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건축 민간 인증제도 정책논의 본격화

  • 등록 202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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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부문 온실가스 감축 실효성 확보 위해 LCA 기반 인증제도 주목
포천시·한양대 사례 공유… 정부·지자체·산업계 연계방안 집중 토론

 

건설산업 혁신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건축 민간인증제도의 도입필요성이 공론화됐다. 7월3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열린 ‘건설산업 혁신을 위한 탄소중립건축 민간인증제도 정책세미나’에서는 건물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실효적 수단으로서 민간인증제도의 가능성과 정책연계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이날 세미나는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사단법인 지역경제녹색얼라이언스가 공동주최하고 한양대학교 ERICA 지속가능스마트시티연구센터가 주관했다. 세미나에는 최광석 포천시 탄소중립지원센터장과 태성호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가 주제발표를 맡았으며 홍성준 국토교통부 녹색건축과장, 김덕상 삼성물산 프로, 강재헌 여수시의회 의원, 이홍일 건설산업연구원 박사, 이원형 종암동 개운산마을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 조합장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세미나 진행을 맡은 조민성 지역경제녹색얼라이언스 이사는 “건설산업 혁신을 촉진하고 생애전주기 탄소중립건축물인증을 통해 탄소중립 실현을 모색하려는 오늘의 세미나 취지는 지역경제녹색얼라이언스가 지향하는 방향과 맞닿아 있다”고 밝혔다.

 

김대순 경기도 행정2부지사는 축사를 통해 “기후위기 대응은 도정의 핵심과제이며 지역의 녹색건축 확산을 위한 실효적 제도마련이 중요하다”라며 “경기도 역시 프라이부르크 사례를 참고해 광교신도시 등에 녹색도시 개념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도 31개 시군의 탄소중립녹색성장 전략이 실질적 감축효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세미나 논의를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포천시, 건물부문 감축목표 현실적 한계… 제도개선 요구

 

최광석 센터장은 ‘포천시 탄소중립 건물부문 추진사례 및 제도적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며 기초지자체 차원의 실천전략과 제도개선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정부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중 건물부문 감축률이 2018년 대비 35%이며 약 3,500만톤을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포천시는 자체적으로 46% 감축목표를 설정했으며 그중 71%가 건물부문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포천시는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 건물에너지효율화, 그린리모델링(GR) 등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최 센터장은 “이러한 수단들이 배출권거래제(ETS)와 연계되지 못하면서 감축실적을 거래시장에 반영하기 어렵다”라며 “특히 건물부문에서 감축된 온실가스를 실질적 성과로 인정받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정부가 제시한 감축원단위 41종 가운데 상당수가 국제기준(GHG Protocol 등)에 미달한다고 평가하며 “내재탄소(embodied carbon) 항목은 사실상 배제되어 있다”라며 “건물단위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지구단위 탄소중립 도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원단위의 다변화, 국제 정합성 확보, 내재탄소 반영 등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포천시의 감축목표량 31만톤 중 건물부문이 차지하는 22만3,000톤은 전체의 71%에 달하며 이는 다른 기초지자체도 유사한 구조임을 시사한다.

 

최 센터장은 “건물부문의 감축실패는 곧 전체 목표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중앙정부와의 제도 정합성을 갖춘 감축수단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온실가스 감축원단 중 일부는 캠페인성 행위에 불과하거나 국제기준에 적합하지 않아 실제 감축량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구조”라며 “정부의 원단위 기준 자체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 센터장은 “민간과 지자체의 노력을 정량적으로 인정받고 거래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감축유인이 형성된다”고 말했다.

 

한양대, LCA 기반 정량평가로 확장성 높인 민간 인증제도 운영

 

태성호 한양대 교수는 국내 최초로 개발한 탄소중립건축 민간 인증제도를 중심으로 건축물의 전 생애주기 탄소평가 모델을 소개했다.

 

그는 “기존의 건축물 탄소감축은 운영단계의 에너지절감 중심이었으나 이제는 자재 생산부터 운송, 시공, 운영, 폐기까지 전과정(LCA)을 포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태 교수는 인증제도가 국제표준 ISO 14040, ISO 21930 등을 기반으로 구축됐으며 건축물 탄소배출량과 감축량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구조라고 밝혔다. 제도의 핵심은 제로카본빌딩지수(GCBI)로 총배출량 대비 감축량 비율을 지수화해 5단계 등급으로 분류한다. 감축수단은 저탄소 건축자재, 신재생에너지, CCUS 기술 등으로 구성된다.

