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3일 마곡코엑스에서 진행된 칸kharn 창간 11주년 특별 컨퍼런스 ‘All That ZEB 2026’ 1-3 ‘고등급 ZEB 공동주택 활성화 얼라이언스’ 세션에서는 공동주택의 고등급 ZEB 구현을 위한 제도개선 및 설계·운영관리전략 등이 공유됐다. 해당 세션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의 공동주최로 마련됐다.
발표는 △ZEB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 및 열교유형별 표준 성능평가방법 개발(박덕준 KCL ZEB 센터장) △고등급 ZEB 인증 확보를 위한 설계 실무 방안(김효중 정림건축 팀장) △고등급 ZEB 구현을 위한 건물 외벽 복합마감재료 실물모형시험 제도 개선방향(조우진 삼성물산 프로) △고등급 ZEB 공동주택 구현을 위한 ECO2평가체계 개선 및 신재생 에너지 활용 촉진 방안 제안(박창용 서울과기대 교수) △ZEB 고등급 공동주택 보급 확산을 위한 BEMS 솔루션 구축 방향(권영모 헤리트 책임) △고층형 ZEB 3등급 공동주택 기술개발 및 실증 연구(송승영 이화여대 교수) 순으로 진행됐다.
한승희 한국에너지공단 건물에너지처장은 인사말을 통해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건물부문은 단순한 에너지 소비처를 넘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라며 “특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주거 형태인 공동주택의 에너지 성능을 높이고 고등급 제로에너지건축물(ZEB)을 확산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층 공동주택은 세대 수에 비해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할 수 있는 면적이 제한되고 건물의 규모와 층수에 따라 에너지 수요와 설비계획에도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라며 “연구개발을 통해 도출된 기술과 성과가 실제 공동주택에 적용되고 현장에서 확인된 성과와 한계가 다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층형 ZEB 3등급 달성, 열교 표준평가·동적 시뮬레이션 도입 시급"
박덕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ZEB센터장은 ‘ZEB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 및 열교유형별 표준 성능평가방법 개발’을 주제로 발표하며 3차원 열교 목업시험 표준화 및 영국·일본식 동적 평가체계 전환 로드맵을 제시했다.
국내 공동주택 ZEB 인증은 5등급이 전체의 75%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부분 소형 세대 중심의 공공 공동주택에 편중돼 있다. 2030년 공공 3등급 의무화와 민간 확대가 예고됐지만 20층이 넘는 고층 공동주택은 협소한 옥상 면적과 가혹한 단열조건으로 인해 ZEB 3등급 이상 취득 사례가 전무하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2025년부터 2029년까지 ‘고층형 ZEB 3등급 공동주택 단지 핵심기술개발 및 실증’ 연구개발(R&D) 과제를 추진 중이며 KCL은 열교표준 성능평가방법 개발과 제도개선 연구를 전담하고 있다.
박덕준 KCL 센터장은 “외피 단열기준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면서 단순 면단열성능만으로는 고등급 달성에 물리적 한계에 도달했다”라며 “패시브성능의 핵심이 기밀과 열교로 이동하고 있지만 현행 ECO2 프로그램은 단열방식별 획일적인 가산치만 적용해 접합부의 형상, 재료, 열교차단재 적용에 따른 실제 성능 차이를 평가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KCL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KS F 2277을 준용하고 3차원 형상의 열교부위를 정밀 계측할 수 있는 전용 목업(Mock-up)시험 챔버를 구축했다. 가열상자에 탈부착 DC팬을 달고 저온실 상·하부에 에어커튼과 배플판을 설치해 대류와 복사열을 균일하게 제어하는 환경을 조성했다.
공동주택 외벽-슬래브 접합부를 모사한 전열해석 결과 열교차단재를 적용하지 않은 시료는 선형열관류율이 0.531W/m·K에 달했으나 열교차단재를 적용하자 0.202W/m·K로 60% 이상 대폭 저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KCL은 실증시험을 거쳐 열교차단재의 정량적 평가방법에 대한 KS 표준안을 제정하고 향후 ECO2와 ZEB 인증에 연계할 방침이다.
