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부가 지난 12월18일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수소불화탄소(HFCs) 관리제도 개선방안’에서 밝힌 2027년 신규 냉매 일회용기 금지, 2030년 재생냉매 포함 1회용용기 전면 금지에 대한 반대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냉매관리기술협회(회장 이용태)는 최근 에어컨, 냉동기 냉매제로 사용되는 불소계 온실가스 관리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냉매회수업 등록기술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냉매관리기술협회는 2015년 환경부로부터 사단법인 승인을 받아 대기환경을 보호하고 정부정책에 부응해 적극 협조하고 있는 비영리법인이다. 특히 기후생태계유발물질인 F-gas 취급기술을 보급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대기환경보전법’의 냉매회수 기술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냉매관리기기술협회의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인구증가와 도시화 및 산업화 추세는 하나뿐인 지구의 자정능력을 상실케 해 오늘날 지구온난화 문제가 21세기 인류의 생존을 위한 최대 현안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라며 “우리도 예외일 수 없어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아름다운 삶의 터전이 기후위기로 위협받고 있는 현 시점에서 냉매관리 실태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기위해 이번 설문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설문조사 참여인원은 총 98명이며 조사대상자 연령대는 △20대 1명 △30대 8명 △40대 26명 △50대 35명 △60세 이상 28명 등이었다. 조사자는 현재 냉동기설비, 유지보수, 냉매재활용업체, 냉동기제조업에 종사 중이며 경력은 △5년 미만 2명 △5~10년 8명 △10년 이상 88명 등으로 대부분 고경력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가 이뤄졌다.
설문조사 내용 중 눈에 띄는 항목은 온실가스 배출억제를 위해 ‘일회용 냉매용기 사용 규제를 할 경우 오히려 온실가스 발생이 많아진다’는 답변에 설문참여자의 80%가 동의했다는 점이다. 일회용 냉매용기사용을 규제하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할 수 있다고 현장전문가들은 얘기하고 있다.
이처럼 현장전문가들은 냉매 일회용용기 사용 규제에 반대할까. 먼저 현장전문가들은 재충전용기 사용 시 냉매 오염 및 재사용 불가능 등의 문제를 제기한다. 설문조사에서도 45명이 오염된 냉매혼입 가능성이 있다고 답변했다.
재충전용기를 사용해 현장에서 냉매사용기기에 냉매를 충전할 때 냉매사용기기의 오염된 냉매와 오일이 재충전용기로 혼입될 수 있다. 오염냉매 혼입은 용기압력보다 냉매사용기기의 압력이 높아질 때가 가장 많았으며 응축기 압력상승과 외기온도 변화에 따른 압력변화, 메니폴드 밸브 조작 실수 등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냉매관리기술협회의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재충전 용기에 오염된 냉매가 혼입되면 재활용 공장에서 잔류 냉매를 회수해도 다시 사용할 수 없을 확률이 높아지게 되며 결국 폐기해야 한다”라며 “재충전용기 중에 일부만 오염돼도 있어도 재생냉매공장의 저장탱크에 잔류가스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오염된 냉매가 전체 냉매를 오염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 교차오염 문제로 HFO냉매는 재충전용기 세척비용 절감을 위해 재충전용기를 일회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HFO는 특허물질로 고 단가로 세척비용과 용기제작 가격이 비슷하다.
또한 재충전용기를 다시 사용하려면 내부를 세척하고 진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상당량의 냉매가 사용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회용용기의 잔류냉매는 보통 200~500g 정도이지만 세척 시 사용되는 냉매량은 약1.5~2kg으로 일회용용기보다 많은 냉매를 세척과정에서 사용한다. 결국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기 위해 일회용용기 사용을 규제하려고 하지만 오히려 세척과정에서 더 많은 온실가스 배출이 배출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냉매재생업체에서 재충전용기에 냉매충전 시 용기별로 충전하고 옮기면서 퍼지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냉매를 충전로스(loss)까도 발생하고 있다. 일회용용기는 중국에서 충전을 완료해 수입하고 있어 최소한 충전로스는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재충전용기 공급 및 회수과정에서의 추가 온실가스 배출도 문제로 지적한다. 재충전용기는 사용 후 재충전을 위해 회수 및 운송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한다.
일회용용기와 재충전용기의 구조적인 문제도 일회용용기 규제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일회용용기는 한방향 흐름만 가능한 밸브구조로 작업자가 취급하는 과정에서 냉매사용기기로 부터 오염된 냉매와 오일이 유입될 가능성이 없다. 이에 따라 회수한다면 재사용이 가능하고 오염문제로 인한 냉매 폐기율이 적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충전용기는 양방향 흐름이 가능한 밸브구조로 인해 취급 시 작은 실수로도 오염된 냉매와 오일이 혼입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오염된 냉매는 폐기해야 하며 용기 세척과정에서 추가적인 온실가스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재충전 용기는 무게가 무겁기 때문에 냉매사용기기가 옥상이나 테라스 등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곳에 설치된 경우 냉매용기와 냉매사용기기간 연장호스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된다. 냉매사용기기에 냉매를 충전하고 호스내부에 남아 있는 냉매를 퍼지(Purge)할 때 다량의 냉매가 대기 중으로 방출될 수밖에 없다. 보통 호스 1m당 50g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것으로 현장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높은 제작 및 유지비용 문제도 지적된다. 재충전 용기는 제작비용이 높으며 지속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검사와 운송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한다. 검사과정에서도 운송 및 점검과정에서 에너지가 소비되며 용기의 녹제거, 도장, 압력검사, 밸브교체 등 지속적인 관리에 따른 온실가스가 추가 배출될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일회용용기의 잔류가스를 회수해 재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냉매관리기술협회의 관계자는 “현재 발표된 일회용용기 사용규제로 온실가스가 감축될 것이라는 것은 현장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방법으로 재충전용기 사용에 따른 각종 부작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라며 “이에 따라 일회용용기 사용을 규제하는 것보다 사용 후 잔류 냉매를 효과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간단하면서도 실질적인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회용용기라면 자칫 환경오염을 시키는 것으로 인식되지만 일회용용기로 불리고 있는 냉매충전용기의 정확한 명칭은 ‘재충전금지용기’”라며 “냉매관리기술협회는 기후변화의 위기 속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하시는 관계자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올바른 제도 정착을 위해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