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공단이 올해부터 시행된 민간부문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의무화 시행을 대비해 산업계 관계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6월19일 서울 세텍 컨벤션홀에서 민간 설계기준 정책설명회를 개최했다.
글로벌 기후위기에 따라 국제사회는 탄소중립논의가 확산됐으며 국가별로 대응목표를 수립해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고 있다. 기존 파리기후협약에 따른 국가별 탄소감축목표는 기후위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에 따라 2020년 이후 ‘2030년 NDC 감축목표’를 상향해왔다.
EU는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을 목표로 세웠으며 영국은 더 나아가 68% 감축을 선언했다. 미국은 2005년 대비 50~52%, 캐나다는 2005년 대비 40~45%, 일본은 2013년 대비 46% 감축을 목표로 삼았다. 2050년 탄소중립까지 매년 균등감축할 경우 이들 국가의 2030년 감축수준은 △EU 66.7% △영국 66.7% △미국 55.6% △캐나다 55.6% △일본 45.9% 등이다.
우리나라도 2010년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정, 2020년 ‘2050 탄소중립’ 선언, 2021년 탄소중립 시나리오 및 2030 NDC 상향안 확정 등 기후위기 대응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제1차 국가 기본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0%를 감축해야 한다.
우리나라 2018년 탄소배출량은 7억2,760만톤이며 이에 따른 2030년 목표 배출량은 4억3,660만톤이다. 이중 건물부문은 2018년 5,210만톤을 배출했으며 2030년 감축목표에 따른 배출량은 3,500만톤으로 2018년에 비해 32.8%를 감축해야 한다. 2021년 상향한 이 목표배출량은 현재까지 적용되고 있다.
최근 배출량 통계인 2023년 건물분야 온실가스 배출현황을 살펴보면 건물부문 총 온실가스 배출량 잠정치는 4,420만톤으로 이는 전년 대비 약 6.9%, 2018년 기준으로 약 15.2% 감축한 양이다. 건물부문의 2018년 이후 배출량은 △2018년 5,210만톤 △2019년 4,860만톤(6.8% 감소) △2020년 4,650만톤(4.3% 감소) △2021년 4,690만톤(0.8% 증가) △2022년 4,750만톤(1.3% 증가) △2023년 4,420만톤(6.9% 감소) 등이다.
건물부문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서는 실내를 쾌적하게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최소화 해야 한다. 다만 건축물의 존재목적인 ‘외부환경으로부터의 재실자 보호’ 기능을 약화할 수는 없으며 이러한 외부환경에는 기후위기에 따른 혹한·혹서 조건도 포함된다. 건축물은 인구·건물 및 경제활동 증가, 기후변화 심화 등에 따라 사용하는 에너지량 증가가 불가피하지만 건물분야 온실가스 감축은 전 지구적 인류생존을 위해 실천해야할 과제로 필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이에 따라 녹색건축 정책은 건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에너지손실 최소화, 에너지생산, 에너지절약 등 3요소를 주축으로 삼고 있다. 구체적인 실행전략으로 신축건물의 제로에너지화를 위한 ZEB 단계적 확대, 기존건물 에너지성능 개선을 위한 그린리모델링(GR) 규모 단계적 확대, 녹색건축 실현기반구축을 위한 에너지통합관리시스템 구축 및 에너지절감 정책지원 등을 추진한다.
신축건물 ZEB강화·기존건물 GR지원… 녹색건축 ‘속도’
먼저 신축건물의 에너지성능 기준강화를 위해 국토교통부는 ‘건축물의 에너지절약설계기준’과 ‘에너지절약형 친환경주택의 건설기준(이하 친환경주택기준)’을 운영하고 있다.
연내 개정될 예정된 에너지절약설계기준은 설계단계에서부터 에너지저감기술을 적용토록 하는 기준이다. 열손실방지, 에너지절약형 설계, 고효율·신재생설비 등 요소를 반영해야 하며 모든 건축물의 의무규정인 열손실방지 조치 외에 다른 요소를 반영한 에너지절약계획서를 제출해 민건건축물은 65점 이상, 공공건축물은 74점 이상을 획득해야 한다. 연면적 3,000㎡ 이상인 업무시설 및 교육연구시설의 경우에는 에너지소요량 평가서를 제출해야 하며 개정 전 기존 기준에 따르면 민간은 200kWh/㎡·y, 공공은 140kWh/㎡·y 미만이어야 한다.
친환경주택기준은 주택법에 따라 사업주체가 공동주택 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할 경우 에너지절약계획을 제출토록 하고 있으며 6월30일부로 강화된 내용의 기준이 시행된다. 개정 전 기준에 따르면 1차 에너지소요량 120kWh/㎡·y 미만 또는 고시에서 정하는 모든 설계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고시 내 설계기준은 창 벽체 단열, 열원설비, 고단열·고기밀 강재문, 창면적비, 발코니 외측창 단열, 창 기밀성능, 신재생에너지설비 설치 등이다. 이번 개정에 따라 6월30일 이후부터는 1차에너지소요량 기준이 100kWh/㎡·y 미만으로 강화되며 벽체·창호 단열성능 등 항목별 설계기준이 상향된다.