박덕준 센터장은 “국내 ECO2는 월간 준정적 계산방식을 사용해 히트펌프의 동적 COP, 태양광 자가소비, ESS 충·방전, 수요반응(DR) 등 첨단 신기술의 시계열 거동을 반영하지 못한다"라며 "실측대비 냉방 오차가 50%에 달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일본과 영국의 혁신사례가 제시됐다. 일본은 정적 계산인 ‘WEBPRO’ 외에도 1분 단위 동적 시뮬레이션 툴인 ‘BEST’를 국토교통대신 인정 법정 평가도구로 병행 운용하고 있다. 영국은 기존 준정적 방식의 ‘SAP’가 지닌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ISO 52016-1 기반 30분 해상도 동적 시뮬레이션 모델인 ‘HEM(Home Energy Model)’을 개발해 2027년 전면 도입을 앞두고 있다. 영국은 MIT 오픈소스로 소스코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부(승인)·연구기관(코어 개발)·민간 컨솔(독립 검증)로 거버넌스를 분리해 27개월간의 병행 운영기간을 거쳐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고 있다.
박 센터장은 “분양가상한제 가산비 산정 시 남부·제주지역은 층수 구분 없이 획일적인 기준이 적용되거나 미제시 구간은 직전 차액만 가산되는 등 고층 공동주택의 실제 추가 공사비를 보전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층수별·지역별 가산비 기준을 정밀하게 세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고층형 ZEB 3등급을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2·3차원 열교 표준평가체계 정립, 동적 시뮬레이션 기반 ZEB 플랫폼 전환, 신기술 직접 보조금 및 층수별 가산비 정비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라며 “전문가 얼라이언스 포럼과 현장실증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정책 규정 개정안을 차질 없이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림건축, 에너지절감·공사비 고려 ZEB 설계전략 제시
김효중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팀장은 ‘고등급 ZEB 인증 확보를 위한 설계 실무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며 ZEB등급과 공사비를 함께 고려한 설계전략을 제시했다.
정림건축은 비주거 건축물을 대상으로 냉난방시스템에 따른 에너지사용 특성을 분석하고 ZEB 설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대표 냉난방시스템을 개별식 EHP·GHP와 중앙식 터보냉동기·흡수식냉동기·흡수식냉온수기 등 5개 모델로 구분해 베이스라인 건축물의 에너지사용량을 비교한 결과 개별식인 EHP와 GHP는 유사한 에너지특성을 보인 반면 중앙식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높은 에너지사용량을 나타냈다.
정림건축의 ZEB 설계전략은 에너지소요량 절감과 에너지자립률 확보를 기준으로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눴다.
전략1은 기존의 방식대로 패시브요소를 적용한 뒤 액티브요소를 강화하고 마지막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전략2는 신재생에너지를 먼저 적용한 뒤 필요한 수준의 패시브·액티브요소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개별식 냉난방시스템을 기준으로 에너지소요량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액티브요소에서는 냉난방 COP 개선이 22.8%로 가장 큰 절감효과를 보였으며 조명밀도 감소가 약 10%로 뒤를 이었다. 패시브요소에서는 수평차양 설치가 5.6%, 유리 SHGC 감소가 4.6%의 절감효과를 나타냈다.
패시브와 액티브 요소를 최대 수준으로 적용한 경우 1차에너지소요량은 베이스모델 198.8에서 117까지 감소했다. 분석결과 신재생에너지를 적용하지 않아도 ZEB 5등급 달성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에너지절감 효과가 큰 요소와 실제 공사비 부담이 적은 요소의 순위에는 차이가 있었다. 공사비를 고려하면 조명밀도 감소, 외단열, 급탕펌프 제어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효율을 보였다.
