AI는 데이터센터 투자비 구조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GPU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요구되는 전력밀도와 냉각방식, 랙밀도, 건물설계 조건이 계속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설계한 데이터센터가 차세대 AI 하드웨어의 요구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데이터센터 개발단계부터 유연성, 모듈화, 미래 확장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투자조건으로 부상했다.
특히 보고서는 액체냉각을 적용한 AI-ready 데이터센터가 기존 공랭식 데이터센터보다 통상 25~35% 높은 CapEx를 필요로 한다고 분석했다. GPU 고집적화가 전력·냉각·랙밀도와 건축설계까지 동시에 변화시키면서 AI 대응성 자체가 데이터센터 가격과 투자수익을 좌우하는 요소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APAC 데이터센터 개발에 필요한 누적 CapEx는 2,800억달러로 추산됐다. 동북아(NEA)가 962억달러로 34%를 차지하며 동남아(SEA) 875억달러로 31%, 호주·뉴질랜드(ANZ) 523억달러로 19%, 인도 299억달러로 11%, 중국 본토 144억달러로 5% 순이다.
APAC에서 데이터센터 1MW를 개발하는 데 들어가는 평균비용은 토지를 포함해 약 1,070만달러로 추산됐다. 일본은 높은 건설비 영향으로 APAC 전체 CapEx의 약 25%를 차지한다. 일본·말레이시아·호주·인도·인도네시아 등 상위 5개 시장이 전체 개발투자비의 77%를 차지할 전망이다.
한국도 향후 상당한 규모의 데이터센터 투자비가 투입될 시장으로 평가됐다. 보고서의 2030년까지 국가별 개발 CapEx 분석에서 한국의 누적 투자비는 약 136억달러 수준으로 제시됐다. 특히 토지를 포함한 MW당 개발비용은 일본과 싱가포르에 이어 APAC 14개 조사대상 시장 중 세 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높은 개발비에도 서울 데이터센터시장의 공급제약은 높은 임대료를 지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보고서는 싱가포르와 도쿄, 서울을 대표적인 공급제약 시장으로 꼽으며 제한적인 전력공급과 강한 하이퍼스케일·AI 수요로 프리미엄 임대료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높은 건설비에도 이 같은 수급구조가 데이터센터 개발의 경제성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평가다.

2030년 APAC DC 자산가치 9,500억달러
데이터센터 공급확대와 임대료 상승은 자산가치 확대에도 직접 연결될 전망이다. APAC 14개 시장의 연간 콜로케이션 임대수입은 2030년 660억달러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과 호주는 각각 연간 100억달러 이상의 임대수입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됐으며 말레이시아도 94억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호주·말레이시아·인도·중국 본토 등 상위 5개 시장이 전체 APAC 콜로케이션 임대수입의 71%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APAC 14개 시장에서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 자산가치는 2030년 9,500억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만 2,500억달러 이상의 자산가치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됐다.
APAC 평균 Cap Rate는 2025년 5.8%에서 2026년 5.9%로 소폭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동북아가 2.8~4.9%로 가장 낮으며 동남아는 5~7.7% 수준이다.
시장별 수익률 35% 이상 차이
AI 데이터센터 확대는 시장별 수익률 비교방식도 변화시키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하이퍼스케일 클라우드, AI 학습, AI 추론, GPU-as-a-Service, 기업용 콜로케이션, 엣지컴퓨팅 등으로 세분화되면서 동일한 시장에 위치한 시설이라도 전력밀도와 냉각시스템, 이중화 수준, 구축사양에 따라 개발비가 50% 이상 차이날 수 있다.
임대료 역시 전력확보 여부와 확장성, 입지, 임차인 신용도, 계약기간, 공실률 등에 따라 같은 시장 내에서도 35% 이상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APAC 데이터센터의 평균 Yield on Cost(YoC)는 대체로 7~13% 수준으로 분석됐다. 싱가포르는 16.6~18.8%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였으며 일본은 높은 개발비 영향으로 7.4%로 가장 낮았다. 일본과 중국 본토, 홍콩을 제외한 나머지 조사대상 시장은 10% 이상의 수익률을 확보할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보고서가 YoC를 산출할 때 가정한 시설은 50MW 규모 액체냉각 방식의 Build-to-Suit AI 데이터센터다. 콜로케이션 임대수입만 반영했으며 NPI는 75%와 85%를 적용했다.
금융도 ‘부동산’서 ‘인프라’ 평가로
대규모 투자비가 필요해지면서 금융시장 역시 데이터센터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있다. 2025년부터 2026년 현재까지 공개된 APAC 데이터센터사업자의 부채조달 규모는 430억달러 이상이다. 조사된 18개 거래 중 10건이 1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100억달러 이상의 금융거래도 2건에 달했다. 그린론과 HoldCo 금융이 주요 조달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은행들은 데이터센터를 기존 부동산담보 관점에서 평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장기계약과 운영 안정성, 우량 임차인 등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인프라 금융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장기 임차계약과 사전임대 여부가 개발금융의 핵심조건으로 자리잡으면서 투기적 개발사업에 대한 금융기관의 심사는 오히려 강화되는 모습이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데이터센터 투자성과를 결정하는 기준도 시장이나 입지 중심에서 개별 자산의 경쟁력 중심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관계자는 “확보된 전력용량과 AI 대응성, 우량 임차인, 확장성, 기술사양 등이 자산가격에 직접 반영되면서 같은 지역에 위치한 데이터센터도 전혀 다른 개발비와 임대수입, 자산가치, 투자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AI시대에는 전력과 입지를 먼저 확보하는 것만으로 데이터센터의 경쟁력을 담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라며 “고밀도 GPU를 수용할 전력계통과 액체냉각 인프라, 향후 랙밀도 상승에 대응할 설계 유연성까지 갖춘 ‘AI-ready’ 여부가 장기적인 자산가치와 투자수익을 좌우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