녹색건축법에 근거한 이러한 기준과 함께 운영중인 ZEB인증제도는 정부가 목표로 삼은 신축건물의 제로에너지화의 핵심 정책수단이다. ZEB는 건물에 필요한 에너지부하를 최소화하는 패시브건축기술,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액티브설비기술,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소요량을 최소화하는 건축물을 말한다.
ZEB성능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는 ZEB인증제도는 지난 1월부터는 기존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인증과 통합해 개편됐다. 건축물은 에너지자립률 20~120%, 에너지소요량 –10~90kWh/㎡·y(주거용) 또는 –70~130kWh/㎡·y(비주거용) 등 성능을 만족하면 수준에 따라 +~5등급의 ZEB인증을 획득할 수 있다.
기존건축물의 경우에는 GR활성화를 통해 건물탄소중립을 실현한다. GR은 기존건축물의 창호, 단열재, 노후설비 교체 등 건물에너지 성능개선공사를 통해 노후건축물의 에너지성능을 높이고 정주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을 말한다. GR사업은 공공과 민간을 대상으로 사업이 추진되며 공공건축물은 사용승인 후 10년 이상 건축물을 대상으로 사업비를 지원한다. 민간건축물은 GR공사비의 이자를 최대 4%까지 지원한다. 기존건물 GR에 대해서는 현재 지원사업으로 추진되고 있으나 향후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의무화가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녹색건축 범위확대… 소형건축·목조건축까지 정책저변 확장
제3차 녹색건축물 기본계획에 따르면 신축건물의 ZEB화를 위해 공공부문은 기존 공동주택 30세대 이상, 500㎡ 이상 일반건축물을 대상으로 부여했던 ZEB 5등급 의무를 1,000㎡ 이상 17개 용도 건축물에 대해 ZEB 4등급으로 강화했다. 또한 그간 권장사항으로 ZEB인증 시 인센티브를 부여했던 민간부문도 공동주택 30세대 이상, 1,000㎡ 이상 일반건축물에 대해 5등급 수준의 설계를 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를 위해 건축물의 에너지절약 설계기준이 연내 강화되며 민간영역이 ZEB 확산에 대응하도록 △ZEB최적화 컨설팅 지원사업 △ZEB인프라 구축 지원사업 △전문인력 양성교육 등 지원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또한 향후 국내 건축물의 82.5%를 차지하는 500㎡ 미만 소규모건축물이 녹색건축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었음을 금안해 소형ZEB시장 육성을 위한 건축자재·설비인프라 확충정책이 추진된다. 최적 외피시스템 등 자재와 친환경 설비기술을 발굴·육성하며 용도별 소형ZEB 관련기술 적용을 촉진하고 소형건축물의 열, 전기, 수소 등 에너지저장 관련 설비도입 방안마련이 추진된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설계표준과 지원체계가 구축될 예정이며 가이드라인에는 패시브, 액티브, 신재생에너지 등 내용이 포함되고 인허가단계에서 ZEB수준으로 건축되도록 건축계획·설계·보조금·경제성분석 등에 대한 컨설팅이 지원된다.
이와 함께 탄소저장·감축에 유리한 목조건물 확산기반 마련도 병행한다. 목조건축은 내재탄소를 줄일 수 있으며 자재생산·건축·운영·폐기 시 탄소감축이 용이해 순환적 건물탄소중립이 가능한 건축양식으로 평가된다. 이를 감안해 목조건축 활성화를 위한 법률인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목조건축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11월 발의됐으며 정부는 실제 산업현장에서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한 목조건축 기술발전 및 산업육성을 위해 지원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며 개별건물 및 도시·단지단위 목조화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등 목조건축 R&D 및 시범사업에 대한 지원이 확대될 전망이다.
에너지공단, 올해 정책변경사항 안내
에너지공단은 올해 녹색건축분야 주요 정책변경사항을 안내했다. 먼저 녹색건축물 조성지원법(이하 녹색건축법) 개정이 진행됐다. 기존 법령에서는 ZEB인증 취득을 위해 불필요한 행정절차 및 규제가 존재했다. ZEB인증을 위해서 유사목적의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1++ 이상 선행취득이 필요했으며 인증의무대상 건축물은 인증취득에 더해 ‘인증 결과표시’와 같은 불필요한 규제를 준수해야 했다. 또한 일정 인증등급 이상을 취득토록 규정하고 있지 않아 최하등급인 5등급을 목표로 건축되고 고등급을 취득케 하는 유인동력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실제로 ZEB 본인증의 약 48%, 예비인증의 약 63%가 최저등급인 5등급을 취득했다.