ZEB 4등급부터는 패시브·액티브요소만으로 등급을 확보하기 어려워 신재생에너지 적용이 필수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대상건물은 옥상 면적이 전체 연면적의 약 4.4%에 불과해 옥상 면적의 70%에 태양광을 설치해도 4등급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후 입면 태양광을 추가하면서 4등급을 확보할 수 있었으며 등급이 높아질수록 대지 외 신재생에너지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재생에너지를 먼저 적용하는 전략2에서는 ZEB 등급에 필요한 에너지자립률을 우선 확보한 뒤 공사비대비 에너지절감 효과가 높은 패시브·액티브요소를 선별적으로 적용했다. 분석 결과 전략2를 적용할 경우 냉난방 바닥면적당 추가공사비를 평균 22.7%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효중 팀장은 “전통적으로는 패시브와 액티브를 먼저 적용하고 부족한 부분을 신재생으로 채우는 방식으로 접근하지만 ZEB인증의 공사비 측면에서는 신재생부터 접근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 수 있다”라며 “최소 5등급을 달성하는 경우 신재생을 먼저 적용하고 이후 가성비가 좋은 에너지절감 요소를 적용하면 공사비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너지절감 측면에서 접근할 때와 공사비 측면에서 접근할 때 적용 순서가 다르다”라며 “각 요소의 에너지절감 효과와 투자비를 함께 고려해 순서를 최적화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합리적인 ZEB를 구현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물산, 외벽 마감재료 실물모형시험 제도 개선 필요
조우진 삼성물산 융합기술팀 프로는 ‘고등급 ZEB 구현을 위한 건물 외벽 복합마감재 실물모형시험 제도 개선방향’을 주제로 발표하며 외단열 적용사례를 소개하고 외벽 복합마감재료 실물모형시험 제도의 개선방향을 제안했다.
고등급 ZEB 구현을 위해 건축물 외피의 단열성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외단열을 적용한 건식 외장시스템의 활용도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외장마감재의 종류나 두께, 단열재와 중공층 구성 등이 달라질 경우 실물모형시험 성적서 적용에 제약이 발생해 다양한 외단열시스템을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삼성물산은 넥스트홈 Test-Bed에 외단열을 고려한 건식 외장시스템을 적용해 건식 마감재 Pool을 확보했다. 저층부와 고층부를 구분해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저층부에는 박판 패널과 알루미늄 쉬트 패널을, 고층부에는 단열재가 일체화된 알루미늄 복합패널을 적용했다.
조우진 삼성물산 프로는 “넥스트홈 Test-Bed는 저층부와 고층부를 나눠 외단열을 고려한 건식 외장시스템을 적용하고 다양한 마감재를 적용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라며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외단열시스템을 검토하면서 성능과 시공성을 함께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창호와 외장시스템의 열성능도 검증했다. 유리의 열관류율(U-value)은 0.5를 목표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목표를 충족했으며 Stick Type 커튼월구조를 기반으로 시스템창호와 돌출 보·기둥을 감싸는 패널시스템을 개발했다. 시스템 전체 상당 열관류율은 1을 목표로 기준을 만족했으며 취약부위를 기준으로 한 결로방지성능도 저층부 0.27, 고층부 0.24로 목표치를 충족했다.
성능목업과정에서는 실제 시공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확인됐다. 시험기준은 충족했지만 일부 구간에서 누수가 발생했으며 확인 결과 코너 글라스 캐리어와 몰디드 코너 피스 사이 실란트 충전이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란트를 추가 충전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제작에 반영했다. 또한 경제성 분석 결과 기존 알루미늄 커튼월대비 약 10.8%의 비용절감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외단열 적용 현장에서 외벽 복합마감재료 실물모형시험제도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행 ‘건축자재 등 품질인정 및 관리기준’에서는 외벽마감재료 또는 단열재가 둘 이상의 재료로 구성된 경우 실물모형시험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시험을 통해 성능을 인정받은 구조라도 현장에서 마감재의 종류나 두께가 변경될 경우 별도의 시험성적서를 확보해야 한다.
삼성물산의 넥스트홈 Test-Bed 현장 적용과정에서도 단열재 외부에 아연도금강판을 설치하고 강판 외부에 불연 마감재를 추가하는 구조를 검토하면서 시험성적서 적용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마감재의 난연성능과 관계없이 마감재 종류나 두께가 달라지면 별도의 시험성적서를 확보해야 하기 떄문에 실제 건축현장에서 디자인이나 시공여건에 따라 마감재를 변경하는 데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조우진 프로는 “불연재가 붙어 있는데도 마감재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다시 시험해야 한다면 실제 현장에서는 상당히 어려워진다”라며 “마감재는 종류도 여러 가지이며 두께도 달라질 수 있는데 그때마다 시험을 받아야 한다면 시간과 비용뿐만 아니라 사업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조 프로는 시험체와 현장 적용구조의 ‘동일성’을 일률적으로 확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화재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변수를 중심으로 성능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 프로는 “가연성 외장재와 단열재의 재질·난연성능, 중공층의 형성 여부와 폭, 조인트 상세 등 화재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중심으로 성능을 검증하고 인정범위를 설정해야 한다”라며 “화재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변수 중심 성능관리 방식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고등급 ZEB 공동주택 당성, 재생열에너지 활용 필요
박창용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고등급 ZEB 공동주택 구현을 위한 ECO2 평가체계 개선 및 신재생에너지 활용 촉진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며 고등급 ZEB 달성을 위한 재생열에너지의 활용과 ECO2 평가체계 개선 필요성을 짚었다.