 

실제 사례로는 광명시 공공건축물 리모델링 프로젝트가 제시됐다. 해당 건물은 설계단계부터 인증제도를 적용해 1등급을 획득했으며 이는 공공건축물 최초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태성호 교수는 “리모델링 건축물에도 인증적용이 가능하며 기존건축물 개선을 통한 감축효과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 인증제도는 민간이 주도하고 있지만 8개 인증기관과 5개 운영기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공신력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웹기반 통합플랫폼을 통해 데이터베이스 구축, 평가, 검증까지 일원화된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태 교수는 “인증제도는 단순평가를 넘어 건축주 설계단계부터 감축유도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라며 “LCA 기반 감축량의 3자 검증이 핵심이며 국제 수주시장에서도 정량적 탄소평가 역량을 요구하고 있어 제도의 해외 확장 가능성도 크다”고 밝혔다.

 

이어 “건축물단위를 넘어 도시단위로 확장하는 모델을 연구 중이며 이는 광명시 스마트시티 사업에도 적용되고 있다”라며 “내재탄소 감축은 저탄소 재료도입 외에도 건물의 장수명화, 구조 효율성 강화 등 설계적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태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의 제도연계와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토부·산업계·지자체, 민간인증제 실행조건·과제 진단

 

토론세션의 사회를 맡은 김재민 지역경제녹색얼라이언스 대표는 “226개 시군구의 탄소중립 녹색성장 실행계획이 제출된 지금 이를 보완하고 실행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민간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서두를 열었다.

 

첫 토론자로 나선 홍성준 국토교통부 녹색건축과장은 “G-SEED 제도 내에도 이미 2016년부터 LCA 기반 평가가 도입돼 있으며 현재도 25% 이상이 이를 활용하고 있다”라며 “그러나 녹색건축 인증제도와 민간 인증제도의 중복과 부담우려가 있어 제도 간 정합성 확보와 개선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과장은 또한 “배출권거래제 연계에 대한 지자체의 요구에 공감한다”라며 “다만 거래연계를 위해서는 감축수단의 정확한 정량화, 검증체계 등이 필요하며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간제도의 탄소감축량 인정 및 정부제도 내 통합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실무적 접근을 강조했다.

 

이홍일 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건설부문 탄소배출 구조를 분석하며 “전 세계 CO₂ 배출의 약 40%가 건설부문이며 이 중 70%는 에너지 사용, 30%는 내재탄소에서 발생한다”라며 “특히 기존건축물의 에너지효율이 낮아 리모델링을 통한 효율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현재 재고주택의 95% 이상이 에너지효율 등급이 낮다”라며 “LCA 기반 평가를 민간 인증제도에도 도입하고 기존건물까지 확대 적용해야 실효적 감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장수명 건축물로의 전환이 내재탄소 감축에도 효과적”이라며 “건축물 수명을 반영한 인증평가체계 도입”을 제안했다.

 

김덕상 삼성물산 프로는 실무 관점에서 초고층 공동주택의 탄소중립 한계를 지적하면서 “지붕면적이 제한된 공동주택에서 신재생에너지 적용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라며 “장수명구조 설계와 저탄소 공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패시브기술 중심의 탄소저감에는 한계가 있고 VIP(진공단열패널) 등 벽체단열 강화는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지며 민간 인증제도가 사전 설계단계에서의 유도 도구로 기능한다면 산업계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라며 “인센티브 정책과 연계돼야 산업계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재헌 여수시의회 의원은 기초의회의 입장에서 “지방정부는 중앙정부 지침에 따라 계획은 수립했지만 실제 추진수단과 전문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민간인증제도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라며 “지방정부 대상 교육과 기술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형 종암동 개운산마을 조합장은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문제는 제도의 복잡성과 민간 건축주에 대한 과도한 부담”이라며 “인증절차 간소화와 실질적 인센티브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민간 인증제도의 접근성과 경제성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목조건축은 내재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수단이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구조 안전성에 대한 과도한 우려와 규제가 장벽이 되고 있다”라며 “목조건축에 대한 제도적 지원과 기준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에 참여한 일부 기업대표들도 “현재 인증제도가 기술적으로는 발전했지만 실제 평가와 인증 과정이 복잡하고 부담이 크다”라며 “단순인증에서 벗어나 사업화 가능한 모델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민 대표는 “이번 토론은 민간 인증제도의 실행 가능성과 제도 연계 가능성을 확인한 자리였다”라며 “향후 연구와 실증을 통해 인증제도의 현실 적용성을 높이고 지방정부와 산업계가 실질적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 제안을 이어가겠다”고 정리했다.

 

폐회 발언에 나선 염태영 의원은 “민간 인증제도는 정부정책의 공백을 메우고 기술적 다양성을 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라며 “지방정부와 민간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협력할 수 있는 유연한 인증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이번 간담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향후 관련입법과 정책설계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민간주도의 건물 탄소중립 실현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였으며 인증제도와 제도 연계성 확보를 위한 후속연구 및 정책개발이 요구된다.

여인규 기자 igyeo@kharn.kr
저작권자 2015.10.01 ⓒ Kha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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