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설비공학회 하계학술대회 미래성장위원회 특별세션에서는 탄소중립과 에너지효율 개선을 위한 차세대소재 및 열에너지기술이 조명됐다. 이번 세션에서는 산업현장과 건물에 직접 적용 가능한 고효율 단열재, 제습기술, 기능성 공기필터 등 미래 설비기술을 선보이는 다양한 발표가 이어졌다.
바이오차 단열재, 단열·난연성능 확보

위승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회원는 ‘바이오차를 활용한 난연폴리우레탄폼 단열재 개발’ 발표에서 건축물 화재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신소재기술을 선뵀다.
경질폴리우레탄폼(PIR)은 단열성능이 우수하지만 화재 시 빠르게 연소하며 유독가스를 방출하는 단점이 있다. 최근 이천 물류센터 화재 이후 건축자재의 난연성능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단열성과 내화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고기능성단열재 개발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의 해법으로 ‘바이오차’를 주목했다. 바이오차는 농업부산물인 팜유껍질 등을 산소가 제한된 조건에서 열분해해 만든 탄소기반 다공성물질이다. 탄소소재의 특성상 열적 안정성이 높고 연소 시 표면에 보호층(Char)을 형성해 화재확산을 막는 역할을 한다. 연구에서는 폴리우레탄폼 제조 시 폴리올에 바이오차분말을 중량비 3%에서 15%까지 다르게 혼합해 시편을 제작하고 열전도율, 밀도, 열적안정성(TGA), 난연성(콘칼로리미터)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실험 결과 바이오차를 6% 혼합한 시편의 경우, 순수 폴리우레탄폼 대비 총열방출량(THR)이 25.7%, 최대열방출률(HRR)은 13.1% 감소해 난연성능이 크게 향상된 것이 확인됐다. 이는 바이오차가 연소과정에서 형성한 탄화층이 산소유입을 차단하는 보호막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했기 때문이다. 또한 SEM분석 결과 바이오차가 폼 내부에 미세한 세포핵 형성을 촉진해 열전도율을 약 10%가량 낮추는 등 단열성능 개선효과도 나타났다.
위승환 회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탄소네거티브 소재인 바이오차를 활용해 폴리우레탄폼의 난연성과 단열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음을 입증했다”라며 “향후 추가적인 성능검증과 화재 시뮬레이션(FDS)연동 연구를 통해 상용화 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며 국내건축물 화재안전기준을 충족시키는 차세대 친환경 단열재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분리막 제습기술, 산업용 건조에너지 41% 절감

오진우 충남대학교 회원은 ‘증기선택적 분리막기반 제습기술의 산업용 건조 및 건물응용분야로의 확장’을 주제로 발표했다.
산업용 건조 및 건물공조에서 제습에는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된다. 통상적으로 제습에는 공기를 노점 이하로 냉각시켜 수분을 응축시킨 뒤 재가열하는 비효율적인 방식을 사용한다. 미국 에너지부(DOE)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핵심기술로 멤브레인(분리막)히트펌프를 지목한 바 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이중 모듈 습도 펌프(DMHP)’ 기술이다. 이 시스템은 수증기만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분리막을 이용해 응축과정 없이 공기 중에서 수증기를 바로 분리한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과냉각 및 재가열 에너지손실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특히 진공펌프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제습모듈과 배기모듈로 구성된 이중구조를 채택했다. 제습모듈에서 분리된 수증기를 1차로 압축해 배기모듈로 보내고 잔류공기만 진공펌프로 처리해 압력비를 크게 낮춤으로써 진공펌프의 전력소비를 최소화하는 원리다.
수치해석을 통해 기존 히트펌프 건조기(HPD), 단일모듈 시스템(S-HPD), 이중모듈 시스템(D-HPD)의 성능을 비교한 결과 제안된 D-HPD시스템의 우수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D-HPD의 총 전력소비는 기존 HPD대비 41.1% 낮았으며 에너지효율지표인 비제습률(SMER)은 HPD대비 80.3%, S-HPD대비 27.9% 향상됐다. 특히 이중모듈 구성은 단일모듈 방식에 비해 진공펌프의 전력소비를 91.4%나 극적으로 감소시켰다.
이 기술은 산업용 건조공정의 에너지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뿐만 아니라 상업용 건물의 외기전담시스템(DOAS)에도 적용 잠재력이 매우 크다. 건물에 도입될 경우 환기 시 유입되는 습기를 효율적으로 제거해 냉방 및 제습부하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관련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며 향후 건물에너지 절감과 실내공기질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피톤치드 필터, 실내에 ‘숲속 공기’ 공급

