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4차 산업혁명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데이터센터산업의 미국시장 현황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AI,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기술로 대형·고밀도 데이터처리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글로벌 데이터센터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KOTRA의 관계자는 “하이퍼스케일, 클라우드, 친환경 솔루션 등의 키워드로 대변되는 세계 최대 미국 데이터센터 산업과 함께 관련 인프라 시장확대가 예상된다”라며 “데이터센터산업의 토대가 되는 IT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공조장비, 전기·보안 등 관련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우리 기업들의 선전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인류는 인터넷으로 연결된 70억개 이상의 기기가 끊임없이 데이터를 생산해내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처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를 관리, 전송, 저장, 처리할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는 비약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또한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 등 신기술의 접목은 데이터센터의 효율성, 생산성, 보안성 등을 향상시켜 새로운 기술 단계로의 도약을 가능케하고 있다.
미국에서 형성된 데이터센터 집적단지는 이러한 신기술·신시장의 성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워싱턴 DC로부터 북서쪽에 위치한 덜레스(Dulles) 국제공항으로 향하는 267번 유료도로는 페어펙스(Fairfax)와 라우든(Loudoun) 카운티를 관통한다. 연방정부 연구기관, 인터넷·보안·국방 기술기업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이 지역은 ‘동부의 실리콘밸리’ 또는 ‘덜레스 기술회랑(Dulles Technology Corridor)’이라고 불린다.
267번 도로 끝단에 위치한 애쉬번(Ashburn)이라는 도시는 이미 오래 전 미국 내 데이터센터의 요충지로 자리잡았다. 도심를 중심으로 아마존, 에퀴닉스(Equinix), 마이크로소프트, 디지털 리얼티(Digital Realty), 사이러스원(CyrusOne) 등 내로라할 기업들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캠퍼스가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센터 클러스터에 힘입어 현재 글로벌 인터넷 트래픽의 70%가 라우든 카운티를 비롯한 북버지니아 지역을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데이터센터 인프라시장, 2025년까지 2,300억달러 예상
시장조사기관 ‘Reseach & Market’은 시장전망 보고서에서 글로벌 데이터센터 인프라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6.79% 성장해 2,3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미국시장도 꾸준한 성장세를 구가해 2024년까지 700억달러 규모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미국 시장의 급속한 성장 배경에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기술 발전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확산 △해저 광케이블 확장 △주지방 정부의 투자(세제혜택 포함) 등이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적용이 본격화됨에 따라 데이터센터의 공간과 기능을 실수요 기업에 임대해 주는 코로케이션(Colocation) 방식 사업이 전체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산업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트렌드 중 하나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로 일컬어지는 초대형 클라우드 데이터센터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용량, 고밀도의 데이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처리능력을 보유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확산이 필수적이다.
‘Cisco Global Cloud Index’에 따르면 2021년까지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의 숫자는 전 세계 628개소에 달해 2016년 당시 338개소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성장에 힘입어 전체 데이터센터 서버에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서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약 53%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AI, 사물인터넷 등 기술로 인해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데이터의 원활한 처리를 위해 데이터센터의 클라우드 전환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대용량 데이터처리를 위한 필요뿐만 아니라 부지 확보의 어려움, 높은 관리비용 및 전력 소모량 등의 문제로 인해 클라우드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2021년까지 글로벌 클라우드 트래픽은 19.5제타바이드(zettabytes)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2016년 6.0제타바이트에서 3배 이상 급증한 수치이며 2021년 클라우드 트래픽은 전체 데이터센터 트래픽의 95% 비중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센터의 친환경적 고려가 최근 중대이슈로 떠오르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기존 데이터센터의 에너지효율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제시되는 가운데 온사이트 발전(On-Site Power Generation)이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크레이크 패닝톤(Craig Pennington) 에퀴닉스 임원은 “향후 10년 동안 데이터센터의 자체 발전기능 확보가 뜨거운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업계의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운영기업들은 내년 바이든정부 출범 후 강화될 기후변화 대응정책 동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라며 “전력비용이 높은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친환경에너지를 이용한 인-하우스(in-house) 발전설비 구축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공조·IT설비 등 분야 韓 기업 진출 기회
데이터센터는 AI,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도입을 위한 기반산업일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전력 장비 등 기반산업의 수요측면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6년 IT전문 연구기관 테크나비오(Technavio)는 데이터센터 관련 정보통신 장비(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시장은 연평균 10% 가까이 성장해 2020년에는 1,291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Frost & Sullivan’의 분석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산업생태계는 크게 부동산 개발, 건설, 정보통신 장비 제조기업(ICT 인프라) 등과 함께 데이터센터 운영기업 및 운영서비스 제공산업이 복합적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ICT인프라분야, 즉 IT장비 제조, 산업용 공조장치 제조, 전기장비 제조, 시스템운용 SW 개발 등에서 우리 기업들의 시장경쟁력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이중에서도 △IT 하드웨어·소프트웨어(랙,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 △공조장비(항온항습기, 냉각탑, 고효율 펌프 등) △기타 전기·보안장비(자가발전기, ATS, 수배전설비, 배터리, 방재용 장비) 등 분야에서 기회가 예상된다.
ICT솔루션 기업 M사의 부사장은 “전 세계적인 데이터센터 수요에 따라 반도체, 케이블, 네트워크 장비, 저장장치 등 ICT 하드웨어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기업들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 내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규제가 높아질 전망 속에 친환경발전 솔루션을 가진 기업들의 미국시장 진출확대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