박창용 서울과기대 교수는 “고등급 ZEB 구현을 위해 태양광발전(PV) 중심의 재생에너지 활용에서 벗어나 히트펌프 등을 통한 재생열에너지 활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등급 ZEB로 갈수록 건축물의 에너지자립률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요구된다. 하지만 공동주택은 고층화될수록 연면적은 증가하는 반면 옥상면적은 크게 늘어나지 않아 PV(태양광발전) 설치면적 확보에 한계가 있다. 이는 에너지 총소요량은 증가하지만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공간은 제한되는 구조다.
박창용 교수가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7층 규모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옥상면적의 약 60%에 360kW PV를 설치할 경우 ZEB 5등급 달성이 가능하나 4등급 구현을 위해서는 옥상 전체를 PV로 활용하더라도 달성이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히트펌프를 활용해 재생열을 생산하면 ZEB 4등급까지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창용 교수는 “PV만으로는 고등급 ZEB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재생전기뿐만 아니라 재생열에너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라며 “히트펌프 등을 활용해 에너지 생산원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히트펌프를 비롯한 신기술의 발전속도를 현행 ECO2 평가체계가 충분히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ECO2는 건축물의 에너지 요구량과 소요량 등을 산출해 1차에너지소요량 등을 평가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최근에는 하나의 열원보다 PV, 지열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결합하는 히트펌프 시스템이 확대되면서 기존 방식으로는 복합시스템의 성능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박 교수는 “기술은 하나의 열원이 아니라 다양한 에너지원을 결합해 최대한의 경제성과 에너지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라며 “기술발전에 비해 ECO2가 이를 구조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모든 신기술을 ECO2에 직접 추가하는 방식 역시 기술발전속도를 따라가기 어렵고 동적 시뮬레이션의 경우 사용자 숙련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별도의 성능 검증체계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ECO2를 대체하기보다 기존 평가체계의 경계를 확장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신기술의 성능을 공인데이터로 표준화하고 복합시스템의 상세 해석을 통해 성능을 입증한 뒤 인증기관 검증을 거쳐 ZEB 평가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기술을 프로그램에 일일이 탑재하기보다 객관적으로 검증된 성능을 평가에 활용하는 접근이다.
인증기관의 역할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기존 제품·시스템 시험과 인증을 넘어 건물에너지기술의 성능을 검증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제품·시스템 시험 △성능 매핑 △모델 검증 △연간 성능평가 △ZEB 인증 반영으로 이어지는 ‘검증된 성능 경로’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해외에서는 대안적인 성능평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라며 “목표치만 달성하면 설계는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새로운 기술을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1차에너지 환산계수의 객관성에 대한 논의도 제기됐다. 박 교수는 ZEB 등급 산출에 적용되는 2.75의 환산계수가 과거 화력발전 중심의 발전효율을 기반으로 한 만큼 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중립이 추진되는 현재의 제도적 목적에 부합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1차에너지 환산량만을 기준으로 평가하기보다 에너지 생산·소비과정의 탄소배출 등 실질적인 에너지가치를 반영해야 한다”라며 “ECO2를 대체하기보다 평가의 경계를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며 신기술과 복합시스템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이를 ZEB평가에 반영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헤리트, ZEB·BEMS기반 에너지통합 운영솔루션 제시