정수광 숭실대학교 회원은 ‘nVOC 공급형 공기필터 적용을 위한 피톤치드 유화 안정성 향상 및 기능성 제올라이트 개발’을 주제로 발표했다.
고단열, 고기밀화된 현대건축물에서 기존방식은 오염물질 제거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이번 연구는 인체에 유익한 천연 휘발성유기화합물(nVOCs) 즉 피톤치드를 실내에 능동적으로 공급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피톤치드는 스트레스 해소, 면역력 증진 등 인체에 긍정적 효과가 알려져 있지만 휘발성이 강해 실내에서 농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연구의 목표는 피톤치드의 방출거동을 제어해 장시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능성소재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물과 기름성질을 모두 가진 피톤치드 수와 오일을 섞어 안정적인 유화액(에멀젼)을 만드는 연구를 수행했다. 계면활성제의 친수·친유성의 균형을 나타내는 HLB(Hydrophilic-Lipophilic Balance)값을 조절하며 최적의 유화안정성을 갖는 배합비를 찾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유화액을 표면적이 넓고 미세기공이 발달한 제올라이트에 함침시켜 피톤치드를 서서히 방출하는 기능성 제올라이트를 제조했다.
연구 결과 HLB 값 12와 14에서 가장 안정적인 유화액이 제조됐으며 한 달이 지나도 상분리가 거의 일어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SEM(주사전자현미경)분석을 통해 유화액이 제올라이트표면에 균일하게 코팅된 것을 확인했으며 FT-IR(적외선 분광법)분석에서는 제올라이트 고유의 구조는 유지한 채 피톤치드성분이 효과적으로 흡착됐음이 증명됐다. 또한 탈착 동역학모델 분석을 통해 기능성 제올라이트의 피톤치드 방출속도를 예측하고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도 확인했다.
정수광 회원은 “이번 연구는 실내공기질 개선을 위해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수동적 방식에서 나아가 유익한 물질을 공급하는 능동적 방식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보여준다”라며 “개발된 기능성 제올라이트는 향후 공기필터나 환기장치모듈에 적용돼 사용자가 실내에서도 지속적으로 삼림욕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열유체 현상 복합성, ‘핵심 설계인자’ 통해 해석

이남규 연세대학교 회원은 ‘고온부품 내 열/유체현상의 설계인자도출을 통한 열교환부 열설계 연구’를 주제로 발표했다.
가스터빈, 핵융합로 등 초고온환경에 노출되는 부품의 개발은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내부에서 일어나는 열/유체현상은 지배방정식이 매우 복잡하고 실험적 측정도 어려워 설계에 큰 장벽이 돼왔다.
이번 연구는 복잡한 수식이나 방대한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배제하고 현상의 물리적 의미를 함축하는 핵심 설계인자를 도출하는 방법론을 제안했다. 지배방정식을 무차원화하거나 물리적 의미를 담은 새로운 복합인자(정규화 엔탈피 등)를 정의해 수많은 변수를 단순화하고 현상을 일반화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설계자가 직접 제어할 수 있는 변수(유량, 온도, 레이저 출력 등)와 시스템의 성능 및 안정성간 관계를 명확한 설계맵(map) 형태로 나타낼 수 있다.
이 방법론은 다양한 실제 사례에 성공적으로 적용됐다. 핵융합로 고온부품설계에서는 열회로 모델을 통해 냉각재의 유량과 온도에 따른 부품의 설계온도를 예측하고 가장 취약한 지점과 안정적인 운전범위를 제시했다. 3D 금속프린팅 공정에서는 ‘정규화 엔탈피(Normalized enthalpy)’라는 통합인자를 통해 레이저의 운용조건과 제작물의 품질을 연결해 결함없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최적의 공정범위를 찾아냈다.
이남규 회원은 “복잡한 열/유체현상에 대한 깊이있는 물리적 통찰력을 제공하는 핵심설계 인자의 발굴과 활용이 고온부품 및 열교환시스템의 성공적인 개발을 위해 필수적이다”라며 “이러한 접근법은 엔지니어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줄이고 보다 직관적이고 효율적으로 최적의 설계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기포 자가진동, 열전달 성능 극한으로 높여

윤영직 한밭대학교 회원은 ‘기포자가진동현상을 이용한 열전달 촉진기술 및 설비분야 응용’ 발표에서 외부동력 없이 열을 초고속으로 전달하는 차세대 열전달기술을 소개했다.
열전달성능의 향상은 거의 모든 에너지설비의 효율과 직결된다. 특히 증발, 응축과 같은 상변화현상을 이용하면 열전달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는데 이 원리를 극한으로 활용한 것이 ‘진동형 히트파이프(OHP: Oscillating Heat Pipe)’기술이다.
OHP는 구불구불한 모세관 안에 소량의 작동유체를 넣은 단순한 구조의 장치다. 한쪽에 열을 가하고 다른 쪽을 냉각시키면 온도차이만으로 내부의 기포(Vapor bubble)와 액체덩어리(Liquid slug)가 매우 빠른 속도로 스스로 진동하며 열을 전달한다. 이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은 구리(약 400W/m·K)와 같은 우수한 열전도체를 뛰어넘는 10,000 W/m·K 이상의 유효열전도도를 구현한다는 점이다. 또한 복잡한 내부구조(윅, Wick)가 없어 제작이 쉽고 비용이 저렴하며 얇게 만들거나 중력의 영향이 적은 환경에서도 성능저하가 적다.
OHP기술은 다양한 분야로의 응용이 시도되고 있다. 초기에는 스마트폰 등 소형 전자장치 냉각에 주로 연구됐으나, 이후 PEM 연료전지 스택의 정밀 온도제어(온도 편차를 10℃ 이상에서 5℃ 이내로 감소), 액체제습장치의 효율 향상과 겨울철의 차가운 외기로 냉열을 생산·저장해 여름철 건물냉방에 활용하는 대규모 시스템에까지 적용가능성을 넓히고 있다.
OHP기술은 기존 히트파이프를 모두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조건에서 그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강력한 대안기술이다. 구조가 간단하고 저렴하며 높은 열유속조건이나 얇은 형태의 장치에 특히 효과적이다. 향후 항공우주, 고성능컴퓨팅, 차세대 건물에너지 설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적인 열관리솔루션으로 자리잡을 잠재력이 매우 큰 기술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