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 최대 화두입니다. 탄소중립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건물분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제로에너지빌딩(ZEB), 그린리모델링(GR) 등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건물분야 탄소중립을 위해 단열성능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건축물 에너지절약설계기준을 강화해왔습니다. 이에 따라 단열재업계는 단열성능 향상에 R&D를 집중해 왔습니다.
최근 몇 년간 대형 화재사고가 발생하고 단열재의 준불연성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됐습니다. 지난해부터 건축자재에 대한 화재안전기조를 강화하면서 건축법 개정과 ‘건축자재 등 품질인정 및 관리기준’를 신설하는 한편 기존의 건축안전모니터링과 연계해 표준모델, 품질인정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단열재업계는 화재안전성 강화를 위한 R&D에 집중해 왔습니다.
정부의 정책방향 설정은 업계의 R&D나 사업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은 일관성과 업계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서 정해져야 합니다.
바람 잘 날 없는 단열재업계
그러나 최근 단열재업계는 말 그대로 바람 잘 날 없습니다. 건축자재 화재안전을 강화하겠다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국토부의 정책추진 과정이 너무나도 허술했기 때문입니다. 국토부는 추진해오던 기준을 삭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으며 국토부와 국가기술표준원과 입장차를 조율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소재시험을 통과한 제품에 한해 사전에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구조대로 시공할 경우 실물모형시험을 면제해주는 제도인 표준모델 문제는 심각합니다. 표준모델 기준을 통과한 제품들이 건축안전모니터링을 통해 부적합, 불량자재로 적발됐기 때문입니다. 표준모델 도입에 찬성하고 관리해야 할 협‧단체의 관리부실이 드러났습니다. 결국 강도 높은 처벌수위와 책임소재 규명을 위한 국토부의 의지가 중요한 시기입니다.
여기에 화재안전성 강화를 위해 도입한 준불연성능을 평가할 시험기관 수도 부족해 화재시험을 받는데 평균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기다려하는 실정입니다. 이렇다 보니 사업차질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결국 국토부가 화재안전기조를 강화하며 도입했던 시험기준 등을 규제 합리화라는 '포장'으로 삭제하는 것으로 검토하면서 단열재업계는 말 그대로 '멘붕'에 빠졌습니다. 정부 정책방향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 관련 시험기준을 통과했지만 결국 예전으로 시험기준을 돌린다면 기술개발에 적극 나섰던 기업은 손해가 큽니다. 불량제품 유통을 막을 방법도 없습니다.
건물분야 탄소중립의 핵심인 단열성능은 화재안전기조와 맞지 않습니다. 관련업계는 두 기준이 양립할 수 없다고 한목소리로 말합니다. 결국 양립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기준에 대한 숙고가 필요합니다. 일부 업계에서는 단열성능과 난연성능을 통합적‧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단열성능 시험편으로 난연성을, 난연성능 시험편으로 단열성을 측정하자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어 타당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