권영모 헤리트 책임은 ‘ZEB 고등급 공동주택 보급 확산을 위한 BEMS솔루션 구축 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권 책임은 “고층 공동주택의 ZEB 고등급화를 위해 BEMS를 중심으로 에너지계측·제어·관리·운영을 통합하고 AI기반 자동제어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ZEB는 패시브기술을 통해 에너지부하를 줄이고 액티브기술로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자립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고층 공동주택은 연면적대비 신재생에너지설비를 설치할 수 있는 면적이 제한되고 시공과 유지관리 부담도 커지는 만큼 에너지설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액티브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ZEB인증이 확대되고 있지만 공동주택의 고등급 인증은 아직 초기 단계다. 2026년 8월 기준 전체 ZEB인증 1만1,613건 가운데 공동주택은 498건으로 4.3%에 그쳤으며 공동주택 인증의 85.5%가 5등급에 집중됐다. 3등급 이상은 3.6%에 불과하다. 전국 공동주택 가운데 21층 이상 비중도 45.6%에 달해 고층 공동주택의 에너지관리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고층 공동주택에서 ZEB등급을 높이기 어려운 이유는 기술 문제보다 물리적 조건에 있다. 용적률이 높아질수록 연면적대비 PV 등 신재생에너지설비를 설치할 수 있는 면적이 줄어들기 때문에 에너지생산량을 늘리는 데 물리적인 한계가 발생한다. 여기에 고층화에 따른 구조·시공·유지관리 제약까지 더해지면서 설비를 추가하는 것만으로 ZEB성능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권영모 책임은 “고층 공동주택에서는 패시브와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데 물리적인 제약이 있기 때문에 액티브영역에서 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라며 “BEMS가 에너지생산과 소비를 연결하고 운영을 최적화하는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ZEB인증에서 BEMS는 설치여부와 기본적인 기능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인증기준에서 △에너지데이터 수집·표시·조회 △소비현황 분석 △유지관리 등이 필수사항으로 제시된 반면 에너지소비 예측이나 제어시스템 연동 등은 권장사항으로 분류돼 있다.
권 책임은 “고등급 ZEB 구현을 위해서는 AI를 활용해 건물의 에너지설비를 자동으로 제어해야 한다”라며 “에너지사용량을 최적화하는 기능을 ZEB인증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EMS의 역할도 단순한 에너지모니터링에서 데이터기반 운영최적화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신재생에너지설비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생산과 소비가 발생하는 시간대의 차이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PV발전량이 높은 낮 시간대와 공동주택의 전력수요가 증가하는 저녁 시간대가 일치하지 않는 만큼 시간대별 생산량과 소비량을 분석하고 공용부와 세대부의 전력사용을 조정하는 운영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헤리트는 기축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기후부 과제인 ‘기축공동주택 에너지효율화’사업을 수행하며 AI기반 에너지관리솔루션을 실증하고 있다. 세대부 에너지 15%, 공용부 에너지 10% 절감을 목표로 환기설비와 냉난방설비 등에 AI기반 자율제어를 적용했다. 표준형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한 환기설비 실증에서는 연간 냉난방에너지 9.21% 절감효과를 확인했다. 냉난방설비는 생활패턴 분석과 OER 피드백을 기반으로 취침모드와 세대 맞춤형 제어를 적용하고 온수·조명·커뮤니티설비 등 공용부 설비에도 AI 제어를 확대하고 있다.
군포 대야미 공동주택은 재생에너지와 BEMS를 연계한 고등급 ZEB 구현사례로 소개됐다. ZEB 3등급을 목표로 지열 히트펌프를 세대별로 적용하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생산설비를 연계한다. 예비인증 기준 에너지자립률은 약 61% 수준으로 재생에너지설비를 단순히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소비 데이터를 기반으로 에너지를 관리하는 전략이 적용됐다.
BEMS 구축과 함께 실제 에너지절감 성능을 입증할 수 있는 M&V(Measurement & Verification) 체계의 필요성도 제시됐다. 기존 M&V는 청사·학교 등 비주거 건축물이나 기축 건물을 중심으로 이뤄져 신축 공동주택에 적용할 수 있는 기준과 사례가 부족하고 PV·ESS·지열 히트펌프 등이 통합 운영되는 공동주택 단지 수준의 성능검증연구도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IPMVP 기반으로 신축 공동주택의 베이스라인을 설정하고 계절별·연간 데이터를 활용해 에너지절감 성능을 검증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권 책임은 “BEMS는 단순히 설비를 구축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측하고 운영한 뒤 성능을 검증하는 과정까지 연결돼야 한다”라며 “표준화된 계측체계와 BEMS 기반 통합운영, IPMVP 기반 M&V를 BEMS솔루션으로 구축해 실증단지에서 검증된 모델을 다른 공동주택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층 공동주택 ZEB 3등급 기술 실증 본격화
송승영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고층형 ZEB 3등급 공동주택 기술개발 및 실증 연구’를 주제로 발표하며 태양광 설치 면적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도심 고층 공동주택의 에너지한계를 극복하고 비용효율적인 고성능 ZEB 선도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ZEB 로드맵에 따라 2025년 민간 공동주택 5등급 수준 설계 의무화가 시행됐으며 2030년 공공 3등급 수준, 2050년 1등급 수준 의무화가 순차적으로 예고돼 있다.
