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부실 기후법률 위헌”… 민주당, “과감한 기후입법”

  • 등록 202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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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1~2049년 감축목표 없어 ‘위헌’
부문‧연도별 감축목표 위헌 5:4 불발

 

헌법재판소가 2030년까지만 구체적인 감축목표를 설정한 현행 법령이 위헌이라고 지난 8월29일 만장일치 판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최종목표를 위해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구체적인 감축목표를 2026년 2월까지 마련해야 한다.

 

다만 감축수단이 감축목표를 달성하기에 충분치 않아 미래세대의 기본권, 생존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위헌 5, 합헌 4로 위헌판결을 위한 정족수 6명을 확보하지 못해 기각됐다.

 

이번 위헌소송은 ‘기후소송’으로 불리며 사회적 관심을 받았다. 환경단체‧청소년‧영유아 등 각각의 청구인이 옛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이하 녹색성장법)’, 현행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 등을 대상으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제기한 4건의 소송이다. 이번 판결은 헌재가 이를 병합해 처리하면서 이뤄졌다.

 

청구인들은 녹색성장법과 탄소중립기본법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대비 35% 이상 감축토록 한 목표수치는 기후재난으로부터 청구인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에 불충분한 목표라며 소를 제기했다. 현재 정부는 시행령을 통해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40%로 정하고 있다.

 

또한 법률이 35% 이상 범위에서 정부가 구체적 목표와 방법을 정하도록 위임한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감축목표를 하한만 법으로 제한하고 비교적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시행령으로 감축목표와 수단을 정하도록 함으로써 기후대응에 미흡한 수준이 마련됐음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구인들은 이러한 법령은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과잉침해한 것이며 청구인들의 생명권, 환경권,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헌재는 이 사건의 쟁점을 ‘환경권 침해 여부’로 봤으며 이를 판단하기 위해 △과소보호금지원칙 위반 여부 △법률유보원칙 위반 여부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과소보호금지원칙은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때는 법익보호를 위해 적합하고 효과적이어야 하며 불충분하게 보호해서는 안됨을 의미한다. 법률유보원칙은 행정작용이 행해질 때 행정권의 발동은 법률에 근거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이다. 즉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중요한 사안에서 본질적인 부분은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된 입법부의 기능이므로 법률로만 다뤄야 하며 행정부, 사법부에 기능을 넘겨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결론적으로 환경권 침해 여부에 대해 헌재는 법령이 2031년부터 2049년까지 감축목표를 어떤 정량적인 형태로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위헌인 현행 법령을 취소할 경우 2050년 탄소중립 목표시점 이전에 그나마 존재하는 2030년까지의 정량적인 중간목표마저 사라지므로 오히려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제도적 장치가 후퇴하는 더욱 위헌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이에 따라 2026년 2월28일을 시한으로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현행법령을 계속적용토록 명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이러한 판단의 기준이 된 과소보호금지원칙에 대해 2031~2049년 감축목표가 부재한 것은 위반으로 판단했지만 감축목표를 40%로 정한 것은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헌재는 특정한 추정방식, 평가요소를 채택해 설정한 감축목표가 결과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서 전 지구적 온실가스 감축노력에 우리나라의 몫이 부족했는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2030년까지 2018년대비 40% 감축이라는 목표는 배출량이 정점이던 2018년부터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목표시점까지 점진적‧지속적 감축을 전제로 한 중간목표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체적 수치설정에는 개별적 감축수단 및 이들의 특성, 조합, 기술수준, 사회여건 등 다양한 변수가 있는 만큼 수치만으로는 기후위기라는 위험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와 함께 법률유보원칙에 대해서도 2031~2049년 감축비율은 대강의 내용이나마 법률로 정해야 하므로 위반이지만 구체적인 감축비율 및 수단을 정부에 위임한 것은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률이 감축비율의 하한만 정하고 구체적인 감축비율과 감축경로, 수단은 정부에게 위임한 것은 이러한 경로설정, 수단선정 등이 과학적‧전문적 영역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때 사회‧경제정책, 외교적 상황 등도 고려해야 하므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이 참작됐다.

 

 

이번 판결에 따라 현재 탄소중립기본법이 2030년까지의 감축비율만을 정한 것은 위헌임이 확정됨에 따라 2026년 2월28일까지 2031~2049년 감축비율을 법률로 정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기후행동의원모임 ‘비상’은 8월30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이 기후국회를 만들라는 엄중한 주문을 내린 것”이라며 “2030년 온실가스 감축비율을 정한 탄소중립기본법이 위헌결정을 받은 것은 2030년 이후에 대한 계획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 결과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한다는 결정이 내려졌으며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입법부의 일원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 검토와 함께 헌재에서 기각된 내용들까지 포함해 기후위기 대응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에서 헌재는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설정, 감축경로, 감축수단 및 방법이 미흡하다는 청구에 대해 위헌의견 5, 합헌의견 4로 위헌의견이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족수 6인을 채우지 못해 기각했다.

 

비상은 이에 대해서도 “정부의 부문별 및 연도별 감축목표가 5인의 위헌의견에도 불구하고 위헌 결정에 이르지 못해 아쉽지만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입법적‧정책적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소영 비상 대표의원은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왔으며 이제는 정치의 시간”이라며 “더욱 치열하고 절박하게 과감한 기후입법과 가열찬 기후행동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여인규 기자 igyeo@kharn.kr
저작권자 2015.10.01 ⓒ Kha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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