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소규모건축물 품질향상과 탄소중립건축물의 상관관계

  • 등록 2021-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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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탄소중립 핵심 ‘소규모건물’
하자저감·품질향상 전제돼야
‘소규모건축물 설계·시공 기술개발’ 연구과제 주목

탄소중립은 최근 가장 쟁점이 되는 주제 중 하나다. 환경부는 탄소중립을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더는 증가하지 않도록 순 배출량이 0이 되도록 하는 것으로 넷제로(Net Zero)라고정의한다.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지구적 온실가스 흡수량과 균형을 이룰 때 탄소중립이 달성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건축물 동수의 95%가 5층 이하, 660㎡ 이하인 소규모건축물이다. 이는 연면적 기준으로도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절대적인 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탄소중립 시대를 준비하면서 수많은 정책과 기술개발, 여러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한 그린리모델링사업이 발주되고 있다.

그러나 건축시장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간 소규모건축시장은 탄소중립이라는 단어가 너무 멀게 느껴진다. 에너지절감은 고사하고 수많은 결로, 곰팡이, 누수, 균열, 웃풍 등 삶의 질이 위협받고 있는 저품질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건물의 거주자에게 ‘그린리모델링 해야 한다’고 말해봐야 와닿지 않는다.

또한 건축물에 하자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 저탄소 건축물이 되기 위한 기본 전제조건이다. 건물하자는 보수를 위해 수많은 자재와 인력이동에 따라 탄소를 소모하고 있으며 이에 더해 하자가 있는 건축물 그 자체로 삶의 질이 너무 낮아지게 된다.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탄소중립 건축물은 허공에 외치는 구호와 같다. 

이에 따라 우선 하자없는 건물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저탄소 건축의 시작이다. 하자없는 건물을 계획하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저에너지건물을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음을 발견할 수 있다.

방수 사례로 보는 하자없는 건물
현재 연구 중인 수많은 설계기준 중 방수를 예로 들고자 한다. 건축물에 흔히 쓰이는 평지붕 우레탄 노출방수시공(일명 초록색 옥상)은 평균 3년 주기로 개보수하고 있다. 민간의 거의 모든 현장에서는 구조체 아래 단열재가 위치하고 구조체 상부에 도막방수가 적용된다.

이 시공의 문제는 구조체 상부는 물론 하부로도 수분이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단열재와 방수제 모두 방습층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공사된 지붕은 기후에 따라 외부표면온도가 매우 크게 변한다. 낮에 온도가 상승해 콘크리트 내부 수분이 기화하면서 우레탄 도막방수를 밀고 올라오게 되고 방수층이 쉽게 훼손되는 구조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방수 상부 외단열공법을 적용할 수 있다. 구조체 위에 방수층을 형성한 후 외부 표면 온도변화를 지연시키고 외단열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방수층 위에 단열재가 위치해 방수층이 자외선에 노출되지 않는다. 평지붕 쇄석부터 단열재까지 모든 재료는 접착과정이 없어 걷어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유지보수에도 용이하다.

평지붕에 대한 기존 우레탄 노출방수시공과 방수 상부 외단열공법의 시공비를 비교하면 민간에서 우레탄 노출 방수는 단열재 포함 ㎡당 약 8만원이다. 개선된 시공비는 ㎡당 15만원 내외다.

초기비용이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레탄 노출 방수는 3년 주기로 개보수를 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비용은 천차만별이지만 ㎡당 약 3만원꼴이 보통임을 감안하면 준공된 지 6~7년 후 비용차이를 상쇄할 수 있다.

이후 3년마다 개보수에 사용된 비용은 초기에 투자된 비용을 초과한다. 이에 더해 반영구적으로 누수가 없는 건물이 될 수 있어 삶의 질 하락을 방지할 수 있다.

하자없는 건물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
초기비용을 조금 더 투입해서라도 하자없는 건물을 만들어야 하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장기적 관점에서의 총비용이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 별표1은 도막방수의 수선주기를 15년으로 보고 있다. 소규모 민간건축물은 실제로 수선주기가 짧게는 3년에 불과하다. 길어야 5년도 채우지 못하고 하자가 발생한다. 누수로 인해 겪는 삶의 질 저하는 비용을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다음으로 그린리모델링시장이 존재하기 어렵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하자발생이 필연적인 건물은 이미 건전한 상태가 아니기에 대부분 시공자가 리모델링을 더 어려워하고 기피하게 된다.

결국 초기 투자금을 늘려 하자없는 건물을 만들지 못하면 짧아지는 수선주기와 리모델링이 어려워진다는 악순환에 따라 탄소중립이 요원해지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의 건전성 확보해야
좋은 건물의 비용이 올라간다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잘못된 표현이다. 소규모건축물시장에서는 국가 표준시방서는 고사하고 그 이하의 기준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까지는 보이지 않는 곳에 소모되는 비용을 억지로 줄이고 보이는 곳에만 투자해왔다. 이제는 이러한 보여주기식 건축에서 벗어나 건전한 건물을 만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 투자가 우선돼야 한다.

이러한 건축문화가 정착되면 건전한 건물을 만드는데 더 높은 비용이 필요하지 않게 된다. 이와 같이 하자없는 건물과 그린리모델링이 가능한 순환사이클을 만드는 것은 저탄소 사회구조를 만드는 필수조건이다.

소규모건축물 소비에너지 최적화 필요
현재 국토교통부는 한국패시브건축협회 주관으로 2019년 2월부터 ‘소규모건축물의 소비에너지 최적화를 위한 설계·시공 기술개발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소규모건축시장에 적합한 설계·시공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용도 및 부위별 적합한 설계·시공이 될 수 있도록 기준을 수립하는 연구다.

탄소중립시대에 저에너지건축물이 필요하며 하자없는 건축물이 저에너지건축물의 토대이므로 이러한 건축물을 만들 수 있도록 설계·시공방안을 만드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연구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하자없는 건축물을 기본으로 한 저탄소 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해본다.

<우민호 자림이앤씨건축사사무소 이사>
칸 기자 kharn@kharn.kr
저작권자 2015.10.01 ⓒ Kha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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