하지만 2024년 말 기준 전체 ZEB인증 6,880건 중 공동주택은 140건(2.0%)에 불과하며 이중에서도 75%(105건)가 5등급에 편중돼 있다.
특히 3등급 이상 본인증 사례는 5층 이하 저층에 국한돼 있으며 20층이 넘는 국내 일반적 고층 공동주택에서는 인증사례가 전무해 시장보급의 최대 난제로 꼽혀 왔다.
송승영 이화여대 교수는 “고층 아파트는 연면적대비 지붕 면적이 턱없이 적어 옥상 태양광(PV)만으로는 3등급에 필요한 자립률(60% 이상)을 확보할 수 없다”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의 지원을 받아 이화여대 산학협력단을 주관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등 산·학·연 25개 기관이 참여하는 대규모 연구개발(총 연구비 230억원)을 착수했다”고 말했다.
연구단은 2025년 4월부터 2029년 12월까지 4년 9개월간 기술개발과 현장실증을 추진할 예정이다. 연구단이 개발 중인 ‘고층형 ZEB 3등급 및 미래형 에너지혁신기술’은 △패시브 △액티브 △신재생 설비 전반을 아우른다. 주요 기술로는 고층부 시공성을 개선하고 구조·화재안전(KS F 8414)을 확보한 ‘입면·난간형 BIPV(건물일체형 태양광)’와 화재위험을 원천 차단한 2kWh급 세대용 ‘바나듐 이온 배터리(VIB) ESS’ 등이 있다.
또한 종합효율 85% 이상의 0.7kW급 ‘주택용 소형 연료전지’ 및 세대별 냉난방 선택 운전이 가능하고 냉방 COP 6.2, 난방 COP 4.5 이상을 발휘하는 ‘단위세대용 개별식 지열 히트펌프’도 핵심기술이다. 또한 재실여부에 따라 풍량을 가변 제어하는 ‘실별 제어 환기시스템’ 과 폭 200mm 이내의 ‘차양 일체화 성능가변 슬림형 창호(열관류율 0.8~0.9W/m²·K)’ 등도 주요 기술이다. 연구진들은 이러한 혁신기술들은 ‘LH 군포대야미 A-1BL(지하 2층~지상 27층, 5개동, 총 378세대)’ 공공분양 실증단지에 전면 적용할 예정이다.
송승영 교수는 “군포대야미 실증단지는 최고 27층의 고층 구조로 민간에서도 가장 보편적인 전용면적 59타입 중심(326세대), 1차에너지 환산계수가 불리한 개별난방 등 ZEB인증에 매우 가혹한 조건을 갖춘 도전적 현장”이라며 “일부 동이 아닌 단지 전체를 대상으로 ZEB 3등급을 달성하고 5등급대비 3등급 달성에 따르는 추가공사비를 10% 이상 절감하는 최적 설계모델을 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증단지는 2026년 5월 에너지자립률 61.26%, 1차에너지소요량 42.5kWh/m²·년을 인정받아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ZEB 3등급 예비인증을 정식 획득했으며 지난 7월23일 기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착공에 돌입했다. 단지 전체 5개 주동 입면에 320.32kW 규모의 BIPV가 설치되며 전 세대에 △지열 히트펌프 △실별 환기시스템 △성능가변 창호 등이 도입될 예정이다. 또한 스마트 BEMS를 연계해 실제 입주 후 거주 성능과 에너지절감 효과를 M&V(측정 및 검증)로 철저히 검증할 예정이다.
송 교수는 “군포대야미 실증단지는 향후 공공은 물론 민간 고층 아파트가 벤치마킹할 수 있는 전국단위 표준 선도모델이 될 것”이라며 “개발된 기술 가이드라인, 설계도서, 시방서, 제도개선안을 웹 기반 통합보급시스템을 통해 산업계에 공유해 2050 건물 탄소중립 실현의 마중물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