이러한 문제점에 따라 정부는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인증 및 ZEB인증을 ZEB인증제로 통합했으며 인증결과표시 의무를 삭제해 건축주 재량에 따라 자유롭게 명패를 부착할 수 있게 했다. 또한 공공건축물의 경우 1,000㎡ 이상 17개 용도건물에 대해 4등급을 취득하도록 의무화해 고등급 취득의무를 부여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통합된 ZEB인증제도는 현재 인증기준인 에너지자립률을 유지하는 한편 1차에너지소요량 기준을 추가해 둘 중 어느 하나를 만족하는 경우 해당되는 등급을 획득할 수 있게해 제도수용성을 강화했다. 또한 등급체계를 간소화해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인증제도 내 실효성과 수요가 없는 하위등급을 삭제했다. 기존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인증은 7~1+++등급 등 총 10개 등급이 있었으나 실효성이 없는 하위등급을 삭제해 6개 등급으로 간소화했다. 특히 처음으로 소비하는 에너지보다 생산하는 에너지가 많은 에너지자립률 120% 이상 또는 1차에너지소요량 주거용 –10kWh/㎡·y, 비주거용 –70kWh/㎡·y 미만인 플러스에너지건축물(PEB)에 대해서도 ZEB +등급을 별도로 부여할 수 있게 해 진취적 ZEB 확산여건의 기반을 만들었다.
절차적으로도 선행인증인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인증제가 삭제되고 현장평가절차도 1회로 감소함에 따라 절차가 간소화됐으며 인증업무 편의성이 향상됐다. 특히 기존 ZEB인증은 BEMS 또는 전자식 원격검침계량기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도 인증이 가능했으나 이를 BEMS시스템으로 일원화해 건물에너지 모니터링 및 운영단계 최적제어 강화를 위한 기반도 마련됐다.
공공건축물 의무강화의 경우 17개 대상용도는 △교육연구 △업무 △교정 △운동 △노유자 △문화 및 집회 △수련 △관광휴게 △운수 △묘지관련 △의료 △방송통신 △판매 △숙박 △위탁 △종교 △장례 등 시설이 해당한다. 이들 용도 중 1,000㎡ 이상인 경우 ZEB 4등급 이상 인증이 의무가 됐다. 이밖에 공공건물은 종전 의무규정인 ZEB 5등급인증이 유지된다. 지난 1월1일 이후 건축허가를 신청한 건물부터 적용받고 있다.
이밖에도 기계적인 ZEB인증 의무화 부여에 따라 현장에서 겪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지하에 건축되는 건축물 △신재생에너지설비 설치가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건축목적·기능·설계조건·시공여건 등 특수성으로 인증등급 획득이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건축물은 인증등급을 완화해 적용할 수 있게 했다. 이에 해당하려면 에너지공단에 ZEB인증 의무완화 신청을 해야 한다. 인증신청 후 50일 이내에 기술위원회가 검토결과 타당한 것으로 의견을 도출하면 인증운영위원회에서 결과를 통보받을 수 있다.
녹색건축법 개정 외에도 민간ZEB 5등급 수준 설계의무 부여를 위해 건축물의 에너지절약 설계기준 개정을 통한 에너지절약계획서 기준이 강화된다. 이는 연면적 500㎡ 이상 건축물이 허가 및 신고행위 시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의무서류다.
현행기준은 에너지절약계획서에 포함되는 에너지성능지표(EPI)에 따라 일정 점수 이상을 획득하도록 규제한다. 건축주체는 시방기준 또는 총량기준을 선택할 수 있다. 시방기준으로 △건축부문 의무 7개 및 평가 10개 항목 △기계부문 의무 5개 및 평가 17개 항목 △전기부문 의무 8개 및 평가 11개 항목 △신재생 평가 4개 항목 등 총 42개항목의 준수여부를 평가한다. 최대 127점(비주거 3,000㎡ 이하 소형) 중 공공은 74점, 민간은 65점 이상을 획득해야 한다. 총량기준으로는 1차에너지소요량 200kWh/㎡·y 미만을 달성해야 한다.
향후 개정되면 시방기준을 선택할 경우 기존 부문별 총 20개 의무항목 및 42개 평가항목 중 공통 5개 항목, 중앙공조방식 추가 3개 항목 등 배점이 개정된 의무항목에 대해 총 65점을 획득해야 한다. 총량기준으로는 현행 대비 50kWh/㎡·y 낮은 1차에너지소요량인 150kWh/㎡·y를 달성해야 한다. 이는 ZEB인증제도 상 에너지자립률 약 13%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에너지공단은 이러한 개정·강화규제가 확산되고 현장 수용성을 향상하기 위해 ‘ZEB에너지 최적화 컨설팅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상건축물의 설계단계를 고려한 컨설팅 무료지원으로 ZEB 구축비용 최적화방안을 제시한다. 민간·공공건축물은 설계·시공·운영 등 단계별로 패시브·액티브 기술분석을 통해 기술·시장정보 등에 대한 컨설팅 지원을 받음으로써 ZEB 구축비용을 최적화하고 효과적 에너지절감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기본·실시설계·운영단계의 건축물 중 ZEB인증을 획득하고자 하는 건축주가 지원받을 수 있으며 신청자 중 의무대상이 아닌 자발적 인증건축물의 경우 규모, 용도와 무관하게 의무 인증대상에 비해 우선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다만 동일 순위 내에서는 ZEB인증 3등급 이상 고등급 건축물, 2만㎡ 이상 대형건축물,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 등을 우선으로 선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