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계통영향평가 ‘원안강행 방침’ 고수

  • 등록 2024-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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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한전, 이해관계자 간담회 개최
관계당국, 업계 요구사항 반영 ‘전무’

전력계통영향평가가 지난 5월30일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운영에 관한 규정’ 제정‧시행에 따라 새롭게 도입된 가운데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데이터센터(DC)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각계에서 제기하는 DC산업 퇴출위기 우려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당국이 전력계통영향평가를 원안대로 강행할 조짐을 보임에 따라 업계는 강력한 반대의견 및 개정촉구에도 불구하고 관계당국이 진지한 고민은커녕 경청하려는 자세조차 보이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 8일 ‘전력계통영향평가 이해관계자 간담회’를 개최해 △산업부 전력계통혁신과 △한국전력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KDCC) △한국데이터센터에너지효율협회(KDCEA) △SK브로드밴드 △KT △LGU+ △LG CNS △AWS △에퀴닉스 △신세계 △카카오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 참석자들의 여러 문제제기에 대해 대체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송준화 KDCEA 사무국장은 “이번 전력계통영향평가 시행에 따라 DC산업의 피해가 불보듯 뻔한 상황이지만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강제로 제도를 막을 절차적 방안이 없다”라며 “산업부가 사실상 제도를 원안대로 강행할 입장을 밝힘에 따라 예방할 수 있었던 DC산업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강승훈 KDCC 사무국장은 “산업부와 한전은 법 시행이 이미 이뤄진 상황이니 고시를 바꿀 수 없다고 하지만 이미 시행령 발표 당시부터 제기해왔던 문제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으며 DC업계 입장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은 채로 고시까지 발표한 것이므로 업계입장에서는 문제제기를 멈출 수 없다”라며 “제기된 우려에 대해 진지한 협의를 거쳐 입법 및 고시됐다면 분란을 예방할 수 있었겠지만 당국의 무성의한 절차진행으로 혼란과 비판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평가항목‧방법‧절차‧시기 등 문제 재차 제기
먼저 전력계통영향평가를 수행해야 하는 대상지역이 계통포화지역이 아닌 전국적으로 지정되는 문제에 대해 산업부는 예정대로 시행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 DC 지방분산 정책에 반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을 제기했지만 산업부와 한전은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이하 분산에너지법) 도입취지에 따라 어쩔 수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했다.

 

또한 평가항목 및 평가방법에 대해 KDCC와 KDCEA가 업계 의견을 취합한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현재 고시 수정안에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자들은 이번 간담회를 통해 일부라도 반영되길 기대했으나 이러한 기대가 결국 무산됨에 따라 불합리한 내용에 대해 재차 의견을 전달했다.

 

기술적 항목 중 ‘전력공급 여유’ 및 ‘전력공급 확보 난이도’에 대해 업계는 사업자 입장에서 얻기 힘든 정보이며 이러한 정보를 어떻게 투명하게 얻을 수 있는지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한전이 ‘자가발전 운영계획’의 경우 상시 운용되는 자가발전기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명확히 밝힘에 따라 업계는 이를 달성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뜻을 재차 전달했다.

 

비기술적 항목 중 ‘지역사회 수용성’에 대해 업계는 지자체장의 주관적 의사 또는 지역주민의 이해관계가 지나치게 크게 작용할 것이 우려된다는 것과 ‘지방재정 기여도’, ‘부가가치 유발효과’, ‘직접고용 효과’, ‘지역 낙후도’ 등은 전력계통 과부하, 분산에너지 활성화와 연관성이 전혀 없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력계통영향평가의 40%에 해당하는 배점을 가진 비기술적 항목의 내용을 살펴보면 민간사업자의 개발사업에 공공개발 수준의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라며 “산업부와 한전은 비기술적 항목 40점이 가점 항목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100점만점의 70점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가점항목이라고 여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업자 입장에서는 비기술적 항목에 배점된 점수를 현실적으로 획득하기 어려우며 점수를 받기 위해 지자체 로비 등 부작용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산업부와 한전은 평가항목 및 평가방법과 관련한 문제제기에 대해 모 대학에 용역을 의뢰해 개발됐으며 용역에서 수행한 시뮬레이션 결과 지방 모 지역의 경우 충분히 85점 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도출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간담회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는 85점 주장이 타당하지 않으며 용역 수행과정에 DC전문가 또는 관계자가 참여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또한 용역수행 기관과 구성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업계는 전력계통영향평가 이후 거쳐야 하는 전력계통 심의위원회 심의절차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전력계통영향평가를 통해 70점 이상을 득할 경우에도 모든 사업자는 전력심의위원회 심의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때 아무리 높은 점수를 획득 했어도 심의위원회에서 거부할 경우 수전이 불가능하다는 문제를 꼬집은 것이다.

 

현재 산업부와 한전은 심의위원회 평가기준, 위원 구성 등 공개를 거부하고 있어 사업시행의 투명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부와 한전이 이번 간담회에서 공개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제도 투명성이 훼손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평가시기 및 비용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현행 기준에서 전력계통영향평가는 사업승인 3개월 전에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허가, 전력확보 여부가 전혀 정해지지 않은 프로젝트에 투자나 임차계약이 이뤄질 수 없으므로 사업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제도가 시행될 경우 사업자는 계통영향평가비용 및 평가를 위한 설계비용 등을 선투자해야 하며 평가결과 불가판정을 받을 경우 수십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매몰비용으로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사업프로세스는 전례없는 것으로서 전력계통영향평가가 ‘DC 금지 규제’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모 사업자가 계통영향평가 대행사에 비용을 문의한 결과 13억원을 요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이러한 방식으로는 우리나라에서 DC사업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와 한전은 대행비용을 1억원 미만으로 지도할 것이며 시장과열 시 직접 개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수임료에 대한 제도적 규정이나 ‘1억원 지침’ 위반 시 처벌 규정 등이 없는 상황에서 권고‧지도만으로 이러한 지침이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산업부와 한전은 전력계통영향평가 시행은 되돌릴 수 없으며 산업계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평가항목 및 방법, 시기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큰 틀에서 변경은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전력계통영향평가의 원안 강행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제도 시행에 따라 예상되는 피해는 확정적이므로 향후 예정된 두 차례의 규제심의위원회와 이후 열릴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 심의위원회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방침이다. KDCC 및 KDCEA는 이러한 심의과정에서 DC산업계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강력히 촉구할 계획이다.

 

강승훈 KDCC 사무국장은 “이번 고시된 전력계통영향평가를 신속하게 수정하지 않으면 효력이 발휘되는 동안 DC산업계의 위축은 피할 수 없다”라며 “DC산업 퇴출위기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관장하는 클라우드, AI산업 위축도 타격을 받게 되는 만큼 관계부처에도 협조를 구하는 등 조금이라도 개정 가능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인규 기자 igyeo@kharn.kr
저작권자 2015.10.01 ⓒ Kha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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