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매업계 관계자들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친환경 냉매전환에 대한 여론이 매우 긍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친환경 냉매전환에 대한 긍정적 의견은 부정적 의견보다 3배 이상 높았으며 응답자 과반수 이상이 친환경 냉매전환이 업계 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수소불화탄소(HFC) 관리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국내 냉동공조업계의 친환경냉매 전환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개선방안에는 2027년부터 친환경냉매 사용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업계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관계자들은 친환경 냉매전환을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나 여러 의견이 분분하며 냉매전환 인식에 대한 자료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칸·콜드체인뉴스와 기후솔루션은 공동기획으로 ‘냉동공조업계 친환경냉매 전환에 관한 설문조사’를 올해 5~6월 관계자 및 관련 협회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업계 종사자 924명이 참여했으며 설문조사를 통해 도출된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냉동공조업계의 실상을 반영한 정책을 정부에 제안할 계획이다. 또한 이번 설문조사는 향후 정부가 친환경 냉매전환을 신속하고 올바르게 추진할 수 있는 명분 및 근거가 될 예정이다.
이번 설문조사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수소불화탄소 관리제도 개선방안’의 주요 추진과제인 ‘지구온난환지수(GWP)가 낮은 제품으로 전환 촉진’과 ‘냉매의 全주기 관리체계 마련’을 중심으로 △유형 A: 대체냉매 전환 △유형 B: 냉매회수 촉진 등 2가지 유형으로 분류돼 진행됐다. 설문 결과는 칸·콜드체인뉴스를 통해 순차적으로 보도될 예정이며 △1편: 대체물질 전환에 대한 업계 의견 △2편: 냉매회수 촉진에 대한 업계 의견 △3편: 업계의견을 반영한 친환경냉매 전환 정책 제언 순으로 보도된다.
기술·비용·안전성⋯ 냉매전환 가장 큰 걸림돌
이번 기사에서는 ‘대체물질 전환에 대한 업계 의견’을 알아본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인원은 총 924명이었으며 이중 ‘유형 A: 대체냉매 전환’ 설문유형에 참여한 업계관계자는 총 594명이다. 냉매 생산·수입, 냉동공조기기 제조·수입, 냉매·냉동공조기기 유통·판매업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한국냉동공조산업협회, 대한설비공학회, 한국에너지기술인협회, 한국냉매관리기술협회 등이 설문에 참여했다.
‘대체냉매 전환’ 설문유형에 참여한 응답자의 594명의 소속기업 업종비중은 냉매 생산·수입 19.6%, 냉동공조기기 제조·수입 40.4%, 냉매·냉동공조기기 유통·판매 40.1%였다. 이중 중소기업 근무자는 500명(84%), 중견·대기업 68명(11%)이, 외국계기업 26명(4%)으로 조사됐다.
응답자가 소속된 기업에서 취급하는 냉매는 1위 HFC계열(41.5%), 2위 HCFC계열(23.3%), 3위 HFO계열(21.0%), 4위 자연냉매(13.1%) 순으로 조사됐으며 50% 이상 주사용냉매는 HFC계열 냉매가 66%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친환경냉매 사용이 귀사의 제품·서비스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긍정적인 영향(매우, 약간 포함)’을 미칠 것이라고 답한 비중이 과반수를 넘어 51%를 차지했다. 이는 ‘부정적인 영향(매우, 약간 포함)’을 미칠 것이라고 답한 비중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냉매전환의 업계 경쟁력 향상에 대한 긍정적 여론, 중립적 여론, 부정적 여론의 비율이 각각 303(51%), 192(32%), 99(17%)를 기록했다. 냉매전환이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여론은 전체 2%에 불과했다. 이는 업계가 친환경전환을 단순한 규제준수 차원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기회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긍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업계가 당면한 현실적 어려움은 여전히 크다. 설문에 따르면 2027년부터 친환경냉매 사용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경우 응답자의 47%가 ‘어느 정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답했다.
친환경냉매 전환에 예상되는 가장 큰 어려움은 기술적 문제와 기존 설비와의 호환성이 1위로 꼽혔다. 기존 HFC냉매를 사용하던 설비를 친환경냉매로 전환하려면 시스템의 압력, 온도, 부품 등 여러 기술적 요소를 재설계하거나 개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로 큰 장애물은 설비교체 및 개조에 따른 비용부담이다. 중소기업 중 다수가 ‘10~30% 비용증가’를 예상하는 응답이 많았으며 일부 기업은 비용부담이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답했다. 이는 친환경냉매가 아직 대량생산 및 유통단계에 이르지 못해 단가가 높으며 초기 투자비용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세 번째로는 가연성, 독성 등 안전성 문제가 지적됐다. 암모니아(NH₃), 이산화탄소(CO₂)와 같은 자연냉매는 친환경성이 뛰어나지만 가연성·고압 등 안전성 이슈가 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기존 인력의 재교육과 안전관리 체계 강화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국내 냉동공조업계 전체가 친환경 냉매로 전환하는데 가장 큰 장벽으로는 ‘대체물질의 부재 혹은 수급 불확실성’이 1위로 꼽혔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가능한 친환경 냉매의 종류와 공급량은 극히 제한적이다. 대체냉매 대부분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 변화나 환율변동 등 외부변수에 취약하다.
두 번째로는 ‘대체물질 전환의 중요성에 대한 업체 인식 부족’이 지적됐다.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친환경냉매 전환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정보부족, 교육기회 부족, 단기적 비용 부담 등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세 번째로는 ‘전문인력 부족’이 꼽혔다. 친환경냉매와 관련된 설계, 시공, 유지보수 등 전 과정에서 전문성이 요구되지만 아직 관련 인력이 충분히 양성되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정부와 업계가 협력해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는 업계가 친환경냉매 전환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동시에 기술적·경제적·제도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앞으로 국내 냉동공조산업이 친환경냉매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가 긴밀히 협력해 실질적 지원책을 마련하고 안정적인 대체물질 공급과 인력양성, 인식개선에 힘써야 할 전망이다.
칸·콜드체인뉴스와 기후솔루션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냉매회수 촉진’에 대한 업계 의견과 정책제언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