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냉동공조업계가 친환경 전환의 기로에 선 가운데 냉매 회수문제는 여전히 취약한 고리로 남아 있다. 최근 칸kharn·콜드체인뉴스와 기후솔루션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냉매회수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한 공감대는 높았지만 현장에서는 법적·경제적·기술적 지원부족 등으로 실질적인 회수확산에 한계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냉매는 냉동공조기기의 필수요소이지만 사용과 폐기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원인으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냉매의 회수와 재사용, 그리고 폐기까지 아우르는 ‘전주기 관리체계’ 필요성이 업계 안팎에서 강조되고 있다.
칸·콜드체인뉴스와 기후솔루션은 친환경냉매 전환의 현장인식과 대응을 위한 공동기획으로 ‘냉동공조업계 친환경냉매 전환에 관한 설문조사’를 지난 5~6월 관계자 및 관련 협회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업계 종사자 924명이 참여했으며 설문조사를 통해 도출된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냉동공조업계의 실상을 반영한 정책을 정부에 제안할 계획이다. 또한 이번 설문조사는 향후 정부가 친환경 냉매전환을 신속하고 올바르게 추진할 수 있는 명분 및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기사는 이전 기사에서 다뤘던 ‘대체냉매 전환 업계의견’에 이어 ‘냉매회수 촉진에 대한 업계의견’을 다루며 추후 후속기사에서는 ‘업계의견을 반영한 친환경냉매 전환 정책 제언’이 다뤄질 예정이다.
냉매회수 법적근거·규제·인센티브 보완 시급
설문조사에 참여한 냉동공조업계 관계자 924명 중 ‘냉매회수 촉진’ 설문유형에 참여한 업계 관계자는 총 474명이다. 냉동공조기기 설치, 운용·관리, 유지보수·서비스, 회수, 재활용·처리·폐기업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한국냉매관리기술협회, 대한설비공학회, 한국에너지기술인협회, 한국냉동공조산업협회 등이 설문에 참여했다.
‘냉매회수 촉진’ 설문유형에 참여한 응답자 474명의 소속기업 업종비중은 냉동공조기기 설치 31.7%, 냉동공조기기 운용·관리(최종 사용자) 16.7%, 냉동공조기기 유지보수·서비스 30.9%, 냉매·냉동공조기기 회수 14.7%, 냉매/냉동공조기기 재활용·처리·폐기 6.0%였다.
소기업(50인 미만) 근무자는 256명(전체 54%)으로 과반수를 차지했으며 중기업(50인~300인 미만 업체) 근무자 145명(전체 31%), 중견·대기업(300인 이상) 근무자 61명(전체 13%), 외국계기업 근무자 12명 (전체 2.5%)이었다. 이중 소기업 (50인 미만)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체냉매 전환’ 설문유형에 비해 비중이 약 1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가 소속된 기업에서 취급하는 냉매는 1위 HFC계열(38.6%), 2위 HCFC계열(25.0%), 3위 HFO계열(21.6%), 4위 자연냉매(13.7%) 순으로 조사됐다. ‘대체냉매 전환’ 설문유형에 비해 HCFC계열 냉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2% 증가했고 HFC계열 냉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HFO 계열 냉매와 자연냉매의 비중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업체의 주사용·취급냉매(50% 이상 사용)로는 ‘대체냉매 전환’ 설문유형과 동일하게 HFC계열 냉매가 전체 63%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냉매회수 현황 파악을 위한 ‘귀사에서는 냉매회수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습니까?’ 라는 질문에는 ‘외부업체를 통해 냉매회수를 의뢰하고 있다’고 말한 응답자가 29.5%로 제일 많았다. 이어 ‘사내에서 자체적으로 냉매회수를 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 27.0%로 2위를 기록했으며 3위는 ‘냉매회수를 실시하고 있지 않다’ 17.2%, 그리고 ‘냉매회수서비스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답변이 16.8%를 기록했다.
설문조사 전 기후솔루션 연구에 따르면 전국 냉매회수율은 1% 미만으로 파악됐지만 이번 설문조사는 냉매관리기술협회 등 냉매회수업을 대표하는 이해관계자들을 상대로 이뤄져 냉매회수를 실시하고 있는 업체 관계자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게 도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냉매회수를 실시하고 있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를 제외하고 회수된 냉매 처리방식과 냉매회수 이유를 질의한 결과 ‘회수된 냉매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정제 후 재사용’ 또는 ‘재생냉매로 판매’라는 답변이 56.5%로 과반수를 차지했으며 ‘전문업체에 위탁 처리한다’라고 말한 응답자는 37.4%였다.
‘냉매 회수를 하고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기존 냉매를 회수해 재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이므로’가 31.6%로 1위를 차지했으며 ‘환경보호·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가 25.7%로 2위, ‘냉매공급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가 3위로 24.1%, 그리고 ‘재생냉매로 판매할 목적으로’가 18.2%로 4위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냉매를 성공적으로 회수해 재생냉매로 판매하거나 업체 내에서 재사용하는 사업장은 전국적으로 소수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냉매회수업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 종사자 여러명이 동시에 설문에 응답해 이러한 결과가 도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냉매회수 활성화를 가로막는 장벽도 여전히 높았다. ‘냉매의 효과적인 회수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는 관련 법적근거와 규제의 부재가 꼽혔다. 회수실적을 관리할 법적 근거가 미비해 업계 전반의 회수율 제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경제적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점도 큰 걸림돌로 나타났다. 회수에 따른 실질적 보상이 미흡해 업계의 동기부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어 지적된 냉매회수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부족, 관련 장비와 기술의 미비, 전문인력과 재원 부족, 회수과정의 복잡성과 비효율성 등도 현장에서 빈번히 언급되는 문제다.
설문조사 결과 업계는 냉매회수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실질적인 확산을 위해서는 법적·경제적·기술적 지원이 병행돼야 함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특히 소기업 중심의 업계 구조, 낮은 인식, 미흡한 인센티브 등은 반드시 풀어야 할 주요과제로 보인다.
유럽과 미국, 일본 등 해외 주요국은 냉매회수 및 재사용을 온실가스 감축과 순환경제 실현의 핵심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국내도 이에 맞춰 정부와 업계가 협력해 전주기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회수·재생냉매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
칸·콜드체인뉴스와 기후솔루션은 ‘냉동공조업계 친환경냉매 전환에 관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대체물질 전환 업계의견’과 ‘냉매회수 촉진에 대한 업계의견’를 보도했다. 향후 ‘업계 의견을 반영한 정책 제언’ 등 후속보도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